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추천하는 것은 늘 조심스럽다. 

디만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을 찜하는 것 뿐인데 혹여 읽고 나서 실망하실 일이 생길 수도 있어 노파심에 말씀드리는 것이다^^;

사실 나도 읽고 싶다고 해서 다 읽지는 못하고 찜해두었다가 그 중 선별해서 읽고 그마저도 당장 읽지는 못한다. 

기존에 읽어야 할 책들이 많기 때문에 읽을 자리가 바뀌는 것이라서 그렇다.



아무튼 이번 주 내가 찜한 책들이다.



인도에 카스트라는 굳건한 계급 제도가 존재한다.
이 책은 미국의 인종 차별을 카스트 제도에 빗대어 논한다.
인종 차별 제도는 사라진 지 오래지만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벽처럼 존재하는 은연 중의 차별이 문제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차별은 불평등을 낳는 기제로 작동하니 이는 인종 차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별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유학이라는 단어는 지금 시대에 고루한 것으로 치부되기 쉽다.
조선 말 핵심 유학자들이 구국을 위해 사투를 벌였으나 그들이 지키고자 한 보수적 가치는 나라가 망함으로써 빛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조선 유학을 다시 인식해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집필되었다.
서양=근대, 전통=유학이라는 프레임에 우리는 갇혀 있다는 것이다.
유교 지식인 중 18명의 인상적인 글을 담아 우리말로 번역하였다.


인안나 라는 이름이 무척 생소했는데 이쉬타르라는 이름을 듣고 나니 들어본 기억이 난다.
작가는 국내 유일 수메르 전문가로 점토판을 직접 해독하고 엮어쓴 책이기에 가치를 더한다.
인안나는 사랑, 전쟁, 지혜, 풍요, 다산, 아름다움으로 상징화된 존재다.
<최초의 여신 인안나>는 수메르 3부작의 마지막 편으로 작가는 작년에 타계했다.


이 책은 지도 위에 붉은 선과 색을 덧그려 새로운 지도를 제시한다.
붉은 선은 세계인의 삶을 이어주는 끈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세계는 이어져 있다는 것을 우리는 누구보다도 3년의 코로나 경험으로 절실히 느꼈다.
지구촌 밖의 전쟁은 결코 멀지 않다. 난민과 기아 등의 문제는 우리와 이어져 있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2-04-22 12: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화가님이 셀렉트 하신 책들 실망한적 없으요😊
잔뜩 흐린 불금
화가님 즐겁게🤗

거리의화가 2022-04-22 12:56   좋아요 4 | URL
스콧님 언제나 따뜻한 댓글 감사해요^^*
흐린 김에 비라도 내리면 좋겠네요! 남은 금요일 즐겁게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4-22 13: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똑같은 생각을 해요.
리뷰나 페이퍼에 올린 책 중에서 제가 평점을 좋게 준 책이 혹여 다른분들에게는 좋은 책이 아니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항상 들어요.
그래도 어쩔수 없지요!
각자의 취향은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려고 해요.
올려주신 책들,
관심가지고 봤어요^^
제가 몰랐던 책들이라 더 좋아요~~

거리의화가 2022-04-22 13:38   좋아요 4 | URL
네 페넬로페님. 제가 올린 책을 보고 구입하셨는데 읽고 실망하실까봐 살짝 걱정되더라구요. 뭐 노파심이죠^^;
관심 분야가 역사-사회 쪽이라 해당 분야 책을 올리는데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다른 분들의 페이퍼 보고 구입은 못하더라도 다양한 지평의 책을 경험해볼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4-22 18: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추천 조심스럽다는 그 느낌 알 것 같아요^^
근데 또 오랜 알라디너님들은 추천도 추천이지만 그냥 잡식성?의 개념으로 어? 이런 책도 있었네? 기억했다가 기회 되면 빌리거나, 구매를 해서 읽다 보면 실망할 시간도 없을 것 같아요. 그냥 읽을 것 같아요.
전 밀린 책들에게 쫓기는 기분으로 읽어서 전 정말 아무 생각없이 그냥 읽거든요. 뭐랄까요? 매일 먹는 밥상위에 이런 반찬, 저런 반찬 올려 놓고 먹는 기분이랄까요?
그래서 편식하지 않을 생각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실망할 틈이 없으실 듯 합니다.
제 경우엔 그렇더군요.^^
대신 읽을 책이 넘 밀려 있다 보니.. 화가님 올려 주시는 좋은 역사 관련 책들 빨리 읽어봐야 하는데...언제가 될지!!!ㅋㅋㅋ
늘 지켜보고는 있어요.
그러니 자주 올려 주세요^^
전 되려 반성이 됩니다. 전 추천이 아니라 책 샀다고 자랑 페이퍼만 쓰다 보니~^^;;;;;
화가님의 이런 페이퍼는 양질인거죠^^

거리의화가 2022-04-23 12:42   좋아요 3 | URL
구입해서 쌓여가는 책들은 많고 새로 계속 사들이다보니 한계가 많은 것 같아요^^ 책들이 또 바닥에 쌓여가고 있어요ㅠㅠ 저도 밀린 책들이 많아서 매달 읽을 책 선정할 때 기존에 구입한 책들을 읽어야 해서 나중에 구입한 책들은 기껏해야 한두권 또는 두세권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무님은 저보다 많은 분야의 책들을 읽으시니 👍 지켜봐주신다고 하셔서 감동입니다^^* 올릴 때마다 괜히 올린다싶어 민망할 때가 있었거든요ㅎㅎ 즐건 주말되세요^^*

mini74 2022-04-22 22: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안안나 ! 찜했어요 화가님. 작가님이 타계하셨군요 ㅠㅠㅠ 껍데기 개화는 가라 제목보니 유길준 떠오르네요 ~그 맘 알아요. 혹시 북플님께 실망을 안겨줄까 걱정되는 ㅎㅎ 스콧님 말씀처럼 화가님 책들은 👍

