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코드를 읽어라 - 시장을 지배하는 법칙, 글로벌 스탠더드
전성철 지음 / 청년정신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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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가 열리고 나니, 자동차는 하늘을 나는 대신에 아직도 땅으로 쌩쌩 달리고, 사회보장이 실현되어 요람에서 무덤까지 평온한 삶, 아무런 걱정이 없는 삶이 준비되었는 줄 알았는데... 더 많은 일을 하며, 시간에 쫓기지만 항상 불안한 모습이 우리의 자화상이다. 세계화로 인하여 물질적인 풍요가 더 해져 만인이 행복을 누릴 줄 알았는데, 몇 몇의 극 소수가 한나라의 경제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불균형은 심각해졌다. 이런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의 코드'가 있어야 하며, 그것은 다름 아닌 글로벌 스탠더드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국적중립, 인종중립, 성별중립, 연령중립적인 개념이다. 무조건 떡을 빨리, 잘 키우기만 하면 그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인 것이다(19쪽)' 아울러 세계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고 있다.

지은이는 변화의 코드와 앞으로의 다가올 세기(31쪽) 등을 예언자적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다. 그가 보기에는 지구는 하나의 '촌(마을)'으로 가속화되어 갈 것이며, 이는 무한 자유 경쟁 시장 논리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무조건 떡을 빨리, 잘 키워'야만 살아 남을 수가 있다. 하지만 시장이 죽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보이지 않는 손(71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복잡화되고 있으며, 지금 현재 시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를 더욱 인식시키는데, 어떠한 논리로서 조절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아울러 시장을 '욕심쟁이가 되도록 해주는 제도', '남을 해치지 않는 이상 마음껏 자유를 주는 제도'라는 정의는 우물안 개구식 정의이다. 견물생심이라 했든가? 앉고 나면 눕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인데, 남을 해치지 않는 현실이 존재하고 있는가? 그의 논의는 산업혁명이 시작되기 전에 논의 되어야할 문제를 다시 꺼집어 내어, 새 코드인냥 이야기를 건낸다.

문화를 떡으로 보는 시선은 시장 만능주의를 채택한 지은이의 사고관이 아닐까 한다. 혹 그렇기 때문에 문화를 통한 삶의 행복 추구가 아닌 눈에 급급한 수익을 추구하지 않는가? '자유와 욕심은 사람들로 하여금 경쟁'을 하게 하며, '인류의 떡이 자연스럽게 엄청나게 빠른 속도록 커(69쪽)'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우리에게 무슨 상관이 있는가? 미국민들이 비만으로 인해 소비하는 돈을 다른 빈민국가에 나누어준다면 그들은 곤궁에서 벗어난다고 했다. 지은이의 말대로 인류의 떡이 커진다 하여도 이는 통계에 의한 것이지, 인류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는 하지 못한다.

그는 철저하게 시장의 논리를 채택하고 있으며, 무한 세계의 경쟁이 인류의 떡을 키워준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가져야 한다는 논의에 대해서는 왈가불가하지 않는다. 다만 그의 논의가 너무 단순하며, 깊은 성찰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말을 했지만 참고문헌이나 통계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듯해 매우 실망스럽다. 그의 사고적 깊이로 인하여 보완이 된다면 별 문제이지만 그렇지가 않기 때문이다.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시작 된 이유를 봉건제도가 해체되면서 자유가 주어졌기 때문이라 한다. 봉건제도의 해체가 산업발전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주었는지 몰라도 '아니 전 세계에서 시민에게 자유를 가장 먼저 허락한 나라(75쪽)'라는 점에서는 의구심이 드는데, 무엇으로 증명할 것인가? 이는 지엽적인 문제 일 수도 있지만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질 때에만 그의 모든 논의가 신빙성을 얻을 것이다.

차라리 변호사였으면 적어도 숨겨진 이미지로 인해 신비감을 얻었을테지만 어설픈 글쓰기로 무엇을 얻을려고 했다면, 그는 불성심함과 단순한 사고관에 대한 확신을 나로 인해 얻었을 것이다. 더 읽을 가치가 없기에, 절반을 넘기지 않았습니다.

