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바다 -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리뷰는 책에 대한 내용은 없습니다. 책은 읽는 자의 몫이니까요. 제 리뷰가 없어도 다른 분들의 좋은 리뷰 많으니 저는 추천또는 Thanks to만.......? ....-_-a 이 딴 리뷰나 등록하니 문학 동네 서평단에서도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한 번 써보렵니다.

문학동네 상을 받았다는 <달의 바다>를 오늘 다시 구입했다. 이번 구입은 K의 생일 선물용으로 주문한 것이다. 첫 권은 몇 달 전 교보문고를 순회하다가 눈에 띄어 데리고 왔었다. 1년 전 <캐비닛>도 그랬지만 이번 <달의 바다>도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좋은 작품이었다. K에게도 맘에 들었으면 좋겠다. 

책 소개문 아래 <문학동네 서포터즈 모집>이란 광고문이 눈에 띄인다. 네이버 북꼼에서도 똑딱, 위즈덤하우스에서도 똑딱, 책 카페 사이트에서도 똑딱. 가을 낙엽같이 마냥 다 떨어졌다. 나도 안다. 리뷰가 엉망이니 출판사로써는 날 끼워주기가 떨떠름할 거라는 거. 11월 초입, 단풍구경 떠나기 전에 내 얼굴먼저 단풍처럼 될지 모르겠다.

어떤 식으로 책을 보내주고, 어떤 분야를 할당받을지는 아직 공지되지 않았다. 되도록 소설류였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일단 뽑혀야 하겠다.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의무적으로 한 달에 3권 이상의 리뷰를 써야한다면 잘 쓸지 의문이다. 딱 내가 소화할 수 있는 만큼만 책을 보내준다면 열심히 해보겠다. 문학 동네니, 난잡한 종이 뭉치로 ‘일단 줬으니 잔말 말고 서평이나 써’ 하는 염치없는 짓은 하지 않을 거다. 내가 아는 그 동네는 책값 본전 생각이나 드는 짓은 하지 않았으니까.


작년까지만 해도 책이란 것은 내 돈 내고 읽어야 되는 줄 알았다. 물론 도서관도 이용했고, 선물 받은 책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뭔가를 지불해야만 온전한 줄 알았다. 서평단을 찬양 리뷰나 쓰는 책 구걸 패거리쯤으로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어짜피 구매하고 싶었던 책이라면 더 없이 고맙게 받는 것이고, 서평단이란 의무아래 다양한 책을 접할 기회도 가질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아낀 책값으로 다른 책을 더 사볼 수도 있는 문제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다들 잘 쓰더라. (나같이 껄렁한 리뷰어들이 문제이지, 그건 서평단이나 그냥 몇줄 끄적이다 마는 구매자나 다 똑같다. 그리고 리뷰의 질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웃긴 거다. 온라인서점에 서평을 올려보는 이유야 개인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여기가 무슨 서평대회 사이트이란 말이냐! ) 아마 출판사에서도 잘 쓰는 서평 응모자 몇몇을 알고 있을 거다. 서점사이트 몇 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같은 아이디, 같은 리뷰가 나오니까 나같이 눈치 둔한 것들도 눈치 챌 수 밖에 없다. 아마 그 들 몇몇을 문학동네 서포터즈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따위로 글을 써서 그렇지, 알고 보면 성실하고 약속을 잘 지킨다. 문학동네여, 나 뽑아다오. 나처럼 개성 넘치는 리뷰어 한명 쯤 뽑아두는 것도 좋지않아? ‘전에 문학동네 리뷰도 몇 편 써줬잖아.’하는 허튼 희망으로 메일을 보낸다. 
                                      

                
                                                                                               07. 10. 28  모과양 씀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7-10-28 2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29 2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ntitheme 2007-10-28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엔 잘 되시길 빕니다.

