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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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자려고 누웠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이 올라와 계속 몸을 뒤척였다. 좋은 책은 이렇게 많은 감정을 오가게 하는구나 싶다. 한편 정말 좋을 때는 오히려 정리하기가 힘든 것 같은데 이 책도 그렇다.

작년 말 출간된 솔닛의 책 <야만의 꿈들>을 읽어보고 싶어 사두고는 여전히 읽지 못했다. 그녀의 책을 한 권도 읽은 적이 없기 때문에 선뜻 도전할 수가 없어 그 책을 읽기 전 먼저 입문서 성격의 책을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다. 이 책은 얇은데 솔닛의 대표작이기도 해서 선택했다.
이 책을 읽지 않았지만 ‘맨스플레인‘이라는 용어는 너무나 익숙하다. 그런데 정작 솔닛은 이 책에서 말하길 자신은 그 단어의 탄생과 관계가 없고 심지어 그 단어를 잘 쓰지 않는다고 한다(모든 남자에게 그런 타고난 결함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 같은 느낌 때문). 어쨌든 그녀가 의도하지 않았음에는 분명하지만 그 용어가 이제는 통용되고 있다.

페미니즘 책을 읽으면 내가 그동안 해왔던 생각과 행동들을 돌아보는 기회가 된다. 그러면서 좌절감이 이는데 자꾸 내 과거의 흑역사를 떠올리면서 자기고백이 되는 것이다. 왜 페미니즘 책은 자기고백 현장이 되는지... 결국 내가 여전히 지식의 깊이가 얕고 앎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남자들이 여자들의 말을 무시하거나 가로막는 태도에 대해서는 <워드 슬럿>이란 책에서 살펴본 바가 있었다.

[15] 남자들은 자꾸 나를, 그리고 다른 여자들을 가르치려 든다.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든 모르든. 어떤 남자들은 그렇다.
여자들은 어느 분야에서든 종종 괴로움을 겪는다. 이런 현상 때문에 여자들은 나서서 말하기를 주저하고, 용감하게 나서서 말하더라도 경청되지 않는다. 이런 현상 때문에 여자들은 자기불신과 자기절제를 익히게 되는 데 비해 남자들은 근거 없는 과잉 확신을 키운다.

모든 남자들이 여자들을 가르치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솔닛도 친절한 남자들이 존재하며 그들과의 대화는 즐겁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나부터 어릴 적 소극적인 태도에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었던 기억을 떠올려본다. 나서는 것에 대하여 숱하게 들어왔던 험한 말들은 나를 열등감에서 빠져나오기 힘들게 만들었다. 이는 지나친 자기비하로 이어져 꽤 오랜동안 나를 괴롭혔던 것 같다.
남자들이 여자들을 가르치려 하는 것은 대부분 자기 과잉과 자기 확신에서 상대를 찍어누르려는 권력 지향의 발현이다. 이는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언어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45] 폭력은 내게 상대를 통제할 권리가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폭력의 극단적인 형태는 강간을 넘어선 살인일 것이다. 그러나 일상적인 폭력이 더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예를 들면 데이트폭력 같은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이것은 요즘 이슈화된 것 같지만) 같은 것이다. 너무나 흔해서 문제시하지 않고 사적인 영역이라 생각하며 공동체와 국가가 가볍게 여기는 현장이다. 이 현장에서 많은 이들이 다치거나 죽는데 이를 왜 좌시하는지 모르겠다.

[63] 이 나라에서는 매년 87,000건이 넘는 강간이 벌어지지만, 모든 사건은 제각각 동떨어진 일화로만 묘사된다. 점들은 하도 바싹 붙어 있어서 하나의 얼룩으로 녹아들 지경이지만, 그 점들을 잇거나 그 얼룩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마침 이번 달 정희진의 오디오 매거진에서 ‘가정폭력‘에 대해서 다루어서 자연스레 내용이 연결될 수밖에 없었다.
폭력은 어쩌면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가정에서 얻은 폭력의 경험들이 사회로까지 나아가기 무척 쉽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한다. 나아가 이를 공동체에서 방치하면 안 된다는 사실도.

[98] 아내의 인생은 아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것이었다.
이제 그런 시대에는 단호히 문을 닫을 때가 되었다. 대신 다른 문을 열 때다. 모든 상황에 놓인 모든 사람을 위해서 서로 다른 젠더들 사이의 평등과 결혼한 파트너들 사이의 평등을 반갑게 맞아들일 문을. 평등결혼은 위협이다. 불평등에 대한 위협이다. 평등결혼은 평등을 소중히 여기고 평등으로 혜택을 입는 모든 사람에게 유익하다. 그것은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다.