여담: 동아일보 1,26일자 신문에 '로드릭'교수의 인터뷰가 실렸다.(美 하버드大 교수의 스탠다드 신봉에 대한 기우(조언)가 나와있다. 아쉽게도 한 장의 신문면이 더 가치있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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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린다 - 개정판
요쉬카 피셔 지음, 선주성 옮김 / 궁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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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 회사 동료가 나에게 찾아와 같이 달리자고 하는 것이다. 장난 삼아 '그러마'라고 대답을 하니, 다시한번 생각할 겨렬도 없이 인터넷으로 신청을 하고서는 회비를 달라고 하는 것이다. 난 울겨 겨자 먹기로, 아니 달리기를 하고 나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하자는 친구의 제의의 위로를 삼았다. 학교 다닐 때에 달리기를 하면 20초에 몇 초가 부족한 나이기에 내심 걱정이 드는 것이다. 날짜가 다가 올 수록, 참가하는데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5월의 달콤한 날 경기가 시작되고 나자, 오기가 생겨서 생각지도 않았던 '완주'를 마음 먹었다. 하프(절반)구간은 2시간 30여분 동안 나를 달리기 했다. 숨이 멎기도 할 듯 하고, 종점이 다가오는 구간에는 발 보다 마음이 앞서기도 했다.

헉헉 그리며 달려온 거리. 과연 그 시간이 내게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가 있었을까? 혹은 나를 다시 잡아 끄는 매력은 무엇일까? 친구들이 달리기 왜 하냐고 묻을 때 마다 궁색하게, '남자로서 완주한번 해 봐야지'하면 '여자는 완주하면 안되나'라는 대꾸가 날라온다. 정말 달리기에는 무슨 매력이 있을까? 아마도 피셔에게는 몸무게를 줄이고자하는 욕구가 강했겠지만 나는 살이 안쪄서 고민이니 체력을 소진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다.

요쉬카 피셔의 달리기를 읽다가 보면, 나는 경영서를 한 권 읽은 느낌을 받았다. 그는 자기가 달리기 한 것을 말한 것에 불과하지만 나에게 말을 건내는 그는 생활(습관)에 대해 이렇게 경영을 해라하고 들려주는 듯하다. 아울러 달리기를 함으로써 얻어지는 이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 준다.

우선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를 직시한다. '날씬함을 약속하는 이러한 시장이 계속적으로 커간다는 사실은 최소한의 이성을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현재 팔리고 있는 물건이나 약들이 대부분이 효과가 없을 것(27쪽)'이라는 말한다. 즉 농약으로 인하여 곤충이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더 내성이가 강해진 변종을 생산하여 농약 제조회사를 살찌우 듯, 다이어트 비법을 판매하여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 아닌, 본질적인 도외시하고 어설픈 약속을 통해 계속적인 판매를 넓혀 가는 것이다. 결국 다이어트 판매상들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인가?

달리기이다. 지방을 몸에 축적하지 않기에 좀 더 가벼운 몸을 유지할 수가 있으며, 계속적인 운동은 규칙적인 생활을 유도한다. 아울러 밤시간을 줄이므로써 몸의 피로도 줄어든다. '긍정적인 방향(103쪽)'으로 사고를 만들어 내며, '복잡하게 얽혀있던 생각과 피곤함이 완전히 사라(108쪽)'지 곤 한다. '모든 말단세포에까지 산소를 보내주는 일종의 생체기관을 위한 산소목욕(110쪽)을 하게도 된다. 이런 긍정적이고, 가벼운 마음가짐을 몸무게를 자연스레 자기에게 맞게 조절을 해 주는 할일을 하는 것이다. 아울러 계속적인 달리기를 통해 그는 스스로를 조절하는 사고도 지속적으로 한다. 장거리를 달려본 사람은 알겠지만 한번에 전력질주를 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 그는 마라톤의 완주 코스를 위해 운동을 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건내주기도 한다.

달리기를 단순한 '너무너 지루한 운동(77쪽)'에서 달리기를 통해, 목적-수단의 관계는 완전히 바뀌고 '달리기 그 자체가 목적이 되(183쪽)'버린 한 아마추어를 따라가다 보면, 달리고 싶다는 마음이 가슴 가득 채워진다. 단순히 몸무게를 줄이기 위한 운동이 얼마만큼 사람을 변하게 하는가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읽어 간다면 무척 재미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피셔씨가 하나씩 늘여가는 모습을 자기 몸에 맞게 벤치 마킹하는 것도 좋겠지만 '삶에 대한 경영'이라고 생각하고, 경영자의 입장에 보아도 무척 많은 것을 느끼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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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
최성현 지음, 이우만 그림 / 도솔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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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은 가치관 혹은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이를 만난다는 것은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그가 조금더 깊이 있게, 혹은 세심하게 이야기를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면, 더 큰 아쉬움이 된다.

산에 대한 동경은 다른 책 서평에서 올렸기에, 거두절미하고 아쉬움을 한탄해 보겠습니다.

