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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맨스필드 파크 ㅣ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
제인 오스틴 지음, 류경희 옮김 / 시공사 / 2020년 2월
평점 :
19세기의 영국도 여성은 결혼을 하면 남편의 성을 따라간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과 다른 것은 가문과 직업 등을 고려한다는 것. 우리는 가문을 볼 일은 없으니. 물론 직업은 꽤나 중요하지만.
전작들에 비해 <맨스필드파크>는 이후 작품이라 그런지 초반부터 더 잘 썼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인물들의 묘사도 찰지고 인물들 간의 복잡한 관계도 여러 일화들을 통해서 꽤나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허나 나는 인물 이름이 왜 이리 안 외워지는지. 결국 책을 읽으며 등장 인물의 이름을 적고 관계도를 그리며 읽었다. 문제는 읽으면서도 이름이 왜 매번 생소하지? 생소할 때는 인물의 이름을 다시 뒤적이며 읽는다. 휴. 외국인의 이름은 안 외워지는게 정상인가. 어쨌든.
맨스필드파크 저택에 사는 버트럼 가문을 중심으로 다양한 관계가 등장한다. 세 명의 자매가 있는데 첫째는 워드 버트럼. 둘째가 마리아 버트럼. 마리아 버트럼이 토머스 경과 결혼하면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막내인 프라이스는 가난한 집에 시집을 갔는데 윌리엄, 패니를 비롯하여 아이를 9명을 낳았다. 여력이 없는 프라이스 부부는 패니를 버트럼 부부에게 보낸다. 워드 버트럼은 노리스 목사와 결혼하지만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일찍 과부가 된다.
버트럼 부부에게는 성직자가 되고 싶어하는 둘째 아들 에드먼드와 망나니인 첫째 아들 톰이 있고 딸 마리아와 줄리아가 있다. 이 집 식구들 중에서 패니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에드먼드 뿐이다.
패니 프라이스는 맨스필드 저택에서 천덕꾸러기로 눈치를 보며 지낸다. 마리아 버트럼은 러시워스씨를 소개받고 러시워스씨는 마리아에게 첫 눈에 반한다. 어느 날 사교 모임에서 그랜트 부인이 등장한다. 그랜트 부인은 동생이 죽으면서 남긴 남매(크로퍼드)를 돌보고 있다. 딸은 메리, 아들은 헨리인데 마리아 버트럼과 줄리아 버트럼이 헨리 크로퍼드에게 모두 반한다. 에드먼드 버트럼은 메리 크로퍼드에게 호감을 느끼며 단숨에 그녀에게 빠져 버린다. 하지만 패니 프라이스는 에드먼드 버트럼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다.
에드먼드 버트럼이 성직자가 되길 희망한다는 걸 알게 된 메리 크로퍼드는 그의 마음을 거부한다. 마리아 버트럼은 러시워스와 결혼한다. 그의 돈과 명예가 탐이 나서기도 했으나 아버지와 맨스필드에서의 구속에서 벗어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 때 헨리 크로퍼드가 패니 프라이스에게 눈을 돌린다. 패니는 무도회에서 헨리 크로퍼드의 열렬한 고백을 받지만 그녀는 당혹스럽기만하다.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그녀는 그에게 거절의 의사를 밝힌다.
감정의 혼란으로 고통받고 있을 때 패니는 맨스필드를 떠나 포츠머스(원래의 집)를 갈 기회를 얻게 된다. 두 달의 예정이었으나 실상은 3달 이상이 걸리게 된다. 그동안 패니는 맨스필드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포츠머스는 그에게 마치 감옥 같다고 느껴졌고 유일하게 얻은 인연은 수전 뿐이었다. 환경은 최악이었고 그곳에서의 생활도 불만족스러웠던 것이다. 부모, 형제와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했다.
러시워스 부인이 가출하고 줄리아도 잘못되자 버트럼 가는 발칵 뒤집힌다. 결국 유일하게 문제가 없는 자식은 에드먼드 뿐이었다. 토머스 경은 패니를 달리 보게 되고 그녀를 에드먼드와 결혼시키면서 패니는 맨스필드가의 며느리로 입성하게 된다.
주인공 패니 프라이스는 답답하리만큼 수동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그녀가 감성적인 소유자라는 직접적인 표현도 하지만 나는 사실 그렇게 느껴지기보다는 감정 표현에 능숙하지 못하다라는 생각을 했다. 맨스필드가에 처음 입성할 때만 해도 그녀는 철저하게 가족 안에서 배척당하는 입장에 있었다. 하지만 천천히 집안 방식에 스며들었고 그녀의 고지식하고 원칙을 중요하게 여기는 측면이 오히려 그 가문에 잘 맞아 떨어진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언뜻 보면 성장형 주인공으로 신데렐라로 마침내 성공하고 쟁취하는 스토리라고 보이지만 그녀는 애초에 그 가문에 잘 들어맞는 내면을 가진 사람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전 작품 스토리와 결이 좀 많이 다르게 느껴졌는데 나는 그래서 오히려 더 재미나게 읽었다. 주인공이 답답한 캐릭터라는 것만 빼면 이야기도 명료하고 관계의 연결-파괴를 보는 재미도 있었다는 생각이다.
실수를 하더라도 다른 사람보다 제가 실수한 결과물 옆에서 사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저는 여자들의 마음을 갖고 노는 남자는 좋게 볼 수 없어요. 아마 그 여자들은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이 알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을, 수없이 겪었을 거예요."
거실 안에 강하게 내리비치는 햇빛은 그녀의 기운을 북돋아주기는커녕 울적한 마음만 더 들게 했다. 그녀는 도시의 햇빛과 시골의 햇빛이 사뭇 다르다고 느꼈다. 이곳에서 햇빛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이글거리기만 하는 것, 숨 막히게, 퇴색한 모습으로 이글거리기만 하는 것뿐이었다. 햇빛이 없었더라면 잠자듯 눈에 띄지 않았을 얼룩과 먼지를 두드러지게 하는 데 도움이 될 뿐이었다. 도시의 햇빛은 건강하지도 화사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너무 갈팡질팡하고, 너무 약하고…… 어떤 때는 다시 너무 폭군적이고, 너무 통제 불능 상태고요! 확실히 우리 인간은 모든 점에서 기적 같은 존재예요. 그렇지만 우리의 기억력과 망각 능력은 참 특이하다 싶을 정도로 실체를 파악하기가 힘들어요
결국은 그 아가씨의 그런 모습이 매력적이라는 소리잖아! 맞아, 바로 그거네! 그 아가씨가 오빠에게 무심하다는 것,
남자들은 확실하게 마음을 굳히기 전까지는 자기가 진짜로 마음을 주고 있는 여자의 자매나 친한 친구를 그 여자보다 더 각별하게 생각하는 일이 종종 있으니까
이 모든 문제가 한 가지 질문에 달려 있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던 사항들을 기꺼이 포기할 만큼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할까?’ ‘그런 것들이 더 이상 절대적인 조건이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자신을 사랑할까?’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풀이했던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일 때가 더 많았다. 하지만 가끔은 "아니다"이기도 했다
제가 어떻게 그가 저와 함께하겠다는 말을 꺼내자마자 감히 사랑할 수 있겠어요? 제가 어떻게 그가 제 애정을 구하자마자 ‘네, 분부만 하세요’ 하는 식으로 애정을 품을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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