울프와 손택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솔닛에 따르면 둘이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달라서 흥미로웠다.

[126~129] 세상에는 다른 울프도 많지만, 나의 울프는 내게 방랑하기, 길 잃기, 익명성, 몰입, 불확실성, 그리고 미지를 사용하는 방법을 안내해준 나의 베르길리우스였다.
손택은 우리에게 어둠을, 미지를, 불가지를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이미지에 현혹되어 다 이해한다고 믿어버리거나 스스로가 고통에 무감해지도록 내버려두지 말라고 말한다. 그녀는 앎이 감정을 일깨우기도 하지만 마비시키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녀는 우리가 그 모순을 해소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가지 손택이 말하지 않은 점은, 우리가 우리 눈에 전혀 보이지 않는 고통에 대해서는 반응할 수 없다는 점이다.

[148~149] 계량 가능한 것의 폭압은 우리의 언어와 담론이 좀더 복잡미묘하고 유동적인 현상을 묘사하는 데 실패한 탓이기도 하다. 그처럼 종잡을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하고 아끼자는 의견을 형성하고 결정을 내리는 데 실패한 탓이기도 하다. 호명할 수 없거나 묘사할 수 없는 것을 아끼기란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불가능할 때도 있다. 따라서 호명과 묘사는 현 상태의 자본주의와 소비주의에 대항하는 어떤 반란에서도 긴요한 작업이다. 반란은 상상력의 반란이다. 미묘한 것, 돈으로 살 수 없고 기업이 구사할 수 없는 즐거움, 의미의 소비자가 되기보다 생산자가 되는 것, 그리고 느린 것, 배회하는 것, 일탈하는 것, 캐묻는 것, 신비스러운 것, 불확실한 것을 선호하는 반란이다.

6번 챕터는 통째로 기억해두고 싶을 정도로 마음을 울리는 내용들이 많았다. ‘판단하지 않고 유보하기‘, ‘불확실한 것을 인정하기‘, ‘계량 가능한 것에 대해 저항하기‘ 등. 모두 다 내가 잘 실천되지 않는 것들이었다. 나는 보여야 들어오는 사람이며 계획이 우선시되는 사람이며 방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큰 사람이다. 울프는 밀림에서 길을 잃을 줄 알아야 창조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산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곳에 홀로 떨어서 산책을 한다거나 불확실한 상황에 내던졌을 때 두려움을 이길 용기가 있는지 모르겠다. 눈을 크게 뜨고 어둠 속으로 들어갈 힘은 책을 읽을 때도 적극적인 독자로서 필요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에서도 필요한 일이다. 이제 정말 울프와 손택의 책을 읽어야겠다 결심했다.


저자인 솔닛은 기본적으로 희망적인 미래를 그리는 것 같다.

[134] 내게 희망의 근거는 단순하다. 우리는 다음에 벌어질 일을 모른다는 것, 세상에는 있을 법하지 않은 일과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꽤 자주 벌어진다는 것. 비공식적인 세계사가 이미 보여주었듯이, 헌신하는 개인들과 대중운동들이 역사를 만들 수 있으며 만들고 있다는 것. 우리가 언제 어떻게 이길지, 얼마나 걸릴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말이다.
절망은 확실성의 한 형태다. 미래가 현재와 거의 같거나 현재보다 쇠락하리라고 믿는 확실성이다. 절망은 미래에 대한 확실한 기억이다. 절망과 낙관은 둘 다 행동하지 않을 근거로 작용한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그런 기억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것, 현실이 반드시 우리 계획과 일치하진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야말로 희망일 수 있다.

현재는 더 이상 나빠질 게 없을 정도로 암담하더라도 과거의 많은 선구자들이 있었기에 지금, 현재가 더 망가지지 않을 수 있었는지 모른다. 사실 나도 이 부분에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 내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도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현재를 더 잘 알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준비하기 위함이다. 준비는 불가능하지만 우리의 노력으로 다음과 같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는 있다.

[213] 심오한 사회변화는-가령 페미니즘의 득세처럼-전혀 다른 형태를 띨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우리 현실에 혁명의 이상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 시대 혁명가들은 현대의 바스띠유 습격에 해당하는 사건을 일으킴으로써 이상을 실현할 수 있다고는 좀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시점에는 우리가 이미 아는 역사로 되돌아가서 이렇게 물어보는 게 도움이 되는 법이다. 정말로 혁명은 우리가 생각한 그런 것이었을까?