저는 이철수의 글을 읽으면서 조금은 불안했습니다. 내 친구 최성현을 이야기 하면서 '그가 몰고 다니는 4륜 구동의 소형트럭, 핸드폰과 함께 그가 누리는 현대 과학의 산물'을 '생태적 근본주의에 갇혀 있지도 않으면서 과학 만능에 기대지도 않는 새로운 삶의 모형을 모색하는 그 일이 통쾌해 보이기도 했습니다(17쪽)'라고 표현합니다. 산에 4륜 구동의 소형트럭을 몰고 올라가는 사람이 과연 얼마만큼 애정을 가지고 있을까라는 기우(杞憂)가 든 것이죠. 이런 쓸데 없는 걱정이 갈수록 구체화됨에는 그저 한숨 뿐...

이 책의 지은이가 산에 살면서, 느낀 점을 표현합니다. 우선 나만의 장소라 하면서 산에서 누워 보기도 하고, 앉아 보기도 하고, 엎드려 보기도 하라고 권합니다. 그러면 다른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다는 것이죠. 이렇게 자상하게 말하는 장면에 글자 한 자 놓칠까봐 책을 더욱 당겨서 보았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거울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제일라는 교만한 마음을 갖지만 않는다면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를 보고도 우리는 여러가지를 깨우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32쪽, 관물찰기)' 스스로를 비추어 보는 것이죠. 즉 우리는 항상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며 삶을 살아가곤 합니다. 자세를 낮추어 보라는 것은 일회성에 거칠 수도 있지만 산에는 만은 겸손, 작은 희망 하나를 품을 수가 있기 때문에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뒤로 갈 수록 아니다 싶은 장면이나 글귀가 나타났습니다. 스스로 교만해짐을 버려라고 하지만 지은이만은 버리지 않는 듯 하여 안타까웠습니다.

'누군가를 평가하려면 그 사람의 모카신(북아메리카 인디언의 뒤축이 없는 신)을 신고 세 달을 걸어본 뒤라야 한다(49쪽)', '사람의 얼굴을 보면, 관상쟁이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대충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60쪽)' 너무 말을 쉽게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앞서서는 인디언의 격언을 들어서 신중해라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쉬이 평가를 내립니다. 이는 깊은 고뇌나 성찰에 의한 것이아니라 마음에 드는 문구를 감성적으로 익힌 것이라 짐작이 됩니다.

'꽃이 피기 전에는 있는지조차 몰랐던 풀꽃들이 여기저기서 피어나 비로소 그 존재를 한껏 드러낸다. 이렇게 구별하기 쉽다는 이유로 꽃이나열매를 중심으로 도감을 만드는 것이다.(80쪽)' 앞서의 내용은, 우리나라 도감에 꽃이나 열매를 많은 이유를 드러낸 문구입니다. 즉 곁에 두고 보지 않고 꽃이 만개한 날에 찾아가 사진을 찍어서 책을 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00권의 책 중에 99권이 이렇게 책을 낸다 하더라도, 한 권을 마저 읽지 못했다면 이러한 말은 삼가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본인만 꽃을 좋아하고 산을 좋아한다는 좁은 선입관은 되도록이면 빨리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여기서 어느어느 도감이 뛰어나다는 말은 차마 하지 않겠습니다. 너무나 많기에... 아울러 그의 책도 도감인냥 나무며 꽃, 새 등이나오는데, 예닐곱 줄이 되지 않는 문구는 머리에 들어오기에 벅찹니다. 이는 무엇보다도 그가 잘 알 것입니다. '이름을 외웠더라도 한번 보고는 잊기 쉬우므로 다시 확인하는 과정(80쪽)'을 부탁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쉬이 이름이 외워지지 않는 것을 알고, 남의 책을 쉬이 비판하면서... 정작 본인의책이는 예닐곱줄의 짤막한 백과사전식 내용만 있고 그림은 드문드문 나옵니다.

도감이라 하기에는 너무 부족하고, 산에 사는 산사람의 이야기라 하기에는 너무 오만방자하고, 좋은 기획이라 하기에는 편집이 엉망이고...차마 아쉽다아쉽다하며, 책을 다 읽지 못하고 덮을 뿐입니다. 다음에 조금 더 깊은 성찰의 책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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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토 2024-01-06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촌평이 차라리 아쉽군요
 
토토로의 숲을 찾다 - 내셔널트러스트의 여행
요코가와 세쯔코 지음, 전홍규 옮김 / 이후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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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년 앞서 어느 작은 곳에서 자연에 대한 보호 정책이 사람들에 의해 실현되고,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지은이는 내셔럴 트러스트의 유래와 역사 그리고 영국과 그 주변에 펴져 있는 내셔럴 트러스트 지역을 살피고 있습니다. 아울러 일본에서도 이러한 운동이 더욱 번성하길 바라죠. 저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지은이의 바람을 이어갑니다. 내 켵에 있는, 우리 곁에 있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고 싶습니다.