거리의화가 2022-04-23 12:40   좋아요 2 | URL
네 저도 작가가 타계했다는 건 소갯글 보고 알았습니다. 시리즈를 마무리하시고 돌아가신거니 그 열정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수메르 점토판 해석이 정말 지지부진할 때도 있고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일 것 같으니 더더욱요^^
ㅎㅎ 알리딘 인문 레터나 신문 등에서 보고 괜찮다 싶은 책들을 찜하고 있어요. 사실 제가 구입하기 전 정리해놓고 선별한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니 부담느낄 필요는 없는데 페이퍼에 올리니 부담이 느껴졌었던; 미니님 항상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2-04-24 22: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개해 주신 책 중 2권, 취저 당했습니다. 알라딘 친구분들께서 올려주시는 다양한 글 중에서 요렇게 책 소개 해주시는 글들이 유독 재밌고 오래 기억나요^^

거리의화가 2022-04-25 07:59   좋아요 2 | URL
취저당했다니 기분좋네요ㅎㅎ 저도 알라딘 서재 친구분들 통해서 다양한 책을 얻어가고 있어 참 좋더라구요 고맙습니다^^*

단발머리 2022-04-25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일 먼저 링크하신 카스트 관심이 가네요. 미국의 인종 차별과 카스트의 비교라니... 차이점이 더 많을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작가가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가 되네요^^ 저도 함 읽어보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4-25 10:05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차별의 문화가 만연한 미국을 어떻게 카스트 제도와 비교할지 궁금합니다^^ 단발머리님이 올려주실 글이 기대가 되는데요~^^ 감사합니다
 
전쟁일기 - 우크라이나의 눈물
올가 그레벤니크 지음, 정소은 옮김 / 이야기장수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가 원래 쓰려고 했던 책은 평화로운 세계가 담긴 일러스트 동화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기존 출판 계약 내용과는 다른 일러스트 일기가 출간되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쓰지 않아도 되었던 글과 그리지 않아도 되었을 그림이 책 속에 오롯이 담겼다.

올가는 며칠 간의 전쟁 끝에 집에 있는 것은 위험하다 판단했다.
처음에는 엄마와 할머니, 할아버지와 헤어져야 했고 이후에는 남편과 헤어져야 했다.
아이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 없었던 자신의 선택 뒤로 불안과 공포감은 늘 도사렸을 것이다.
하물며 남은 가족들과 헤어진다는 것은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었기에 슬픔보다는 두려움이 더 크지 않았을까.

작가는 그렇게 불가리아로 왔다.
전쟁은 전쟁일 뿐 우크라이나 사람이든 러시아 사람이든 평화를 원한다는 작가의 말이 맴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은 전쟁 최고 피해 지역이 되었다.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결사 항전으로 맞서겠다 했지만 곧 러시아의 수중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임박했음이 전해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피해는 늘어가고 전쟁의 피해는 참혹하기만 하다.

비단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이 아니라 이는 세계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나라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가했으며
EU의 국제적 입지는 흔들리고 NATO 가입국과 비가입국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중도의 위치에 있던 나라들도 선택의 기로에 섰다.
북한은 핵실험과 공격 등 주변국의 위협에 대한 명분을 얻었다.

2022년의 시작은 전쟁의 기함 속에 시작되었다.
이 파괴는 평화롭게 끝날 수 있을까.
최대한의 피해를 부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얄라알라 2022-04-20 1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표지를 보고, 담아두었던 책인데,
더욱 슬프게도 작가가 중간에 집필 방향을 틀어 쓰게 된 것이네요. 저는 3월 비극 진행 중에 급 진행된 작품이겠거니와 했어요.

˝새벽 3시에도 편의점 외출이 안전한 나라,˝ 평온한 일상을 강조한 신문기사와
길 가다가 미사일 폭격 받고 구사일생 살아난 우크라이나 시민 동영상이 동시에 온라인 공간에 도는 이 상황에서
말하기에도 조심스럽지만, 죄책감을 느낍니다

거리의화가 2022-04-20 10:21   좋아요 2 | URL
작가가 원래 일러스트 동화를 작업하는 지라 어린이를 위한 아름답고 섬세한 글과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해왔는데 생각지 못한 전쟁이 일어나는 바람에 이리 되버린거죠. 얇아서 금방 읽히는데 다큐멘터리 일기라고 해야할까요? 전쟁 개시 후 불가리아로 오기까지의 참상이 담겨있답니다. 마음이 아팠어요ㅜㅜ

scott 2022-04-20 1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넘 맘이 아픕니다 ㅠ.ㅠ 작가님 한국 방송(JTBC) 인터뷰에서 한국 넘 고맙다고 지금 아이들과 불가리아에 있다고 하네요 번역자님도 이번 원고료 모두 기부 하고 작가님 남편분은 현재 적십자에서 물품 우송(운전) 하며 가족과 만나는 날만 고대하고 있는 ㅠ.ㅠ

거리의화가 2022-04-20 11:05   좋아요 2 | URL
작가님 방송 인터뷰하셨군요. 아직 보지 못했는데 찾아봐야겠어요ㅜㅜ 남편분도 봉사하는 삶을 살고 계시죠.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환경에서 그런 결정이 대단해보이기도 하고. 저는 남편분과 헤어질 때 책 읽으면서 특히 너무 슬펐어요. 가족들이 모두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다립니다.

mini74 2022-04-20 11: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담아둔 책인데 ㅠㅠ너무 슬프네요 어서 평화가 찾아와 가족들이 서로 만나고 작가분이 아름다운 동화를 다시 쓸 수 있길 바라봅니다 ㅠㅠ

거리의화가 2022-04-20 11:34   좋아요 3 | URL
네 미니님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된 상황이 넘 마음이 아파요 엄마로서 아이들을 살리기 위한 결정이었는데 얼마나 가족들이 그리울까요ㅜ 평화는 이리도 요원한지 2022년은 시작부터 너무 암울합니다.
 

