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로나 확진으로 일주일간의 격리가 끝나고 회사에 출근했다. 일단 바깥 공기를 쐴 수 있다는 것이 반갑다. 
공기가 제법 차가워짐을 느꼈다. 아침과 낮 기온의 차이는 더욱 커졌고 낮에도 이제는 덥다는 생각보다는 적당한 기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맘 때 사람들의 옷차림에 눈길이 간다. 어떤 이는 반팔만 입었고 어떤 이들은 반팔에 얇은 점퍼나 재킷을 걸쳤다. 긴팔 하나만 입은 이들도 있다. 긴팔의 종류도 다르다. 티셔츠인 사람이 있는 반면 나처럼 맨투맨을 입은 이들도 있다.
오늘 나의 출근 옷차림은 검정 맨투맨에 야상을 걸쳤다. 좀 과하다 싶게 입었으나 집에 나설 때만 해도 목이 허전하고 추웠다. 추운 것보다는 더운 게 낫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기에 점퍼를 걸친 것이다.
환절기이기도 하고 아직 코나 목이 불편한 게 여전한지라 몸조리를 잘해야겠다.

하지만 책에 대한 갈증이 크다. 많이 읽고 쓰고 싶은데 회복이 덜 되어서인지 오래 머리를 쓰고 정리하는 작업은 미루고 있는 중이다.
하버드 세계사 리뷰도 작성해야 하는데 쓰지를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중이다. 흑흑. 읽고 쓰는 걸 마음껏 못하는게 이리도 답답할줄이야.
그래도 몸이 최우선이라는 걸 다시 한번 세뇌시키는중이다.





#2

활자책에 집중하지 못하는 대신 오디오북을 더 많이 청취하고 침대 위에서도 집어들 수 있는 전자책을 읽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 완독한 종이책은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이 다고 제인 오스틴의 <맨스필드파크>을 전자책으로 읽었다. <토지 3>을 오디오북으로 완청하고 <토지 4>을 가열차게 청취중이다. 토지는 읽으면 화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참 잘 썼다는 생각은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마성의 작품이다. 아직 4권째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면 한국 문학에 이런 멋진 작품이 남아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아! 제인 오스틴 작품을 이달에 마저 읽기로 했는데 <노생거 사원>과 <설득>이다. 둘 다 전자책이라 짬나는 대로 읽어야겠다. <노생거 사원>은 이미 읽기 시작했다.


컨디션 난조로 쉬었던 <통감절요 1> 책을 보면서 다시 강의를 보기 시작했다. 내용이 역사라 확실히 한자를 알고 모르고에 관계 없이 빠져든다. 이제 위열왕 초반이니 한참 남았으나 참 재밌다. 강사가 하는 이야기가 오늘 따라 귀에 확 들어왔는데 역사는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던 통념과 다른 이야기와 서사들이 담겨 있어 재미를 준다는 이야기였다. '맞다! 내가 역사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이지...' 라는 생각을 했다.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우 2022-09-21 15: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몸이 최고지요.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코로나는 후유증이 오래 간다는데 빨리 회복하시길 기원합니다_()_

거리의화가 2022-09-21 17:01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몸보다는 머리 굴리는 것에 익숙해서인지 몸이 최우선이지 싶다가도 몸과 머리가 따로 행동하려는 생각을 떨치기가 힘드네요^^;;;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022-09-21 16: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1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2-09-21 16: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설득 보다는 노생거 사원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ㅋ 전 더운것보다는 추운게 좋덴데 ㅋ 건강 잘 챙기시길 바라겠습니다 ~!!

거리의화가 2022-09-21 17:00   좋아요 3 | URL
오 두 작품 다 읽으셨군요. 노생거 아직 초반인데 흥미있네요ㅎㅎ 제가 추위에 많이 약합니다^^ 염려 감사해요.

단발머리 2022-09-21 17: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얇게 입었다가 에어컨 바람에 아주 호되게 당했습니다. 회복되실 때까지 몸 관리 잘 하시길 바래요.
근데 거리의 화가님! <통감절요 1> 이런 책은 정말 어려워보이거든요. 이런 책을 읽으시다니.... 정말 멋지십니다!!!

거리의화가 2022-09-21 17:18   좋아요 3 | URL
환절기라서 정말 조심하셔야 합니다. 독감이 유행한다고 하더군요~ 미리 조심하시길 당부드립니다^^

<통감절요>는 사실 중국의 역사의 일부를 발췌하여 담고 있는 것이라 사서(논어,맹자,대학,중용)보다는 재밌습니다. 사실 사서는 재미는 없거든요~ 마치 어릴 때 듣는 선생님 말씀 같다고나할까ㅋㅋㅋ

청아 2022-09-21 17: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버드 세계사 지난번 클리어하셔서 놀랐습니다.
다행히 저희 도서관에 근대까지 있더군요. <다미여>끝나면
읽어보려 하는데 클리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화가님! 저도 몸살 기운 있을때는 추운것보다 더운게 낫더라구요.
화가님의 지적 욕구가 읽고 계신 책들로 늘 느껴져
함께하는 자체가 즐거운데 얼른 가뿐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9-21 17:49   좋아요 2 | URL
저는 단숨에 읽어버릴 정도로 재미나게 읽었던 책이에요. 다른 세계사 책들에서는 아무래도 서구 유럽 중심적인 시각에서 쓰여졌다는 것이 어쩔 수 없이 보이는데 이 책은 그런 단점들을 많이 커버한 느낌이었어요. 아시아, 아프리카, 이슬람 세계의 지식에 대한 갈증이 채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책 시리즈 처음부터 도전이 어려우시다면 얇은 입문서부터 시작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몸이 얼른 가뿐해지면 좋겠어요^^*

청아 2022-09-21 17:54   좋아요 3 | URL
아시아,아프리카,이슬람이라<세계사>를 꼭 읽어야할 이유가 추가되었네요!!