하지만 좋은 취지로 글을 적었지만 지은이의 사고관이 너무 협소하고 깊이가 상당히 부족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셔럴 트러스트에 관한 한 지은이의 맹목적 사랑과 문명의 이기(자동차)를 통한 수박 겉핧기씩의 여행. 체험하지 않은 체, 혹은 자기만 알고 있는 느낌을 사건 위주로 서술하여 읽는 나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은이는 내셔럴 트러스트에 대해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는 듯 하며, 이는 그 건물 밖에는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드러납니다. 아울러 세심한 관찰이나 그곳에서의 느낌, 나만의 상상력을 풀어내지도 않습니다. 경상남도 밀양시 내일동 밀양 강가 우리나라 3대 누각 중의 하나인 '영남루'가 있다는 씩의 번지 설명에 머무르는 듯 합니다. 더욱이 아쉬운 것은 단순한 경치에 대한 관망이 있지만 사진이 흑백이고 제대로 표현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76쪽의 세브 시스터스에 대한 사진은 열림을 지향하지 않고 먼지 속에 묻혀진 액자인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는 자전거 도로가 있습니다. 이곳은 자전거가 일상적인 곳이죠. 그곳을 보면서 지은이는 '배기 가스를 토해내지 않는 이렇게 편리한 물건이 잊혀지려 하고 있다. 대도시에서는 탈것과 환경오염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156쪽)'합니다. 과연 대도시에서만 자전거가 필요할까요? 지은이는 분명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짐은 그다지 무겁지 않았지만 이틀 동안 섬을 힘 안들이고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차로 움직이는 쪽이 낫(79쪽)' 기 때문이다. 그는 조금은 편리를 위해서 자동차를 애용합니다. 자동차가 다님으로써 생기는 매연과 도로에 따른 정비 등에 대한 생각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아울러 느끼지 않았으면서 느낀 듯이 말하는 부분에서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건조한 모래는 사람이 밟으면 소리를 낸다. 어린 강아지처럼 '바우바우'라든가, 혹은 '끼익끼익'하고 새가 우는 것 같다(64쪽)'라며 말하지만 그는 결코 '차에서 내려 걸어보고 싶었'겟지만 '천천히 즐길 시간적 여유'가 없어 창문 넘어로 보고 사라집니다. 자연을 대한 사람은 압니다. 모든 일상을 벗고 여유를 얻는다는 것을! 이렇게 촉박하게 사는 이가 내셔럴 트러스트가 가꾼 숲을 얼마만큼 여유롭게 관조했을까라고 묻지 않아도 압니다.

지은이가 보는 자연은 또 다른 동물원에 불과합니다. 우리의 머리를 식히기 위해, 혹은 맑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곁에 두어야 하는. 동물원에 동물을 가둬 두는 인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고집한 동물과의 공존은 거짓말입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놓아두지 않고 동물원처럼 꾸민 다음에 사랑한다는 것은 자위이며 위선입니다. 이는 당장의 환경오염에 대한 걱정에 의한 것이겠지만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우리 곁의 자연이 지금 이대로 머물게 바라는 것은 억측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동물원에서만 존재하는 동물과 그 밖의 몇 몇 동물들 밖에 없 듯이(-수 많은 종들이 실종되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을 아시고 계실 것입니다) 자연도 이와 마찬가지로 될 것입니다. 도시곁에 혹은 인간의 기계 문명으로 갈 수 있는 곳에 자연이 있겠지만 자연은 동물과는 달라서 파괴되거나 사라질 것입니다. 기계 문명이 침투하는 사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자연은 큰 병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자연을 지키고 싶다면 두 발로 다가가야 할 것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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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 AG건축기행 1, 옛절에서 만나는 건축과 역사 김봉렬 교수와 찾아가는 옛절 기행 2
김봉렬 글, 관조스님 사진 / 안그라픽스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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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책이라는 것은 글 만 가득히 있는 것으로 생각한 적이 있었다. 장정일의 유년시절을 장악했던 삼중문고를 떠올리면 된다. 가로줄로 가득히 적혀 있는 글자는 어떤 때에는 나를 지치게도 하지만(특히 1970년대 동서문화사가 펴낸 500여쪽, 둘 줄의 세로쓰기는 나를 경악하기에 충분하다) 오기로 인해 밤을 새워 가며 읽은 적도 있다. 나는 아직도 그 책들을 기억하고 있다.