지난 주말 날씨가 정말 좋아서 집에만 있기에는 도무지 아까웠다.

볕이 따뜻하다못해 뜨겁다는 생각도 하긴 했지만 바람이 적당히 불어서 좋았다.

옆지기 왈. "주말만 되면 날씨가 좋아지는 것 같아."


집 앞에서 조금 걸어나가면 하천이 있는 공원이 있어서 1시간 정도씩 걸었다.

기미 잡티 생기는 것 때문에 자외선을 무척 싫어하지만 사람이 햇볕 쐬면서 살아야지 싶어 좋은 날을 오롯이 즐겼다.


(복숭아 나무라고 함 식물에 문외한이라^^;)




어제 오전에는 레이디 크레딧을 완독하고 산책하고 와서는 에릭 홉스봄 평전을 꺼내 들었다.




읽기 전에도 예상하긴 했지만 제목도 기가 막히게 뽑았고 표지 또한 절묘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 현재 성매매 산업은 금융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


초반에 사전 작업으로 경제 용어와 금융 이론에 대해 다루어주어 좋았다. 

어렵다는 생각이 들 수 있으나 충분한 자료와 주석을 제공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모든 챕터가 좋았으나 3부 내용이 책 전체의 핵심을 찌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좋았다. 

더불어 성매매 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생각 이상으로 술술 읽힌다.


에릭이 역사서만 지은 게 아니고 아주 다양한 글을 지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가 지은 일상적 글들이 꽤나 좋아서 감탄하며 읽었다.

어린 시절을 확인하니 그가 왜 마르크스에 탐닉했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고~


나는 본성과 양육 중 양육의 중요성을 더 크게 생각하는 편이다.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무척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에릭도 환경의 영향을 꽤나 받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 해도 그는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고 냉철한 이성으로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2-04-18 11: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휴 파란 하늘에 꽃사진이 너무 좋네요. 저는 주말 내도록 집 안에서 바깥의 좋은 날씨를 보면서 아 나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저도 이제 남은 4월에 레이디 크레딧을 열심히 읽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4-18 11:23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몸은 괜찮으신가요ㅠㅠ 괜스레 죄송하네요. 저 사진이 위로가 되시면 좋겠습니다^^
남은 코로나 기운 싹 물리치시고 이번 한주 바쁘시다고 했는데 힘내세요*^^*

다락방 2022-04-18 12:07   좋아요 3 | URL
네, 괜찮습니다. 출근해서 일하고 있어요.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 입니다. 하핫 ;;

미미 2022-04-18 13: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말은 정말 외출하기 좋은 나날이었죠~^^♡ 사진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그림처럼 나왔네요.ㅎㅎ

거리의 화가님 레이디 크레딧 완독 수고하셨습니다. 페미니즘 공부하며 적어도 한번쯤은 꼭 읽어봐야할 책인듯 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04-18 13:45   좋아요 4 | URL
네~ 진짜 요즘 낮에 날이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ㅎㅎ 제 핸드폰 보면 거의 풍경 사진이 독주입니다!^^
레이디 크레딧 말씀하신 대로 한 번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으로 생각됩니다. 저는 역사적 관점에서 읽을 수도 있어 좋았어요. 말 그대로 과거의 성매매 산업과 현재의 성매매 산업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락방 2022-04-18 14:43   좋아요 3 | URL
어휴 여러분의 댓글을 보니 가슴 가득 뿌듯함이 차오릅니다 😭

scott 2022-04-18 16: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배꽃과 벚꽃을 구별 못하는 저 !🖐
화가님이 주말에 포착하신 복숭아 꽃
제눈엔 벚꽃으로 ㅎㅎㅎ

에릭 홈스봄
오래전에 자신이 쓴 자서전 읽었었는데
거만함에 그냥 한번만 읽독을 ^ㅅ^

거리의화가 2022-04-18 16:39   좋아요 2 | URL
네 미완의 시대로 나왔죠^^; 저도 2독은 어렵더라구요 자서전은 아무래도 저자 자신이 쓰는거라 편중된 의견이다보니 저는 평전을 더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ㅋㅋ 저도 식물 구별 정말 못하겠더군요 뭐가 뭔지 아주 다르지 않으면 그게 그거 같아요 저 나무 푯말보고서 복숭아꽃이구나 알았어요ㅎㅎ

mini74 2022-04-18 17: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복숭아꽃 예뻐요. ~ 저도 식물은 몰라서 ㅎㅎ 레이디크레딧 반쯤 읽었는데 참 기분이 씁쓸해요 화가님 ㅠㅠ

거리의화가 2022-04-18 17:33   좋아요 2 | URL
오 많이 읽으셨네요^^ 성매매 여성 종사자들이 발을 들이고 나서 다시 나가는 경우가 드문데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슬펐어요ㅠ 돈돈돈 돈이 웬수라는 생각도 하면서.
복숭아꽃 말 그대로 복숭아색이라 참 예쁘더라구요ㅎㅎ

