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버지를 위한 변명
김병후 지음 / 리더스북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직장 생활을 하면서 부모님과 떨어져 산지가 딱 1년 넘었다. 난 아직 어린가? 멀리 떨어져 살고 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무치게 보고 싶어 한 적도, 생각만으로 눈시울이 붉어진 적도 없다. 가끔 짠한 마음이라도 들면, 가벼워 보이지라도 않을 텐데 ‘부모랑 떨어져 사는 게 참 편구나’란 생각이 먼저 드니 할 말이 없다. 엄마가 건전화는, 별 쓸데없는 걱정나열에 머리만 지끈거려서 싫고, 아빠의 전화는 딱히 할일 없는 중년 회사원의 심심풀이 같아서 받아도 그저 그렇다. 내가 심심하다 느낄 때의 걸려온 아빠의 전화는 ‘아빠도 지금 심심 하구나’란 세대공감(?)때문에 그나마 고맙게 느껴지니 진정, 나는 철딱서니가 없는 것이다.
더 철딱서니 없는 고백을 하자면, 이 책 ‘아버지를 위한 변명’이 처음부터 온전히 아버지를 이해하기위해 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소개팅 남자의 이해할 수 없는 잠수를 겪고 난후, 위로 차 방문했던 서점에서 제목만 보고, 충동적으로 집었었다. 세상에는 아빠만한 남자는 없었다며 입술을 질끈 깨물며, 만원 돈을 지불했었는데 읽고 보니 만원의 가치는 충분히 뛰어넘으며, 내 입술은 ‘아버지 알라뷰’를 외치고 싶어 근질댄다. 사실, 마지막으로 아버지에게 ‘사랑해요’란 말을 해 본지가 유치원생 때인지 초등학교 어버이 날 편지쓰기 대회에서인지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이제는 ‘아버지의 전화질이 이해됩니다.’라고 확실히 말할 수는 있다.
책은 젊은 아버지에서부터 중년, 장년, 노년에 걸쳐 시간 순서로 아버지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젊은 아버지에 대해서는 왜 가정에 소홀하게 되는지, 현대에는 어떤 아버지가 요구되는 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남자와 여자는 원시적 공포가 다르다는 것에서부터, 여자의 육아는 본능이지만, 남자의 육아는 학습에 의해 생기는 것이라는 사실까지 잘 씌여 있었다. 아빠가 육아 참여하면서 아기와 엄마간의 지나친 밀착을 예방할 수 있고, 아이가 건강한 성인으로 자랄 수 있으며, 훗날 장.노년의 아버지가 되었을 때 어떤 혜택이 있는지 귀뜸 해준다.
중년의 아버지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위치에 있다만, 자녀들과의 위치관계에선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제대로 파악을 못한단다. 자녀들은 이미 사춘기에 접어들어 사회일원이 되기 위한 시초 문화가 생기고 아버지에 대해 평가를 마쳤으나, 아버지 눈에는 그것 자체가 성에 차지 않고 오히려 위협으로 다가 온단다. 책에서는 ‘아들에 의한 아버지 살해’ 신화를 인용하는데, 아버지로 태어난 이상 어느 시점이 되면 자식들에게 그 권력을 물려주는 것이 아버지로 태어난 자들의 운명이었다.
아버지가 장년기에 접어들면, 가정으로 서서히 돌아오게 된다. 사회적 관계는 점차 위축되기 시작하고, 친구관계 또한 사회적 이해관계에 따라 맺어진 터라 오래는 못 간단다. 젊은 시절 가정 속에서 제 역할을 찾지 못한 이 시대의 불쌍한 아버지는 이 때, 아내와 가족에게까지 소외당한다. 그 동안 가족과 교류하며, 좋은 아버지 상를 수행했던 사람은 행복을 찾기가 훨 수월해 진다. 그리고 노년이 되었을 때는 새로운 인간관계와 취미를 가지라고 조언한다.
우리 아버지가 책의 정확한 표현으로는 지금 딱 장년의 아버지다. 어머니와 연예 할 때부터 이미 좋은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울 아버지. 이 책을 읽고, 울 아버지에게 전하고픈 말이 생겼다.
“아버지, 귀하게 키워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근데 아빠, 언제쯤 난 아빠같이 좋은 남자 만날 수 있어?”
PS. 개인적으로 남동생에게 꼭 추천해주고픈 책이다. 그리고 ‘어머니를 위한 변명’도 출간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