[221] 나는 미래에는 더이상 페미니즘이라고 불리지 않을지도 모르는 이 논의가 앞으로 남성에 대한 더 깊은 탐구를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나 지금이나 페미니즘은 인간 세상 전체를 바꾸려는 노력이다. 벌써 많은 남자들이 이 사업에 가담했으나, 이 사업이 어떻게 남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현재의 상태가 어떻게 남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히는지에 대해서는 훨씬 더 많은 고민이 가능하다.

매일 신문을 읽는데 금요일마다 젠더살롱이라는 코너를 눈여겨본다. 거기에는 남녀 필진이 함께 있는데 남성 필진의 생각이 어떤지 궁금하여 세심히 챙겨본다. 나는 페미니즘이 여성에 대한 권리 주장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남성에 대한 탐구도 같이 이루어짐으로써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각의 혁명은 균열, 파열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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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11-03 14: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대다수의 남자들은 여자가 말하는 것 자체를 못참더라고요. 응, 그거 아니야^^ 라는 말을 이해를 못함. 지들끼리 경쟁에서 진게 억울해서 여자한테는 무조건 우쭈쭈, 존중 받아야 하는 계란 껍질처럼 유약한 자아… 나는 인간 대 인간으로 존중한 건데 남자여서 존중받는 게 당연함. 존중은 당연한 거 아니라고 하면 어딜감히ㅋㅋㅋㅋㅋ. 인간의 기준=남자

잠자냥 2023-11-03 15:07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 저한테도 여기서 첫 댓글로 맨스플레인 하던 분 있어서 그 후 결코 말 섞지 않음. 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11-03 16:05   좋아요 1 | URL
@공쟝쟝
마지막 문장이 핵심이네요ㅋㅋㅋ

@잠자냥
경험이 있으셨군요!ㅠㅠ

책읽는나무 2023-11-03 1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떤 책을 읽고 밤에 자려고 누우면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게 되는 경험.
저도 요즘따라 자주 경험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마도 여성주의 관련책들이 주로 그러한 것 같던데 화가 님의 첫 문장부터 와 닿네요.
솔닛의 예전에 알라디너님들이 몇 년 전 이 책 읽으시고 쓰신 리뷰들을 찬찬히 읽던 지난 기억들도 떠오릅니다.
그시절 페미니즘이란 용어도 아마 처음 접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마지막 문장, 생각의 혁명은 균열, 파열부터가 시작이다. 밑줄 긋고 담고 갑니다.

거리의화가 2023-11-04 16:27   좋아요 1 | URL
그런 경험이 많아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작년에 솔닛 책이 번역되어 출간되면서 한참 리뷰가 올라왔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솔닛, 울프, 손택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점점 독서할 목록이 늘어갑니다^^ㅋㅋㅋ 나무님 감사해요.

은오 2023-11-04 17: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 책 읽으면 흑역사 떠오르면서 괴로운거 저도 그래요...ㅠㅠ 하 정작 흑역사 현재진행형으로 산더미처럼 쌓고 있는 놈들은 페미니즘책 안 읽음.... 그 사람들도 좀 괴로웠으면 좋겠네요 우리만 괴롭기 억울하다!!

거리의화가 2023-11-05 06:50   좋아요 1 | URL
그렇죠? 문제임을 인식하는 것부터가 공부의 시작인데 문제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네요.
 
온두라스 SHG EP 코판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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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뜯자마자 원두알들이 튀어나갔다. 보관통이 필히 필요한데 이럴 거면 포장을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어쨌든 이 커피는 원두통이 반드시 필요함. 커피는 신선하고 향도 좋았고 맛도 기대 이상이라 좋았지만 저 망할 놈의 포장 때문에 다시는 안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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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11-02 0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아 화가님도 불편하다고 하신다...!!!! 개선요망ㅜ

거리의화가 2023-11-02 10:02   좋아요 0 | URL
저 포장은 진짜 아닌 것 같습니다!ㅋㅋㅋ

잠자냥 2023-11-02 0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아침에 설마 알갱이들 줍느라!?