책읽는나무 2022-09-21 22: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화가님이 완독하시는 책들은 읽지도 않은 제가 왜 살찌는 느낌일까요?
절로 마음이 꽉 차는 대리만족이 느껴집니다.
제목만 들어도 꽉 채워지는 느낌??ㅋㅋㅋ
환절기니 컨디션 조절 잘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코로나 후유증도 말끔하게 사라져 좋은 책 많이 읽고 많이 쓰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9-22 09:08   좋아요 2 | URL
ㅎㅎㅎ 글을 보는 것만으로 지식이 쑥쑥 자라도 좋겠다는 욕심이 생기네요!ㅋㅋ 대리만족을 느끼셨다니 저도 좋습니다.
컨디션 회복이 더뎌서 슬픈데 참아내고 있습니다ㅠㅠ 서재에 계신 분들 대부분 책읽기와 쓰기에 진심이시라 저와 같은 상황이시면 힘들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어요~ㅎㅎ 나무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mini74 2022-09-22 1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버드 세계사. 쬐려만 보고 있는 책입니다 ㅎㅎ 장바구니 담아놓고 읽을 수 있을까 ㅎㅎ 하는 ㅎㅎ 화가님 리뷰 읽으니 저는 몸에서 힘이 막 ㅎㅎㅎ 화가님 얼릉 예전 컨디션 회복하세요 *^^*💕

거리의화가 2022-09-22 13:0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째려보시는 분이 미미님과 더불어 두분이나^^ 기분이 좋습니다~ㅎㅎㅎ 건조한 문체라 재미는 없습니다만(인물들 위주의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딱 서사체라서요.) 하지만 읽고 나면 머릿속이 든든해지는 알찬 책입니다^^ 리뷰는 인용문 정리하는데만 해도 3~4시간이 걸리는지라 못하고 있습니다ㅠㅠ 요 책 플래그 붙은 거 보니 너무 많이 붙여놔서 정리가 될까 싶네요~ㅋㅋㅋ 미니님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2-09-22 16: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고... 코로나로 고생하셨군요. 많이 아프셨나봐요. 이게 증상도 진짜 사람마다 다 달라서 많이 아프신 분들은 진짜 많이 아프시더라구요. 휴유증 없이 빨리 쾌차하시길요.
그래서 정말 읽고 싶은 책 막막 읽고 쓰고 하시길 제가 열심히 빌게요. ^^

거리의화가 2022-09-22 17:00   좋아요 2 | URL
여전히 코가 맹맹하고 목이 간질간질하고 감기 기운 있을 때처럼 전체적으로 목 위가 몽롱한 증상이 계속되고 있어서요. 눈꺼풀이 무겁고 졸렵고 그렇습니다. 약도 안 먹었는데도 이러네요-_-; 암튼 정말 걸리기 싫었던 코로나를 결국 넘기지 못했네요ㅠㅠ 암튼 맑은 정신으로 책을 읽고 싶은데 그러질 못해서 답답합니다~ㅎㅎ 감사합니다.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여성커뮤니케이션 연구총서 14
이희은 외 지음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디지털미디어 속에서 여성은 어떤 삶을 보여주며 어떤 위치에 서 있는가. 미디어 속에서 여성은 몸(프레임)이라는 가시성에 주목하여 조망된다. 변화한 미디어 환경은 노동 시장과 결합해 여성은 젠더 불평등에 맞춰 더욱 체계적으로 이용된 것은 아닌지 들여다보게 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2-09-20 13: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단 완독 축하드립니다. 게다가 일등으로 완독. 멋져요!
그리고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9월 남은 날들은 자유로운 독서만 남아있나요.. 부럽...... ㅠㅠ

거리의화가 2022-09-21 08:3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저는 많이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명절이 껴 있어서 늦어지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곧 완독 행렬이 이어지겠죠~
1장이 사실 가장 어려웠고(어려운 용어와 이론들이 많이 있어서) 그 이후에는 사례들 위주라 읽는데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남은 분량 힘내시길 바랍니다!

책읽는나무 2022-09-20 16: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몸도 성치 않으셨는데도 1등!!
저는 처음 글부터 어려워서 주저주저하고 있었는데 좀 반성하고 갑니다.
저도 화가님 부럽네요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09-21 08:38   좋아요 1 | URL
ㅎㅎㅎ 나무님. 1장이 사실 가장 어렵습니다. 이론과 용어들. 많은 학자들의 이름으로 어질어질해서~^^; 저도 1장 내용은 다 이해 못한 상태로 넘어갔어요. 음... 다 이해하고 간다고 생각하면 완독하기 힘듭니다. 어느 정도 포기해야~ㅎㅎㅎ 남은 분량 힘내시길!
 