독서괭 2022-04-18 18: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레이디크레딧 꼭 읽어야 하는 책이군요. 꼬옥 읽겠습니다^^;
복숭아꽃은 복숭아처럼 예쁘네요! 요즘 꽃들이 계절을 모르고 다같이 펴서 참 예쁘긴 한데 걱정도 되고 그렇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4-18 18:19   좋아요 2 | URL
네 괭님께도 잘 읽힐 책일 것 같습니다^^ 요즘은 꽃들이 한꺼번에 피었다 져버려서 아쉬워요ㅠ 기후변화의 영향이 큰 듯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4-18 22: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레이디 크레딧 어제 저도 오후에 조금 읽었는데 읽어나갈수록....ㅜㅜ
한숨이...에혀~ 읽고 나서 좀 우울해서 밖에 걸으러 나갔었어요. 3부 넘어가면 좀 괜찮아지나 보군요??
암튼 그와중에 복숭아 꽃나무는 예뻐요^^

거리의화가 2022-04-19 09:03   좋아요 3 | URL
현실이기에 더 뼈아프고 힘든 이야기죠^^;
이전의 성매매 산업과 구조가 정말 많이 바뀌었구나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걸 뒷받침해주는 금융계의 뒷손들과 룸살롱이나 클럽. 먹이사슬 고리로 철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부에 제가 찾던 내용들이 있었거든요. 성매매 산업의 움직임의 기저를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괜찮아지는 내용은 없어요. 읽을수록 답답하긴 합니다만 저자가 철저하게 파헤쳤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복숭아꽃 다들 이쁘다고 해주셔서 좋네요^^*

그레이스 2022-04-19 11: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레이디 크레딧‘ 제목 잘 지었네요.
표지를 아무 생각없이 봤는데...

거리의화가 2022-04-19 11:20   좋아요 3 | URL
제목도 그렇고 표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참 찰떡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얄라알라 2022-04-20 1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저는 표지를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보지 못했으니 단세포적이었네요. 거리의 화가님 덕분에 표지가 다시 화악 들어옵니다.

거리의화가 2022-04-20 10:23   좋아요 3 | URL
네^^ 표지가 신의 한수입니나! 신용카드를 묘사한 이미지와 여성과 카드를 접목한 제목이 핵심을 집어내고 있지요^^*

독서괭 2022-04-21 09:31   좋아요 3 | URL
저도 이제야 깨달았네요. 표지에 신용카드가..!!

얄라알라 2022-04-24 22: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들 반환점 돌고 계신 4월24일,
저는 오늘 데려왔습니다. 이제 읽기 시작!

거리의화가 2022-04-25 08:01   좋아요 1 | URL
알라알라님 화이팅하세요!*^^*
 

개인 부채 문제가 여성에게 적용될 때는 성윤리의 문제로번역되면서 사회문제로 등장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러나 이 같은지적에는 여성들의 채무자로서의 역할에 의존해 조직화되고 있는경제의 금융화라는 구조적 차원의 분석이 누락되어 있다. 또한 현재 개인의 주체성을 구성하는 경제적 합리성, 도덕의 원칙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역시 간과하고 있다. - P269

이들은 부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기획 속에서 기간을 한정하고 업소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단 성매매 업소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면 먼저 돈을 빌려주겠다고 나서는 다양한 회사, 브로커들을 만나게 되고 또 다른 부채 전쟁이 시작된다. 또한 이들이 학자부채를 모두 상환하고 얼마간의 돈을 모아 성공적으로 성매매산업을 떠났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대출을 받아야 하는 일이 생길수도 있고, 대출이 문제를 일으켜 다시 업소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 P281

신용평점 모델 등 다양한 기법이 ‘신용 사회‘를 만드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수단으로 사용된다고 알려졌지만사실상 신용은 무차별적으로 확대되었고, 그 결과 현대 사회는 신용 사회인지 탈신용 사회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탈)신용 사회는 결국 신용평점이 낮은 사람들에게 리스크를 부과한다는 명목으로 이자와 수수료를 과당 책정하고 이들의 삶 전체를 이윤의 원천으로 수탈하는, 합법적 약탈을 일삼는 곳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 P291

포주와의 대면적 부채 관계에서 여성들은 성실하게 일하는 책임감 있는 모습만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었지만, 금융화된 성매매 산업 안에서 여성들은 책무성에 의거해 자신의 만기일을 계산하고 부채의 지불 약속을 유념하며 제한된 시간 동안 효율적으로 구체적인 액수의돈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러한 책무성은 금융적 제도와 실천이 사회화되는 과정 속에서 채무 상환의 도덕률과 같은 도덕 담론과 결합한다. - P294

현재 한국 노동시장이 직면한 문제는 심각한 수준으로, 일단청년층이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 여러연구와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2014년 대학졸업자 취업률이 IMF 경제위기 직후인 1998년보다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되는 등, 대학졸업자는 쏟아지지만 취업률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정혜진, 2015). 이런 배경에서 졸업을 유예하는 것이 대학졸업예정자들에게 하나의 상식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취업 이후 미래의 시간을 가치 있는 시간으로 만들고자 비용을 들여 현재 대학생으로서의 시간과 신분이 만료되는 시점을 유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 P298