모과양 2007-10-29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화이팅~~
 
결혼, 뒤집어 말어? - 사랑 앞에서 헛똑똑이가 되어버리는 여자들을 위한 결혼생활 지침서
김낭 지음 / 팝콘북스(다산북스)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집 앞 이마트를 가든 명동 백화점을 가든 꼭 둘러보는 한 곳이 있다. 바로 가정/가구 매장이다. 백화점이야 만져보지도 못하는 수입 명품들만 있으니, 눈요기 차 간다고 치자. 그런데 매일 들르는 이마트는 뭐란 말이냐. 우유 사러 갔다가 한번, 치약 사러 갔다 한번. 너무 자주 들르는 바람에 이달의 신상품도 집에 있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정신 놓고, 구경 다니다 보면 어느새 그 매장 앞에 서있었다. 이런 나를 보고 결혼할 때가 돼서 그렇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난,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가정/가구 매장이 좋았다. 지금도 명품 백이나 향수구경보다 가정/가구 매장이 더 좋다. 그 곳을 왜 둘러보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분의 지적이 틀리지 않았다면 난 아주 어렸을 때부터 결혼을 생각한 쪽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틀리지 않았다. 독신주의의 화려한 삶을 상상은 많이 해봤지만, 상상만으로 끝이었다. 지금도 혼자지만, 화려하지도 않을뿐더러 외롭기만 하다. 평생 외로울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우울한 기분마저 든다.

그렇다고 결혼이란 걸, 타인에게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다. 우린 배경이 다르고 추구하는 바가 다를 뿐이다. 결혼이 중요할 수는 있지만 삶의 필수라고도 생각지 않는다. 결혼은 선택일 뿐이다. 나는, 기왕 할 선택이라면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을 뿐이고 좋은 결과를 보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로 했고, 참고 해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책 자체로는 참고할 정도의 깊이가 없다. 이정도의 얄팍한 지식과 얕은 요령으로는 파혼만 면할 듯하다. 차라리 부부클리닉을 운영하는 정신과 의사 김병후씨의 책들이 더 유용할 듯싶다. 그렇다고 좋은 내용이 아예 없는 것만은 아니다. 그 중 하나가 착한 며느리로 보이고 싶어 고생을 자초하는 짓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와 닿았다. 왜냐면 그 착한 척한 며느리가 우리 엄마였기 때문이다. 부당이란 걸 생각지도 못할 만큼 착하지도, 그렇다고 싫다는 말도 하질 못했다. 쌓이는 울분을 속으로 삭히며, 싹수 노란 딸년을 붙들고 그렇게 욕을 했던 것이다. 물론 고부를 떠나 할머니 엄마 모두에게 동정이 간다. 하지만 인생은 유전이며, 보고 배운다고 나도 엄마 꼴 날까 실은 두렵기도 하다. 웃어른에 대한 공경 따위는 애초에 없지만, 그래도 남편의 어미가 아닌가. 어디까지 받들다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다. 차라리 남의 집 귀한 아들, 후려낸 나쁜 며느리가 되고 싶다. 물론 남편에겐 “오 마이 엔젤”을 듣고 살아야겠지.

그리고 돌아온 싱글들에게 여쭤보라는 내용도 좋았다. 그들에게는 경험에서 우러난 결혼에 대한 지혜와 철학이 있으니 얘기를 청하란다. 맞는 말이다. 간접경험과 직접경험은 우러난 생각의 농도가 다르다. 내게 그런 이야기를 터놓고 해줄 사람이 많았으면 좋으련만. 그리고 솔직히 말해 결혼은 뭐며 파혼은 무엇이냐고 물어보기도 멋쩍다. 해본 적이 없는 이상, 내가 말하는 결혼이란 책과 주변관찰에서 얻은 것이 다 이다. 이러니 결혼관련 서적을 알아서 찾아 읽을 수밖에. 

이 책이 기혼자에겐 어떻게 읽혀질지 궁금하다. 내게는, 닭살 커플과 소름돋는 결혼에 대해 생각해본 나름 유익한 시간이었다.

ps. 최근에 들었던 충격적인 말은 “넌 혼자서도 잘 살 것 같다.”는 말이었다.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이 무슨! 그 말을 듣고 내가 너무 센 척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로워도 안 외로운 척, 씩씩한 척한 내 잘못이 크다. 이봐요. 저 외롭거든요. 그리고 저 부드러운 여자예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의 탈을 쓰다 - 웃는 얼굴로 칼 꽂는 사람 대처법
조지 K. 사이먼 2세 지음, 조은경 옮김 / 모멘토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진단명 사이코패스>를 읽은 적이 있다. 죄책감이란, 눈을 씻고 봐도 찾아 볼 수 없으며 인간적 상호관계란, 자신의 이익이 있을 때만 있는 거라는 악인들을 알게 되었다. 그야 말로 네가 인간이냐 싶을 만한 인간들이었는데, 그 책을 다 읽고 얼마나 섬뜩했는지 모른다. 책의 저자 로버트 D. 헤어는 여러 사기꾼 및 살인마를 사이코 패스의 예로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보다 무서운 건 법망을 교묘히 피해해가는 사이코 패스가 더 많으며, 그 놈들이 꾀나 매력적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에 대한 의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은 절로 피해자가 된다고 했다. 
 