토지 3 - 1부 3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3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역병과 흉년이 빚어낸 결과는 사상자들만 빚어낸 것이 아니었다. 인간의 이기심을 극대화시켜 서로를 갈라놓게 만들었다. 상대방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세상, 이곳이 바로 지옥이 아닐까. 난리통에 살아남은 자들은 줄타기를 잘한 비열한 이들 뿐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3부 디지털 미디어 산업, 노동, 여성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학력, 나이, 성별 등 제한요소가 전혀 없으며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획력, 재기발랄함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그러한 재능이 바로 오늘날 이야기되는 창의성이다.
이때 개개인의 각기 다른 조건과 흥미, 즉 ‘차이‘는 기존 노동 시장에서처럼 장애물이 아니라 오히려 가능성으로 여겨진다. 남들이 가지지않은 재능, 관심, 경험이 바로 성공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창의성이 개인의 경험과 세계관으로부터 만들어진다는 점은 오히려 성별,
나이, 학력 등 제한 요소 없는 영역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더 심도 있게 - P238

고민해봐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창의성이 한 개인의 세계관으로부터만들어진다면, 당연히 누가 어떤 콘텐츠를 ‘크리에이트‘할 수 있는가의문제는 그 사람의 성별, 학력, 연령과 무관하지 않다. - P239

창의성은 19세기부터 예술, 철학, 학문에 접목되어왔지만 오늘날과같은 경제, 정책적 영역에서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이후이다. 이때부터 창의성은 경영, 경제적 접근 방식 속에서 대중화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경영 분석가들은 기업 혁신과 조직 활동을 위한 동기부여방법을 모색하고 이를 통해 기업 경쟁 우위의 원천을 확장하기 위해 창의성 이론을 수용했고, 경제학자들은 인간의 창의성을 기업 성장을 향한 지치지 않는 동력으로 여기고 노동자의 아이디어 생성 능력과 창의력, 지식의 역할에 중점을 두었다. 창의성에 대한 이와 같은 접근은 많은 국가들이 국가 경영에 기업 경영 논리를 대입하기 시작하면서 본격화되었고 창조산업은 국가경제에서 서서히 쇠퇴해가는 제조업의 역할을 대체하기 위한 일종의 이니셔티브로 작동했다. 또한 정보사회와 지식사회 등의 정책 기조 아래 고용 및 교육 등 분야 정책에 바탕이 되었다(Hesmondhalg & Baker, 2011). - P244

다른 노동 분야와 비교하여, 90년대 문화산업과 지금 창조산업이 여성 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 것은 창조산업이 요구하는 노동자 정체성이 전통적으로 대인 서비스직에 요구되는 여성적 특성으로 여겨지는 속성의 상당 부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노동과 정서적요소나 소통의 요소를 가진 창조산업적 맥락의 노동에서 공통적으로 개인의 태도나 감정 상태는 공감 능력, 사교성과 함께 결정적인 능력으로여겨진다(Weeks, 2011). 즉 창조산업에서 노동 주체의 이미지는 다분히여성적 특수성, 여성적 주체의 이미지와 겹쳐진다. - P245

익명성이 강점으로 여겨졌던 인터넷 공간은 이제 거꾸로 사적 정보의 공유, 정체성의 전시가 중요한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특정 이슈에대한 개인의 생각이나 상품에 대한 정보 등 뿐만 아니라 자신이 입는 옷과 화장법, 음식과 인테리어 정보, 연애와 학업 외 각종 고민 등 매우 사적이라고 여겨지는 감정과 정보들이 공개, 공유되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인터넷상에 개인의 신상에 관한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인식되기보다 - P248

자신을 알리고, 타인과의 관계 형성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으로 여겨지고 있다. 인터넷에서의 개인 정보 공개는 프라이버시를 잃는 게 아니라대중성과 공공성을 얻는 것이다(Calvert, 2004; boyd, 2007; Marwick, 2013). - P249

핑크게토라는 개념은 페미니스트 지리학자들에 의해 고안된 개념으로, 19세기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가 늘면서 노동 공간이 어떻게 다시젠더화된 장소로 구성되는지에 관한 탐구로부터 만들어졌다(McDowell, 1983). 여성의 노동은 특정 영역과 특정 직업군으로 집중된 수평적 격리, 남성과 동일한 직업이라도 위계상 하단부에 위치하게 되는 수직적격리라는 특성과 함께 동일 직종 동일 노동을 하더라도 적은 임금을 받는 특징을 보였다. - P251

성별, 연령, 학력 등과 무관한 일로 여겨지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영역에 왜 핑크게토가 형성되는가? 소위 말하는 창의성, 창조적 지식이라는 것의 획득이 단발의 경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도누적적인 경험을 거쳐 인지 체계 속에서 자기 것으로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즉 창조적 지식은 누적된 경험과 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들의 특수성 속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 ‘개인적 경험에 초점이 맞추어진 오늘날의 창의성이라는 개념이 바로 필연적으로 핑크게토를 만든다. 지금 여성 크리에이터들이 공통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콘텐츠들은실생활에 바로 적용 가능한 생생한, 직접 체험하지 않고는 얻기 힘든 것들을 다룬다. 이때의 실용적인 콘텐츠들은 ‘여성‘이기 때문에 알고 있는, 즉 여성으로서의 필요에 의해 알게 된 것들이다. - P254

