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생물 노트 미래의 힘, 특목고 준비를 위한 초등학습만화 1
김기정 지음, 박종성 그림, 김학현 감수 / 녹색지팡이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다윈은 1831년 12월 비글호를 타고 모험에 나섰다. 그가 나선 길에 갈라파고스가 있었고 그곳에서 다윈은 오랜 세월 다양하고 희귀한 생물들을 관찰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그것을 토대로 5년 후 ‘비글호 항해기’를 썼는데 그 책에서 다윈은 진화론을 말하지 않았다. 당시 그 이론은 너무나 충격적인 사태를 몰고 올 소지가 많았음을 알았던 것이고 좀 더 견고한 이론과 진화의 사례를 통한 증거로 맞설 준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1859년, 비글호 항해를 마친 지 20년도 더 지나 다윈은 자신의 진화론을 담은 ‘종의 기원’을 출판하게 된다.

 이 책 <<다윈의 생물노트>>는 제목에서도 내세웠듯이, 먼저 찰스 다윈이라는 특출한 인물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하게 한다. 어린이를 책으로 끌어당기는 조건은 호감 가는 인물, 재미있는 이야기구조 그리고 기발한 그림(삽화) 같은 것인데 이 책은 세 가지의 조건을 그런대로 갖추었다. 다윈이라는 인물에 대한 상세한 이력보다는 그가 생물의 종과 진화를 연구한 부분에 대해서 집중할 수 있게 되어있다. 나아가 다윈이라는 인물에 좀 더 깊은 관심을 갖고 당시 (우리에게 덜 알려진)과학자들과의 연관성, 창조설과의 고리(갈등에서 인정까지), 그리고 많은 에피소드들을 통해 진화론과 관련하여 다른 책으로 연계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관심영역을 확장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유의미한 용어들이 소개되는데, 아이들의 입장에서 당장은 생소하여 어렵게 들리겠지만 관련지식을 넓히고 관심과 이해를 확장해 가서 사고를 통합한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재미난 이야기 부분은 만화를 그려서 넣었다. 이로써 두번째와 세번째 조건을 함께 충족한 셈이다. 사건은 태평양 한 가운데, 두 남매의 무인도 표류기라 할 수 있다. 그곳에 표류하여 오래도록 살고 있는, 다윈이랑 외모도 비슷한(만화 상으로) 생물학자인 무 박사를 만나게 되고 그 사람으로부터 다윈의 생물노트를 간접적으로 읽는 셈이다. 이 섬에서 만난 희귀한 생물, 이볼브는 여러 가지 면에서 상징적이다. 책의 뒷부분에서 나오는 ‘잃어버린 고리’와 연관된다. 이볼브는 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진화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물론 다윈의 생물노트라는 이름도 상징적인 것이다. 이 책은 다윈의 진화론을 다루기에 앞서 생물의 종류와 생명의 기원, 다윈 이전의 진화론, 종의기원 그리고 다윈이 진화론에서 미처 밝히지 못한 유전학, 즉 멘델의 유전법칙과 드브리스의 돌연변이설까지 설명한다. 무엇보다 내 관심을 끈 대목은 ‘7장;진화의 증거’와 ‘8장;잃어버린 고리’의 내용이다.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라는 용어는 진화가 오랜 세월 점차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화석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에서 비롯되었다. 진화를 증명하는 중간형태의 화석을 잃어버린 고리라고 부른다. 진화의 과정을 뒷받침할 화석들이 충분하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다윈이 살아있다면 그것들은 많은 부분 바닷속에 있다고 말할 것이란다. 그리고 실제로 2006년 4월 6일 LA Times에 실린 ’잃어버린 고리 발견!‘이라는 기사도 만화의 한 컷으로 넣어놓았다. 과학자들은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진화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무인도에 자진해서 남아있는 무 박사처럼 잃어버린 고리를 찾아 나서는 미래의 또다른 다윈이 이 책을 읽는 어린이 중에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의 다른 미덕은 익히 들어보았지만 정의가 어렴풋하거나 생소한 용어들에 대해 정확히 짚고 넘어간다는 점이다. '진화‘는 현재 사회학적으로도 쓰이며, 진화가 반드시 더 나은 방향으로만 진행될까, 라는 의심을 낳은지 오래다. “다윈이 말한 진화에는 진보적인 발전 방향 같은 건 없다고 했다. 진화란 생물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것일 뿐, 반드시 어떤 방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원시 생물인 박테리아는 무려 35억 년 넘게 존재하면서 가장 많은 개체 수를 자랑한다.” 는 내용이 나온다. 이렇게 용어의 정의를 정확히 하는 건 타과목에서도 기본적이고 중요한 단계이다. 게다가 요즘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통합사고를 도와주는 장이 ’생각노트 펼치기‘이다. 이 장은 그 앞의 ’밑줄긋기‘ 장과 나란히 엮여 상당히 유익하다. ’밑줄긋기‘에서는 체계적이고 유익한 생물학적 지식을 정리할수 있고 ’생각노트 펼치기‘에서는 좀 더 유연한 사고를 도와준다. 예를 들어, 다윈의 진화론을 이야기하면서 나오는 '적자생존'(주어진 환경에 더욱 알맞은 형질을 가진 생물이 살아남는다)이 인종우월주의자들의 빌미로 이용된 사례를 들어 역사적인 면으로 사고를 확장하고 다윈의 자연발생설은 멜서스의 인구론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경제학적인 면까지 언급한다. 