사기꾼이었던 한 사이코패스는 인터뷰에서 솔직하게 말했다 “작업할 때는 우선 대상을 평가합니다. 그 사람의 처지나 한계점을 찾고, 필요한 것을 알아내서 그 것을 안겨주는 거죠. 그 다음은 회수 기간입니다. 이자까지 붙여서 쥐어짜는 거죠.” (사이코 패스 p.233)

양심이란 최소한의 제동장치가 없기 때문에 거짓말도 얼굴색하나 변하지 않고 말수 있으며, 그 만큼의 말솜씨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 때 떠오른 사람이 말 하나는 끝내주게 잘하는 A였다. 적잖이 놀랐다. 사이코패스는 당신 곁에 있다는 로버트의 말이 섬뜩했다. 그러나 애써 웃었다. 그녀들을 사이코패스라고 부르기엔 해석이 지나치다고 다독였었다. 안타깝게도 A는 직장서 매일 얼굴 보는 사람이다. 내가 피해하고 말자, 그녀들을 그렇게 본다면 내가 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끔씩 솟아나는 이 울분은 뭐란 말인가!

그렇게 지냈다. A를 의심하는 나를 의심하며. 그런데 <양의 탈을 쓰다>를 보니 확실해진다. 경증의 성격장애자(personality disorder)가 A임을. <진단명 사이코패스>의 조정자는 반사회적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를 말하는 거라면, <양의 탈을 쓰다>가 설명하는 조정자는 좀 다르다. 그들은 ‘은밀한 공격자’(covert-aggressive personality)라고 부른다.

그들은 타인의 권리와 필요를 무시하고, 양심이 매우 부실하며, 남들보다 우위에 서려고 적극 애쓰고, 노골적인 범죄나 드러내놓고 하는 공격행위만 아니라면 거의 어떤 짓이라도 하는데, 이런 행태 때문에 그들을 반사회적 이라고 규정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p.57)

이는 신경증(neurosis)과는 완전 반대에 있는 개념이다. 신경증은 자신의 탐욕이 들킬까봐 불안하여, 그 걸 억제하다가 눈이 머는 증상이다. 그에 반해 은밀한 공격자는 자신의 탐욕을 위해 남의 눈을 멀게 하는, 오히려 신경증적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이다. 이 들은 수동 공격성 인격장애(passive-aggressive personality disorder)와도 다르고, 자기애에 빠진 이들과도 다르다.

인간 본성에 관한 많은 전통적 견해들은 우리를 조종당하고 이용당하기 쉽게 만든다. 그중 매우 중요한 한 가지 오해는 모든 사람이 기본적으로 같다는 믿음이다. 이 오해가 일반화된 것은 전통적인 이론들(신경증에 관한 이론)과 그 전제인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는 신경증적’이라는 관점의 영향력 때문이다. (중략)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그들은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으며, 오랜 연구에서 확인됐듯이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지조차 않는다. 공격적 성격의 사람들은 여타 성격 유형 대부분과도 매우 다르다. (p.164)

성격장애자들의 문제는 통찰과 자각이 충분함에도 자신의 태도와 핵심적인 신념을 바꾸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이들에게, 경악을 하는 거다. 직감적으로 당하는 걸 알면서도 당하는 이유를 책에 이렇게 설명한다. 

누구든 적어도 어느 정도는 두려움, 불안, 혹은 심리적 장애 따위의 문제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의 직감은 우리가 무자비한 모사꾼을 상대하고 있다고 말해 주는 데 반해, 우리의 머리는 그들이 ‘내면 깊이’에선 정말로 겁을 먹었거나, 상처를 받았거나, 자기회의에 싸여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 대부분은 스스로를 냉담하고 무감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싫어한다. (p.29)

난 냉담한 사람 싫어한다. 무관심해 보일 때가 있어도 내가 진짜 냉담하다고 생각해 본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A, 내게 "너 되게 냉담하다“라고 정색을 하며 말했었다. 이게 책에서 나온 ‘죄책감 자극하기’와 ‘자신이 피해자인척 하기’라는 걸 오늘에야 알았다. 전에는 그녀의 말에 속만 상했었다. A는 왜 그렇게 이야기 했을 까, 내가 A에게 진짜 냉담하게 대한 게 아니냐며 A를 이해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책에서 얻은 결론은, 그런 오해 따위는 하지도 말고 행동으로만 평가하란다. 날 ‘냉담하다’고 역설했듯, A에게 조금 냉담해져야 할 것 같다. 쓰고 보니 미안하고 내 스스로가 섬뜩하지만, 그녀가 진짜 은밀한 공격자는 아니었더라도 그 행동은 분명 잘못되었다. 