거리의화가 2023-11-02 10:06   좋아요 1 | URL
다행히 많이 튀어나가지는 않았습니다!ㅋㅋ 포장에 여유라도 좀 있던가 꽉 해놔서...ㅋㅋ 저와 같은 불상사 있으신 분들이 제법 있을 것 같습니다!ㅎㅎㅎ

서곡 2023-11-02 1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삼각 커피우유 같이 보입니다 ㅎㅎㅎ 요새 집에서 저는 캡슐로 온두라스 커피 마시는 중이라 온두라스 반갑습니다 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11-02 11:11   좋아요 1 | URL
삼각커피우유를 겨냥하고 저렇게 포장을 만들었다는데 막상 받아보니 약간 두툼한 종이 정도의 포장이어서 그 느낌은 안 납니다!ㅎㅎ

다락방 2023-11-02 1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바부팅이..

거리의화가 2023-11-02 11:11   좋아요 0 | URL
저 포장은 진짜 버려야될 듯요!

독서괭 2023-11-02 1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좀 만들고 자기들이 뜯어보지 ㅠㅠ

거리의화가 2023-11-02 11:12   좋아요 2 | URL
만들어보고 이게 아닌데 싶으면 개선을 했어야 하겠지만 그러기엔 배송 일정 때문에 그냥 go한 듯해요!

잠자냥 2023-11-02 11:19   좋아요 2 | URL
저라면 저 삼각형 맞물리는 부분을 지퍼 형태로 만들었을 거 같아요.
처음에 이 상품 봤을 때 지퍼가 없나? 설마 있겠지....했는데 없을 줄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아침에 알갱이 쏟아지고 울집 고양이들 자다가 자기 과자인 줄 알고 막 뛰쳐나왔다가 냄새 맡고 실망하는 얼굴 상상하니까 넘 웃겨요.

책읽는나무 2023-11-02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요거 주문할까? 잠깐 고민하다가 포기했더랬어요.ㅋㅋㅋ
포장용기가 좀 이해가 안되어 선뜻 주문이 안되더군요. 후기를 좀 읽어보고 판단하려고 했는데...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11-02 17:26   좋아요 1 | URL
와... 나무님 선견지명이 있으십니다. 잘하셨어요^^

단발머리 2023-11-02 1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집중!!!!

거리의화가 2023-11-03 09:07   좋아요 0 | URL
알라딘 커피팀 개선들어갔을까요?ㅎㅎㅎ

taeyoony 2023-11-06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포장지는.꼭지점을.조금만 가위로 오려 쓰셔야 됩니다. 보관시 오린 부분을 집게로 집으세요 ㅎㅎㅎ. 출시.일정이 부족 해서인가요 새로운 원두 봉투라 포장지 사용밥에 대한 안내가 다소 부족 한듯 요

거리의화가 2023-11-07 09:42   좋아요 0 | URL
포장지를 조금 여유를 두고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eBook] 삼체 1부 (개정판) 삼체 (개정판) 1
류츠신 지음, 이현아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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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전자도서관에 들어가서 목록을 넘겨보다 발견한 책이다. 이 책은 저자의 대표작으로 휴고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으며 중국 SF 문학의 대표 작품으로 손꼽히는 책이다. 그래서 나도 궁금은 했으나 선뜻 발을 담그지는 못했는데 난해할까봐였다. 하지만 마침 올해 3부작 중 1부에 해당되는 내용이 드라마화 되었길래(넷플릭스에도 예정작에 올라 있음) 이번에야말로 원작을 읽어볼 기회라 여겼던 것이다. 드라마를 먼저 보고 책을 볼까 책을 먼저 보고 드라마를 나중에 볼까 고민했으나 역시 원작을 먼저 읽는 것이 낫겠다 싶어 주저 없이 대출 버튼을 눌렀다.


읽으면서 과학과 공학은 다르다는 것을 절감했다. 과학 지식은 형편없는데 책에 등장하는 굉원자, 초끈 이론, 우주배경복사 등의 용어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하다. 그러려니 하며 읽었고 이런 부분은 드라마를 볼 때도 이해되지는 않겠지만 시각적으로 보게 되면 향후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왕먀오는 나노 연구 프로젝트 수석 과학자인데 풍경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여느 날처럼 풍경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유령 같은 카운트다운 숫자(시간, 분, 초)가 찍히는 것을 보고 패닉에 빠진다. 필름과 카메라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사진만 찍으면 그런 카운트다운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이 책의 결과물이다. 


