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어젯밤 아니 오늘 새벽, 마이 도러 책상 앞에 앉아 아이의 지갑을 열어보는데
눈물이 왈칵 나더군요.
자기 사진들 몇 장 오려 넣어놓은 거랑 문방구 슬러시 공짜쿠폰이랑
꼬깃꼬깃한 천원짜리랑......
그리고 사랑이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참 서글프나 또 어찌보면
아주 다행한 일인 것 같아요.^^

조금 전  어느 님의 페이퍼에 남긴 댓글이다.

오늘 새벽 아이의 책상 앞에서 일을 하다가 문득 눈에 띈 아이의 지갑을 열어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몇 방울)  쏟아졌다.  아이는 자기 사진을 적당한 크기로 몇 장 오려 지갑 속에 아예 미니앨범을 만들어놓았다.  어린이집 시절 캠핑 갔던 때, 생일잔치 때 촛불을 끄는 순간 등......300원짜리 슬러시 공짜쿠폰은 신주단지처럼 모셔놓았고.

며칠 전 아이는 벌써 자기 생일(7월 하순) 초대장을 오리고 붙이고 색칠하여 한 장 만들었다. 의외인 것은 항상 붙어다니는 남자친구에게가 아니고 경민이라는 같은 반 여자친구에게 썼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생각난 듯이 내게 묻는다.

"엄마, 경민이는 왜 자기 생일에 나를 초대하지 않았지?"

눈치를 보아하니 경민이가 얼마 전 생일을 맞아 친구들을 불렀는데 마이 도러는 초대하지 않은 모양이다. 

"너 경민이랑 별로 친하지도 않잖아!  생일잔치는 아주 친한 친구 몇 명만 불러 속닥하게 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마이 도러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간절히 초대받고 싶었으나 초대받지 못할 생일잔치 같은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짠해졌다. 이것은 단순히 생일잔치 이야기만은 아니다. 앞으로  얼마나 원치 않는 많은 일들을 겪을지......

아무튼 그때 그 짠했던 마음이 오늘 새벽 아이 지갑 속의 사진들을 보며 눈물로 나타났던 것일까? (사실은 억지로 붙들고는 있는데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 일감 때문에 가슴이 답답해 그랬을 수도 있다.;;;)

--에잇!  이놈의 감수성(?)은 어찌 된 게 늙어도 줄지를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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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5-06-28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다보니 저도 눈물이 핑도는걸요^^
초대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까요?
전 별 인기없는 어린시절을 보내서인지 절실하게 느껴지네요..

로드무비 2005-06-28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아무튼 슬퍼요.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라는 게......

perky 2005-06-28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도 어렸을때 그런 경험 있었던 것 같아요. ㅠㅠ

물만두 2005-06-28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도 초대 못 받아도 잘사는 사람도 있어요. 일일이 신경쓰지 마시고 도러도 강하게 키우시길... 상처받은 자신만 아픕니다... 에구 위로를 이런 식으로... 죄송합니다(_ _)

인터라겐 2005-06-28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결국 로그인을 하게 만드시는 로드무비님.. 제 조카가 생일에 초대받지 못하고 풀죽어 있던 모습이 3년이나 되었는데도 선해요..
주하는 곧 씩씩하게 이겨낼꺼예요... ㅎㅎ 그런데 주하 지갑에 천원이라니..부자네요..제 조카가 피아노 가르치고 받은 첫월급으로 친한 친구에게 한턱쏜것이 500원짜리 컵떡볶이도 아닌 100원짜리 불량식품이었던게 생각납니다..

로드무비님 ... 일감이 다시 들어왔나보네요.. ㅎㅎ 이거 축하드릴일이지요?
엄마가 씩씩해져야 합니다... 그까이꺼라고 하면서 웃어버리세요..

로드무비 2005-06-28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그럼요. 그깟 일, 신경 안 씁니다.
그런데 가만 보면 새끼보다 제가 더 씩씩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차우차우님, 꼭 생일잔치가 아니더라도 그런 경험 없는 사람은 없겠죠?^^

urblue 2005-06-28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주하가 엄마 닮았으면 씩씩하게 잘 살 것 같은데요.

로드무비 2005-06-28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마음은(!) 언제나 사춘기 소녀 맞아요.
아직도 세상 적응 안 돼 죽갔습니다.
이 부조화를 어째야 쓸랑가요! 흑=3
인터라겐님, 누구나 겪는 별일 아닌 일을 가지고 페이퍼를 쓰는 이 능력.
놀랍지 않습니까요? ㅎㅎ
(주하는 잠시 그때 그렇게 묻고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괜히 엄마가 난리죠.^^;;)

chika 2005-06-28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길 초대하지 않은 친구에게 초대장을 보내는 주하는 분명 세상을 잘 살아갈거예요. 그러니까 로드무비님이 더 씩씩해져야 한다는 말이 맞는말이구려~(따우님 말투 흉내내고 싶어졌다오~ ㅎㅎ)

숨은아이 2005-06-28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나이 들면서 눈물이 헤퍼졌다는... ^^

로드무비 2005-06-28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별일 아닌 일에도 눈물이......악수!
TV에서 조금 그렇다 싶은 장면이 나오면 아이랑 남편이 동시에 제 얼굴을
쳐다볼 정돕니다.^^;;;
오오, 치카님 멋진 해석이구료.
그런데 제가 사실 안 씩씩한 인간이 결코 아닌디요.^^;

로드무비 2005-06-28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댓글도 있었네.ㅎㅎ
요즘은 왜 이렇게 댓글도 자꾸 빠트리게 되는지.
그럼요, 잘살아야죠. 그런데 저를 닮는 건 별로...블루님을 좀 닮았으면...^^


아영엄마 2005-06-28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영이에게 그런 말을 했었거든요.. 생일 초대 못 받아서 아쉬워하길래.. 엄마 입장에서도 참 마음이 씁쓸한 일이지만 또 생일이라도 다 초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러게 평소에 저나 나나 대인관계를 잘 해놓아야 생일초대도 받고 하는건데 둘 다 꽁생원같이 다른 사람들에게 말도 잘 못거니 에휴..

