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의 여자를 옹호함 -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꿈꾸는 30대 여성들에게 보내는 희망 멘토링
리아 맥코 외 지음, 김미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올해는 ‘여자의 서른’에 대해 생각해볼 일이 많았다. 첫 문을 연 것은 정이현의 <달콤한 나의도시>였고, 오쿠다 히데오의 <걸>도 있었으며, 이홍의 <걸 프렌즈>가 있었다. 소설 속 그녀들은 하나같이 우왕좌왕 해주다가 딱 소설로써 마감되는 결말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현실은 소설이 아니다. 이젠 그걸 알 나이도 됐다.

며칠 전 크리스틴 B. 휄런의 <골드미스다이어리> (이하; 골드미스)를 다 읽었다. <골드미스>의 스완족과 <서른 살의 여자를 옹호함> (이하: 서른살)의 X세대는 정의가 조금 다르긴 하다. [스완족(SWANS: strong women achiever, No spouse)은 도시에 거주하는 능력있고 진취적인 전문직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고, X세대는 여성운동으로 성차별이 없는 세대에 태어난 여성들을 말한다.] 그래도 ‘여자의 서른‘에 대해 말하는 그들을 비교하면, <골드미스>은 조증에 가깝고 <서른 살>은 우울증에 가깝다.

프롤로그에서 “이 책은 정확하고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p.12)라고 한다. 그래서 그럴 까. <골드미스>에서는 명확하게 보이던 것이 서른 살의 여자를 옹호함에서는 불명확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우리 2,30대 여성들은 우리 나이 때 직장을 다니던 어머니들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의 선배들 덕분에 유리 천장이 깨지긴 했지만, 그 밑으로 작고 날카로운 파편이 쏟아져내린 것이다.(p.76)

도대체 무슨 파편들이 쏟아져 내린 것일까. 서른 즈음에는 최고로 잘나가야 되고, 완벽한 몸매에 1등 신랑감을 꾀차고 있지 않으면 힘들단다.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배운 덕분에, 못가지면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다 여긴단다. 하지만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은 변하지 않았으며 여자 일벌레만 늘었을 뿐이라고.

그 절감의 시기가 서른이고, 절망을 보는 것이 출산이다. 일과 개인적인 성취 후에 결혼과 출산의 단계를 밟는데, 오늘의 불쌍한 서른들은 개인적 성취에 치여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남자들처럼 성공하는 법만 배웠지, 이 성공을 여성의 언어로 풀어서 말하는 법을 아직도 찾아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젠, 성구별이나 개인적 취향을 흔쾌히 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엔 남자들의 어깨도 토닥여 주는 너그러움을 보인다.

책에선 이것 외에도 문제제기를 하는 게 많다. 말로만 가사분담이지 떠맡기는 남자들, 능력 있는 여자를 원한다고 하면서도 막상 일한다고 하면 엄마 찾는 찌질이들, 여자를 괴롭히는 악녀 등 할 말이 더 많다.

<골드미스>는 책 마지막에 이렇게 하자고 제시를 하는 반면에 <서른살>은 여러 여성들의 케이스를 보여주며 독자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도록 하고 있다. 내가 발견한 것은, 완벽함이란 최악의 경우 미신이고, 기껏해야 착각일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 이제는 완벽이란 생각을 놓아버리고 삶의 진정한 우선순위에 초점을 맞춰야겠다. 인생에서 완벽한 게 어디 있나.

참, 이 문장 통쾌하지 아니한가. 내가 좀더 내 모습에 충실하게 살면, 기쁨과 모험이 가득하며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다. 만약 남들이 내 모습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면, 그건 그 사람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지 내 문제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진실한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p.140)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nautila 2007-07-29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후후 읽어봐야할 것들이 많군요. 조만간 서점 한번 나가주셔야겠습니다.