21세기 새로운 비즈니스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구조화된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누구보다 더 열정적으로 소비와 시장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뷰티나 라이프스타일, 쇼핑 등을 다루는 콘텐츠들에서 매력적인인물이 되는 것에 관한 사실은 여성성에 관한 특정한 필요와 욕망은 주로는 소비를 통해 충족될 수 있는 것으로 제시된다. 소비와 소비 상품이여성성의 획득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여성적 삶과 체험이 여전히 소비의 영역에 존재하고 있음을 가시화한다. 동시에 이 콘텐츠는 대단히구체적이다. 대부분의 여성 크리에이터들이 만드는 콘텐츠들은 게임, 먹방, 기상천외한 실험이나 도전 등의 영역에서와는 다르게 아주 실용적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는 곧 여성 구독자들의 일상, 특히 소비영역에 직접적인 영향력으로 이어진다. - P258

심미 노동은 후기 산업사회의 다품종 소량 생산, 대인 서비스 섹터의증가 등의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확대되어온 영역으로, 특히 여성화된서비스 노동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은 개념이다. 심미 노동은 기업의 이윤 확대를 위해 노동자의 신체를 개발하고 동원하며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노동으로, 패션리테일숍, 카페, 레스토랑과 같은 ‘스타일 노동시장style labor market‘ (Nickson, Warhurst & Dutton, 2004)의 고용 및 노동 과정을 탐색해오던 워허스트 Warhurst, 닉슨Nickson 등의 영국 학자들에 - P260

의해 개념화되었다(Warhurst et al., 2000; Warhurst & Nickson, 2003;2007; 2009). 이 학자들은 서비스 노동의 특성과 변화 양상에 주목하여서비스 노동에서 노동자들의 신체가 또 하나의 노동 기술이자 자질로서인식되고 노동에 적합한 형태로 개발되고 재조직되는 현실을 포착하고개념화한 것이다. 심미 노동은 여성의 아름다움이나 외모, 혹은 여성다움의 재현과 전시를 보다 노골적으로 노동의 내용으로 삼으며, 이를 여성 노동자가 스스로 익히고 개발해야 할 것으로 만든다. 점차 확장되고있는 대인 서비스 영역 중 특히 심미적 노동 영역이 요구하는 여성 노동자의 자질은 성인 여성의 섹슈얼리티적 요소에 기대고 있다(Tyler &Abbott, 1998; Hall, 1993; Adkins, 1995). - P261

분명히 1인 미디어와 콘텐츠시장은 많은 여성들에게 이전에 없었던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대중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을 고려할 때, 개인 여성 크리에이터의 경제적, 사회적 성공이 ‘여성‘이라는 범주를 더욱 공고하게 하거나 문화적으로 여성성을 재생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것은 긍정할 만한 결과일 것인가? - P266

최근 넷마블사에서 일하던 노동자의 돌연사는 ‘장시간 노동‘이라는만성적인 위험에 새로운 위험 요인들이 덧붙여지면서 발생한 것이라고볼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위험 요인들 중 가장 문제적인 것은 개발사의 유사하청화 경향이다. 게임 산업의 유사하청화 경향이 확산된 것은 게임 산업 구조의 재편에 따른 결과다. 2013년 이후 게임 시장이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게임 시장에서 중소 규모의 개발사가 살아남기 더욱 어려워짐에 따라 영화 배급사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게임 퍼블리셔들이 이익은 독식하고 손실은 중소 개발사에 전가하는 구조가 자리잡으면서, 영세 개발사의 파산이 잦아지고 임금 체불과 고용 불안이 빈번히 일어났기 때문이다. 대형 퍼블리셔는 여러 개의 개발사를 거느리면서‘ 또는 자회사의 형태는 아니더라도 시장 지배력을 통해 개발사 간경쟁을 유도하고 결과물을 수시로 평가해서 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런칭"한다. 즉, 문화 산업의 경우 한 상품이 시장에서 성공할지 실패할지 불확실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개발 과정의 리스크를 중소 개발사들에게 전가하여 유통 과정에 대한 통제율을 높인다는 것이 그 이유다. - P279

게임 산업이 짧은기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한 탓에, "남자랑 똑같이 일하기만 한다면 여자라고 따로 구분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게임업계에 정설이었다는 것이 - P280

다. 하지만 20대의 게임 개발자들이 시간이 흐르고 30대가 된 후 겪게되는 결혼과 출산, 자녀 교육의 문제는 여성 종사자들이 게임업계에 계속 남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현실적 고민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20대 초반에 게임 회사에 들어와 미친 듯이 밤샘을 하고, 하루에 16시간씩 노동하며 주말도 즐길 수 없었던 생활은 결혼 후 기혼자가 되어서도계속 지속되었다고 설명한다. 삶의 주요 축은 변화를 겪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을 함께 논의하고 고민할 멘토도 인적 네트워크도 없는 회사 생활을 오랫동안 하게 되면서 게임 회사에서의 여성 인력의 중심축은 점차 흔들리게 된다는 현실을 논한다. - P281

SNS를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지금의 미디어 환경에서 이용자의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구분은 모호하다. ‘항상 연결되어 있는 상태‘
를 이용자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며, 자신의 경험과 체험이 타인과의 공유 정보가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 감정적인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쉬운 환경이다. 따라서 SNS는 더욱 사적이고 감정적인 방식으로 나의편과 나의 반대편을 구분하게 만든다. 현재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 개발자, 창작자들에게 항의하는 내용의 기준도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상에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 P284

