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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밥상
제인 구달 외 지음, 김은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2월
평점 :
딸아이가 2학년으로 올라가면서 학교에서 급식을 하게 되었다.
1학년 때는 일주일에 하루 도시락을 싸갔는데 반찬이 걱정이었다.
달걀말이와 미니돈가스가 제일 간단한데, 아이가 싫증을 내어 나중에는 초간단 꼬마김밥이나
조그맣게 주먹밥을 뭉쳐 싸주는 일이 많았다.
그러니 학교에서의 급식 소식이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하니 마냥 좋아할 일만도 아니다.
학교급식, 얼마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지......
아프리카 오지에서의 침팬지 연구로 명성을 얻고 일흔 살을 넘긴 지금도
세계 곳곳을 누비며 야생동물 보호와 자연환경 보존에 앞장서고 있는 제인 구달 박사,
그리고 게리 매커보이, 게일 허드슨 공저의 <희망의 밥상>을 읽었다.
그동안 하마하마 짐작만 하고 있었지 애써 외면하고 있던 문제들과 대면하고 말았다.
콜라를 마시지 않는 것과 패스트푸드점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 것을 알량한 위안으로 삼고 있었는데
사실 그 정도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건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잘 알고 있었다.
내 개인이나 가족의 건강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는 먹거리, 그리고 그것이 나아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환경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
<희망의 밥상>에 의하면 대형마트에서 사온 신선한 채소나 과일, 최근 건강식품으로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등푸른 생선이며 새우 등의 해산물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바다는 썩었고, 도축장의 내막과 풍경을 알고 나면 이 세상 사람들은 전부 채식주의자로 전환해야 한다.
평소 나는 마트를 이용하면서 시든 채소 앞에서의 주인 할아버지의 상심이 안쓰러워
동네 노점에서 채소를 많이 사는 편인데, 그렇다면 그 시들시들하고 울퉁불퉁한 야채들이
유기농에 가까운 것이었던 걸까?
중간소매상들의 농간으로 산지에서는 거의 똥값인 배추며 작물들 때문에 시름에 잠긴 농민들을 보면
어떻게 저 농민들과 직접 연결하여 좋은 농작물을 값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곤 했는데
제인 구달 박사 역시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내 고장에서 나는 식품을 먹자'고.
농가와 소비자의 직거래, 찬성이다!
침팬지며 사슴이며 돼지들의 경우 유기농 야채와 유전자 조작 야채를 함께 코앞에 들이대면
귀신같이 유기농만 골라서 먹는다니, 겉만 번지르르하고 깨끗한 것에 손이 가는 사람들보다
몇 배나 낫다는 생각도 든다.
환경의식이 투철하지 못한 나는 유기농에 대해 막연히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100프로 유기농만 고집할 수 있겠어! 좀 농약을 덜 친 것, 될 수 있으면 유전자 조작을
안한 것, 비교적 친환경적인 정도에서 만족해야지!'
그런데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잔도 열대우림의 보호를 생각하며 '셰이드그로운'인지
'페어 트레이드'인지 유기농 표시를 확인하고 마시라는 것이 아닌가!
골치 아프게 생겼다.
채식으로의 완전전환도 어렵겠다는 생각이다.
무분별하게 먹지 말고 되도록 횟수를 줄이고, 감사하며 맛나게 먹어야지. 이왕 먹는 것......
리뷰 맨 앞에서도 썼지만 딸아이의 학교 급식이 코앞의 일이다 보니 이 책에서도
'에더블 스쿨야드 프로그램'이라는 것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학교의 정원을 텃밭으로 만들어 학생들이 직접 심고 가꾸어 그 수확물을 가지고
학생들이 직접 조리하여 점심을 먹는 프로그램!
고급식기나 전자레인지도 없이, 가장 소박하고 간단한 식탁에서.
그런 꿈같은 일이 실현되고 있는 곳이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지구의 환경을 해치지 않는 음식들을 먹고, 더 많은 자원을 재활용하며,
땅에 남을 자신의 흔적을 가능한 한 적게 한다.(350쪽)
우리 아이들과 지구를 위해서라도 이 이상 좋은 교육이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