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서 동화책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필요한 첫 읽기책,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첫 읽기책은 어떤 미덕을 갖추어야 할까? 우선 캐릭터가 매력적이어야 한다. 너무 반듯하거나 모나지 않으면서 아이들 마음을 잘 대변해주어야 한다. 여기 산냥이가 그렇다. 아이들이 읽으면서 나도 이런데, 이럴 때 있었는데 하며 충분히 감정이입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이야기가 흥미로워야 한다.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으면서 적당히 긴장감을 유발하며 뒷이야기가 궁금하게 해야 한다. 하늘다람쥐와 너굴 아재의 수상한 행보에 의심을 키우고 발을 동동거리며 읽어가게 된다. 마지막으로 은은한 메시지가 필요하다. 각자 생각해볼 거리를 주되 노골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시나브로 스며들 듯 각자의 답을 찾아가게 해야 한다. 호호당 산냥이의 캐릭터, 이야기, 메시지를 찬찬히 살피며 이런 미덕을 찾아보길 바란다. 처음 읽을 땐 천방지축 산냥이의 시선과 마음을 따라 읽었다. 잘하고 싶은데 자꾸 실수하고 일이 꼬여 속상한 산냥이, 마음껏 세상을 구경하고 싶은데 하지 말라는 호호할멈이 원망스럽고 갑갑한 산냥이, 툴툴거리지만 누구보다 호호할멈을 사랑하는 산냥이가 보였다. 두 번째 읽을 때는 산군 호호할멈의 시선과 마음을 따라 읽었다. 청개구리처럼 말은 하나도 안 들으면서 제멋대로 사고치고 때로 세상 혼자 억울한 말썽꾸러기 산냥이를 키우는 호호할멈의 한숨이 너무나 공감이 되었다. 따로따로인 것 같았는데 산냥이는 산냥이대로, 호호할멈은 할멈대로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겹쳐졌다. 그 마음이 우리가 지켜야 할 호약산이고 호호당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어." - P98
「3학년 2반 7번 애벌레」는 배추흰나비의 한살이를 관찰하며 같이 읽는 필독서다. 그 책의 작가님 신간이라니 궁금했다. 작가면서 교사여서 이번에도 교실에서 유심히 관찰하고 고민한 바를 재미있고 의미 있게 풀었다.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전에 당연히 먼저 읽었다. 첫 장인 ‘발표해요’부터 우리 교실에 다 있는 친구들이었다. 손을 들까 말까 망설이는 친구, 목소리가 큰 친구,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친구 등등 읽을 때마다 한두 명씩 겹치는 아이들이 떠올랐다. 각 친구 특징과 속마음을 딱딱 읽어 펼쳐두었다. 우리 반 친구들에게도 읽어주었다. 재깍 ㄱㄱ이요, ㄴㄷ이요 아우성이다. 친구를 떠올려 찾는 것도 좋겠지만 자기가 해당하는 것을 찾아보자 했다. 우선 작은 붙임딱지를 다섯 장씩 나눠주고 거기에 이름을 써서 갖고 있게 했다. 내가 읽어주는 동안 아이들은 스스로 돌아보고 ‘나도, 나도!’라는 마음이 들면 이름표를 갖고 나와 해당 쪽에 붙이게 했다. 얼마 읽어주지 않아서 이름표가 다 떨어져서 리필을 해야만 했다. 대부분 자기 생각과 주변 친구들 생각이 일치했다. 아이들은 이 과정을 즐거워했다.신학기가 시작되면 선생님들은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며 ‘다 다른 별이다’, ‘모두 다 예쁜 꽃이다’ 하면서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함께 어울려 더 멋진 교실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모두가 육각형 인재, 반듯반듯한 모습일 수 없다. 저마다 강점과 약점이 있다. 이 책은 교실 각각 친구들의 모습을 따뜻하고 다정한 시선으로 펼치고 끝내지 않는다. 각 장 끝에 ‘이럴 땐 이렇게!’로 상황별 조언을 건넨다. 마음을 살펴주고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일러준다. 다 다르지만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다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정보란 서로 다른 지점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무언가다. - P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