여성들이 매춘 경제 속에서 매춘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있다. 이는 아가씨가 되기 위한 비용으로 이 책에서는 이를 여성들의 "재여성화 전략이라고 정의한다(Hossfeld, 1991; Mohanty, 2012[2002]: 278에서 재인용). 대표적으로 출근을 위해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하고, 화장을 받고, 옷(홀복)을 구입하거나 빌려 입는 비용이 이와 관련 있다. 나아가 여성들은 다이어트를 하고 성형을 함으로써 자신의 몸 가치를 상승시키고자 한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외모 관리에 ‘투자’하는 비용을 여성들의 ‘원료 구입비’라고 본다. - P304

성매매 산업에서의 재여성화 전략은 업소 주변의 미용 · 의류상품 업체의 상품 판매 전략과 일치한다. 룸살롱 밀집 지역에 위치한 미용실, 의류 렌탈 업체에서는 이 업계의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여성들이 다른 여성들과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일단 다37른 이들과 외적으로 유사하여 "통과passing 하되, 거기에 더해 다른매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옷과 헤어, 메이크업에는 유행이란 것이 있고, 유행의 코드가 예쁘다‘라는 평가의 감각을 지배한다. 의류 렌탈 업체, 혹은 의류 제작 공장에서 제공하는 ‘유행‘의 범위 안에서 룸살롱 여성들의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 P308

여성들이 비용을 들여 연출해야 하는 여성성은 그들의 본래적여성성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연적으로 배치되었다고 여겨지는 업소의 등급, 이 업소를 찾는 남성 손님의 취향과 요구에 따라 결정된다. 여성들의 소비는 특정한 경제적 장 안에 머물기 위해 요구되는 일종의 진입 비용이다. 이러한 진입 비용은 여성들이 각각의 장에서 남성이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의 표지를 적절하게 선택해 체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각각의 업소와 상황 속에서 여성들은 초이스 가능한 여성으로 거듭나기 위해 연출 비용, 원료구입비를 투자하고 있다. - P315

최근 성형외과에서 ‘대외사업부‘ 혹은 ‘마케팅팀‘ 등 전담부서까지 두고 성형 브로커들과 거래를 한다는 사실이 이미 널리 보도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병원관계자들은 경찰에서 강남 지역에만 679곳의 성형외과가 난립하는 현실에서 그렇게라도 해서 환자를 유치해야 할 만큼 사정이 어려웠다고 진술한다(조동주, 2013). 기사에 따르면 경찰에 붙잡힌 브로커들은 지난 5개월간 유흥업소 종업원과 대학생 등 260명에게 성형수술을 알선해주고 수수료 7억 7000여만 원을 챙겼다고 한다. 이때 성형외과에 상담을 받으러 온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형수술부위를 추가하도록 권유한 뒤 대출업체를 소개해주는 방식이 사용되었다. - P323

여성들의 다양한 대출 채권이 증권화되어 수익을 내는 상품으로 거래 가능한 상황에서 성형외과로부터 높은 수수료도 기대할수 있고, 여성들로부터 고리대 이자도 수취할 수 있는 성형 대출상품은 삼중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 된다. 신용의 확장을 통해 여성들은 모두 성형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이는 과포화 상태에 이른 성형외과 시장을 유지하는 동력이 된다. 한 명의 여성이 성형수술을 받으면 수많은 사람에게 각종 수수료를 통한이익이 발생하는 환경에서 여성들을 성형 시장으로 보내려는 힘은 점점 강해질 것이고, 성형수술을 받은 여성들은 그만큼 증가할 것이며, 손님들의 시선에서 통과되어 초이스되기 원하는 여성들의 열망은 점점 더 실현되기 어려워질 것이다. - P327

여성들에 따른 차별적 가치가 전체 성매매 업소를 작동하는 원리가 되는 상황에서 많은 수수료와 이자를 지불하면서 부채를 차입해 자기 투자를 하는 일은 계속 일어나게 된다. 자기 투자는 자기 삶의 안전장치를 스스로 마련하라는 개별화된 명령에 의해 이루어지는것 같지만, 이는 채무자 전체의 삶에 대한 수탈을 통해 이 사회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구조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성매매 산업을 중심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자기 투자의 회로 속에서 실제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오직 매춘 여성뿐이다. - P328

후기 자본주의 성거래의 특징을 연구한 번스타인(2007)에 따르면 이 시기 성매매의 경제적 계약 관계는 감정적 진정성, "경계 지어진 진정성bounded authenticity"을 포함하는 특성이 있다고한다. 그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도시 홍등가가 아니라 조용한 거주 지역의 이목을 끌지 않는 실내 사업으로 성거래의 새로운 시장이 재위치된 데서 찾는다. 그 결과 소비자로서의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도 점차 상업적으로 매개된 상호 인격적 관계가 주는 특별함, 쾌락, 감정적 얽매임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 P333

결국 여성들은 이들의 섹슈얼리티가 매매되는 것이 전제인 의미망‘ 안에 머물러야 한다. 그리고 그 의미망 안에서 남성들이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돈을 쓰게 하는 것이 여성들의역할이다. 남성 노동자의 임금은 성매매 산업을 돌고 있는 현금의유일한 원천이며, 이것이 성매매 산업의 확장된 신용을 재생산하도록 하는 유일한 경제적 자원이기 때문이다. - P338

공식적으로 집계되는 한국 사회 접대비의 규모는 9조 원을 넘어선지 오래다. 룸살롱은 접대가 선물로 제공되는 장으로 남성들은 상대 남성에게 여성을 선물하며, 혹은 여성들에 의한 접대를 선물하며 유대를 공고히 한다. 여성들을 매개로 남성들의 공적 친교를 가능하도록 하는 ‘접대비는 남성들의 임금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남성들이 일터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지위를 만들어내는 돈이다. - P342