모과양 2007-07-30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점에서 nautila 님을 뵐 수 있는 건가요? ㅎㅎ
이 책을 읽기 전에 이런 기대를 했더랬죠. (20대 주제에--;)"30대를 정의를 내려 볼수도 있을 거야" But.. 책을 읽고 더 어지러워져 버렸어요.

2007-08-19 2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과양 2007-08-20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이신 님. 알라딘요^^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 돈버는 모든 원리가 숨어 있는곳
이상건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3년 전인가, 베스트셀러였던 남인숙의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를 읽고 머리가 멍했다. 그동안 잘못 살아온 것 같아서 정말 머리가 멍해졌었다. “딴 년들은 이렇게 살고 있었단 말이야?”가 절로 튀어나왔다.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명예나 재물 따위엔 관심 없이 살다가, 실은 나도 존중받고 잘 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이후 나를 속이는 일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남을 속이지 않으니 정직하다는 말은 듣고 살았다. 하지만 정작, 가장 정직해야 할 나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렇다고 남인숙씨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이후 자기 계발서에 대한 거부감이 옅어지긴 했지만 좋아하지도 않는 어정쩡한 상태에 있었다. 그러다가 직장에서 위기가 찾아왔다. 업무능력보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내가 버텨내기 위해선 소설보다는 자기 계발서가 필요했다. 자기 계발서의 흔해빠진 “참고 버텨”라는 말이 그 순간 그렇게 위로가 될 줄 몰랐다.

나는 종교도 없고 삶의 철학하나 제대로 세워둔 것이 없다. 멘토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래야 볼 수도 없다. 믿을 것이라곤 짧은 경험과 짜리몽땅한 몸뚱이 하나뿐이다. 짧은 경험을 깊은 경험으로 바꾸기 위해선 더 많은 책값이 필요했고, 짜리몽땅한 몸뚱이를 위해선 좋은 옷들이 필요했다. 그러니 돈 벌어 준다는 재테크 책으로 눈이 돌아 갈 수밖에.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잡기 시작했을 때 리뷰를 안 쓸려고 했다. 안 그래도 속물의 악취가 새어나오는 서재인데, 이것까지 읽었다고 말하면 정말 그렇게 볼 것 같아서 두려웠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네. 저 속물 맞고요. 그래도 이 책은 좋은 책이니 사서들 읽으세요.”라고 외치련다. 정말 좋은 책이다. 돈 벌어주는 책이 아니라 생각을 벌어주는 책이다. 재태크 기술 보다 경제에 대한 이해가 꽉 찼다고 할까.

나는 공부를 할 때 먼저 ‘필요’와 ‘관심’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관심은 교양을 쌓기 위한 것이고, 필요는 실용 즉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지식이다. 교양이란 문학이나 예술, 인문 과학등의 분야를 말한다. 실용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나가면서 자신의 몸값을 높이거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지식이다. 나는 둘 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쪽만의 지식으로 산다면 절름발이 지식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p.21)

이상건이라는 사람, 참 차분하게 글 잘 쓴다. 한 때 문학청년이라고 했는데, 그게 집필에 많은 도움이 됐을 거다. 돈에는 낭만이 없다느니, 잃은 자가 있어야 얻는 자도 있다느니 별로 대면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거부감 없게 잘 설명한다. 그리고 재테크를 하려만 위대한 투자가들의 책을 읽으라고 조언한다. 이 책이 경제학자, 투자자들의 책을 인용한 것이 많아서가 아니다. 내가 봐도 철학과 논리로 자신의 경제를 구축한 거인들은 이해하지 않고, 소인들의 잔재주를 먼저 배우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차이가 돈이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고, 조급해 하지 말라며 주식 흐름에 대해 설명해주는데 무릎이 절로 쳐진다. 실은, 시골의사의 <부자 경제학>과 정철진의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가 책장에 고이 모셔져 있다. 이해가 어려워서 읽다가 포기하고 책장으로 유폐시켜버린 것이다. 오늘에야 꺼내 읽어볼 용기가 생겼다.

