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전김해는 미국 빅아일랜드 하와이 코나에 살면서 <사자와 생쥐가 한번도 생각 못 한 것들>에 이어 두 번째 그림책을 작년 3월에 발간했다. 둘 다 우리나라 출판사에서 진행했고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였다. 숨막히던 시기에 좋은 그림책을 받고 기뻤는데 게으르게도 이제 페이퍼를 쓴다.

사자는 작가에게 특별한 대상이다.

_ 나는 동물의 왕 사자를 볼 때마다 지루한 쓸쓸함, 삶의 권태, 허무를 읽는다. 그래서 모든 걸 가졌음에도 여전히 슬픈 인간의 모습을 닮아버린 사자는 내 가슴에 아련한 연민으로 남아 있다. 하여, 사자를 그리는 일은 나와 세상을 안아주고 위로하는 작업 같았다. - 작가의 말, 중

이 그림책에서 사자는 마치 우리의 초상인 것처럼 그려져 있다. 강하지만 나약하고 불온전한 존재로서 작은 풀, 바람, 거미, 칼 같은 세상의 다른 존재들과 수다를 나누며 세상을 알아간다. 안온하고 냉철하며 충실하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글의 내용도 다감하고 사려 깊고 무엇보다 사자의 다양한 표정에서부터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된다. 그림이 개성 넘치고 개구쟁이 같이 우스꽝스럽고 귀엽고 멋지다.

총 다섯 장으로 나누어 작가의 사유를 짧은 대화체로 혹은 시구로 풀었다. 1장 함께, 2장 괜찮아 괜찮아, 3장 나를 비난하지 않는다면, 4장 불운한 영혼들의 노래, 5장 공평하지 않은 그러나 아주 공평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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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 벨 수 없는 게 무엇이지? “
사자가 물었다.
“미소 짓는 거
뉘우치는 거
용서 하는 거
감사하는 거
품고 있던 칼날도 거두게 하지. “

- 3장 칼로 벨 수 없는 것들, 중


특히 4장에서는 세상살이 진리와 세상 사람들의 내면을 냉철하게 돌아보게 한다.

“시기의 얼굴엔 구질구질이 덕지덕지하다.” 라든지
세상을 한 바퀴 돌고 온 바람이 힘을 사랑하는 사자에게 하는 말 “크든 작든 휘두른다면 똥파리만 붙는다. “

(power-권력, 중)라든지…

그러면서 결론은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았고
또 누구에게나 공평하였다. “
라고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전김해 작가이다.

이 말의 표피만 읽으면 반박하고 싶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끄덕끄덕 공감하게 된다. 질풍노도를 지나 삶을 수용하고 자성하는 태도로 삶에 진심이 된다면… 누군가의 희생과 불운에 나의 기쁨과 행운이 빚을 졌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게 된다면…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에도 여전히.

읽는 이에 따라 많은 생각이 오갈 그림책이다. 내용이 다소 철학적이고 어려울 수 있지만 아이와 한 장씩 읽고 대화를 끌어내면 사고력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오히려 아이들은 복잡해 보이는 것에서도 순수결정체를 끌어내는 단순함의 마력이 있기에 본질을 더 잘 꿰뚫어 본다. 이야기의 중심으로 에두르지 않고 갈 줄 아는 힘이 있다. 그림책은 아이와 어른이 같이 보고 이야기 나누고 그럴 때 효과가 배가되는 듯하다, 경험상. 작가도 그런 표기를 하지 않았듯이 굳이 어른그림책이라고 한정하고 싶지 않다.

세번째 그림책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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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09-28 0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삶은 공평하지 않으면서 공평하기도 하네요 글을 보고 좀 생각해야겠습니다 사자가 다 가진 듯 보여도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 때문에 쓸쓸할지도... 다 가진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도 다르지 않겠습니다 사람뿐 아니라 다 겉만 보면 잘 모르기도 하네요 그게 다기도 하고 다가 아니기도 하겠습니다


희선

2022-09-28 0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롯하루 2022-09-29 05: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작가, 멋진 그림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온하고 냉철하며 충실하고 자유로운 영혼의 사자를 얼른 만나보고 싶네요.

프레이야 2022-09-29 08:37   좋아요 3 | URL
오롯하루 님 반갑습니다 ^^
사자 표정이 풍부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