요즘에는 상술에 눈이 먼 것인지 무식하게 책을 편집하지 않고, 세련된 말로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것인지 모르지만 두께가 그리 두껍지도 않다. 아울러 책 속의 글도 여백을 충분히 두는 경우가 있다. 옛날을 생각하면 요즘 책은 쉬이 읽히는 것이 어쩌면 내게는 당연하다. 두껍지 않은 책에 미묘한 줄다리기를 하는 내게 이 책과의 만남은 잊지 못할 것이다. 머물고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그곳을 동경하는 것이며, 가고 싶다는 뜻을 함유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안그라픽스는 예전부터 디자인에 관한 책을 많이 내는 것으로 익히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책을 펼치는 순간 나는 숨이 멎을 뻔 했다. 안그라픽스 사장이 관조스님을 찾아가 청(請) 한 이유를 충분히 공감(共感)할 만 하다. 이는 사진이 내 뿜는 광기가 눈빛의 광선을 흡수하며, 내 마음 속 깊이 침투하기 때문이다. 그냥 나는 한 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검은 색 줄줄이 늘여서진 큰 글자만 마주치다, 뜻하지 않게 만난 행운을 쉽게 놓치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마음 어디 한 구석 여유를 주지 않고 자리잡은 풍경이 그곳에 날 가두기 때문이다.

'천왕문을 지나 불이문으로 이르는 길은 짧지만 길고, 굽었으되 곧아 보이는 끝도 모를 계단이 계속된다. 이 장면은 한국 불교 건축이 성취한 가장 뛰어난 모습으로 한국적 미학의 극치이다(20쪽/사진12,13쪽)'라고 말한다. 단순히 이렇게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면 아하~ 그렇구나 했겠지만 스님이 찍은 사진은 굳이 지은이가 말하지 않아도 내 머리는 이 보다 더 아름다운 장면이 있을까라고 새기고 있는 중이였다. 아울러 '작은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초라하지 않고 극히 역동적인 관계를 형성하다(33쪽)'는 표현은 왼쪽면 사진과 너무나 잘 어우러진다. 지은이가 아름다운 필치로 날줄을 엮어 간다면, 스님은 우리가 무심코 스친 지난 장면을 꽃 보다 더 아름답게 스케치하고 있다. 이 보다 사진과 글이 잘 어울리는 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책이다.

'우연한 감동은 없다. 가운루의 형태나 규모. 그 위치가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은 그 속에 담겨진 의미와 옛스님들의 뜻 깊은 사려 때문(64쪽)'라고 말한다. 난 얼마만큼 옛스님들의 뜻을 헤아리고 있었을까? 아울러 '건물을 살리려다 건축을 잃어(58쪽)'버렸다는 지은이의 충고가 가슴에 또다른 울림으로 다가온다. 나는 너무 쉽고 편리한 것만 추구하지 않았나? 내가 가보고 싶은 곳에 차를 타고 훌쩍 떠나서는 '뭐 그저 그렇게 생겼네' 혹은 '다른 절과 다름이 없네'라고 말하지 않았었나...

난 사찰에 오르면 말을 걸을 것이다. “왜 그곳에 있나고?” 그러면 아름드리 기둥들이 떠 받치고 있는 사찰들이 빙그레 미소지으며 나에게 다가와 말을 할 것이다. “나는 옛날부터 이곳에 있었단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손주 녀석의 복을 빌려고 올라오면, 나를 물끄러미 그네들을 보면서 이야기를 담고 싶었거든. 내 몸 어딘들 이야기가 머물지 않은 곳이 없단다. 그리고 나를 길러내신 스님들이 너네들을 더욱 복되게 하려는 생각을 한가득 담았기 때문이지.' 이는 국사단을 '넣을 수도 뺄 수도 없는 성격의 건물을 봉황문과 해탈문의 사이(36쪽)'에 둠으로써, 사람들에게 복을 하나라도 더 언져주려는 스님들의 충정어린 고뇌가 아닐까? 그리고 '일단 안양루에 오르든지 무량수전의 기둥에 기대서 지나온 행로를 돌와봐야 한다(46쪽)'는 지은이의 강조는 수 백 년의 세월을 거슬러 내려오는 옛스님의 목소리가 아닐까?

조금은 지은이의 필력이 조금 더 만용(蠻勇)을 부렸으면 하는 아쉬움 뒤로 동경이 채워진다.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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