책에는 화가 루벤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루벤스의 이런 비즈니스 감각은 우리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무슨 일을 하든지 자신의 일을 돈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그림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거래를 그만두었다. 그만큼 자신감도 있었다는 얘기지만 ‘일의 대가=돈’이라는 명료한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에게 가격 이상의 만족과 가치를 팔아야 한다는 사실을 루벤스는 잘 보여주고 있다. 흔히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에 사로잡혀 고객이 어떻게 느끼는지는 염두에 두지 않는 실수를 가끔 범하는데, 루벤스는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p.297)
책을 덮고 보니 저자가 루벤스가 아닐 까란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발전 가능성 없는 관계에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똑똑하게 사랑하라 똑똑하게 시리즈 1
필 맥그로 지음, 서현정 옮김 / 시공사 / 200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롤로그 1


초콜렛 표지를 두른 한 이 책, 한창 잘 팔릴 때 진짜 초콜렛까지 붙여서 줬었다. 발렌타인 데이 때까지 그렇게 팔았던 것을 서점에서 봤었데, 그 때는 비웃었다. 대신 책 값 정도의 초콜렛 한 봉지를 사가지고 왔다. 온 세상에 사랑을 전하는 백의의 천사로 변신하여, 힘들어 하는 내 환자들에게 돌렸다. 그리고 웃는 말로 그냥 말해봤다.

“혹시, 좋은 남자있거든 소개 좀 해주세요.”
하지만 돌아오는 건 “한 개만 더 주세요.” --;

“한 놈만 더 주세요.” 하며 다시 서점으로 돌아갔다.

프롤로그 2


한동안 오타를 스스로 거르지 못하고, 글을 게재한 적이 있었는데, 바로 지적이 들어왔다. “‘연예’가 아니라, ‘연애’입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한동안 그 짓을 못하더니, 애(愛)이라는 소박한 일이 예(藝)라는 궁극의 범위로 넘어가 버린 것을. 다시 끌어내릴 방안이 없을까 고민하던 찰라 내가 좋아하는 여자 연예(演藝)인들은 하나 둘, 결혼으로 기사를 내주시고 후보남 연애(戀愛)인들은 하나 둘 사라졌다.

“이번엔 연예인 이야기가 아니라 내 연애인 이야기 좀 해보자”하며 책을 들었다.


에필로그 1


책 좀 읽었다는 자들 앞에서는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되는 책들이 몇 있다. 자기 계발서, 재테크 책 그리고, 연애 책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 똑똑하게 사랑하기 위해서는 자기를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고 소리치고, 재테크하라고 윽박지른다. 그래서 이 책은 훌륭하다. 참으로 똑똑하다. 이 책을 단순히 이성과의 연애 책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읽으면서 얼마나 통쾌하던지. 그리고 작가가 한 유머 하므로 실컷 웃을 수 있다. 책을 읽는 도중에 불편한 점은 없었다. 지금 이렇게 밖에 리뷰를 못 쓰는 내 글 빨이 불편할 뿐이다.

만약 그대에게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면, 이 책이 아니라도 연애 책 따위는 들어 본 적도 없다고 해라. 어디서 봤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연애 책을 뒤적이는 여자는 한심해 보인다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나는 몇 권 째냐고? 이 책이 아홉 번째 책이다. 읽는데 이력이 붙어 이 책도 그 동안 읽어왔던 여덟 권의 책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낀다. 그 책들의 핵심은 “너 스스로를 사랑하라”라는 말이었다. 아홉 권이나 읽었는데, 왜 실전에는 젬병인걸까.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나를 부정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것 봐라. 알라딘에 훈남들이 얼마나 많은 데, 부끄러운 줄 모르고 연애 책만 아홉 권 째라고 까발리고 있다. 아직 나와도 화해하지 못한 게 분명하다. 아니면 말로는 사랑하고파를 외치지만, 맘으로는 사랑따윈 필요없어하고 있거나

ps. 연애 책을 뒤적이는 여자가 한심해 보인다는 말이 사실인가요? 제 친구의 경우는 남자친구가 읽어보라고 연애 책 추천도 하던데 뭐가 정답인가요?


