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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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 문학의 정점”
어린 시절부터 2006년까지 살아온 “그녀”의 개인적인 역사와 사회적인 역사가 세월을 직조한다. 그녀의 세월은 공동의 기억에 스민 내밀한 기억의 총체로서 의미를 가진다. 그 기억은 사회적으로 자주 조작되고 개인적으로는 미화되기 쉽다. “지우고 다시 쓰는 감각! “이 아니 에르노가 택한 도구다.

다음 세대들이 DVD와 각종 매체를 통해 우리들의 가장 사적인 일상의 모든 것, 몸짓, 먹고 말하고 섹스를 하는 방식, 가구들 그리고 속옷들을 알게 되리라 생각하면 기분이 이상해졌다. 사진관 삼각대 위에 놓여 있던 카메라에서 침실의 디지털카메라로, 지난 세기의 어두움이 조금씩 떠밀려 완전히 사라져 가고 있었다. 우리는 미리 부활했다. - P299

그녀는 미래에 대한 감정을 잃었다. 가을에 마른 대로를 걸어 대학에 갈 때, 『레 망다랭」을 덮을 때, 나중에 수업을 마치고 그녀의 오스틴 미니"로 뛰어 들어갈 때, 학교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올 때, 시간이 더 흘러 이혼과 어머니의 죽음 이후에 처음으로 조 다상의 <라메릭>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미국으로 떠날 때, 3년 전까지만 해도 로마에 다시 오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며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졌을 때, 그녀 안에 있었던 몸짓과행동, 낯설고 좋은 것들에 대한 기대가 투영된 무한하게 깊은 어떤 것을 잃어버렸다. - P316

지우고 다시 쓰는 감각(palimpseste), 사전적인 정의에 의하면 새로 쓰기 위하여 긁어서 지운 수사본이므로 완벽히 들어맞는 단어는 아니지만 그녀는 여기에서 그녀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두를 위한, 거의 과학적인, 어쩌면 지식으로 쓸 수 있는 - 무엇에 대한 지식인지는 알지 못한다 - 도구를 본다. 1940년부터 오늘을 살아온 한 여성에 대한 글을 쓰겠다는 그녀의 계획은, 실현하지 못했다는 설움에 죄책감마저 더해져 점점 더 그녀를 붙잡는다. 분명 프루스트의 영향이겠지만, 실질적인 경험을 토대로 계획을 세워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으므로, 그녀는 이 감각이 시작점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 - P272

영감을 받은 단어들이 마법을 부려 등장하는, 형언할 수 없는 세상은 없으며 그녀는 자신을 분노하게 만드는 것들에 대항할 수 있다고 믿고 있던 유일한 도구, 오직 자신의 언어 안에서만, 모두의 언어 안에서만 쓸 것이다. 그러므로 써야 할 그 책이 투쟁의 수단인 것이다. 그녀는 이 야망을 버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 가장 절실하며, 이제는 보이지 않는 얼굴들, 사라진 음식들이 가득 놓인 식탁보를 감싸는 빛을 포착하기를 원한다. 어린 시절 일요일의 이야기 속에 이미 존재했던, 경험한 것들 위에 금세 쌓이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 빛, 지나간 시간의 빛을 구원하기를.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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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0-24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가장 사릉 💓 하는 <세월>


프레이야 2022-10-24 02:22   좋아요 0 | URL
🧡 🧡

파이버 2022-10-26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에르노 저도 읽고 싶은데 어떤 책 부터 읽어야할지 고민이에요ㅎㅎㅎ 유년 시절부터의 이야기라니 이 책 [세월]을 일단 보관함으로~

프레이야 2022-10-26 09:04   좋아요 1 | URL
첫 작품 “빈 옷장”부터 읽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파이버 님.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세월,은 전체를 담으니 그걸 먼저 보는 것도 좋다 싶고요. ^^

파이버 2022-10-26 13:51   좋아요 1 | URL
‘빈 옷장‘도 장바구니에 쏙 해야겠군요. 찾아보니 말씀대로 ‘빈 옷장‘이 데뷔작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