이건 꿈일 뿐이야 - 지구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이야기 베틀북 그림책 78
크리스 반 알스버그 글.그림, 손영미 옮김 / 베틀북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노르웨이로 여행 갔다 온 나이 드신 글벗이랑 식사를 했다. 식사가 끝난 후, 그분이 이쑤시개 몇 개를 건네주었다. 자작나무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그 나라에선 이쑤시개도 자작나무로 만드는구나 싶어 웃었던 적이 있다. 그네들의 자작나무숲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내게는 로망과도 같은 환상의 숲이다. 환상과는 달리 그들에게 그 나무는 환경이다. 생필품은 물론 가옥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환경의 영향을 받아 사는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참 많은 것을 얻어서 살고 있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사는 게 사실이다. 이제는 받은 만큼 지켜주고, 돌려줄 것을 생각해야한다는 점에서 이 그림책은 의미 있다.

 크리스 반 알스버그를 처음 만난 그림책은 ‘빗자루의 보은’이었다. 환상적인 일러스트레이션과 기막힌 반전에, 울림도 강한 메시지가 그림책작가로서의 알스버그를 상당히 매력적으로 각인시켜주었다. 이 책 <Just A Dream>(1990)은 내가 만난 알스버그의 두 번째 그림책이다. 환경보호에 대한 메시지가 강렬한 만큼 그림이 전하는 인식의 충격요법이 대단하다. 1990년에 쓰여진 책인데 우리나라에선 작년에 초판이었다. 이 책은 환경운동연합의 추천글에서 밝혀두었듯이 ‘환경에 대한 우리들의 무관심과 지금 바로 행동하지 않으면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특유의 기법으로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작가는 어린이들을 설득하는 도구로 꿈의 이야기를 택하였다. 꿈의 세계를 보여주는 이야기 방식은 상상력이 풍부한 대개의 어린이들에게 적합하고, 특히 그림책의 방식으로 유용하다. 적절하고 아름다운 일러스트레이션을 통해 글보다 더 많은 것을 충격적으로 제시하며 종합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들은 글보다 그림에 눈이 먼저 가고 어른들이 미처 보지 못한 것까지 찾아내는 심안을 갖고 있다.  특히 한 눈에 각인되는 ‘사진’과도 같은 일초의 영상이 갖는 여운은 길고 강한 것이다.

  

 이 그림책의 장점 중에 하나는 우리의 가능한 상상력을 충분히 동원하여 피부로 와닿는 깨달음을 주려한다는 점이다. 물론 시각적인 자극이 크지만 그림과 함께 절제된 글을 읽고 있으면 소름이 살짝 돋는다. 유아가 보기엔 어른의 넘치지 않는 설명이 곁들여져야 더욱 이해의 폭이 넓어질 것 같고, 초등 1,2학년 정도는 혼자 봐도 무리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그림책은 되도록이면 어른이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어주기를 권하고 싶다. '내가 꿈꾸는 미래마을'을 그려보게 한다던지, '내가 할 환경보호 실천목록' 같은 걸 간단히 써보게 하는 정도면 좋겠다. 너무 넘치면 애들은 뒤로 나자빠질 것이니 주의해야 한다.


 주인공 월터는 여느 아이들처럼 과학이 발달한 미래세계를 꿈꾸고 있다. 나무 한 그루보다 심부름 로봇과 어디든 날아다닐 수 있는 작은 비행기를 갖고 싶어 한다. 텔레비전에서 재미있는 걸 시작할까 봐 분리수거하는 몇 분의 시간도 참지 못한다. (그래도 엄마일을 돕는 게 대견하다) 다른 날과 같은 어느 날 밤, 월터의 꿈은 월터가 누워있는 침대를 아주 낯선 미래의 세계로 안내한다. 아이가 꿈꾸어 온, 유용한 기계들이 그득한 미래와는 너무나 다른 세상에서 월터는 놀라운 경험을 하고 생존의 위험을 느낀다. 쓰레기산에 묻힌 침대, 이쑤시개 회사에서 자르는 나무들, 목이 따끔거리고 눈이 가려울 때 잘 듣는 약을 만드는 공장의 매연으로 콜록거리는 월터, 경적 소리 요란하고 정신없이 바쁜 사람들로 정체된 도시거리, 누런 매연에 휩싸인 그랜드 캐니언 그리고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있는 호텔. 은빛 에베레스트산 정상에까지 호텔을 지어놓은 인간들의 행태가 끔찍하다.


 개발로 몸살을 앓는 환경에 경악한 월터는 이어서 더욱 끔찍한 광경을 만나게 된다. 그것은 생명 가진 것들의 종말에 대한 전주곡 같은 것이다. 치어들을 마구 잡아들이는 어부들로 인해 물고기 개체수가 절대적으로 감소해 있고, 계절이동을 하는 기러기떼는 먹이를 구하러 내려올 연못 하나 찾지 못하고 있다. “이건 그냥 꿈이야.” 월터는 이렇게 소리치고, 월터의 침대는 자기 방에 무사히 도착했지만 착찹한 기분에 사로잡힌 월터는 이제부터 고민이다. ‘미래는 상상했던 것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창밖은 새벽빛에 물들어 나무와 잔디밭의 형상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는데 월터의 꿈속 미래는 머릿속에서 좀처럼 떠나지 않는다.