댓글(5) 먼댓글(1)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7-07-23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과양 2007-07-24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대에 따라?....그럼 전 어느쪽? -.,-a
솔직히 말이죠. 전 스포츠신문 뒤적이면서 스코어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사람은 별로입니다.알아듣지도 못할 뿐더러, 못하더라도 입으로 뛰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다리로 뛰는 사람이 더 좋더라구요^^

2007-07-24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utila 2007-07-25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하하하 미치겠습니다. 엄청 웃었어요. ^^
저도 누가 볼까 꽁꽁 숨겨놓는 책들이 있는데 바로 아름답고 지적인 여성을 위한 99가지 조언이라던지 그런 류의 제목을 가진 책이지요. 내가 이런 책도! 읽는다고 자신있게 밝힐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쩌면 이런 책의 도움이 전혀 필요없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어요. 어쩄거나 말씀대로 이런 부류의 책들은 일관되게 이야기 하는 내용들이 있어요. 모르는 내용이 아니지만, 그대로 행하지도 못하고 있는 저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내용들이지요. 잘 새겨들어 피와 살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아 ㅎ
그나저나 알라딘에 훈남들이 많다니, 눈이 번쩍 뜨이는군요 흐흐흐;;

2007-08-21 0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골드미스 다이어리 - Goldmiss Diary
크리스틴 B. 휄런 지음, 박지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성공을 거둔 미혼의 강인한 여성들(strong women achiever, No spouse)의 약어로 나타낸 스완족(SWANS)은 도시에 거주하는 능력있고 진취적인 전문직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다.(p.17)

이 책은 골드 미스들에게 세상이 바뀌고 기회가 열렸으니, 연애이랑 걱정 말라고 그대의 일에 열심히 매진하라고 한다. 그리고 연예 책에 나오는 고전적인 연애 팁도 몇 가지 알려준다.
성공한 여성들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사귀는 남자에게도 자신이 성취해온 일들과 앞으로 계획을 정직하게 말하고 스스로 당당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여자들은 만나는 남자가 과연 정말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안자인자, 아니면 그저 시간을 함께 때울 수 있는 남자인지 스스로 자문해보아야 합니다." (p.111)

남자의 수입이 더 적다고 해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는 여성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능력 있는 여자에 기대어 살려고 하는 ‘셔터맨’ 의식을 가진 남자는 절대 사양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남편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많지 않더라도 자기 일을 가지고 있고 그 일에 열정이 있는 남자라면 거부감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p.163)

다 읽고도 리뷰를 안 쓸 생각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난, 스완족인가 아닌가”를 묻곤 했는데 결론은 "아니다"였다. 전문직? 그건 맞다만, 사회적 성취나 진취적 자세는 애초부터 없었다. 그리고 책 내용 말고는 내가 할 말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 아랫 기사를 보고는 놀랐다. 그 속에서 스완족인척 하는 내가 숨어 있는 거다. 

   
  여기화려한 삶 집착하다 `마음의 늪`에 빠져
젊은 여성층에 번지는 `알파걸 콤플렉스` 

학업 성적이나 업무 능력, 리더십에서 남성을 압도하는 젊은 여성들을 ‘알파걸’이라고 부른다. 이들이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엘리트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결혼보다 사회적 성공을 중시하다 보니 혼기를 놓친 ‘골드 미스’가 알파걸에 합류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남성의 영역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올해 외무고시 합격자 31명 중 여성은 21명으로 역대 최고다. 올해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판사로 임용된 90명 중 절반이 훨씬 넘는 57명이 여성이다.

알파걸 중 일부는 대중의 우상으로 떠오른다. MBC 뉴스데스크 앵커 김주하씨는 여대생들이 가장 닮고 싶은 역할 모델이다. 이런 우상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우상의 그늘도 짙게 드리우고 있다. 아무나 알파걸이 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학력 위조 혐의로 파면된 신정아씨, 7년간 유학파로 가장해 유명세를 얻었던 영어강사 이지영씨가 대표적이다.