금융화 국면에서 거대한 규모로 팽창한 성매매 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유일한 현금은 ‘남자의 지갑에서 나와 여성의 몸 가치와 교환되고 있다. 이러한 지갑에서 돈을 꺼내 유통시키는 역할이 바로 성판매 여성들의 임무이며, 이들에게 임무를 부여하는 채권은 증권화되어 또 다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즉 성매매 산업은 여성의 몸 노동을 통해 이익을 거두는 동시에 ‘매춘 여성의 몸 노동을 강제하는 수단을 통해 또 다시 이익을 거둠으로써, 이전 시대와 비교해 여성들을 더욱 교묘하고 다층적으로 결박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 P345

실제로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이 정기적으로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고 약을 처방받는다. 이것은 성매매 종사자들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신과 진료실이 성매매 산업에서 발생하는 어떤 문제들을 치료하는 하나의 창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신과 상담과 처방 약은 이들의 심신의 안정과 정서적 복지를 담당하는 수단으로 작동한다. 이들은 의료산업에서 제공하는 치유 상품으로 자신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슬럼프를 ‘극복’하고자 한다. - P355

자신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대한의 수익을 계산해 성매매 업소에서 일을 시작한 이들에게 자유는 오직 성매매 산업을 중심으로 한 화폐 흐름의 연결망 안에 있어야 달성될 수 있는 자유다.
이들이 이처럼 ‘자유‘를 추구하고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이유는 성매매 산업 안에서 구속적 인물과 장치들이 보이지 않게 변화한 것과 관련이 있다. - P361

성매매 산업에서 발생하는 신용이 금융화된 사회적 관계와 질서를 보충하는 현실에서 성매매를 정의한다는 것은 단순히 이들이 성노동자인가 성노예인가, 혹은 이들은 자유로운가 그렇지 않은가와 같은 정체성 정의를 넘어서 누가 이 시대 금융화의 수단으로 증권화되고 있는가라는 자본의 문제로 옮겨와야 한다. 여성의 몸을 수단화하며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자본은 자신의 몸을 담보로 사용하는 대가로 여성들에게 현재의 자유를 허락하지만, 동시에 여성들의 기대수익을 통해 그들의 미래를 포박하고 있다. - P368

여성들은 성경제sex economy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신용점수를 관리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서 인격적 대면 관계를 활용하기도 한다. 금융이 제공한 신용을 관리하기 위해 오히려 높은 이자를 지불하더도 사채를 쓰는 것이다.이 시대 금융화된 성경제를 무리 없이 작동시키기 위해 여성들은 마치 과거처럼 친밀성의 경제intimate economy 영역에서의 자원을 도구로 동원하고 활용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동시에 노동이 없는 이들에게도 ‘민주적인‘ 방식으로 신용의 확장이 이루어진 결과 몸이 재산인 채무자들은 자신의 몸값이 가장 높은 가격으로 빠르게 지급될 수 있는 시장을 찾아 떠돌게 된다. 신용의 민주화를 통해 확장된 신용은 신용불량자가 될 수는 없다는 공포를 통해 폐기될 수 없는 것으로 남게 되고, 그 몫은 담보물의 가격에 의존하게 된다. - P379

성매매 산업이 금융화되면서 산업 구성원에게 신용이 확장된 현실에서 파산은 여성에게 이 모든 현금 흐름을 멈추고 그 바깥에서 자유와 기회를 박탈당한 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자신이 획득한 기회와 자유를 유지하기 위해서 파산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이는 개인이 실제 파산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라 이들이 놓인 구조적인 환경을 살펴보았을 때 이들은 파산불가능한 주체‘로 거듭나고 있다는 의미다. 이들은 ‘신용 사회를 재생산하기 위해, 또한 자신의 신용과 자유를 재생산하기 위해 지금의 현금 흐름을 계속 회전시켜야 한다. 이들에게 파산은 스스로의 의지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자본에 의해 추방되는 것이다. - P384

이들이 성매매에 참여하는 것을 노예 상태에 머무르는 것이라고 간주한다면 곤란하다. 이들은 모두 성매매를 하는 것이 자신의 ‘선택’이라고 이야기한다. - P386

이런 배경 속에서 성매매 문제는 여성 개인을 ‘탈성매매 여성’으로 만들어냄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명의 여성이 나간 자리는 현금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다른 여성의 성실한 몸에 의해 채워질 것이다. 금융화된 경제를 작동시키는 부채 관계를 통해 여성 일반을 끊임없이 부채의 회로 속으로 포섭하는 자본의 전략을 고려할 때, 구매자와 업주, 알선자를 법정에 세우는 것만으로 성매매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지나치게 순진하고 협소한 생각이다. 누가 업주이고 알선자인지 구분하기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노동 없는 여성들에게 신용이 부여되고 있는 현실 체제를 직면하지 않고 이들을 자발적 성노동 참여자라고 인식하며 성매매 문제에 대해 단순히 탈규제의 해법만을 내놓는 것도 여성들의 몸을 담보화해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부채 경제라는 동인을 간과하는 일이다. - P38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순히 사회를 폭력조직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넘어, 조직폭력배, 성매매 업소, 은행과 여성들 간에 형성된 부채 관계를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경제행위로 인정하는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매춘 여성들의 선불금 차용증이 시중 은행에서 대출의 근거, 위험 회피의 수단이 되는 현실은 이 시대 자본축적 방식이 여성들의 매춘화와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 P154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공격을 통해 금융화는 다시금 가속화된다. 이들은 자신의 운명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개인으로 비난받으며, 동시에 확대된 금융 서비스의 소비자로 거듭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향상할 것을 요구받는다. 여러 학자는 이러한 금융의 민주화, ‘자본의 민주화를 실현하는 데 신용카드회사와 은행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 P157