 

 좀 걸리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꿈 한 번 꾸었다고 우리의 행동이 곧바로 수정된다고 여기는 건 억지스럽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림책이 단순한 구조로 간결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미덕에 초점을 둔다면 여기서 월터의 행동이 조금 나아지는 쪽으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알스버그가 창조한 월터는 잠옷바람으로 밖으로 나가 '어떤 행동'을 한다. 우리의 아이들도 이렇게 할까?  희망사항이지만 그렇게라도 바람직한 행동수정의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월터의 꿈속에서 월터는 시종 침대에 누워있거나 반쯤 상체를 일으켜 턱을 괴고 바라보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월터는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고 어떤 경악의 표정도 짓지 않고 있다. 이것이 얼핏 납득되지 않을 수 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작가가 어릴 적 꿈의 세계를 잘 기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꿈 속에서 우리는 방관자일 수밖에 없다. 내가 '나'를 지켜보기도 할 정도로 상황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자세를 취하곤 한다. 그런점에서 월터의 꿈속 행동은 오히려 과장되지 않았고, 미래의 극한 환경을 어린이들로 하여금 차분히 보게하는 기회로 역할한다.

 며칠 후, 월터는 생일에 갖가지 장난감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하는 아이지만, 여러분은 그아이가 무엇을 직접 고르고 뿌듯해 할지 짐작이 될 것이다. 그날 밤 꿈에 월터의 침대는 두 그루의 튼실한 나무 사이에 놓여있었다. 잠시!  여기서 월터는 자기가 미래가 아니라 과거로 돌아간 것은 아닌가 착각한다.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미래의 모습은 환경을 살리는 차원에서 과거의 모습이면 좋겠다. 며칠 전 꾼 꿈의 미래와는 완전히 다른 미래, 기계보다 초록 나무가 편안하게 자라고 있는 미래. 아이들에게 필요한 미래도시는 차가운 사이보그의 세계가 아니라, 나무숲 우거져 푸른 숨이 박동하는 세계인 것이다. 증손자가 수동식 기계로 두 그루의 나무 사이에 있는 너른 잔디를 깎고 있는 미래. 로봇이나 작은 비행기가 아닌 나무그늘 아래서 월터는 스르르 잠이 든다. 마치 오래 전의 과거로 돌아간 것처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 차라리 이게 꿈이면 좋겠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시장미(이미애) 2007-08-06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환경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아주 유익하게 볼 수 있는 책이겠네요? ㅋㅋ 감사해요. 이런 책 알고 싶었는데.. 근데 리뷰도 너무 멋진데요? ^-^ 동화책을 읽고, 리뷰를 쓸 때가 제일 힘들던데..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드래요.

프레이야 2007-08-06 20:43   좋아요 0 | URL
가시장미님도 논술샘이신가 봐요^^
알스버그의 환상적인 그림이 참 좋아요. 메시지도 좋지만요.
색감이 어쩜 그리 아름다운지.. 고맙습니다.^^

뽀송이 2007-08-06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그림을 통해 아주 많은 것을 느끼더라구요.^^
과학이 발달할 수록 파괴되어가는 자연을 잘 보여주는 그림책인 것 같군요.
잘 읽고 갑니다. 물론, 추천도 꾸~욱!!!

프레이야 2007-08-06 20:45   좋아요 0 | URL
뽀송이님, 이 그림책을 보고 문득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들이 그리는 미래도시
그림은 대개 로봇이 등장하고 우주과학과 관련된 기계가 등장하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이런 미래, 초록미래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추천, 고맙슴다^^

해적오리 2007-08-06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본 카모메 식당에서 그런 구절이 나와요.
핀란드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여유가 있을까..라는 질문에 "숲"이라 답하지요.
숲이 있어서 그렇다구요...
정말 공감이 가는 대답이었어요. 자연의 힘을 느낄 때마다 자연을 잘 보호해야 사람이 살겠단 생각이 절로 들어요.

프레이야 2007-08-06 23:23   좋아요 0 | URL
해적님, 그 구절이 참 옳다는 생각이 들어요.
침엽수림은 또다른 느낌일테지만 숲이란 숲은 그렇게 넓게 품어주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안길 수 있는 자연이 사람을 여유롭게도 만드는 것
인가 봐요. 숲! 나무 한 그루 두 그루에서 시작하는 것.

네꼬 2007-08-07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른 숨이 박동하는 세계라. 와- 멋진 표현이에요. 추천추천.
저는 알스버그 그림이 좋긴 한데 사실은 조금 무서워요. 주만지 같은 거 말이에요. -_-;;

프레이야 2007-08-07 21:08   좋아요 0 | URL
네꼬님도 알스버그 좋아하군요.^^ 주만지는 안 봤지만 빗자루의 보은도
그림이 좀 섬뜩한 장면이 있었어요. 마녀그림..
환상적인 색감이란!! 추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