여성 게임 개발자들이 겪는 페미니즘 사상 검증은 같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도 무분별하게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게임이 지닌 젠더 차별적 시선은 게임회사에서 일하는 여성 개발자뿐만 아니라 게임을 하는 여성 게이머들도비슷하게 겪는 문제이다. 특히 온라인 게임을 하는 여성 게이머들은 폭력적 발화에 노출되기 쉽다. 여성 게이머들은 이러한 상황에 맞서기로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자신의 성별을 숨기거나 불편한 상황을 마주치면게임에서 이탈하곤 한다. - P285

게임 개발의 성공에만 집중하는 회사의 조직 문화로 인해 게임 개발자들은 계약 과정에서의 문제를 인지하거나 개선을 요구하는 발언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있다. 개발자는 인센티브만을 바라보고 일을 하고 있지만, 언제 일을 그만두게 될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에 성과를 내는 데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된다. - P292

여성 개발자가 다른 여성 개발자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쉽지않았고, 회사에서 오랜 시간 게임 관련 종사자로 남아 있는 여성들은 남성과 동등한 방식으로 오랜 시간 노동을 수행하는 것으로서만 보여지게나 남성의 소통 방식에 합류하는 방식으로서만 허용 가능했다. 여성 개발자는 게임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기 어렵다라던지, 결혼과 임신이라는 과정을 겪게 되면 회사일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에 기반해 여성 개발자를 대하는 것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 P295

일반적으로 사이버 성폭력이란 카메라 등의 매체를 이용하여 상대의동의 없이 신체를 촬영하거나, 동의 없이 유포하는 행위, 유포하겠다고협박하는 행위와 촬영 사진을 저장 혹은 전시하는 행위처럼 SNS와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이루어지는 성적 괴롭힘을 의미한다. 또한 디지털성폭력, 온라인/인터넷 기반 성폭력, 성적 이미지 조작/착취 성폭력,
온라인 기반 성매매, 온라인에서의 성적 괴롭힘sexual harassment 등이포함된다(이미경, 2018). 일상이나 미디어에서 많이 사용되는 ‘몰카‘라는용어는 유희적 놀이같이 들릴 우려가 있고 불법성과 폭력성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여성학계 및 여성가족부에서는 범죄임을 명백히 드러날 수 있도록 "불법 촬영", 그 결과물로서 보복성 영상물 등을 통칭하여 "불법 촬영물" "불법 영상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 P304

사이버 성폭력에 대응하기 시작한 것은 1994년, ‘성폭력범죄의 처벌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입법화되면서부터이다. 1998년, ‘카메라등이용촬영죄‘가 추가로 입법화됨으로써 이전에는 처벌 규제가 없어서 무혐의 처분되거나 경범죄처벌법으로 처벌되었던 행위가 성폭력 범죄로 처벌되기 시작했다. 또한 인터넷에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를 정보통신망에 유통시키면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통망법) 제74조제1항제2호에 - P310

따른 음란물유포죄로 처벌되거나 정통망법 제70조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사이버명예훼손죄에 의해 처벌될 수 있다(김현아, 2017a). 경찰<경찰통계연보>의 범죄 분류에 따르면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카메라등이용촬영죄와 성폭력처벌법 제13조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정통망법음란물유포죄는 ‘성풍속 범죄‘로 분류된다. 불법 촬영 피해에 대한 피해자들의 호소가 20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박‘과 같이 피해자 없는 범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즉, 불법 촬영물속 여성의 몸은 사회적 도덕 규범과 관련하여 얼마나 음란한가의 문제로 보는 ‘성풍속‘에 속한다(김민정, 2018). - P311

스피노자는 『윤리학 3부 정리에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독특한 실재의본질을 ‘코나투스conatus‘, 곧 자신의 존재 속에서 존속하려는 노력,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즉, 코나투스의인간적인 표현은 ‘욕구‘ 내지 ‘욕망‘ (3부 정리9)이다. 욕망은 자기 자신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노력으로서의 활동이다. 스피노자는 기쁨, 슬픔, 사랑 등의 정서가 이성과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정서가 없다면 인간은 어떤 행위도 할 수 없다고 본다. 그는 정서affectus, affect를 "신체의 행위 역량을 증대시키거나 감소시키고 촉진하거나 억제하는신체의 변용affectio들이자 동시에 이러한 변용들의 관념들" (3부 정의3)로 정의하면서 인간의 모든 정서는 욕망conatus, 기쁨laetitia, 슬픔tristitia이라는 세 가지 기본 정서에서 파생된다고 간주한다(3부 정리11의 주 - P315

석). 정서는 사유 속성에 속하는 관념의 한 종류이지만 인지적 기능에따라 정의되는 일반적 관념에 따라 신체와 정신의 역량의 증대 및 감소를 나타낸다(진태원, 2015). - P316

최소한의 인프라도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어가면서 반사이버성폭력 운동을 한다는 것은 때로는 양가적 정서에 휩싸이게 만든다.
정서의 양면성에서 비롯되는 혼란은 ‘마음의 동요fluctuatio animi‘를 일으킨다. "상반된 두 개의 정서에서 생겨나는 이러한 정신의 상태constitutio는 ‘마음의 동요‘라 불리며 이것은 불확실성이 상상과 맺고 있 - P321