이들처럼 ‘가짜 인생’까지는 가지 않지만 알파걸 따라잡기에 지쳐 정신과에 찾아와 이상 증상을 호소하는 20~30대 여성들이 늘고 있다. 연극성 성격장애, 나르시시즘 성격장애, 파랑새 증후군 등이 그것이다. 전문가와 대표적인 알파걸 3명에게서 알파걸 콤플렉스와 그 해결책을 들어봤다.

젊은 여성들의 알파걸 콤플렉스

1. 연극성 성격장애

신정아씨도 실체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알파걸이었다. 미모와 재력에다 전문적 식견, 유창한 영어실력을 갖췄다. BMW 승용차, 명품 가방과 옷으로 치장했다. 이 덕분에 6년간 학력 위조 의혹을 잠재우고 알파걸 행세를 할 수 있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신씨는 ‘연극성 성격장애(히스테리성 성격장애)’에 해당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추정했다. 연극성 성격장애란 자기의 상(像)을 만들어놓고 대본(스토리)에 충실하게 살면서 상대방을 희생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서울대 동양화과 입학이라는 대본이 연극의 출발점이었다. 그 이후에는 모든 게 거짓 대본으로 이어졌다. 금호ㆍ성곡미술관 큐레이터로 실력을 인정받고는 ‘이 정도라면 예일대 박사라 해도 무리가 없다’고 스스로 믿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신씨를 ‘여자 황우석’으로 분류한다. 황우석처럼 경력을 과장하고 허풍을 떨었고, 한 번의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을 낳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30대 중반의 독신 여성 A씨. 회사에선 일 잘하기로 소문나 있고 늘 웃는 얼굴에 옷도 잘 입고 다닌다. 하지만 A씨에겐 비밀이 있다. 오피스텔이 너무 엉망이라 아무도 들이지 않는다. 그녀는 샤넬 가방을 보물처럼 아끼지만 구멍난 속옷을 입고 다닌다. 날씬한 몸매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항상 시달린다. 그러려면 음식량을 줄여야 하는데 오히려 폭식하는 경우가 많다. 몸매 생각이 나 목구멍에 손을 넣어 토한다. 이런 비정상적인 생활은 우울증을 불러왔다.

건국대 의대 정신과 하지현 교수는 “A씨는 외적 과시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써 내면을 통제할 힘이 남지 않아 이중적인 삶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었다”고 진단했다. 하 교수는 “일부 젊은 여성들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정도로 쪼들리면서도 명품으로 치장하고 상류층 행세를 하려다 균형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2. 나르시시즘 성격장애

패션회사 마케팅 본부장 한모(37)씨는 초고속 승진으로 이 자리에 왔다. 깔끔한 헤어스타일, 엄격하고 단정한 다크블루 정장, 지적인 메이크업, 사각 서류가방 등은 초고속 승진을 상징한다. 하지만 요사이 굵직한 팀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공로가 다른 간부에게 돌아간다고 느끼면서 자신의 무능력을 탓하기 시작했다. 판단력이 흐려져 일에 집중할 수 없었고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한씨를 상담했던 ‘심리클리닉 비(Vie)’의 김정수 원장은 “한씨는 일의 성취감을 중시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일을 필요로 하는 나르시시즘 성격장애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직장 여성들은 빨리 성공해야 한다는 집착 때문에 자신이 부각되지 않거나 이득이 되지 않는 프로젝트는 등한시하게 돼 윗사람과 마찰을 겪는 경우가 많다.