내용에 대한 배경 설정은 우주와 미래에 대한 기본 설정 아래 현대 중국이 진행했던 우주, 과학 프로젝트에서 소재를 따왔다. 그가 만들어낸 세계에서는 경계가 끝이 없다고 여겨지는데 등장인물만 해도 그렇다. 주나라의 문왕이 나오고 묵자가 나왔다가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 아리스토텔레스, 다빈치, 뉴턴, 폰 노이만, 진시황까지... '이걸 조합한다고?' 중얼거려보는데 희한하게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평소 풍경사진만 찍고 풍경을 보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우주와 자연의 풍경을 묘사한 구절들이 퍽 인상적이었다. 


새 떼가 안테나가 향한 곳으로 날아들더니 어두운 빛을 뿜는 구름을 배경으로 후드득 추락하기 시작했다. 안테나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만 여전했다. 밤하늘의 새들도 숲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다시 안테나를 쳐다보았다. 그것은 마치 하늘을 향해 활짝 벌린 거대한 손바닥 같았고, 이 세계를 초월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저자가 컴퓨터 엔지니어 출신이여서 컴퓨터 용어나 공학 프로그램을 설명할 때는 흥미롭게 읽었다. 

대학 때 들어가자마자 배운 것이 '논리 회로 게이트' 실험이다. 그 실험은 대부분의 이론 강의들과는 달리 실습이라서 기억에 남았는데 회로판을 조작하여 NOT, AND, OR, NAND, NOR, XOR, XNOR 게이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컴퓨터의 수는 결국 0과 1을 이용한 16진수로 구성되는 원리인데 이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다르게 나온다. 


인간 컴퓨터 시스템 버스를 관통하는 경기병이 빠르게 움직이자 버스가 즉시 센 물살의 강물처럼 변했다. 강물은 길을 따라 다시 무수한 작은 지류로 나뉘어 각 모듈 진열로 들어갔다. 빠르게, 흑백기의 잔잔한 물결이 세찬 파도로 변해 메인 보드 전체에 출렁였다. 중앙의 CPU 구역이 가장 격동적으로 움직여 마치 불타는 화약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화약이 다 탄 것처럼 CPU 구역의 움직임이 점점 잦아들더니 결국 완전히 정지되었다. 그것을 중심으로 각 방향이 빠르게 중지되었다. 빠르게 얼어붙는 바다 표면 같았다. 마지막에는 메인 보드 대부분이 정지되었다. 그 중간에 산발적인 죽음이 불변의 리듬으로 생기 없이 반짝이면서 대열 속에 붉은색이 나타났다. 

“시스템 잠금!”

고장 원인은 금새 밝혀졌다. CPU 상태 레지스터 중 게이트 회로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이었다.

… 메인 보드에 물결이 잔잔하게 퍼지면서 대열 각각의 색 표지가 반짝거렸다. 인간 컴퓨터가 길고 긴 계산을 시작했다.”


역사적 사실인 문화 대혁명과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출간 이후 지구 환경에 대해 이어진 경고는 지금도 독자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들이 분명하다고 여겨진다.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마오쩌둥이 감행한 문화 대혁명을 돌아보며 체제를 거스른다 여겨지는 자들을 반동자로 불렸던 이들은 복권되기도 했으나 역사 속에 묻히기도 했을 것이다. 살아남았다 해도 이제 더는 그들을 기억하지 않는다. 레이첼 카슨이 경고한 지구 환경은 어떠한가. 과거에는 DDT의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이제는 산불이 수개월간 꺼지지 않거나 홍수로 몇 개월간 도시가 잠기는 등 지구의 환경은 악화 일로로 치달아 위기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무수하게 병행하는 연산을 하는 CPU처럼, '문화 대혁명'은 하나의 공동체가 되었다. 광란은 무형의 홍수처럼 도시를 휩쓸어 미세한 틈과 부분까지 파고들었다. 온갖 파벌이 난무하던 시대에 복잡하게 얽힌 대립파들이 서로 격투를 벌였다. 교정에는 홍위병, 문혁공작조, 공선대와 군선대가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었고 각 파벌 내부도 시시각각 새로운 대립 파로 분리되어 각자 다른 배경과 강령을 수호하며 더 참혹하게 힘겨루기를 했다. 그러나 반동 학계 권위자 비판은 어떤 파도 이견이 없는 투쟁 목표였고 반동 학계 권위자들은 각 파벌의 참혹한 공격을 모두 감수해야 했다.