는 것과 동일한 관계를 정서와 맺고 있다" (2부 정리44의 주석에 의해). 게다가 "마음의 동요와 불확실성 사이에는 더함과 덜함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3부 정리17 주석). - P322

디지털 성폭력은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포르노로 소비하면서도도리어 피해자인 여성을 비난하고 낙인찍는 사회, 이미지의 유출이 여성의 통제를 강화하고 여성 존재 자체를 무너뜨리는 수단으로 악용될수 있다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김소라, 2018). 당장 피해를 복구한다 해도 피해자는 ‘내 영상이 인터넷에 떠돈다‘는 불안감을 평생 안고 - P326

살아야 한다. 따라서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과 더불어 피해가 발생하지않게 예방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더 우선되어야 한다. 따라서 영상을 찍고 그것을 유포하고 보기 위해 다운받는 것이 모두 차단되고 특히 불법촬영물을 소비하는 것이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이 뿌리내려야 한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최근 정부 대책이 삭제에 국가적으로 큰 비용을 투입하고 삭제 지원에만 치중해서 사이버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 P327

웹하드협회하고 협약을 맺어서 자기네들이 피해 영상들을 지우겠다 발표를 했죠. 이상하더라구요. 최대 필터업체인 M사의 김기문 대표도 패널이고, 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 협회장도 패널이고 클린센터 공동대표남희섭 씨도 패널인데, 언젠가 남희섭 씨가 전화로 "웹하드 업체들이랑친한데 한사성이 삭제 요청 별로 안 했다던데? "이렇게 말해요. 웹하드에 삭제 요청 여부도 물어볼 수 있는 관계인 거죠………. 거의 모든 웹하드사가 DCNA[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협회]에 들어가 있고 DSAC 홈페이지에 회장이 누군지 가입 회원이 몇 명인지도 없어. 2012년-2017년 5년동안 공지사항에 게시물이 4건이야. 거의 활동을 안 했다는 거잖아. (활동가들 대화, 다큐에서) - P328

방통심위에 디지털성범죄팀이 만들어진 후, 달라진 점은 "첫째 이전통신심의관련 민원 처리가 음란물에 국한된 것이었다면, 그와 더불어음란물로 규정하기에는 애매모호한 성폭력 이미지 ·영상, 초상권, 명예훼손 침해 등 디지털 성범죄에 해당되는 사안을 포괄해서 민원처리할 - P336

수 있게 되었다는 점, 둘째, 소위원회를 주3회로 늘려서 운영하여 차단, 삭제 등심의 결과가 좀 더 빠르게 나올 수 있도록 했다는 점, 셋째, 전문모니터 요원 3인이 민원이 들어온 건에 관해 검색하여 심의를 올리는 사항 이외에 업체에 자율 삭제 등을 요청하도록 한 점이다" (J). 그러나 웹하드 등 업체의 자율 삭제를 요청"하는 것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 P337

방통심위는 반드시 피해자가 삭제 요청을 신청할 필요는 없지만 여가부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반드시 피해자 당사자나 법정대리인이 신청해야 한다. 방통심위는 인터넷피해구제센터를 통해서 신청을 해서 심의에 들어간 경우가 있기는 한데 언론에 보도된 사항에 대해서 긴급 모니터링을 하기도 하고 꼭 영상물에 등장한 피해자가 아니어도 심의는 진행된다. 방통심위에서 2018년 4월 30일부터 불법촬영물 삭제 요청 작업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면이 있다. - P338

우리는 기존의 젠더 권력 구조에 조건화된 담론 바깥에서 이 문제를바라볼 필요가 있다. 불법영상물을 ‘야동‘ 혹은 ‘포르노‘로 부름으로써,
규제의 근거와 음란성의 책임을 재현과 착취의 대상인 여성에게 전가시킨다는 비판(김소라, 2018)은 적절하다. 불법 영상물의 음란성은 텍스트자체가 아닌, 그것을 생산, 유포, 소비하는 가운데 구성되는 것이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상의 탈의 퍼포먼스는 여성의 벗은 몸을 음란한 것으로 보려는 시각에 항의한 것이다. 즉 여성의 가슴은 사이버상에서 음란물로 규정되어 권력에 의해 검열되어 삭제되거나, 성적 이미지로 남성들에 의해 소비되는 반면, 남성의 벗은 몸은 ‘보편인간의 몸‘으로 인식되어 전혀 수치스럽지 않다. 또한 탈코르셋운동 또한 남성 시선의 구속에서 벗어남으로써, 보는 자와 보여지는 자 사이의 젠더 권력을깨고자 하는 노력이다. - P34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맨스필드 파크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
제인 오스틴 지음, 류경희 옮김 / 시공사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세기의 영국도 여성은 결혼을 하면 남편의 성을 따라간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과 다른 것은 가문과 직업 등을 고려한다는 것. 우리는 가문을 볼 일은 없으니. 물론 직업은 꽤나 중요하지만.

