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부모는 자신의 행복을 먼저 선택한다
신의진 지음 / 갤리온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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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현명한 어미는 물론이요, 현명한 인간으로 살고 싶다면 제 자신의 행복을 제일 먼저 선택해야 한다. 자기도 세우지 못하는데, 남의 행복을 세운다는 건 부실공사가 될 뿐이다. 지가 괴로운데 다른 놈의 행복은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 때는 지 새끼도 제대로 보지 못한다. 말은 쉽다. 부모의 평화을 포기한 아이의 행복. 개 소리다. 어미씨, 자신을 속이는 기만은 더 이상 하지 말기를. 마더 테레사의 삶이 부럽기‘만’ 하다면 마더 된 그대의 행복부터 잘 챙기시오. 그대가 건강해야 애 새끼도 따라가니까.

나름 오랜 시간 부모란 자는 어떤 자인가를 고민한 적이 있다. 우리 부모님을 폭로하는 것 같아서 죄송하긴 한데, 사실 불성실한 부모가 맞긴 하다. 이따위, 부모 욕이나 구시렁거리는 딸년을 둔 것 자체가 잘 보여주질 않는가. 엄마는 왜 시어머니에게 당하기만 했는가. 아빠는 왜 존경할 구석이라고는 참고 인내하는 것 밖에 없나. 남들에게 모양 빠지지 않는 정도만 살면 100점 부모인가. 만약 우리가 부모 자식관계가 아닌, 성인 대 성인으로 알게 된 사람들이라면 서로를 어떻게 볼까를 생각한 적이 있다. 결론은 서글프고 부끄럽다. 책에서 얻은 생각은 그들도 부모노릇이 처음이라는 것, 그들도 실수 할 수 있는 것, 이제는 내가 그걸 이해해줄 나이가 된 것. (그러나 효도하기에는 내 안위를 먼저 챙기더라는 거.)

이 런 책 읽으면 머리가 복잡하다. 어미 노릇 쉬운 게 아니다. 애만 싸질러 놓으면 안 되는 구나 싶다. (사고 쳐줄 남자는 있더냐! -_-) 너무나 쉬운 문체로 신의신씨는 오늘도 등을 후려져 주신다.

그리고 아비 된 자, 당신들도 읽으시오.

부모 노릇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면서 스스로를 죽이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서 더 풍요로운 인생의 지평을 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더욱더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 (p.56)

사람들은 자기 부모에게 받은 상처를 외면하고 싶어 한다. ‘부모님은 나를 사랑하지 않았어’라고 인정하는 것은 너무 큰 슬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녀처럼 부모와의 관계를 끊고 안 좋았던 기억을 애써 부정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한 편에는 아직까지도 부모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남아 있다. (중략) 당신의 부모 역시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상처받은 불쌍한 영혼이며, 실수투성이 인간일 뿐임을 받아들여라. 현재의 당신이 완벽하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p.136~137)

아주 뛰어나 상위 1퍼센트 그룹에 드는 아이가 아니라면 대부분 사춘기가 되면 아이들은 능력이 엇비슷해진다. 그때부터 아이의 성취를 결정하는 것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동기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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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7-09-06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내용은 어떤지 몰라도 제목은 마음에 안 드는데요? 왜 부모라고 자식의 행복만 앞세워야 하죠? 뚱.

승주나무 2007-09-06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 부모님들은 무조건 헌신하시긴 했지만, 요즘 부모님들은 자신의 행복을 잘 챙기시리라 생각해요~~ 너무 투사하는 것도 문제죠 ^^

2007-09-07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antitheme 2007-09-07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뭏든 자식들에게 모범이 되고 친구가 될 수 있는 부모가 되기 위해선 열심히 당당하게 살아야겠죠.

모과양 2007-09-07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TA반대조선인님. 맞아요. 스스로의 행복을 먼저 택할 수 있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죠.사랑의 희생이니, 부모된 도리니 하면서 자신의 불행을 합리화 하는 건 최악이여요.