클리오 2005-06-28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들겠지만 미리 막을 수는 없겠죠. 각자 자기 몫의 겪어야할 일들이 있겠죠. 그러나 미리 알면 마음이 아프지요.... 휴..

날개 2005-06-28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딸은 반친구들 몇명 초대해서 생일잔치 하재니까.. 누군 초대하고, 누군 초대안하고 하는게 싫다고 생일잔치 안한다고 하더라구요... 착하죠? (히히 딸자랑만.....;;;)

마태우스 2005-06-28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감수성이 있기에 님이 좋은 어머님인 거겠죠^^ 우리 삶이란 게 다 그런 거구, 따님도 커가면서 인생을 아는 거겠죠. 아마 우리보다 훨씬 더 잘 해나갈 거예요

LAYLA 2005-06-28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세상이지만 로드무비님 같은 든든한 가족이 있기에 참고 견뎌내고 이겨낼수 있을 거에요.

어룸 2005-06-28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무런 상처안받고 행복하게만 자라주면 좋겠지만 그게 맘대로 되냔말이지요...=_= 세상이 죄 지뢰밭인데...에에잇!! 주하는 똘똘하고 착하니까 잘 해낼껍니다!! 믿어보세욧!!

내가없는 이 안 2005-06-28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일도 아닌 것에 눈물바람인 건 저도 그래요. 원래 눈물샘이 깊은 사람이었는데 아이를 낳고 나니까 무작정 물이 많아지데요. 그런데 전 지금이 훨씬 좋아요. ^^ 로드무비님, 그 감수성이 나이들어서 마른다면 얼마나 쓸쓸하겠어요? 그런데 그런 건 있죠. 전 상처받는 일 어렸을 때 일부러 하고도 다녔거든요. 치기도 섞인. 그래도 아이는 상처 없이 컸으면 싶은 거죠. 님도 그러시죠? ^^

울보 2005-06-28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같은 과인것 같아요,,
그런데 도러가 상처가 큰걸까요,,

2005-06-28 1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春) 2005-06-28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 가세요?

로드무비 2005-06-29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가긴요. 어딜. 제가 갈 데가 어딨다고...^^
속삭이신 님, 저 덕분에 없던 감수성이 생기려 한다고요?
없는 것보단 쪼매 낫지 않을까요?^^
울보님, 마이 도러는 끄떡없습니다.
제가 괜히 새벽에 좀 비관적인 생각이 들어서요.^^;;
이 안님,
--서로 폐 끼치며 사는 거다, 이 화상아!
함성호의 시. 제가 무지 좋아하는 구절입니다.
이걸로 댓글 대신......^^
새벽별님, 글고보니 저도 뭐 생각나는 거이 있는데......^^
투풀님, 그게 글쎄 다 아는데 새벽에 문득 짠하더란 말입니다.
마이 도러는 야물딱져서 잘 해나가겠죠, 뭐.
상처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라일라님, 으흑, 고맙.^^
(너무 다정한 말씀 고마워요.)
마태우스님, 저 댓글 쓰고보니 좀 그럴듯해서 페이퍼로 올리다보니.
제가 찔찔 짜는 인간 아닌 거 아시죠?
새벽의 감수성은 호환마마보다 무섭습니다.
맞아요. 아이들, 우리보다 훨씬 잘 해나갈 거예요.^^

로드무비 2005-06-29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효주 정말 신통하네요.
저도 그런 쪽으로 이야기를 하려고요.
파티 같은 거 하지 말자고...
좋은 힌트를 얻네요.ㅎㅎ
클리오님, 자기 몫의 겪어야 할 일들.
그런데 새끼에게 닥친 모든 문제는 막 나서서 해결해주고 싶어요.
(맛난 반찬도 잘 안해주면서 웬 감상?ㅎㅎ)
아영엄마님, 저도 님처럼 아이가 너무 내성적인 게 은근히 속으로 걱정되나 봐요.
아유, 정말 걱정 같은 거 하면서 살기 싫은데.
이 끔찍한 모성애라니!=3=3

urblue 2005-06-29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게 주하 지갑이로군요. 귀엽네~~
'엄마' 노릇을 한다는 게 어떤걸까, 가끔 궁금해요.

내가없는 이 안 2005-06-29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댓글 보면서 괜히 저릿해져선. ^^
서로 폐 끼치며 사는 거다, 이 화상아! 이 소리 하려면,
소주 마셔야 할 것 같아요. 등짝 내리치면서. ^^

로드무비 2005-06-29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없는 이 안님, 제 푸짐한 등짝 내밀까요?^^
블루님, 귀엽죠? 지가 고른 겁니다.
엄마 노릇, 재밌으면서도 부담스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