전작들에 비해 <맨스필드파크>는 이후 작품이라 그런지 초반부터 더 잘 썼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인물들의 묘사도 찰지고 인물들 간의 복잡한 관계도 여러 일화들을 통해서 꽤나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허나 나는 인물 이름이 왜 이리 안 외워지는지. 결국 책을 읽으며 등장 인물의 이름을 적고 관계도를 그리며 읽었다. 문제는 읽으면서도 이름이 왜 매번 생소하지? 생소할 때는 인물의 이름을 다시 뒤적이며 읽는다. 휴. 외국인의 이름은 안 외워지는게 정상인가. 어쨌든.

맨스필드파크 저택에 사는 버트럼 가문을 중심으로 다양한 관계가 등장한다. 세 명의 자매가 있는데 첫째는 워드 버트럼. 둘째가 마리아 버트럼. 마리아 버트럼이 토머스 경과 결혼하면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막내인 프라이스는 가난한 집에 시집을 갔는데 윌리엄, 패니를 비롯하여 아이를 9명을 낳았다. 여력이 없는 프라이스 부부는 패니를 버트럼 부부에게 보낸다. 워드 버트럼은 노리스 목사와 결혼하지만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일찍 과부가 된다.
버트럼 부부에게는 성직자가 되고 싶어하는 둘째 아들 에드먼드와 망나니인 첫째 아들 톰이 있고 딸 마리아와 줄리아가 있다. 이 집 식구들 중에서 패니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에드먼드 뿐이다.

패니 프라이스는 맨스필드 저택에서 천덕꾸러기로 눈치를 보며 지낸다. 마리아 버트럼은 러시워스씨를 소개받고 러시워스씨는 마리아에게 첫 눈에 반한다. 어느 날 사교 모임에서 그랜트 부인이 등장한다. 그랜트 부인은 동생이 죽으면서 남긴 남매(크로퍼드)를 돌보고 있다. 딸은 메리, 아들은 헨리인데 마리아 버트럼과 줄리아 버트럼이 헨리 크로퍼드에게 모두 반한다. 에드먼드 버트럼은 메리 크로퍼드에게 호감을 느끼며 단숨에 그녀에게 빠져 버린다. 하지만 패니 프라이스는 에드먼드 버트럼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다.

에드먼드 버트럼이 성직자가 되길 희망한다는 걸 알게 된 메리 크로퍼드는 그의 마음을 거부한다. 마리아 버트럼은 러시워스와 결혼한다. 그의 돈과 명예가 탐이 나서기도 했으나 아버지와 맨스필드에서의 구속에서 벗어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 때 헨리 크로퍼드가 패니 프라이스에게 눈을 돌린다. 패니는 무도회에서 헨리 크로퍼드의 열렬한 고백을 받지만 그녀는 당혹스럽기만하다.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그녀는 그에게 거절의 의사를 밝힌다.

감정의 혼란으로 고통받고 있을 때 패니는 맨스필드를 떠나 포츠머스(원래의 집)를 갈 기회를 얻게 된다. 두 달의 예정이었으나 실상은 3달 이상이 걸리게 된다. 그동안 패니는 맨스필드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포츠머스는 그에게 마치 감옥 같다고 느껴졌고 유일하게 얻은 인연은 수전 뿐이었다. 환경은 최악이었고 그곳에서의 생활도 불만족스러웠던 것이다. 부모, 형제와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했다.
러시워스 부인이 가출하고 줄리아도 잘못되자 버트럼 가는 발칵 뒤집힌다. 결국 유일하게 문제가 없는 자식은 에드먼드 뿐이었다. 토머스 경은 패니를 달리 보게 되고 그녀를 에드먼드와 결혼시키면서 패니는 맨스필드가의 며느리로 입성하게 된다.

주인공 패니 프라이스는 답답하리만큼 수동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그녀가 감성적인 소유자라는 직접적인 표현도 하지만 나는 사실 그렇게 느껴지기보다는 감정 표현에 능숙하지 못하다라는 생각을 했다. 맨스필드가에 처음 입성할 때만 해도 그녀는 철저하게 가족 안에서 배척당하는 입장에 있었다. 하지만 천천히 집안 방식에 스며들었고 그녀의 고지식하고 원칙을 중요하게 여기는 측면이 오히려 그 가문에 잘 맞아 떨어진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언뜻 보면 성장형 주인공으로 신데렐라로 마침내 성공하고 쟁취하는 스토리라고 보이지만 그녀는 애초에 그 가문에 잘 들어맞는 내면을 가진 사람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전 작품 스토리와 결이 좀 많이 다르게 느껴졌는데 나는 그래서 오히려 더 재미나게 읽었다. 주인공이 답답한 캐릭터라는 것만 빼면 이야기도 명료하고 관계의 연결-파괴를 보는 재미도 있었다는 생각이다. 


실수를 하더라도 다른 사람보다 제가 실수한 결과물 옆에서 사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저는 여자들의 마음을 갖고 노는 남자는 좋게 볼 수 없어요. 아마 그 여자들은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이 알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을, 수없이 겪었을 거예요."

