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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새만금 - 갯벌이 사람을 살린다
허정균 지음 / 그물코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아는 동생이 나에게 찾아와서는 돈 많이 주는 일자리가 생겨서 갈등이라는 것이다. 그는 몇 년 째 공무원 준비 중인데, 지금 포기하자니 아깝고, 견물생심이라 돈에 대해서도 뿌리칠 수가 없어서 내 생각을 듣어 보고 싶다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도박을 할 때에 잃은 돈을 따기 위해서 계속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더 잃는 행위에 불과하다. 이미 그의 마음은 평상심을 잃었으며, 이성보다는 감성에 의해 지배를 받기 때문에, 상대방의 이성적 계산에 밀릴 수 밖에 없다. 즉 이 시점에서 내가 시합을 계속하여 이길 승산이 있다면 '계속'하는 것이 옳지만 그렇지 않고 본전 생각에 계속한다는 것은 미친짓이라고 했다. 이성이라는 평상심을 잃는 순간에 사람은 휘청거리며,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가 다분하다.
같은 문제라 생각을 가져봅니다. '해마다 쏟아 부은 예산보다 늘어난 사업비가 더 많아지는 해괴한 현상(5쪽)'에 대한 본전생각이라면 다시 머리를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착공하여 전북도민, 나아가서는 우리나라와 지구적인 축제가 될 수 있다면 공사를 강행함이 옳겠지만 단순히 본전 생각이라면 그만 두어야 한다는게 제 판단입니다.
나는 t.v와 신문, 어깨너머로 주워들은 무순히 많은 단편적인 사고, 그 모음 속에 가둬진 새만금을 다시 정리할 요량으로 책을 집었습니다.
우선 이 책은 4부로 구성이 되어 있지만 크게 3가지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첫째, 1부는 천혜의 땅 갯벌을 통해, 갯벌의 중요성과 가치를 이야기 합니다. 두번째, 2부는 갯벌에 사는 사람들을 통해 풍요로움을 이야기합니다. 아울러 예전의 풍요로움이 사라지는 것은 갯벌이 밀려나기 때문이라며 다시한번 중요성을 이야기 합니다. 마지막으로 3, 4부를 통해 얼토당토않게 진행되고 있는 갯벌의 개발에 대해 비판을 가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재미나게 본 것은 지은이의 비판적 사고가 드러난, 3부 갯벌을 막는 사람들입니다. 새만금 간척 사업의 이면에는 우리나라의 정치가 움직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체험했습니다. 우선은 선심성 공약(99쪽)과 장미빛 미래를 통해(106쪽) 주민들의 표를 모아, 국회로 진출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개발에 따른 이권을 재계와 나눠먹기(119쪽), 밀실 정치(154쪽)를 하는 것입니다. 세번째로 부패와 이권개입으로 인해 시민들과 사회단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 전면 조사를 한다는 발표를 합니다. 하지만 조사위원의 형평성 위반(144쪽), 그나마 있던 민간위원들의 탈퇴(167쪽), 시간을 끌면서 입맛에 맛게 재편집(155쪽)을 하여 발표를 하는 것입니다. 즉 독불장군식 경영을 통해 천심을 거스러고(160쪽), 혹시라도 잘못이 있더라도 무책임성(139쪽)을 일관하는 우리 정치인들.
이러한 정치의 야합으로 통해 새만금의 사업은 밑빠진 물 붓기(240쪽)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불 보듯 훤한 제2시화호(222쪽)가 될 것을 알면서도, '갯벌에 대한 연구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연구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내가 할 일(131쪽)'임을 알면서도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사업에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3부에서 나타난 돈에 눈 멀었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자꾸가 듭니다. 한 쪽 면 만 스케치했는지 모르지만, 한 번 쯤 읽어보아야 할 책입니다.
'현 시점에서 갯벌의 진정한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고 일단 훼손되면 대체나 복원이 곤란하므로 과학적 조사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이룰 때까지 새만금 사업의 추가 시행을 유보하는 게 바람직하다(157쪽)' 장관시절의 말을 다시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추신; 2004년 1월 29일 재판부는 “전체 33㎞의 방조제 가운데 물막이 공사가 이뤄지지 않아 해수 유통로로 사용되고 있는 2.7㎞ 구간에 대한 물막이 공사는 2005년 11월에야 이뤄질 예정”이라며 “2.7㎞ 구간에 대한 물막이 공사를 하기 전에는 자유로운 해수 유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사를 당장 중지시킬 만한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재개 판결을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