승주나무님. 빨리 '요즘 부모님들'에 합류하세요~ ^^

속삭이신님. 사고가 어디 한번으로 되나요? ㅋㅋ

antitheme님.친구가 될 수 있는 부모가 목표신가요? antitheme님은 이미 충분 하실걸요.^^

2007-09-07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08 0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커피프린스 1호점
이선미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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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드라마 커피 프린스가 종영했다. TV를 보지 않아 드라마는 얼마나 재미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원작은 쓰레기다. 중간에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책값이 아까웠고, 씹어주기 위해 마지막장만을 기다렸다. 마지막 장을 덮고 든 생각은 ‘역시 인터넷 소설은 안 돼’였다. 이 책이 인터넷 소설류인지, 로맨스 소설류인지는 모르겠으나 관심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이 책이 쓰레기라는 거 밖에 모르겠다.

직업의 특성상 밤을 꼴딱 샐 때가 많다. 일을 정리 하고나면 2~3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그 때 읽으려고 산 것인데, 너무도 잘못 골랐다. 밤낮이 바뀐 불쌍하고 몽롱한 내 대뇌를 달래주기 위해 산 것인데, 머리 뚜껑마저 열리게 했다.

닥치는 대로 읽자 주의지만 이런 책은 좀처럼 적응하기 힘들다. 내가 왜 이 책을 샀던고. 그것도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정가로! 억지스런 스토리, 뻔한 캐릭터와 뻔뻔스런 결론. 미안하다. 용서 못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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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의 픽션
박형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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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요즘 많이 바쁘다. 리뷰 써주고 싶은 책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없어서 쓰지를 못하고 있다. <자정의 픽션>도 몇 주 전에 다 읽었는데 미루고 미루다 지금 리뷰를 쓴다. 병원평가 과제 때문에 바쁘긴 하지만, 그를 위하여 특별히 모니터를 켰다.

<자정의 픽션>은 여덟 개 단편으로 이루어진 작품집이다. 여덟 작품 모두 만만치 않은 구라 모음들이다. <논쟁의 기술>은 말솜씨를 가지고 싶은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읽는 내내 냉탕에 있는 느낌이었다. 발끝부터 빗장뼈까지 냉탕에 담구고 칼날 같은 시원함과 사디즘적 쾌락을 동시에 느낀다고 할까. 살해를 저지르는 결말에서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일면 이해도 갔다. 최근에 다시, 말의 퍼포먼스에 대해 생각할 일이 생긴 탓이리.

<날개>는 170년 뒤에 일어나는 미래의 이야기다. 그 미래의 등장인물들은 사실 화자의 주변사람들이다. 그들을 비틀고, 축하해주는 내용이 어찌나 웃긴지. <사랑 손님과 어머니의 음란성 연구>도 기가 막히고, <두유전쟁>도 이런 걸로 이야기를 끌어갈 수 있는지 배꼽을  잃게 했다. <노란육교>, <물속의 아이>, <존재, 혹은 고통 따위의 시시하기 짝이 없는 것들>, <진실의 방으로>도 섬뜩하면서 재밌는 글들이다.

책을 다 읽고, 김형중의 평론을 읽는데 그 역시도 박형서였다. 가금류의 뇌를 가졌거나 흑사병 수준의 문장력을 가진 다른 평론가들과는 달리 김형중은 <자정의 픽션>을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자정의 픽션>을 덮자 전에 썼던 리뷰하나가 떠올랐다. 제목은 서평 일러두기이며, ‘난 서평 못 쓰는 사람이다.’를 시작으로 한 서평고해가 그 것이다. 난잡, 경박, 자기애와 자기연민이 가득 찬 낙서다. 한마디로 괴짜들이나 쓸 수 있는 서평을 빙자한 낯짝 상실, 어이 상실, 안면 찾기 퍼즐이었다. 내가 언제부터 이런 괴짜 글을 쓰게 되었을까. 문장을 경배하며, 시어를 존경하는 문학소녀인 내가 말이다. 평소엔 조심스럽고, 낯가림도 심하면서 글에선 왜 이다지도 껄렁해지냔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놈들 밖에 없다. 현욱, 기호, 종광, 명관, 언수, 민규 등 한국 신예작가 놈들. 어려운 시기에 소설가로 살아보겠다던 그들을 어여삐 여겼다. 신간 나올 때마다 꼬박꼬박 사보고, 칭찬해주고, 귀여워해주다 그만 물려 버린 것이다. 난 광견 바이러스에 전염된 광견병 환자가 되어있었다. 독자도 감염시키는 배은망덕한 놈들 같으니라고.

