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1 세계신화총서 6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난 사실 서평을 잘 못쓴다. 책 얘기보다 내 얘기가 더 많고, 내용과 관계없이 웃기기만 하면 5별을 선사하며 찬양서평을 쓴다. 중간에 이해를 요하는 내용이 나오면 가차 없이 쫏아버리고, 왕소금까지 뿌린다. 그리고 어렵게 번 돈을 종이뭉치 따위로 바꾸었다며 책값 애도시간을 가진다. 나도 안다. 내가 치졸하고 졸렬한 독자이며, 서평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버린 지 오래라는 거. 내가 먼저 책 내놔라 신청을 하긴 했다. 그렇지만 문학동네는 왜 나 같은 너절한 독자를 선택한 것일까. 구휼미를 푸는 황제의 마음 씀인가. 그렇다면 쌀알 한 톨도 꼭꼭 씹어 넘겨야 할 터.

첫 수저질은 조롱박이라 주장하는 주인공 비누. 그녀는 머리카락으로 눈물을 흘리는 처자였다. 그녀의 고향은 황제 친척을 위해 눈물을 흘리다가 주민몰살이 있었던 곳이다. 그래서 그 마을 여자들은 눈으로는 눈물은 흘릴 수 없고 몸으로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비누는 완치량이라는 뽕나무 서방님에게 시집을 가게 되지만, 치량은 북방으로 징집을 당한다. 비누는 만리장성 노역에 끌려간 서방님에게 전해주기 위해 겨울옷 한 벌을 들고 시쳇말로 로드무비를 찍으러 떠난다.

그 곳에서 만나는 군상들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 한 마디로 상상(想像) 이상들이었다. 눈 먼 개구리 아줌마, 사슴으로 표현된 영악한 어린이, 절대권력 형명군, 오곡성의 사람들 등등 어찌 보면 불쌍하고 기이한 사람 및 짐승들이 제대로 웃게 해주신다. 읽는 도중 변종인간을 그린 김언수의 <캐비닛>이 겹쳐 떠올랐다. 이 책은 중국의 신화를 각색해서 이은 소설이라고 한다. 억지스러운 면이 있긴 하지만 신화라는 게 다 억지 거짓부렁이 아닌가. 작가가 잘 이어 붙인 것 같다. 일면 그게 이 책의 매력이다.

문객들의 예리한 눈에 탈것을 잃은 주군의 둔부가 얼굴보다 더 야위어가는 것이 보였다. 문객들은 주군의 근심걱정을 덜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데 이력이 나 있었다. 말을 대체할 대상을 찾기 위해 머리를 모으고 그 방책을 강구했다. 창조와 사유의 열정이 밀물처럼 백춘대를 휩쓸었고, 그 결과 말 대신 사람을 탄다는 묘책을 짜내기에 이르렀다. (p.219)

쑤퉁의 입심은 확실히 셌다. 그의 전작을 챙겨 보고 싶게끔 했다. 오랜 시간 서재와 함께 한 축에 속하지만, 한 번도 이주의 리뷰에 뽑혀 본 적이 없다. 스스로도 못쓰는 것을 알기에 기대하지는 않지만, 비누처럼 억척스레 기어서라도 간다면 언젠가는 리뷰성에 오르게 될까. 

PS. 이보게, 꼭꼭 씹으니 목 넘김이 부드럽고 위 부담이 없을뿐더러 황금 똥을 눈다네. 문학동네 만만세라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7-08-26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26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26 1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