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모과양 > [은행의 사생활] 그녀 박혜정을 응원하며
정말 오랜만에 책 강연에 다녀왔다. 장소는 6호선 디지털 미디어 역의 누리꿈 스퀘어. 내 구형 핸드폰은 디지털 역은 구로에만 있다고 알려주었으나, 상암까지 잘 찾아갔다. 문제는 너무나 일찍 도착했다는 거. 강연 시작은 7시 40분.
사진은 저자 박혜정씨가 실시간으로 방송되므로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방송녹화를 한다고 해서 어제 저녁까지 연습했노라고 했는데, 강연을 시작하자 드는 첫 생각이 ‘발표 좀 했나 보네.’였다. PPT 자료를 보여주며 차분한 목소리로 진행했는데, 상당했다. 내용도 경제개념 제로인 나에겐 충격적이었지만, 청중을 유도참여 시키는 모습에 좀 놀랐다. 은행에서 적금통장을 개설하는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었는데, 적금 통장을 대체해서 자연스럽게 책깔피 선물을 전해줬다.
강연 당일, 지하철로 이동하면서 처음 책을 봤었다. 그래서 프롤로그 부분, 저자가 왜 은행원이 됐으며 돈에 관심이 가지게 됐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뒤의 내용에선 많이 놀랐다. 은행 예금/대출 금리를 내가 조절할 수 있다는 것, 은행원은 고객과 친해지고 싶어 한다는 것, 대출의 위험을 알고 상환 계획을 세우라는 게 강연의 큰 골자다. 돈 이야기라서 그런지, 은행금리에 속은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집중도 99%였다.
<저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reehom/120094217036 에서 퍼온 사진>
처음 그녀가 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부모님의 은행대출 때문이었다. 부모님이 살 던 집을 헐고 상가를 지으면서 은행 대출을 받았는데, 때마침 IMF가 불어 닥치는 바람에 힘들었단다. 대출 금리는 치솟고, 임대수익은 줄고, 집 값은 떨어져 결국 힘들게 지은 상가를 팔았다고 한다. 부모님 중 한 분은 신용불량자가 되시기까지 했는데, 그 경험을 통해 그녀는 은행 대출의 위험을 인지했다.
그 땐 ‘돈’,‘부자’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은 책은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부자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도 그 때, 돈을 벌려면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그때 고등학생 때란다. 많은 직업 중에 은행원이 된 것도, 그 많은 은행 중에 IBK 기업은행에 입사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사업자금 잘 빌려주는 은행이 기업은행이라서 입사 했단다. 그 은행에서 부자들을 배우고, 은행 관련 책까지 쓰게 됐으니 참 재미나다.
은행원 4년차에 은행 관련 책을 쓰다니, 나도 4년차인데 좀 헛헛했다. 아니 많이 헛헛하다. ‘어디 PPT 한 번 발표할 일이 있어야지.’라고 자위해보지만 결국 생각과 실천의 문제 아닌가.
지금은 사업 때문에 은행을 그만뒀다고 하는데 싸인을 받으면서 그 사업이 뭐냐고 물었다. 비밀이라고 하면서 알려준 그 것은 그녀의 화려한 외모에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었다. 앞으로 2년 뒤, 잘하면 다시 만날 수도 있겠다. 그 때,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 지 벌써 기대된다. 대출로 집안이 망한 사건을 돈에 대해 알게 한 고마운 경험이었다고 말하는 저자를 보니 참 긍정적인 사람인 것 같다.
<저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reehom/120094217036 에서 퍼온 사진: 싸인 받고 있는 이가 우연찮게도 나다.>
강연이 끝나고 질문 할 시간이 되어 쏟아내는 질문과 저자의 유연한 답변도 인상 남는다. 은행 금리에 속았다며 속으로 분개하고 있는 나완 달리, 펀드며 사업 자금에 대해 주고받는 이야기에 자극 받았다.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그러기에 왜 당췌, 재테크 경제 책 볼 생각을 안하냐고! (이유는 나도 안다. 재테크 책 말고도 세상엔 재미난 책이 너무 많다)
처음 은행의 사생활이란 제목만을 봤을 땐, 은행 비리를 폭로하는 내용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똑똑하게 은행을 활용하는 법이 책의 주 내용이자, 강연의 핵심이다. 지금 지하철에서 다 못 읽은 <은행의 사생활>을 읽고 있는 중이다. 강연과 비교하면서 잘 읽고 있다. 그리고 깨달은 사실, 강연장에 빨리 도착하는 것과 빨리 책을 읽는 것과는 별 상관이 없다.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