이런 후레자식 명단에 박형서도 끼워 넣으련다. 형서야. 밥 먹을 시간이다.

ps. 전에도 말했지만, 내 서평에는 책 내용보다 사설이 더 많소. 혹 이글을 읽는 그대, 책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얻으려거든 다른 사람 것을 읽으시오. 하지만 땡스투는 내 걸로 눌러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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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theme 2007-08-28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어디선가 소개글을 봤던 책인데 리뷰를 읽으니 더 읽어보고 싶네요. 구매하게 되면 땡스투는 날려드리겠습니다.

모과양 2007-08-28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고마우셔라 감동이여요. 땡스 투 모아 한 몫 ... 어느 세월에.(?)....ㅎㅎㅎㅎ
오늘 위즈덤하우스 서평단 모집에서 똑딱 떨어지고 말았지 뭡니까. ㅠ.,ㅠ 역시 책은 제 값주고 사봐야 하나 봅니다.

antitheme 2007-08-28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뽑혔어요. 제가 위로주라도 사야되는건지...

모과양 2007-08-28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티테마님은 출판사에서도 알아봐 주시는군요.^^ 실은 *님 께서 "위즈덤에서 서평단했다가 서평 노가다만 했다. 별로다"라고 하시더군요. 내심 떨어진게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안티테마님은 붙으셨다니, 이거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걸요. 내년엔 안티테마님와 함께 서평 노가다를 ~~ ㅋㅋ 하지만 오늘 하루는 안티위즈덤으로 아이디를 바꾸던가 해야겠어요.그럼 커플(?)...ㅎㅎ

헤이시 2007-10-10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핫. 서평이 재밌네요.
 
눈물 1 세계신화총서 6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난 사실 서평을 잘 못쓴다. 책 얘기보다 내 얘기가 더 많고, 내용과 관계없이 웃기기만 하면 5별을 선사하며 찬양서평을 쓴다. 중간에 이해를 요하는 내용이 나오면 가차 없이 쫏아버리고, 왕소금까지 뿌린다. 그리고 어렵게 번 돈을 종이뭉치 따위로 바꾸었다며 책값 애도시간을 가진다. 나도 안다. 내가 치졸하고 졸렬한 독자이며, 서평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버린 지 오래라는 거. 내가 먼저 책 내놔라 신청을 하긴 했다. 그렇지만 문학동네는 왜 나 같은 너절한 독자를 선택한 것일까. 구휼미를 푸는 황제의 마음 씀인가. 그렇다면 쌀알 한 톨도 꼭꼭 씹어 넘겨야 할 터.

첫 수저질은 조롱박이라 주장하는 주인공 비누. 그녀는 머리카락으로 눈물을 흘리는 처자였다. 그녀의 고향은 황제 친척을 위해 눈물을 흘리다가 주민몰살이 있었던 곳이다. 그래서 그 마을 여자들은 눈으로는 눈물은 흘릴 수 없고 몸으로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비누는 완치량이라는 뽕나무 서방님에게 시집을 가게 되지만, 치량은 북방으로 징집을 당한다. 비누는 만리장성 노역에 끌려간 서방님에게 전해주기 위해 겨울옷 한 벌을 들고 시쳇말로 로드무비를 찍으러 떠난다.

그 곳에서 만나는 군상들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 한 마디로 상상(想像) 이상들이었다. 눈 먼 개구리 아줌마, 사슴으로 표현된 영악한 어린이, 절대권력 형명군, 오곡성의 사람들 등등 어찌 보면 불쌍하고 기이한 사람 및 짐승들이 제대로 웃게 해주신다. 읽는 도중 변종인간을 그린 김언수의 <캐비닛>이 겹쳐 떠올랐다. 이 책은 중국의 신화를 각색해서 이은 소설이라고 한다. 억지스러운 면이 있긴 하지만 신화라는 게 다 억지 거짓부렁이 아닌가. 작가가 잘 이어 붙인 것 같다. 일면 그게 이 책의 매력이다.

