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맞다(천양희, "너무 많은 입", 창비, 2005)


  바람이 일어선다 나무가 서 있는 곳은 초록빛 생명으로

  가득 차 있다 나무는 영원한 초록빛 생명이라고 누가 말했더라

  숲을 뒤흔드는 바람소리 「마왕」곡 같아 오늘은 사람의 말로

  저 나무들을 다 적을 것 같다 내 눈이 먼저 하늘을 올려다

  본다 비가 오려나 거우누별이 물기를 머금고 있다 먼 듯

  가까운 하늘도 새가 아니면 넘지 못한다 하루하루 넘어가는 것은

  참으로 숭고하다 우리도 바람 속을 넘어왔다 나무에도 간격이

  있고 초록빛 생명에도 얼음세포가 있다 삶은 우리의 수난

  목숨에 대한 반성문을 쓴 적이 언제였더라 우리는 왜

  뒤돌아본 뒤에야 반성하는가 바람을 맞고도 눈을 감아버린

  것은 잘한 일이 아니었다 가슴에 땅을 품은 여장부처럼

  바람이 일어선다

 

- 멜기세덱님 서재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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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6-12-29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장들이 너무나 아름답다고 할까 표현이 너무 멋지네요. 잘 읽고 갑니다.

비로그인 2006-12-30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숲을 뒤흔드는 소리는 정말 마왕을 듣는 것 같을 때가 있어요.
저만 느끼는게 아니었네요.
좋은 시 잘 읽었어요.

프레이야 2006-12-30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 승연님/ 신년시로 생각할래요^^

2006-12-30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6-12-30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ㅂ님/ 잘 다녀오세요. 그리고 새해엔 어여 서재로 돌아오시길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