 처음 표지를 보았을 때에는 ‘특목고 준비를 위한 초등학습만화’라는 이름에 뜨악했다. 시류에 편승하는 것 같지만 이왕 쓰려면 특목고라기보다 과학고라고 해야 정확한 말이 될 것 같다. 주변에서 초등 3학년인데 특목고준비를 시작한다며 그룹을 짜서 아이를 날마다 9시까지 수업 받게 하는 엄마를 보았다. 어이없다 생각하였는데 이놈의 특목고라는 이름이 부채질하는 과열경쟁이 어디까지 갈까 싶다. 학습만화는 딱딱하고 어려운 지식과 정보를 당의정을 입혀서 먹여야하는 부담을 안아야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두 가지를 적절히 배합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도표와 적절한 그림을 구체적으로 배치하여 복잡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둔 점이 마음에 든다.

 

 당의정을 입혔다 하더라도 초등고학년이 보기에 내용의 깊이와 넓이가 녹녹하지는 않다. 과학에 아주 관심이 많고 배경지식이 좀 있는 아이라면 재미있게 볼 것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만화부분만 보고 넘어갈 확률이 많다. 그렇다 해도 우선 나쁘지는 않다. 밑줄긋기 부분에서 좀 더 깊이 들어가 정리해놓은 부분은 중학생이 되어 참고해도 될 정도로 꼼꼼하다. 컬러 사진도 적절히 제시하여 실감나는 간접체험이 된다. 책의 마지막장엔 가나다 순으로 ‘용어풀이’를 해두어 전문용어들을 정의해 두었다. 생물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과 생물에 좀 약하다 싶은 학생들 모두에게 유익한 책이 될 것이다.

 # 지나가는 꼬릿말 ; 내가 초등학생 땐 이런 책이 왜 없었냐구요.. 생물은 제가 참 하기 싫어했고 어려워한 과목이었어요. 초등학교와 중학교 땐 무조건 외우게 하는 방식이라 흥미를 붙이지 못했어요. 더구나 고등학교 때 생물선생님은 완전 공포의 시커먼 고릴라 같은 분이었는데 잘 못하면 벽에 이마 대고 한 시간 내내 세워두셨지요. 보는 사람이 다 진땀이 났어요. 에효 그 유령같이 착 가라앉은 목소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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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7-19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리 챙겨둬야 겠어요. 늘 감사 ^^.

프레이야 2007-07-19 14:05   좋아요 0 | URL
홍수 연령엔 아직 이르다 싶구요. 나중엔 더 좋은 책이 나올 걸요.
미리 챙겨둬도 나쁘진 않지만요.^^

뽀송이 2007-07-19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학생 권장도서인가봐요?
재미있어 보입니다.^^

프레이야 2007-07-19 14:08   좋아요 0 | URL
신간이에요. 서평단제출 서평이구요. 내용은 알찬데 아이들 눈높이에서
재미와 함께 읽히는 부분이 성공적일지는 장담하지 못하겠어요. 제 주위의
아이들에게 읽혀보면 좋겠는데 아직 그것까진 생각하지 못했네요. 그래도
만화로 좀 녹록하게 설명하는 장면들은 꽤 괜찮을 것 같구요..