거실 안에 강하게 내리비치는 햇빛은 그녀의 기운을 북돋아주기는커녕 울적한 마음만 더 들게 했다. 그녀는 도시의 햇빛과 시골의 햇빛이 사뭇 다르다고 느꼈다. 이곳에서 햇빛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이글거리기만 하는 것, 숨 막히게, 퇴색한 모습으로 이글거리기만 하는 것뿐이었다. 햇빛이 없었더라면 잠자듯 눈에 띄지 않았을 얼룩과 먼지를 두드러지게 하는 데 도움이 될 뿐이었다. 도시의 햇빛은 건강하지도 화사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너무 갈팡질팡하고, 너무 약하고…… 어떤 때는 다시 너무 폭군적이고, 너무 통제 불능 상태고요! 확실히 우리 인간은 모든 점에서 기적 같은 존재예요. 그렇지만 우리의 기억력과 망각 능력은 참 특이하다 싶을 정도로 실체를 파악하기가 힘들어요

결국은 그 아가씨의 그런 모습이 매력적이라는 소리잖아! 맞아, 바로 그거네! 그 아가씨가 오빠에게 무심하다는 것,

남자들은 확실하게 마음을 굳히기 전까지는 자기가 진짜로 마음을 주고 있는 여자의 자매나 친한 친구를 그 여자보다 더 각별하게 생각하는 일이 종종 있으니까

이 모든 문제가 한 가지 질문에 달려 있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던 사항들을 기꺼이 포기할 만큼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할까?’ ‘그런 것들이 더 이상 절대적인 조건이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자신을 사랑할까?’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풀이했던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일 때가 더 많았다. 하지만 가끔은 "아니다"이기도 했다

제가 어떻게 그가 저와 함께하겠다는 말을 꺼내자마자 감히 사랑할 수 있겠어요? 제가 어떻게 그가 제 애정을 구하자마자 ‘네, 분부만 하세요’ 하는 식으로 애정을 품을 수 있겠어요?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2-09-19 20: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책 읽어보고 싶었는데 읽어야 겠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더 외국 이름이 안외워진걸수도 있습니다 ^^ 그런데 등장인물이 많긴 많군요~!!

거리의화가 2022-09-19 21:12   좋아요 2 | URL
ㅋㅋㅋ 새파랑님 정곡을 찌르신듯요. 다시 책을 읽으려니 집중이 잘 안되서 애먹었습니다. 등장인물이 많기는 한데 관계도 그리면서 느끼는 재미도 좀 있습니다ㅋㅋ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거에요.

건수하 2022-09-19 2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아프신 와중 열심히 읽고 계셨군요! 무리는 하지 마셔요~

거리의화가 2022-09-20 08:57   좋아요 0 | URL
네. 일요일부터 조금씩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2-09-19 21: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인 오스틴 한권도 안읽은 저는 내일부터 오만과 편견 읽기 시작합니다. ㅎㅎ 19세기 소설을 제가 다 읽어낼 수 있을까요? 영화도 별로 안 맞았는데..... ㅠ.ㅠ 이 책은 등장인물이 저리 만으니 안외워지는게 당연할듯요.
화가님 리뷰 읽다가도 어 얘는 누구지 하고 앞에 가서 다시 확인하네요. ^^

거리의화가 2022-09-20 08:59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은 저보다 훨씬 잘 읽으실겁니다. 아무래도 초기작인 이성과 감성보다 이 작품이 저는 더 재밌고 좋았어요. 처음부터 몰입도 잘 되는 편이었구요. 인물 이름은 뭐 항상 어려운지라^^; 등장인물도 많고 관계가 서로 얽히고 해서 복잡은 한데 그래도 이야기 자체는 간결한 편입니다. 오만과 편견 어떤 느낌으로 읽으실지 궁금해집니다. 저는 좀 뻔하게 느껴지기도 했거든요ㅎㅎㅎ

다락방 2022-09-20 0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특히 일본 소설 주인공 이름이 안와워지더라고요. 엇? 얘는 아까 죽지 않았나? 하고 앞으로 돌아가면 비슷한 이름이지 그 사람은 아닌.. 또 안외워지는 이름은 러시아 소설 주인공들.. 애칭은 또 왜 막 나오는지..

화가 님 리뷰 읽으니 그런데 이 소설도 엄청 이름 헷갈릴 것 같아요. 저도 진작 사두었는데 곧 읽어봐야 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9-20 09:0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저는 일본소설은 더더군다나 제 취향이 아닌지라~ 이상하게 음침하기도 하고 해서 잘 읽지는 않는 편이었던 것 같아요^^; 러시아 소설은 더하죠ㅎㅎㅎ
외국 소설 이름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성들이 결혼을 하면 남성의 성을 따르니까 그래서인 것 같아요. ~부인으로 불리는데 예전에 썼던 이름도 나오고 그래서 적어놓지 않으면 헷갈리더군요^^;
처음에만 좀 지나면 괜찮으실겁니다. 인물들 적어놓고 관계도 그리면서 읽으시면 더 재미나게 읽으실 수 있으실 것 같아요.

그레이스 2022-09-20 2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둘째가 외국소설은 안읽는다고 해서 이유를 물어보니 이름때문이라고 하더라구요^^
러시아 소설은 더 그렇죠? 특히나 한 인물의 이름이 세개정도는 되니... 맨스필드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거리의화가 2022-09-21 08:42   좋아요 0 | URL
외국소설 이름 장벽이 높은 것 같습니다. 그 이름이 그 이름 같아요. 비슷하기도 하고... 러시아 소설 예전에 도스토예프스키 소설 읽다가 머리에 쥐나는 줄 알았던 기억이 납니다ㅠㅠ 맨스필드 재밌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읽었던 제인오스틴 소설 중 가장 좋았어요. 아마도 뒤에 출간된 설득 등은 더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뒤의 소설들도 저는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