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연애특강 - 무라카미 류, 젊은 여성을 위한
무라카미 류 지음, 김자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 제목을 잘 못 달았다. 연애 책이라면 이렇게 쓰면 안 된다. 특히 여성들에게 팔아먹을 계획이었다면 결과에는 의문이 든다. 연애 서적만 9권 째인 내가 보기엔 거리가 심히 멀다. 실전에는 젬병이라, 차선으로 연애 책을 신물 나게 읽었던 적이 있다. 책값에 비해 내용도 없는 쓰레기 같은 책도 연애를 가르쳐 준다고 해서 읽었고, <섹스엔 더 시티>스런 한국에선 요원한 연애기도 읽어댔다. 그래서 나름 ‘연애 책은 이럴 것이다.’는 예상이 있었다. 책을 받고 첫 페이지를 펼쳤을 때, 많이 당황했다. 이 책은 연애 책이 아니다. 오히려 일본의 연애 적령기 젊은이들에게 해주고픈 이야기라고 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연애 상대로 부족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리스크와 코스트에 대한 내용은 이미 다른 책에서 알게 되었고, 일면 인정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놀랍지 않았다. 내게 인상을 남긴 것은 프리터에 대한 내용과 사회-직장-가정에 의존 하는 내용에서였다. 그래서 일본젊은이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서평을 어떻게 쓰나 고민을 했더랬다. 무라카미 류가 한 개성 해주시기에 연애 책 냈다는 광고를 봤을 때 예상은 했다만. 그동안 봐왔던 연애 책과는 너무나 달랐다. 그리고 난 무라키미 류에 대해 잘 모른다. 그 가 유명하다는 건 알고 있으나 다 읽은 책은 <69>밖에 없었다. 중학생 때 <고흐가 왜 귀를 잘랐는지 아는 가>의 몇 페이지를 읽고 기겁을 한 경험이 있어, 아직도 잘 못 읽고 있다. 지금 보면 별 내용이 아닐 지도 모르겠다만 어릴 때는 순진했던 지라.

무라카미 류가 어떤 연애를 겪었고, 결혼에 대해 어떤 부정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만약 이 책처럼 연애 특강이나 조언을 하신다면 그는 대단히 거친 강연자이자 카운슬러다. 그리고 시간만 나면 특강을 찾아 다니고, 매일 상담하는 상담 중독자가 나일 것 같다.

연애는 마음이 건강한 사람들이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건강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난 언제 건강해지려나. 이놈의 연애 책만 약 처방전처럼 붙들고 쓴 약은 먹어볼 생각을 조차 하지 않으니 건강은 개뿔. 이러니 연애를 못하지.

ps. 나는 왜 소개팅을 해달라고 하는가.

한 동안 소개팅 해달라고 방을 붙이고 다닌 적이 있다. 남자친구 있냐는 질문에 예스나 노가 아니라 “소개팅 시켜주세요.”라고 대꾸 할 정도로 말이다. 원무과 남자직원 A씨, Dr. K에 이르기까지 기회다 싶으면 소개팅을 요구했다. “친구 좀 내 놔 봐요.”라고까지 하지는 않았지만, 공납을 요구한 적은 몇 번 있었다. 병동 선생님은 이미 다 들쑤셔 봤고, 아무 소득이 없다는 걸 체험했기에 더욱 승냥이가 되어 가던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진짜로 소개팅을 원하는가에 대한 의문 말이다. 그래서 써본다. 나는 왜 소개팅을 해달라고 하는가에 대해.

첫 번째, 잘 하면 진짜 시켜준다. 하지만 실제는 두 번째 이유로 소개팅이 진짜 이루어진 경우는 없었다.

두 번째, 소개팅은 나의 유머코드다. 소개팅은 함부로 시켜주는 게 아니다. 잘 되면 본전이요, 못되면 쪽박이다. 그래서 정말 친한 사이도 소개팅 부탁은 쉽지 않다. 소개팅에서 남녀가 만났다고 치자. 남녀가 쌍방으로 좋아한다면 다행이지만, 일방이 되면 그처럼 곤란한 경우도 없다. 주선자 때문에 억지웃음을 지어줘야 하고, 주선자도 주선자 나름 심기 불편타. 소개팅이 잘 돼서 연애단계에 이르렀다고 해도, 연애란 그리 녹록치가 않다. 주동자, 주선자 모두 까닥 하단 한 목에 바보 되는 일이 소개팅인 거다.

내가 소개팅을 외치고 나니는 것은 ‘부탁을 할 만큼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의 의미다. 의미를 더 찾으려 하면 안 된다. 진짜 해달라는 게 아니란 말이다. 잘 모르는 사이라도 소개팅 이야기를 꺼내면 웃음을 짓는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불쑥 손잡으며 표심을 얻으려는 정치가처럼 부탁을 하면 얼마나 우수 운 줄 아는가. 내가 이만큼 다가가면 상대도 그만큼 경계를 풀더라는 경험에서 얻은 배려일 뿐이다. 애초부터 뜻 없는 말이기에 서로 웃을 수 있었다.

생각해 봐라. 진짜 연애가 간절하다면 연애를 하고 있었겠지, 부탁을 따위를 남발하고 있겠나. 그리고 “소개팅 해죠”를 외치고 다닐수록 주선자로썬 시켜주고픈 마음이 사라진다. 좋은 지인일수록 주선은 신중해진다. 당신 같으면 외롭다고 아무나 덤벼들 것 같은 사람에게 주선해 주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소개팅 부탁을 하면 소개팅 이야기로 화제'만' 풍부해진다. 그리고 그 부작용이자 나에게는 노림수인 세 번째 이유도 같이 발생한다. 

세 번째, 같잖은 놈 접근 금지용이다. 소개팅을 부탁하고 다니니, 표면적으로 날 꽤나 쉬운 여자로 생각한 놈이 있었다. 개그맨이 남을 웃긴다고 해서, 그 사람 자체가 웃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렇게 생각을 하시는 분이 더 웃긴 거다. 그래서 날 쉽게 보셨다면 더 하잖게 보시어 말 걸기조차 하찮은 여자로 보시게 소개팅 부탁을 더한 경우도 있었다.

개인을 들여다보면 나쁜 놈이 있겠냐 만은 나한테 성급히 대쉬한 분이 있어 못나가게 된 모임이 있었다. 좋은 모임이었지만 그 때는 어렸고, 어떻게 거절해야 될지 몰라서 그 모임 자체를 피해버렸다. 그런 일이 생기고 나니, 예방차원에서 소개팅을 부탁하고 다닌다. 날 좋은 인상으로 보신 분들께는 ‘우리 친해져요’란 의미가 읽힐 것이고, 추한 인상으로 보신 분께는  하잖은 여자니까 대쉬조차 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말이다. 그래서 좀 아끼는 모임일수록  소개팅 부탁을 하고 다닌다.

그런데 말이다. 나, 한 번도 이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상황을 재연하여 소개팅을 부탁을 한다고 하자.
“남자 친구 있어요?”              
“없어요. 소개팅 시켜줘요.”         
“내가 남자친구로는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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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6 19: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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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6 22: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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