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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의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가브리엘 루아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3년 7월
평점 :
음,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1862년 태국 방콕의 왕궁에 영국의 젊은 미망인 안나(Anna Leonowens: 데보라 카 분)가 아들 루이(Louis Leonowens: 렉스 톰슨 분)와 함께 사이암 왕(King Mongkut of Siam: 율 브린너 분)의 초청을 받아 왕손들의 가정교사로 부임해 온다. 아들 루이는 웃통을 입지않은 사이암인들을 보고 야만인의 나라라고 겁을 먹는데 그녀는 두려움을 느낄 때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휘파람을 불라는 내용의 "휘파람을 불며"를 노래하며 아들을 달랜다. 왕은 지극히 권위주의적이고 고지식하나 왕국의 근대화를 위해 여러 모로 노력하는 왕이기도 하다. 그 일환으로 왕자와 왕녀들의 영어 교육을 위해 안나를 가정교사로 초빙한 것이다. (출처:blog.empas.com/hjstyle77)
이 영화에서 여 주인공인 안나가 왕에게 눈이 오는 장면을 설명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왕의 나라는 사시사철 더운 곳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는가? 고니라는 새가 하얀새인줄 알고 백조(白鳥)라고 지었는데, 검정색 새가 있는 것이다.(출처:일반적으로 몸빛은 흰색이나 흑고니는 온몸이 흑색이며 풍절우(風切羽)는 희다) 즉 위에서 공통점은 자기가 볼려고 하는 것만 보았기에 다른 누리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지은이는 1977년 그러니깐 일흔살이 다되어서, 여덟살에서부터 아이들을 가르친 이야기를 글로 적어내려갑니다. 그는 아이들에 감정이 하나도 흐트리짐이 없이, 애뜻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는 세상 사람들이 어떠한 선입관으로 바라보던, 그는 무(無)에서 자기 색을 입혀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일곱빛깔로 보면 아이들은 일곱빛깔의 무지개색을 띄게 되는 것입니다. 여덟살의 교사 시절, 메데릭(169쪽)을 만나서 겪는 경험은 신선한 충격이며 남모를 재미를 줍니다. 그리고 메데릭이 말하는 이야기가 순전히 혼자만의 성(城)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을 타고 올라갔어 송어를 잡아도 도망가지 않는다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정말이구나" 감탄을 했습니다.
나는 과연 얼마만큼의 많은 선입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일까? 사람을 대할때면 나만의 색깔로, 하나의 인격체 내지 나와 동등한 사람으로 대하여야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은 쉽지가 않습니다. 이런 면에서 분명 그는 나보다 앞선 선생(先生)님입니다.
책을 보면서 많이 느낍니다. 내가 바라보는 대로 세상이 보인다. 일곱빛깔로 무지개로 본다면 세상은 일곱빛깔 무지개라는 것을 알면서도 쉬이 움직일 수 없는 것은 나의 성찰이 부족함이겠죠. 이 책은 아름다운 이야기만 담겨져 있습니다. 가난이 천정 아래에까지 눌려서 숨쉴 수 없는 듯한 가정에서도 아이들은 선생님이 왔다는 이유만으로 즐거워하며 음식을 준비하는 장면은, 물질적 풍요가 채우지 못하는 부분을 느낍니다. 선생님은 분명, 천궁(天弓)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혹은 달에 사는 항아(姮娥)처럼 비단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하지만 이러한 눈은 세상을 통달하고 나서 느끼는, 삶의 연륜에서 묻어나오는 울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집니다. 모든 힘겨운 과정을 겪고 나니, 삶이 별 것이 아니라는 어느 성인의 말처럼... 그렇기 때문에 오늘 하루 하루가 힘겨운 내게는 공허한 메아리로 다가옵니다. 그렇지만 진정 하루하루에 찌들여 산다면, 내가 그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난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지난날을 돌아보며 "참 아름답더라"라는 이야기가 한 가득 담겨져 있습니다. 도구적인 지식이 아닌, 삶에 대한 어떠한 혜안(慧眼)을 지녀야 하는가에 대한 화두(話頭)를 던져주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