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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린다 - 개정판
요쉬카 피셔 지음, 선주성 옮김 / 궁리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지난해 봄, 회사 동료가 나에게 찾아와 같이 달리자고 하는 것이다. 장난 삼아 '그러마'라고 대답을 하니, 다시한번 생각할 겨렬도 없이 인터넷으로 신청을 하고서는 회비를 달라고 하는 것이다. 난 울겨 겨자 먹기로, 아니 달리기를 하고 나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하자는 친구의 제의의 위로를 삼았다. 학교 다닐 때에 달리기를 하면 20초에 몇 초가 부족한 나이기에 내심 걱정이 드는 것이다. 날짜가 다가 올 수록, 참가하는데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5월의 달콤한 날 경기가 시작되고 나자, 오기가 생겨서 생각지도 않았던 '완주'를 마음 먹었다. 하프(절반)구간은 2시간 30여분 동안 나를 달리기 했다. 숨이 멎기도 할 듯 하고, 종점이 다가오는 구간에는 발 보다 마음이 앞서기도 했다.
헉헉 그리며 달려온 거리. 과연 그 시간이 내게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가 있었을까? 혹은 나를 다시 잡아 끄는 매력은 무엇일까? 친구들이 달리기 왜 하냐고 묻을 때 마다 궁색하게, '남자로서 완주한번 해 봐야지'하면 '여자는 완주하면 안되나'라는 대꾸가 날라온다. 정말 달리기에는 무슨 매력이 있을까? 아마도 피셔에게는 몸무게를 줄이고자하는 욕구가 강했겠지만 나는 살이 안쪄서 고민이니 체력을 소진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다.
요쉬카 피셔의 달리기를 읽다가 보면, 나는 경영서를 한 권 읽은 느낌을 받았다. 그는 자기가 달리기 한 것을 말한 것에 불과하지만 나에게 말을 건내는 그는 생활(습관)에 대해 이렇게 경영을 해라하고 들려주는 듯하다. 아울러 달리기를 함으로써 얻어지는 이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 준다.
우선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를 직시한다. '날씬함을 약속하는 이러한 시장이 계속적으로 커간다는 사실은 최소한의 이성을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현재 팔리고 있는 물건이나 약들이 대부분이 효과가 없을 것(27쪽)'이라는 말한다. 즉 농약으로 인하여 곤충이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더 내성이가 강해진 변종을 생산하여 농약 제조회사를 살찌우 듯, 다이어트 비법을 판매하여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 아닌, 본질적인 도외시하고 어설픈 약속을 통해 계속적인 판매를 넓혀 가는 것이다. 결국 다이어트 판매상들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인가?
달리기이다. 지방을 몸에 축적하지 않기에 좀 더 가벼운 몸을 유지할 수가 있으며, 계속적인 운동은 규칙적인 생활을 유도한다. 아울러 밤시간을 줄이므로써 몸의 피로도 줄어든다. '긍정적인 방향(103쪽)'으로 사고를 만들어 내며, '복잡하게 얽혀있던 생각과 피곤함이 완전히 사라(108쪽)'지 곤 한다. '모든 말단세포에까지 산소를 보내주는 일종의 생체기관을 위한 산소목욕(110쪽)을 하게도 된다. 이런 긍정적이고, 가벼운 마음가짐을 몸무게를 자연스레 자기에게 맞게 조절을 해 주는 할일을 하는 것이다. 아울러 계속적인 달리기를 통해 그는 스스로를 조절하는 사고도 지속적으로 한다. 장거리를 달려본 사람은 알겠지만 한번에 전력질주를 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 그는 마라톤의 완주 코스를 위해 운동을 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건내주기도 한다.
달리기를 단순한 '너무너 지루한 운동(77쪽)'에서 달리기를 통해, 목적-수단의 관계는 완전히 바뀌고 '달리기 그 자체가 목적이 되(183쪽)'버린 한 아마추어를 따라가다 보면, 달리고 싶다는 마음이 가슴 가득 채워진다. 단순히 몸무게를 줄이기 위한 운동이 얼마만큼 사람을 변하게 하는가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읽어 간다면 무척 재미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피셔씨가 하나씩 늘여가는 모습을 자기 몸에 맞게 벤치 마킹하는 것도 좋겠지만 '삶에 대한 경영'이라고 생각하고, 경영자의 입장에 보아도 무척 많은 것을 느끼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