소나무집 2007-07-19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윈,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를 읽은 후에 읽으면 좀 덜 어렵겠네요. 저도 학창 시절에 과학책은 거의 본 기억이 없네요. 학교마다 생물 선생님은 다 좀 이상했나 봐요. 저도 고등 학교 때 생물 선생님이 너무 싫어서 공부 하나도 안 했거든요.

프레이야 2007-07-19 14:09   좋아요 0 | URL
소나무집님, ㅎㅎ 저도 생물뿐만 아니라 화학도 싫어했지요. 이과 적성이
아닌가 봐요. 이런 책이라도 있었으면 훨씬 흥미롭게 끌려들어갔을 텐데..
요새는 어린이책이 이리 잘 나오니 얼마나 좋아요. 그래도 아이들이 책을
덜 읽고 기계앞에 앉아있어서 속상하지요..

백년고독 2007-07-19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저 초등학교때 이런책만 있었더라면...ㅋㅋ
조카에게 선물해야겠는데요. ^^

프레이야 2007-07-19 14:10   좋아요 0 | URL
네, 고학년 조카라면 좋아할 거에요. 어른이 보기에도 괜찮아요..
님도 과학과는 좀 거리가 있었나요? 혹시..

백년고독 2007-07-1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제또래정도면 어릴적 꿈이 대부분 과학자죠 ^^

프레이야 2007-07-19 14:58   좋아요 0 | URL
아하, 고독님 그러셨구나...^^

향기로운 2007-07-19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딸도 한때는 과학자,물리학자가 되고 싶다고 했었어요^^ 저는 어릴때 생물시간 과학시간이 제일 재미있었던 것 같은데..^^ 실험을 하고 레포트(그때는 보고서라고 불렀던) 써서 내는게 즐거웠었어요. 그림까지 생생하게 그려서 내는거라면 더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네요^^

프레이야 2007-07-19 15:05   좋아요 0 | URL
수빈이 꿈이 과학자였다구요? 그럼 지금은 바뀐거에요? ^^
우리집 큰딸이 사실 6학년때까지 소위 과학영재였어요. 교육청에서 교육받는 프로
그램 있잖아요. 4학년때부터 과학에 관심을 갖고 흥미로워해서 4학년때부터
과학경시대회에서 수상을 여러번 했어요.
그런데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그런 영재프로그램과는 담을 쌓고 안 하려고 하더
군요. 뭔가 흥미를 잃게 한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는 얘기를 하려고
않아서 더 캐묻지를 못했어요. 6학년때 제가 토요일마다 보수동 봉래초등학교까지
데려가곤 했거든요. 그때 서서히 식상해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과학분야 중에
서도 어느 분야에서 흥미를 잃은건지.. 실험하기를 제일 좋아했는데 말에요.
이 책은 수빈이의 꿈을 다시 불러줄지도 모르겠어요. 이 책 시리즈가 물리, 화학..
이런식으로 나올 참인가 보던데요.. 꿈을 이루는 좋은 계기가 되면 좋겠네요. ^^

asdgghhhcff 2007-07-19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고리라고 해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아버지들의 아버지>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다른 책이군요 ^^ 이 소설에서 미싱링크는 으...^^;;;

프레이야 2007-11-03 12:17   좋아요 0 | URL
우아한인삼님, 반갑습니다. 그랬군요..^^
어쩌면 비슷한 게 아닌가 싶네요.

책읽는나무 2007-07-22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분야에 관한 책이군요.음~ 저도 완전 문과학생이었던지라 생물,화학,물리 아예 담을 쌓았더랬죠(수학까지도 그랬지만요.^^)
눈여겨 보았다 나중에 성민이 초등학교 들어가면 미리 읽혀야겠어요.엄마같은 아들이 되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프레이야 2007-07-22 09:00   좋아요 0 | URL
고학년용이라 성민이 데리고 함께 보며 간단히 설명 곁들여주시면 좋아할 것
같아요. 님도 문과라 생각했드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