김 원장은 “클리닉을 찾는 20~30대 여성의 대부분은 우울증이나 불면증 때문에 찾아오는데 그중 10%는 이런 나르시시즘 성격장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사 아나운서처럼 화려한 직업을 꿈꾸는 여성들 중에 이런 증세를 겪는 경우가 많다. 한국 아나운서 아카데미의 오명석 원장은 “일부 젊은 여성들은 전문 직업인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외모·학벌·가문 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직업으로 아나운서를 준비한다. 일부는 가망이 없는데도 30대 중반까지 몇 년째 매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3. 파랑새 증후군과 경조증

30대 초반의 기혼 여성인 B씨. 그녀는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서 잘나가는 친구들이 너무 부럽다. 서울의 중류급 대학을 나와 미국 유학을 다녀왔고 번듯한 대기업 사원인데도 친구들에게 항상 열등감을 느낀다. 그래서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각종 조찬 모임, 사교 클럽, 외국인 모임 등에 나가 네트워크를 쌓고 있다. 그래도 친구와 비교하면 열등감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마음이 불안하고 긴장감을 떨치지 못했다. 이런 시간이 오래가면서 불면·폭식 증세에 시달렸고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서울 백병원 신경정신과 우종민 교수는 “B씨는 현실적으로 다가갈 수 없는, 자신에게 잘 맞지도 않는 허상을 좇다 보니 회사나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파랑새 증후군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미소의원 오동재 원장은 “신정아씨처럼 활동적이고 약간 들떠 있고 과장된 자신감을 보이는 여성들은 ‘가벼운 조증’(輕躁症·hypomania personality)을 겪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조증의 힘』을 펴낸 존스홉킨스 의대 존 가트너 교수에 따르면 살림전문가 마사 스튜어트, 유명 앵커 오프라 윈프리는 조증을 잘 통제해 성공했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신을 해칠 수 있다고 한다. 신씨가 조증을 통제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다.

20~30대의 여성들이 이런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알파걸의 성공신화를 떠받들고 알파걸이 되면 부·명예, 화려한 삶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원인을 찾는다. 김정수 원장은 “외모 중시 풍조가 확산되고 인터넷·UCC 등이 일반화되면서 자기를 과시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사로잡힌 젊은 여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MBC 김주하 앵커는 “알파걸 콤플렉스는 한국 사회의 고질병이다. 워킹 맘이라는 말은 있지만 워킹 대디라는 말은 없다. 여자는 모든 면에서 완벽하기를 강요받고 그래야만 겨우 칭찬받는다. 나는 일을 하고 싶어 했고 대신 살림은 못한다고 손을 놨다. 그렇지 않았으면 나도 정신과에 갔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메디포스트 양윤선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의 적성과 행복 대신 특목고·서울대에 집착하는 부모와 교육제도가 문제”라고 말했다.

건국대 하지현 교수는 “자신을 지탱하는 힘은 외부 과시에서 오는 게 아니라 내면의
안정에서 온다”면서 “외면을 꾸미는 시간의 절반이라도 마인드 컨트롤과 명상에 투자하면 균형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27세에 창업해 10년간 여성 헤드헌터로 명성을 누린 최정아 ‘인터링크 서치’ 사장도 최근 사업에서 실패한 뒤 위로해줄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간의 인생이 가짜가 아닐까’라는 고민에 빠졌다. 최 사장은 “문제점이 발견되면 무조건 모든 것을 중지하고 삶을 돌아봐야 한다. 가족과 친구의 도움을 받으면 얼마든지 삶을 정상궤도로 되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 헤드헌터인 유순신 ‘유앤 파트너스’ 대표는 “신정아씨의 예는 극히 일부일 뿐 대부분의 여성이 건강하게 최고에 도전하고 있다”며 “다만 단기간의 이익을 위해 결혼을 포기하는 여성이 많은데, 가족도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라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알파걸=미국 하버드대 아동심리학 교수 댄 킨들런은 『새로운 여자의 탄생-알파걸』에서 학업ㆍ운동ㆍ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남자에게 뒤지지 않는 엘리트 소녀를 ‘알파걸’이라고 명명했다. 남녀 평등을 추구하던 페미니스트와 달리 알파걸은 남녀 동등을 당연한 가치로 여긴다. 한국에서는 단순히 경력ㆍ능력만이 아니라 외모ㆍ집안ㆍ재력까지 갖춘 40대 초반 여성까지 포괄한다.

