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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곰 친구 - 제46회 금정상 아동·청소년 부문 수상작 ㅣ 독깨비 (책콩 어린이) 77
장유위 지음, 마오위 그림, 조은 옮김 / 책과콩나무 / 2023년 2월
평점 :
해발 천 미터 높이 산자락에 있는 작은 마을에 안개초등학교가 있다. 3학년 교실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 5명의 친구들이 있다. 산에는 울창하고 너른 숲이 펼쳐져 있고, 교문 건너편에는 커다란 녹나무가 있다. 안개가 찾아오면 학교와 마을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아이들은 자신만의 세상으로 들어간다. 이 신비로운 숲 교실에 어느 날 특별한 친구가 찾아온다.
“학-교-다-니-고-싶-은-데, 그-래-도-돼-요?”
커다랗고 시커먼 곰 한 마리가 말을 하고 있다. 말하는 곰이라니! 이게 말이 되냐고?
동화적 상상력이 없는 이들은 이 이야기를 만날 자격이 없다고 이야기해 주려다 그만두기로 한다. 책을 읽노라면 이런 딴지를 거는 친구들에게도 우리 반 곰 친구가 어느새 마음속으로 들어와 그의 친구가 되어 있을 테니 말이다.
아이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책임을 가지고 있는 젠추 선생님은 “말할 줄 아는 곰은 위험하지 않아.”라며 사람 글자를 알고 싶다는 곰을 학생으로 받아들인다. 곰 친구는 ‘헤이곰’이라는 이름도 갖게 된다.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마을의 어른들도 처음에는 아이들과 함께 있는 헤이곰을 보고 깜짝 놀라지만 모두 한 마음으로 헤이곰을 지키기로 약속한다. 산 아래 있는 아이들 부모에게도 헤이곰 이야기는 비밀로 하기로 했다. 말할 줄 아는 곰은 많은 이들의 표적이 될 테니 말이다. 누군가 나타난다면 “헤이 헤이 헤이.”라는 신호를 주기로 하고, 그 말을 들으면 헤이곰은 온몸을 늘어뜨리며 곰 인형인 척 하기로 약속했고 이 작전은 성공했다.
아이들과 헤이곰은 함께 공부하고 함께 놀면서 소중한 것들을 나눈다. 헤이곰은 아이들을 꿈꾸게 해 주었고, 아이들은 헤이곰과 함께 자랐다.
방학을 맞아 숲으로 떠나는 헤이곰과 아이들은 짧은 이별 후 다시 만날 줄 알았다. 하지만 태풍은 안개초등학교를 삼켰고, 녹나무를, 그리고 마을을 모두 삼켜 버렸다. 그리고 아이들은 산 속 마을로 돌아오지 못하고 헤이곰을 그리워하며 자랐다. 아이들이 없는 마을에서 헤이곰은 잘 지내고 있을까?
헤이곰과의 추억이 담긴 아이들 사진이 어느 날 숲에서 발견되고 기자는 아이들에게 곰과 함께 생활했느냐 묻지만 모두는 곰 인형이었다고 이야기한다. 헤이곰은 다른 이들에게는 곰 인형이어야 했다.
헤이곰은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무탈하게 잘 지냈을까? 아이들은 헤이곰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것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천천히 읽어보면 좋겠다.
책을 읽다 보면 누군가 좋다고 말해주지 않았는데 정말 좋은 책임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온몸이 짜릿해진다. 이 책을 통해 그런 행복을 느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목이 메이겠지만…….
“안녕, 헤이곰. 잘 가, 헤이곰.”하고 인사해 보면 좋겠다.
내 마음 속에서 헤이곰이 안전하게 잘 지내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