"아인슈타인은 반동 학계 권위자다. 그는 기회주의자야! 미국 제국주의에 빌붙어 원자 폭탄을 만들었어! 혁명적인 과학을 건설하려면 상대성 이론으로 대표되는 자산계급 이론의 검은 깃발을 타도해야 한다!"

"중국에서는 아무리 자유로운 사상이라도 결국에는 모두 '탁' 하고 땅에 떨어져버리지. 현실의 인력이 너무 무거워"

"철학이 실험을 이끄는가, 실험이 철학을 이끄는가?" 예저타이가 물었다.

그들은 신념과 이상을 위해 싸웠다. 그들은 역사가 자신들에게 부여한 영광의 사명에 도취되었고 자신의 용감함에 자부심을 느꼈다.


그들은 불살랐던 세대였다. 그래서 그들은 불사르듯 전기톱으로 울창한 숲을 벌목해 황폐한 민둥산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들의 트랙터와 콤바인 아래 광활한 초원은 밭으로 변했고 나중에는 사막이 되었다. 큰 나무가 끌려갔다. 지면의 돌과 등걸에 걸려 나무껍질이 벗겨졌다. 마치 거대한 몸의 피부가 찢기고 살이 터지는 것 같았다. 나무가 원래 있던 곳에 두껍게 쌓여 있던 낙엽 부식층이 눌러 고랑을 만들었고 고랑에서 물이 흘러나왔다. 오랫동안 부식된 낙엽에서 나오는 물은 암홍색이었고 그것은 마치 피 같았다.

아마도 인간과 악의 관계는 대양과 그 위에 떠 있는 빙산의 관계로, 둘은 동일한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빙산이 눈에 잘 띄는 이유는 그저 형태가 다르기 때문이고, 그것의 실체는 거대한 물중 아주 작은 일부분일 뿐이라는 것이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듯 인간 스스로 도덕적 자각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게 하려면 인간 이외의 힘을 빌려야만 한다. 이 생각이 예원제의 일생을 결정했다.

"이 책은 『침묵의 봄』, 1962년 미국에서 출판된, 자본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은 책이지. 현재 상급 기관은 이 책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했어. 이 책은 반동의 독초야. 이 책은 유심 사관에서 출발해 말세론을 선동하고 있어. 환경 문제라는 이름으로 자본주의 세계의 부패와 몰락의 핑계를 대지만 그 본질은 매우 반동적이야."


과학과 기술은 일순간 미래의 문을 여는 유일한 열쇠가 되었고 사람들은 초등학생처럼 열심히 과학에 접근했다. 그들의 노력은 천진했지만 착실하고 진지했다. 이것은 광기의 완결인가? 과학과 이성이 회복되었는가?


SF 소설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삼체는 그 중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 같다. 저자가 말하길 자신의 이야기는 진실과 가늘게라도 이어지길 원한다는데 그 말이 내 마음을 공명시켰다. 이 소설은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하는 그런 잡히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내게 잘 맞았던 것 같다. 


물론 우주, 물리에 관한 이론 지식이 있으면 이 책을 훨씬 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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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10-30 1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거 엄청 두껍잖아요... 저도 궁금하지만 아직 손 못 대고 있는 책입니다.
드라마화 되었군요!

(저도 읽을지 모르니 리뷰는 나중에 자세히 읽겠습니다)

화가님 요즘 정말 많이 읽으시는 것 같습니다 :)

거리의화가 2023-10-31 08:50   좋아요 1 | URL
우주 이론 등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모르니까 지루하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역사나 중국 현대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주제들이 나와서 괜찮았습니다. 우주 과학 지식이 있으면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희선 2023-11-01 0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F여도 중국 역사가 나와서 거리의화가 님은 재미있게 보셨군요 컴퓨터 용어를 말하는 부분도 다르지 않았네요 이 책을 드라마로 만들다니, 잘 모르지만 이런 건 드라마 같은 영상으로 만들면 재미있게 보기도 하겠습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3-11-01 10:50   좋아요 0 | URL
네. 우주과학으로 지루할 만하면 중국 현대사와 관련한 내용이 제법 나와서 잘 읽을 수 있었어요^^ 영상화하면 무척 멋질 것 같습니다.
 
동맹의 풍경 - 주한미군이 불러온 파문과 균열에 대한 조감도 메두사의 시선 3
엘리자베스 쇼버 지음, 강경아 옮김, 정희진 기획 / 나무연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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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대사에서 미군정 시기 3년(1945년 9월 9일~1948년 8월 15일)이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한 결정적인 시기였다고 본다. 우리는 미국을 몰랐다. - P10


해제를 읽으며 너무 동감했던 구절이 바로 저 위의 구절이었다. 한국 근현대사 중 특히 3년 간을 천착하여 공부하다가 절감한 것은 일본의 지배가 끝나자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또 다른 지배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이었다. 