이원진[jealivre@joongang.co.k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의 경제학 - 사랑과 돈에 관한 유쾌한 보고서
하노 벡 지음, 배진아 옮김 / 더난출판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인다는게 맞나보다. 영화<화려한 휴가>시사회에 갔을 때 였다. 내가 발견한 것은 광주사태의 참혹이 아니라 광주보훈병원  ER(emergency room: 응급실의 약어)의 참혹이었다. 아무리 응급이라고 해도 피 묻은 손으로 환자를 보는 건, 딱 영화에서뿐이다. 그래, 영화니까 그럴 수 도 있다 이거야. (실제라면, 그 환자들 출혈보다는 패혈증으로 사망하지 않았을 까 싶다.--;)그런데 응급실 간호사로 나오는 이요원이 suture(피부 꿰매기)하는 장면을 보는 순간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의사 일을 간호사가 하는 것? 양보하여 이요원이 <외과의 봉달희>출신이라고 하자. 그렇지만 맨 손으로 하는 건 Oh~ No!

덧붙여> 우리 병원에서도 영화 촬영을 한 적이 있다. Transfusion장면을 찍기위해 수액에 물감을 섞는 걸 직접 봤었다. 그래서 아는 척 좀 해줬다. pack cell인 척하는 D/W을. 여기서 영화이야기는 그만하겠다. 간호사의 눈으로 영화를 보는 재미를 말하려고 한 것인데, 틀린 그림찾기로 되려 재미만 빼앗은 것 같다. 어쨌든 좋은 영화였다. 난 울면서 봤다.

간호사로써 겪고, 듣고, 보는 재미난 일들은 참 많다. 그 경험들을 재미있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재주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난 그게 없다. 안타깝게도 말이다. 그래서 자기 분야에 도통하면서, 남들에게도 쉽게 설명해주는 그 들이 좋다. <아름다운 동행>의 박경철, <과학콘서트>의 정재승, <괴짜 경제학>의 스티븐 레빗 같은 분들 말이다. 오늘 하노 벡도 추가한다.

하노 벡은 결혼을 일종의 계약이라고 한다.

1장에서 언급한 전문적인 분업도 물론 중요하지만, 친밀감과 따뜻함을 생산해내는 일과 자녀를 양육하는 일도 매우 중요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안들은 꽤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다. (중략) 결혼은 특수한 종류의 투자를 감행하는 데 따른 부담감을 완화시켜준다 (p.168~p.171)

그리고 확률과 통계를 가지고, 결혼할 사람을 구하는 법을 말하고, 이혼 법 이야기 한다.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니, 구역질 난다는 식으로 쓴 사람들도 있던데 난 전혀. 오히려 하노 벡의 경제학적 시선이 재미있기만 했다.

책의 첫 페이지에 이런 글을 읽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릴 때(?)는 조건을 보고 상대를 고르는 친구들이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좀더 솔직하게 말하면 속물이라며 조금은 경멸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친구들은 나보다 휠씬 더 똑똑했다. 어차피 속세에 사는 거 속물로서 제대로 사는 게 똑똑한 길임을 그들은 진작에 알았던 거다. 평생을 함께할 사람인데, 좀더 신중하게 재고 따지는게 뭐가 나쁜가.(p.4)

또는 내가 경제학적인 사고를 거부감 없이 잘 수용하게 되었다는 말일 수도 있겠다. 생각해 보니, <괴짜경제학>, <경제학 콘서트>, <돈 버는 심리 돈 새는 심리>, <인생은 경제학이다:솔직히 짜집기 수준이라 비추>를 천천히 읽어둔 것이 도움이 된 것같다.

이 책을 연애에 응용하려고 읽을 생각이라면 다른 책을 추천한다. 하지만 유머를 배울 생각이라면 읽어도 좋을 듯하다. 정훈이 삽화도 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