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최효찬 지음 / 예담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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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며칠 전 여름 방학을 틈타 외사촌동생이 서울에 놀러왔었다. 이번에 대학을 입학한 그녀였다. 성적에 맞춰 진학한 학과는 예전부터 맘에 들지 않다고 했다.

하루 날 잡아 광화문을 돌고 이름 있는 한정식 식당에 들르고, 뮤지컬을 보여줬다. 지방에서 나고 자란 그녀였다. 수도의 화려함을 경험하게 해주고, 노력에 따라 너도 얼마든지 상경할 수 있음을 말해줬다.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던 외사촌은 집으로 내려가자마자 지방생활의 무료함을 투정했다고 한다. 외숙모는 전화를 통해, 이번 서울구경이 학과 공부에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겠냐며 고마워하셨다. 난 촉매제였을 뿐이다. 내가 없었어도 마음만 있다면 계획은 실현 될 수 있다. 지금은 내가 먼저 서울에 와있었다는 것 밖에 없다.  

이런 일은 이런 생각을 끌어온다. 잘나고 친절한 친척들이 많았다면 나는 어떻게 되어 있었을까. 친척을 통한 간접경험도 무시 못 한다. 이민 간 친척이 있다면 외사촌은 방학을 맞아 서울 놀러오는 기차가 아니라 귀국 비행기를 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력은 부모님이 미치시는 것이지만, 친척들과 공유하는 가문의 자긍심도 중량이 무겁다.

우리 집안은 어떤 집안인가, 나는 어떤 가풍을 유지 할 수 있을까를 깊게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을 읽으니 생각하게 된다. 책은 조선시대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문가를 탐방하고, 자료를 수집한 것이다. 종가를 중심으로 계보를 따라가서 비슷한 이름 때문에 헷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가문마다 핵심 강점을 중심으로 서술 해놓았고, 마지막 장에 따로 강조 해 놓았기 때문에 이해가 쉽다.

기억에 남는 가문은 '책 읽는 아버지‘가 되라던 풍산 류씨, ’밑지고 살라‘던 재령 이씨, ' 공부에 뜻있는 아이들끼리 묶으라’던 진성 이씨의 퇴계 이황, ‘죽을 먹을지언정 더 넓은 세상으로 유학 보내라’는 한양 조씨다. 모두 맞는 이야기라 쉽게 간과되기도 하는 내용인데 개인의 철학을 넘어 가훈과 가풍으로 쭉 이어져 오니 경외심이 안들 수 없다.

책 중 가장 흥미롭게 본 것은 다산 정약용가 이다. 선대에 8대째 홍문관 벼슬을 역임한 명문가였는데 천주교 박해로 풍비박산이 난다. 다산의 아버지는 유배당하고, 대역 죄인으로 몰려 큰 아버지는 참수형을 당한다. 다산의 형제도 유배와 참수형을 당했다. 당시 대역 죄인 집안의 자손은 국법에 따라 과거를 볼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유배를 간 다산은 두 아들에게 과거길이 막힌 폐족 신분이지만 학문마저 게을리 하면 더 비천한 가문으로 전락하게 된다며 학문전념을 간곡히 호소한다. 서신을 통해 “공부를 게을리 하면 좋은 여자를 만날 수 없다”며 세속적인 비유를 하기도 하는데, 다산의 절박함에 대비되어 웃음이 난다. 독서만이 집안을 일으킨다며 강조하는 문장에선 가문의 영광과 자존심 지키기가 어떤 것인지 느껴져 소름 돋았다.

“이제 너희들은 몰락한 집안의 자손이다. 그러므로 더욱 잘 처신하여 처음보다 훌륭하게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기특하고 좋은 일이지 않겠느냐? 폐족으로서 바르게 처신하는 방법은 오직 독서하는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p.215)

다산은 자신으로 인해 벼슬길에 막힌 아들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면서 서울에 정착하기를 당부한다.

“예부터 화를 당한 집안 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반드시 훌쩍 먼 곳으로 도망가 살면서도 더 멀고 깊은 곳으로 들어가지 못했음을 걱정하곤 한다. 그러나 마침내 노루나 산토끼처럼 문명에서 멀어진 무지렁이가 되어버릴 뿐이다. 문명의 혜택이 닿지 않는 곳에서 살다보면 견문이 좁아져 영영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p.211)

다산은 억울한 삶과 기막힌 세월을 보냈음에도 끝까지 좌절하지 않고 (중략) 고단한 귀양살이에도 늘 자신을 채찍질하며 열성적으로 학문을 연구하는 데 몰두했다 다산은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귀양살이가 부끄러워 책이라도 남겨 자신의 허물을 벗고자 저술에 전념하는 것”이라고 적고 있다. (p. 222)


이 외에 다른 편지글도 많은데, 편지 문장 곳곳에서 아비의 솔직함, 희망과 미안함이 느껴졌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읽어보고 싶어졌다.

책은 쉬운 책인데, 다 읽고 나면 과제가 많다. 지금의 네 가치관은 무엇이며, 네가 후대에 전 하고 싶은 비전은 무엇이냐고 묻는다. 명문가의 욕심이 없어도, 올 곧게 살려면 명문가의 자녀교육을 지금의 생활 치침으로 고려해 봐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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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8-25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녀는 없고 부모님은 이미 충분히 지도편달하고 계시고, 가문은 제가 좌지우지할 지경이 아닌지라 수신제...에 활용해야겠습니다^^ 멋진 리뷰 좋아요!

모과양 2010-09-07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