문객들의 예리한 눈에 탈것을 잃은 주군의 둔부가 얼굴보다 더 야위어가는 것이 보였다. 문객들은 주군의 근심걱정을 덜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데 이력이 나 있었다. 말을 대체할 대상을 찾기 위해 머리를 모으고 그 방책을 강구했다. 창조와 사유의 열정이 밀물처럼 백춘대를 휩쓸었고, 그 결과 말 대신 사람을 탄다는 묘책을 짜내기에 이르렀다. (p.219)

쑤퉁의 입심은 확실히 셌다. 그의 전작을 챙겨 보고 싶게끔 했다. 오랜 시간 서재와 함께 한 축에 속하지만, 한 번도 이주의 리뷰에 뽑혀 본 적이 없다. 스스로도 못쓰는 것을 알기에 기대하지는 않지만, 비누처럼 억척스레 기어서라도 간다면 언젠가는 리뷰성에 오르게 될까. 

PS. 이보게, 꼭꼭 씹으니 목 넘김이 부드럽고 위 부담이 없을뿐더러 황금 똥을 눈다네. 문학동네 만만세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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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6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26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26 1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성공연애특강 - 무라카미 류, 젊은 여성을 위한
무라카미 류 지음, 김자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 제목을 잘 못 달았다. 연애 책이라면 이렇게 쓰면 안 된다. 특히 여성들에게 팔아먹을 계획이었다면 결과에는 의문이 든다. 연애 서적만 9권 째인 내가 보기엔 거리가 심히 멀다. 실전에는 젬병이라, 차선으로 연애 책을 신물 나게 읽었던 적이 있다. 책값에 비해 내용도 없는 쓰레기 같은 책도 연애를 가르쳐 준다고 해서 읽었고, <섹스엔 더 시티>스런 한국에선 요원한 연애기도 읽어댔다. 그래서 나름 ‘연애 책은 이럴 것이다.’는 예상이 있었다. 책을 받고 첫 페이지를 펼쳤을 때, 많이 당황했다. 이 책은 연애 책이 아니다. 오히려 일본의 연애 적령기 젊은이들에게 해주고픈 이야기라고 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연애 상대로 부족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리스크와 코스트에 대한 내용은 이미 다른 책에서 알게 되었고, 일면 인정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놀랍지 않았다. 내게 인상을 남긴 것은 프리터에 대한 내용과 사회-직장-가정에 의존 하는 내용에서였다. 그래서 일본젊은이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서평을 어떻게 쓰나 고민을 했더랬다. 무라카미 류가 한 개성 해주시기에 연애 책 냈다는 광고를 봤을 때 예상은 했다만. 그동안 봐왔던 연애 책과는 너무나 달랐다. 그리고 난 무라키미 류에 대해 잘 모른다. 그 가 유명하다는 건 알고 있으나 다 읽은 책은 <69>밖에 없었다. 중학생 때 <고흐가 왜 귀를 잘랐는지 아는 가>의 몇 페이지를 읽고 기겁을 한 경험이 있어, 아직도 잘 못 읽고 있다. 지금 보면 별 내용이 아닐 지도 모르겠다만 어릴 때는 순진했던 지라.

무라카미 류가 어떤 연애를 겪었고, 결혼에 대해 어떤 부정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만약 이 책처럼 연애 특강이나 조언을 하신다면 그는 대단히 거친 강연자이자 카운슬러다. 그리고 시간만 나면 특강을 찾아 다니고, 매일 상담하는 상담 중독자가 나일 것 같다.

연애는 마음이 건강한 사람들이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건강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난 언제 건강해지려나. 이놈의 연애 책만 약 처방전처럼 붙들고 쓴 약은 먹어볼 생각을 조차 하지 않으니 건강은 개뿔. 이러니 연애를 못하지.

ps. 나는 왜 소개팅을 해달라고 하는가.