정신간호학에서 배운 기존의 지식과는 조금 달랐지만, 현실엔 더 가까운 책이었다. 홍보만 잘되었더라면 <사이코패스> 못지않은 책이 되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웃는 얼굴에 칼 꽂는 놈들이 주변에 많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ps. 참고로 심리학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다. 단지 걱정되는 점은, 양 탈을 쓴 늑대만 구경하려 거든, 읽지 말기를 바란다. 나처럼 구경만 하려다, 주변인을 다시 보기 시작하니까. A를 이렇게 밖에 생각해 줄 수 없다니, 좀 괴롭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7-10-16 0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쌀 (반양장)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아고라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지지리도 가난한 주인공, 우룽은 고향 펑양수를 떠난다. 굶어죽지 않기 위해 올라탄 것은 석탄 운송기차였고, 당도한 곳은 대홍기라는 쌀 집 앞이었다. 그는 뽀얀 쌀과 가까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쌀집 일꾼으로 일하게 된다. 쌀집 사장인 펑 사장과 그의 딸 쯔윈, 치윈의 멸시를 받으면서도 우룽은 버틴다. 그렇다고 이 소설을 그 흔하디 흔한 시골청년 성공기로는 착각 하지 말길. 이 소설은 그야말로 극악무도하다. 눈살이 찌푸려진 후 마지막장을 덮을 때까지 눈살을 펼 수가 없다. 인물 하나하나가 등장 할 때마다 ‘으악’소리가 절로 나온다.

고향을 떠난 사람들은 개와 다를 바가 없었다. 정처 없이 떠돌다 잠드는 곳이 바로 잠자리였다. 그런 사람들은 심지어 표정조차 개와 다를 바가 없었다. 피로에 절어 있는 것이나 잠자기를 좋아하는 것, 흉악한 몰골을 드러낸 채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것 (p.7)

개같은 우룽의 행적과 우룽이 자신을 닮았음을 아는 부둣가 깡패 아바오는 정치 깡패 뤼 대감과 엮기고, 허영과 어리석음 뿐인 쯔윈을 통해 설킨다. 그나마 똑똑한 줄 알았던 치윈은 폭력에 무력해지고, 애새끼들은 하나같이 포악하고 지 형제도 나몰라한다.

부에 대한 복수, 욕정의 복수, 권력쟁취를 위한 복수.
끝없는 복수와 응징을 통해 말하는 건 ‘니미 좆같은 세상’이라는 악 바친 고함이다.

보고 싶지 않는 우룽의 생애를 보면서, 좀 허무하더라도 “세상만사 다 그렇고 그런 것”이라는 결론이 나길 바랐다. 내가 바라는 결론이 유치하고 촌스럽다고 해 좋다. 세상은 힘들어도 살만은 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우룽의 금의환향이 성공하여 회개되기를, 피 고름이 흘러도 제 고향 플랫폼에는 내려나 보고 죽기를 바랬다. 그러나 에필로그는 내 순박한 바람을 깡그리 무시한다. 아들 차이셩이 죽은 아비의 입 속에서 금 틀니를 빼내는 것으로 결말을 짓는다. 참으로 쌀가루 집안다운 결말이 아닐 수 없다.

우룽은 금으로 만든 틀니가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가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우룽이 맨 마지막으로 들은 것은 기차가 철로를 밟고 힘차게 달리는 소리였다. (p.378)

다른 분들의 리뷰를 둘러보니, 우룽을 처음에는 순박한 사람으로 평가한 글이 보인다. 첫 장에, 우룽이 걸인의 객사를 보고 놀라 도망치는 내용이 있다. 그 장면에서 그를 선하게 보시시 않았을까 추측한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그놈은 원래부터가 막되 먹은 놈”임을 가르쳐주고 싶다. <쌀>을 결말부분을 읽고 있을 때 <양의 탈을 쓰다>를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성격장애자가 우룽과 정확히 일치한다. 죄책감의 자리라고는 쌀 한 톨 크기만도 남아 있지가 않고 경쟁자의 입 속의 밥알까지도 훑어내어 빼앗는 조정자, 그가 우룽인 것이다. 쑤퉁은 심리학도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냈을 수가 있었을까. 이게 거대 중국의 거대한 작가, 쑤퉁이 가진 날카롭고 상처 깊은 인간의 통찰이 인가 싶다.