새로운 자본축적의 회로 속에서 노동자, 빈민, 자영업자들은 모두 자산소유자로서, 때로는 "시민 투기자(Allon, 2010)이면서 동시에 채무자로서 금융화에 깊이 연루되고있다. 그 결과 현재 한국 사회의 가계부채 문제는 정부가 주도하는다양한 금융 대책, 채무자 구제 방침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된다. - P159

최근 성매매 산업을 중심으로 한 대출에서 여성들의 몸이 담보와 같은 것으로 계산되고 다양한 금융적 실천에 의해고착되는 역동의 전 과정을 여성 몸의 증권화 securitization 과정이고 정의한다. - P163

전체 생산활동 인구의 4% 수준인 100만여 명의 성매매 직간접 관련자 수입이 25%만 하락해도 GDP가 1% 하락한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로 성매매 경제 규모가 팽창한 한국 사회에서(임종석, 2004) 이러한 대출은 강남이 아니어도 어디서든 실행 가능하다. 이러한 대출 사례로 미루어볼 때 유흥업소 특화대출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조건은 바로 여종업원, 혹은여종업원의 수라고 추측할 수 있다. - P170

현재 부채 경제의 국면에서 성매매를 통한 여성들의 미래 수익을 예측하고 여성들의 몸을 담보로 계산하는 과정은 시중은행에서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대출의 근거로 간주된다. 매춘 여성의 몸이 만들어낼 미래 수익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여기 결합된 여성 몸 담보화는 합리적인 경제행위로 분류될 뿐만 아니라 사법적비호를 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금융화된 경제에서의 여성 몸 담보화에는 이 같은 법적 장치 외에도 그것을 정당하고 합리적인 실천으로 만드는 다양한 장치와 테크놀로지가 연루되어 있다. - P173

채권자들이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채권추심을 하는 이유는 차용증이 오직 부채를 상환받을 채권자의 권리만을 명시하는 증서이기때문이다. 채권채무 관계는 채권자의 권리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 P177

성매매 집결지 현장에서 성매매 여성들과 면식 관계를맺고 있는 사채업자는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유흥업소 특화대출상품을 알선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채권을 현금화하기 위해서 직접 채권을 저축은행이나 캐피탈회사에 팔기도 한다. 그러므로 미등록 대부업체나 사채업자로부터의 대출과 같은 비공식 경제 부문 역시 현재의 금융화된 공식 경제 영역에 일정 부분 연계·포섭되어 작동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 P184

사채 문제 전문 활동가인 송태경)은 채무자의 삶을 보호하기위한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이 있긴 하지만 현실에서는과도한 채권추심, 불법적’ 채권추심을 결정하는 경계 자체가 모호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 이유는 채권채무 관계의 근본적 속성이 권력관계이기 때문이다. - P189

신용의 민주화를 가능하도록 만든 조건 중 하나인 채권추심이 성별에 따른 차이를 보인다면 신용의 민주화‘ 역시 젠더화되었음을 예상해볼 수 있다. 여성 전용 대출 상품이 등장한 것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다. - P191

금융 산업은 엄밀하고 과학적인 수식에 의해 움직이는 선진적인 산업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금융화의 말단에서 이 구조를 지탱하는 것은 협박, 폭력, 뽑아 먹기기술 등 채무자의 삶 자체를 이윤의 원천으로 만들어내는 수탈그 자체이다. 그렇다면 최근에 등장한 ‘기업형 조폭도 사실상 현재금융 경제 질서유지의 한 축을 담당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부실채권도 합법적으로 현금화가 가능한 정상 채권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현재의 금융 경제 질서 아래서 채무 상환에 동원되는 폭력 역시 사회의 안전을 도모하는 ‘합법적인 원리로 자리매김하게된다. - P198

여성운동은 성매매특별법을 제정하고 실행하는 데 온 힘을 집결하면서 ‘포주, 성구매자, 성매매피해자‘ 등의 정체성에 근거한 운동에 천착했고, 그사이 법정에서 포주는 자신의 재산권을 보호받을권리가 있는 소유자 - 시민, 사업가로 정의되었다. 결국 새로운 법의야심찬 집행에도 성매매 업소는 세금 문제만 정직하게 해결하면합법적으로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전도유망한 사업이 되었다. - P205

차용증 ‘채권의 묶음’, 룸살롱에서의 ‘여성의 집결pooling’은 개별 여성들의 상품성 이상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기법이 된다. 금융권은 이후 이러한 여성 채권의 묶음을 담보로 새로운 투자 상품을 창출해내고 업소는 미래 수익을 담보로 대출금을 얻어 대형업소를 창업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성매매 업소의 대형화는 여성 풀링 기법을 통해 여성의 몸을 증권화하는 테크놀로지의 조건이자 효과로 정의되어야 할 것이다. - P210

이제 더 이상 강남의 룸살롱은 단골 마담의 ‘놀러 오세요‘라는 전화 한 통으로 언제 한번 들러 시간이 허락하는 동안 술을 마시는 곳이 아니다. 공장식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성매매 업소에서는 남성 구매자도 이곳의 규칙을 익히고 그것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의 만족을 얻고자 노력한다. 대형 업소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성매매 업소는 다양한 구성원의 분업을 통해 업소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에 몰두한다. - P214