한반도는 식민지 시기를 거치면서 일제의 피해를 겪은 후 미국과 소련이라는 새 열강에 의해 두동강이 났다. 미군은 1950년 이후 지금까지 군대를 주둔시키는 중이다. 이로써 남한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건설한 끊임없이 확장하는 ‘기지의 제국’(Johnson 2004: 151)에서 매우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 - P81


동맹은 일시적인 것이어야 하는데도 한미동맹은 몇 십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으며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그 지분을 확대해가는 중이다. 한국은 미국의 또 하나의 위성국이 아니고 무엇이던가. 

미국은 군사주의 국가이며 북한을 비롯한 중국, 일본에 둘러싸인 한반도도 마찬가지로 군사주의 국가다. 

그렇다면 ‘군사주의’란 용어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오늘날 군사주의에 대해 가장 포괄적 정의를 내린 이는 사회학자 마틴 쇼다. 

‘군사주의’의 핵심 의미는 군사적 관행을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아니라 그것이 사회관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따라 규정되어야 한다. 군사주의는 사회관계 전반에 군사적 관계가 침투하는 것을 뜻한다. 군사주의는 군사화할 때 팽배해지고, 비군사화할 때 줄어든다. (2012: 20) - P35

군사주의는 사회의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친다. 사회 구성원 일부 세력은 충분한 군사를 갖춰야 평화주의가 안착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렇게 군비를 확장한다면 끝은 없는 것이 아닐까.


박정희 시기 일상화된 전시체제를 거친 뒤 전두환이 쿠데타를 일으키며 집권했고 그는 박정희와 마찬가지로 군부 독재자였다. 광주항쟁이 벌어지자 정부는 공수대를 투입하여 대학살을 감행했다. 그런데 1980년 5월 22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미국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전두환 정권을] 지지하되, 장기적으로는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압력을 행사한다”는 접근법을 택했다. (Adesnik and Kim 2008: 18) 

이후 들어선 레이건 정부는 전두환을 백악관에 초청했고, 미국이 전두환을 지지하자 많은 한국인들은 배신감을 느꼈다. 미군이 광주항쟁 진압에 실제로 개입했든 그렇지 않든 간에, 미국이 결정적 순간에 스스로 투쟁에 나서 민주적 변화를 끌어내려했던 운동가들 편에 공개적으로 서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 P101


경제적 이득이 있었다고 해도 어쨌든 베트남 전쟁에 가장 많은 파병을 할 정도였던 한국에게 광주항쟁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실망과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범지구적 테러와의 전쟁’으로 촉발된 지정학적 변화, 촘촘한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남한 좌파 NGO의 활동과 개별 사건에 대응하며 벌이는 ‘시민운동’은 남한 내 미국의 역할을 다시 상상케 하는 데 결정적이었다. 이러한 시민단체 다수가 민중운동에서 뻗어나왔고, 1980년대 이후에는 훨씬 다양한 사회운동망으로 서서히 변모했다. - P104~105


1992년 기지촌 여성 윤금이가 살해당한 사건은 미군기지 근처 성인들의 유흥 공간에 날뛰는 폭력적 짐승이라는 미군의 이미지를 대중화하면서 ‘구조적 증폭’을 가져왔다. 전국에 퍼진 윤금이의 훼손된 사체 이미지가 민족을 상징하면서 시민들은 미군(나아가는 인종, 성)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느꼈으며 폭력적 상상의 핵심 요소가 되었다. 

기지촌의 성 산업 유입 여성이 겪는 성 착취와 폭력은 한민족 전체의 수난에 대한 너무나도 깔끔한 알레고리로 사용됐다. 따라서 윤금이의 고난은 한민족이 (처음에는 일본, 이제는 미국이라는) 사악한 외세의 탄압에 끊임없이 시달린다는 민족 담론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제는 민족을 억압당하는 여성에 비유하는 새로운 상상력이 좌파 민족주의자 사이에서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군인-민족이라는 세계관만큼이나 가부장적 세계관에 단단히 뿌리박고 있다. - P137


폭력적 상상이란 사람들이 개인의 폭력 행위를 국가와 관련한 문제로 재구성함으로써 미국의 군사주의를 이해하는 식의 사회적 관행을 말한다. - P45