한 동안 소개팅 해달라고 방을 붙이고 다닌 적이 있다. 남자친구 있냐는 질문에 예스나 노가 아니라 “소개팅 시켜주세요.”라고 대꾸 할 정도로 말이다. 원무과 남자직원 A씨, Dr. K에 이르기까지 기회다 싶으면 소개팅을 요구했다. “친구 좀 내 놔 봐요.”라고까지 하지는 않았지만, 공납을 요구한 적은 몇 번 있었다. 병동 선생님은 이미 다 들쑤셔 봤고, 아무 소득이 없다는 걸 체험했기에 더욱 승냥이가 되어 가던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진짜로 소개팅을 원하는가에 대한 의문 말이다. 그래서 써본다. 나는 왜 소개팅을 해달라고 하는가에 대해.

첫 번째, 잘 하면 진짜 시켜준다. 하지만 실제는 두 번째 이유로 소개팅이 진짜 이루어진 경우는 없었다.

두 번째, 소개팅은 나의 유머코드다. 소개팅은 함부로 시켜주는 게 아니다. 잘 되면 본전이요, 못되면 쪽박이다. 그래서 정말 친한 사이도 소개팅 부탁은 쉽지 않다. 소개팅에서 남녀가 만났다고 치자. 남녀가 쌍방으로 좋아한다면 다행이지만, 일방이 되면 그처럼 곤란한 경우도 없다. 주선자 때문에 억지웃음을 지어줘야 하고, 주선자도 주선자 나름 심기 불편타. 소개팅이 잘 돼서 연애단계에 이르렀다고 해도, 연애란 그리 녹록치가 않다. 주동자, 주선자 모두 까닥 하단 한 목에 바보 되는 일이 소개팅인 거다.

내가 소개팅을 외치고 나니는 것은 ‘부탁을 할 만큼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의 의미다. 의미를 더 찾으려 하면 안 된다. 진짜 해달라는 게 아니란 말이다. 잘 모르는 사이라도 소개팅 이야기를 꺼내면 웃음을 짓는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불쑥 손잡으며 표심을 얻으려는 정치가처럼 부탁을 하면 얼마나 우수 운 줄 아는가. 내가 이만큼 다가가면 상대도 그만큼 경계를 풀더라는 경험에서 얻은 배려일 뿐이다. 애초부터 뜻 없는 말이기에 서로 웃을 수 있었다.

생각해 봐라. 진짜 연애가 간절하다면 연애를 하고 있었겠지, 부탁을 따위를 남발하고 있겠나. 그리고 “소개팅 해죠”를 외치고 다닐수록 주선자로썬 시켜주고픈 마음이 사라진다. 좋은 지인일수록 주선은 신중해진다. 당신 같으면 외롭다고 아무나 덤벼들 것 같은 사람에게 주선해 주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소개팅 부탁을 하면 소개팅 이야기로 화제'만' 풍부해진다. 그리고 그 부작용이자 나에게는 노림수인 세 번째 이유도 같이 발생한다. 

세 번째, 같잖은 놈 접근 금지용이다. 소개팅을 부탁하고 다니니, 표면적으로 날 꽤나 쉬운 여자로 생각한 놈이 있었다. 개그맨이 남을 웃긴다고 해서, 그 사람 자체가 웃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렇게 생각을 하시는 분이 더 웃긴 거다. 그래서 날 쉽게 보셨다면 더 하잖게 보시어 말 걸기조차 하찮은 여자로 보시게 소개팅 부탁을 더한 경우도 있었다.

개인을 들여다보면 나쁜 놈이 있겠냐 만은 나한테 성급히 대쉬한 분이 있어 못나가게 된 모임이 있었다. 좋은 모임이었지만 그 때는 어렸고, 어떻게 거절해야 될지 몰라서 그 모임 자체를 피해버렸다. 그런 일이 생기고 나니, 예방차원에서 소개팅을 부탁하고 다닌다. 날 좋은 인상으로 보신 분들께는 ‘우리 친해져요’란 의미가 읽힐 것이고, 추한 인상으로 보신 분께는  하잖은 여자니까 대쉬조차 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말이다. 그래서 좀 아끼는 모임일수록  소개팅 부탁을 하고 다닌다.

그런데 말이다. 나, 한 번도 이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상황을 재연하여 소개팅을 부탁을 한다고 하자.
“남자 친구 있어요?”              
“없어요. 소개팅 시켜줘요.”         
“내가 남자친구로는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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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6 1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26 2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