다양한 종류의 성매매 업소 종사 경험이 있는 여성 중에 ‘텐프로 빼고 다 가봤다‘는 여성들을 만나는일은 어렵지 않다. ‘텐프로‘는 마치 결코 닿을 수 없는, 범접할 수없는 어떤 곳을 나타내는 대명사다. 그러므로 텐프로는 언제나 그보다 낮은 등급의 외부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유흥업소는 텐프로에서 노래방까지 각 분류의 업소들이 유기적인 관계를통해 서열화되고 군집을 형성한 채 표상된다. 또한 텐프로를 중심으로 한 업소의 서열화는 여성의 가치가 외모를 기준으로 서열화될 수 있다는 관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언제나 텐프로와 비교해서 부족분만을 드러낸다. 그 결과 유흥업소 종사 여성들의 외모에서 기준이 되는 것은 언제나 (실제 존재도 확인된 적 없는) 텐프로 여성이다. - P228

등급화야말로 성구매를 합리적인 소비 실천으로 만들어내는 원리이며, 나아가 성매매 산업의 신용 재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물신적믿음이다. - P233

성매매에서 남성들은 자신의 지불 규모, 업소 위치, 접대 방식에 근거하여 적당한 등급의 업소를 선택하고 초이스‘, ‘뺀찌‘같이 선택의 합리성을 보충하는 장치들을 통해 성매매를 규칙에 의거한 게임과 같은 과정, 합리적 구매의 과정으로 집단적으로 내면화한다. - P237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특정 남초 사이트에서 룸살롱 후기 게시판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들은 유흥업소 포털 사이트에도 특정 업소, 특정 여성들의 가격과 서비스 만족도를 평가하는 글을 올리면서 성구매와 관련된 정보를 계속 생산하고 있다. 그렇게 정보망에 집적된 후기는 정보 검색자의 임금 수준, 소비 수준에 입각해 검토되고 선택되는데, 이를 통해 남성들은 합리적으로 성구매를 실천하는 소비자의지위를 점한다.
이러한 구매자 네트워크는 남성들의 새로운 성적 욕망을 만들어내고 이것을 구매력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다시금 특화된 성매매 업종을 만들어낸다. - P245

현재 성매매 산업을 둘러싼 인터넷 환경은 성매매 업소 종사자 혹은 직접 후기를 생산해내는 구매자뿐 아니라 소설이나 에세이를 연재하고 친목을 다지는 광범위한 카페 회원을 넓게 포괄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또 성매매 산업은 이 광의의 구매자 네트워크를 활용하며 남성들의 새로운 성적 욕망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신종 상품 개발로 연결하기도 하면서 신용을 통해 확장한 규모를 확대재생산하고자 노력한다. - P248

그러나 현재 성매매 산업의 재구조화 속에서 ‘진상 손님‘, ‘변태 손님은 오히려 남성 손님의 보편적 형태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남성들의 새로운 욕망이 개발되고 이것에 구매 합리성을 부여는 방식으로 업소가 분화한 결과, 구매자는 각 여성이 중급 업소 혹은 하급 업소에 속한 것이 이들의 외모에 따른 합리적 배치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구매자에게 중·하급 업소의 여성들은그의 급에 맞는 합당한 서비스를 응당 제공해야 하는 존재가 된다. 결국 최상급 업소를 기준으로 한 성매매 산업의 계층화 속에서 남성들은 ‘더욱 화끈하게 놀기 위해’ 혹은 ‘색다른 방식으로 놀기 위해’라는 ‘합리적’ 이유를 갖고 중·하급 업소를 찾게 된다. 동시에 여성 종사자들 역시 합리적 배치의 결과 이곳에 속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응당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남성들의 구매 합리성을 내면화한다. - P250

중·하급 업소에서는 손쉽게 수용되기 힘든 남성 손님의 성적 판타지가 실천될 수 있기 때문에, 이제 서열화된 성매매 산업 구조 내에서 중·하급 업소의 역할은 공고해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이가 아주 많은 여성이나 아주 체격이 큰여성, 혹은 아주 마른 여성, 때로는 트랜스젠더 여성, 장애 여성과같이 성매매 산업에서 흔하게 만나기 어려운 여성들의 시장이 존재하게 된다. - P253

성매매는 단순히 개별 남성과 개별 여성의 성적 실천, 성적 계약의 문제가 아니라, 구매자로 동질화된 남성이 차별적이고 위계화된 가치를 가진 여성 개인과 이들에 대한 성적 판타지를 ‘공정 가격으로구매하는 관념의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성매매 산업이 그 규모와신용을 유지·재생산하는 과정에서 성구매의 합리성이 구성되는 방식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 P255

성산업 종사 여성들은 몇 차례의 이동을 통해 자신들의 몸 가치와 자신에게 ‘적합한 업소가 어디인지 알게 된다. 어떤 업소가적합하다는 판단은 전적으로 여성들이 업소에서 안정적으로 거두어들이는 수입에 의거한다. 안정적인 수입은 과거의 수입과 비교해특별히 감소하지 않은 수입을 의미하며, 자신의 생활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하기도 하고, 자신이 목표로 한 수입을 의미하기도 한다. - P257

여성들은 자신의 몸 가치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수입 등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내면화하고, 등급화된 성매매 산업의 스펙트럼안에서 자신에게 최대의 수입을 보장해줄 수 있는 최적의 업소를찾아낸다. 업소 이동에는 업소의 등급을 넘나드는 이동도 포함된다. 각 업소에서의 수입은 그리 크게 차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업소의등급에 따른 수입 차이는 자신의 외모 조건의 부족분을 내면화하는 선에서 더욱 허용적이고 추가적인 서비스를 통해 메우기 때문에 여성들의 수입은 대체로 일정해진다. - P26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