베네딕트 앤더슨은 민족은 상상의 산물이라고 주장하면서 “매우 작은 민족의 일원일지라도 다른 많은 동료 구성원을 알거나 만나지 못하며, 혹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일조차 없겠지만, 각자의 마음속에는 합일의 이미지가 살아 숨 쉬고 있다.” - P47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폭력 행위에는 소통의 측면이 있다. 폭력은 소통성이 없어도 사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지닌 채 지속되는 유일한 인간 행위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또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는 쪽은 피지배자의 동기를 고려할 필요가 없으며 피지배층은 관계를 우위하는 이들의 관점을 ‘상상’하고 염려하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고 주장한다. - P50


윤금이 사건으로 기지촌이 문제의 본산지가 되면서 경제적 타격을 받은 클럽들은 기지촌 여성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필리핀 등지에서 접대부를 데려오면서 해결했다. 마침 기존에 있던 기지촌 여성들은 국내에 있는 다른 유흥가 클럽(강남 등)으로 옮겨갔다(물론 떠나지 못한 이들도 있다). 


안드레아 브리겐티Andrea Brighenti는 ‘집단적 “상상 행위, 즉 물질을 비물질로 연장하는 행위”로 형성된 특정 영토와 장소는 다양한 행위자들이 품은 잠재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비전, 꿈, 욕망이 새겨진 물리적 영역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본다. - P208


이제 미군은 유흥을 위해 기지촌을 고집하지 않고 시내 유흥지로 나오면서 미군과 민간인의 접촉이 늘어난다. 미군들은 홍대를 즐겨 찾았고 외국 민간인들은 과거 독재 시절부터 기지촌이었던 이태원에 대거 유입되었다. 이곳들은 자유로운 소비공간이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만남의 공간이 되었다. 이태원은 동성애자, 성전환자, 무슬림, 기타 이주민들이 뒤섞여 초국적 지형이 되었다. 홍대는 권리를 박탈당한 학생, 예술가, 반항적 청년을 끌어모았고 여기에 미군과 외국인도 술집, 클럽, 거리로 모여들며 혼종의 공간이 되었다. 


오늘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출신 국가, 배경, 민족, 종교, 직업이 매우 다양하다. “한국인의 정체성이 다양한 문화와 민족을 포용하도록 확대되면서 한국성이 점차 탈민족화하는 초기 단계가 목격”되는 것이다(Lee J. 2010: 19). 하지만 민족의 단일성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던 한국인들은 ‘한국성’의 본질을 잃는데 대한 두려움 또한 크게 느끼고 있다. - P247


어릴 적 늘 “한국인은 단일 민족이다.”임을 들어오며 강요를 받았고 암암리에 세뇌를 당했다. 이제는 이것이 결코 사실이 아니고(어떻게 단일한 민족들만 모여 살 수 있겠는가. 한반도는 끊임없이 다른 세계와 교류해왔다.) 더군다나 외부에서 끊임없는 외국인이 유입되고 있는 이 때에 더 이상 한국인의 단일 정체성을 고집하며 이들을 거부한다는 것은 세계화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미군에 대한 이미지는 앞서도 살펴보았지만 특정 사건들에 노출된 언론들의 기사와 매체들, 그리고 대중에 의한 폭력적 상상의 이미지가 증폭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인은 이념적인 사고에 여전히 갇혀 있으며 특히 정치계는 이 문제가 심각하다. 다행히도 요즘 일부 청년들은 이념적 사고에서 탈피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아 다행이다. 

고도성장한 한국에서 완전히 권리를 박탈당한 이들은 한국이 전 세계적 자본주의와 군사주의에 갈수록 깊이 개입하는 점을 비꼬면서 피해자로서의 한국의 역할에 반박했다. 그러면서 민중운동가 선배들이 맹렬히 붙들고 있던 민족주의 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전 세계의 급진 운동에서 적극적으로 영감을 모색했다.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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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이아
호메로스 지음, 이준석 옮김 / 아카넷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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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독자가 읽기에 더 매끄럽고 수월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설명에 살을 붙여서 문장의 이해를 돕는다고 해야 할까. ˝한 사람을 제게 말씀하옵소서˝ <- ˝들려주소서˝ 이전 숲 출판사 내용과 비교했을 때 이렇게 다르다. 좀 더 현대적인 번역으로 느껴졌다. 이제 오뒷세이아의 귀향길로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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