ps. 결론부분에게 애써 기대했던 촌스런 우룽의 회개는, 정말 회개해야만 하는 나의 촌스런 인간관이었다. 이래서 내가 추리소설이나, 호러소설, 인간의 추악함을 드러내는 소설은 싫어한다. 세상이 추악하다는 걸 확인 하게 될까봐 지래 겁내 해하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밤중에 행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히데오 아저씨, <면장선거>출간 때는 ‘기대 무너뜨리기’를 하시더니 <한 밤중에 행진>에서는 ‘실망 세우기’를 하셨나보다. 나보다 먼저 읽은 이들 중 실망했다는 이들이 몇몇 보인다. 히데오의 팬으로썬, 댁이 실망이요로 일갈하고 싶지만 어떻게 하랴. 책이란 읽는 자의 경험과 사유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니까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이토록 경박하고 난잡한 리뷰만 쓰는 내게, 잘만 쓰시던데 왜 겸손까지 한 거냐는 댓글을 받아보았다. 제3의 눈을 가진 그런 똘똘한 알라디너도 있으니 무릇, 글이란 읽는 자의 안목과 품격에 따라 다를 뿐이다.

<한 밤중에 행진>이 가볍기만 하고, 반전의 결론에선 힘이 쭉 빠진다고 말이 많다. 아니 뭐 그렇게 심각한 잣대를 들이대고 난리야. 히데오가 <남쪽으로 튀어>처럼 사회의식을 늘 담아야 해? 아마 오쿠다 히데오가 <한 밤중에 행진>를 읽고 실망했다는 글을 보면 이렇게 말할게다. “책이 나왔는지도 모르는 작가보단 낫잖아! 하핫.”

난 그의 깃털 같은 가벼움과 희롱 섞인 웃음이 좋다. 아니 감사하다. 그리고 뻔하다는 그 결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가끔은 위로까지 받는다.

구라가와 씨, 콧대 높고 제멋대로 구는 여자의 가면을 덮어쓰고 있지만 사실은 너무 마음이 상냥해서, 그게 또 너무 겸연쩍어서 있는 힘을 다해 숨기려 하는 건 아닌가요? 아, 뭐든 다 안다는 이런 투의 말을 구로가와 씨는 가장 싫어할 테지요. 반성할게요. (p.360)

내 가슴을 뜨끔하게 했던 이 문장, 미타 조지(미타 소이치로)가 크로체(구라가와 치에)에게 보낸 편지글의 내용이다. 미타 조지, 어리숙한 줄 알았더니 사건 속의 캐릭터 그대로 마지막까지 빛난다. 그리고 툴툴거리며 답장 엽서를 쓰는 치에는 마지막까지 예뻐 죽겠다. 요코겐(요코야마 겐지)는 원래 겉멋 많은 멋진 놈이었고, 야쿠자로 나오는 후루야 데쓰나가는  온 몸으로 웃겨주신다. 크로체의 아비로 나오는 시라토리와 이번에 올림픽의 연다는 나라 놈들은 또 어떻고.

책 속에서, 제대로 된 놈은 아무도 없다. 모두 즉흥적이며 욕망의 흐름에 동물적으로 몸을 던져버린다. 그 욕망의 오브제는 당연히 돈이다. 오죽하면 책 표지의 요코야마 겐지는 눈동자 속에 ¥자까지 넣고 다닌다.

때리고, 숨기고, 갇히고, 훔치고, 도청하고, 협박하고, 던지고, 달리는 그들의 무모한, 무리한, 무작정, 무개념식 도전이 부럽다. 난 한 번도 제대로 달려 본적이 없으니, 그저 부끄럽고 부러울 뿐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나의 진정한 욕망이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잖아?!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ntitheme 2007-09-11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면장선거>가 읽을만 했었는데...식상하긴 하지만 뭔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둔 것 같아서요. 그러구보니 그뒤론 히데오의 책을 접한게 없군요.

모과양 2007-09-11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쿠다 히데오는 다 챙겨보고 있어요. 이번 주는 <오! 수다>를 읽고 있답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히데오의 <마돈나>도 출간 된다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