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로 접어들면서 몸이 많이 움추러들었다. 겨울엔 잠깐 외출하는 것도 무척이나 피곤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겨울이면 수면 보충을 충분히 해주는 편이다. 잠을 많이 자기 시작하면서 겨울에 감기에 잘 걸리지 않았다. 감기에 골골거리며 지내던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이다.
일요일 오후에 언니네 집으로 가서 초등 1, 2, 6학년 조카들을 만나고 온다. 세 명의 수준차이가 심하니 한명씩 마주하고 앉으니 보통 3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배운 것 안 쓰고 묵혀 두는 것도 아깝고, 어차피 조카들에게도 필요한 일이니 선심쓰듯 조카들 대상으로 시범 수업이 진행중인 것이다.
초등 1, 2학년은 어느새 세번의 수업을 했고, 6학년 조카는 두번의 수업을 했다.
첫번째 수업을 할때는 내가 좀 어설프고 준비가 덜 된 모습이었는데 아이들은 무척이나 재미있었단다.
초등 1학년 조카는 7살에 학교에 입학한 아이라 8세 아이들보다 조금 느려서 걱정이라는 얘기를 들었었다. 책을 읽는 것도 글씨를 쓰는 것도 어설퍼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집중해서 책 읽기를 하고, 내용을 잘 파악한다. 처음보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초등 2학년 조카는 혼자서 책도 잘 읽고 스스로 모든 잘 처리하는 아이라 걱정이 없다고 했었다. 하지만 함께 수업을 하다보니 책 읽기는 속독으로 대충대충 읽는다. 내용 파악이 잘 안된다는 걸 느끼면서 이 조카가 더 걱정이 되었다. 전 시간에 습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자기도 책을 빠르게 대충 읽는 습관이 있다고 말을 하면서 그것을 고치도록 하겠다고 한다. 그러니 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글씨도 얼굴만큼이나 예쁘게 잘 쓰고 자기 관리도 스스로 잘 하는 아이지만 좀 더 신경쓰지않으면 생각이 천방지축 건너뛰고 있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좀 더 꼼꼼하게 읽고, 올바른 생각을 심어 주는데 중점을 두어야겠다.
초등 6학년 조카는 책 잘 사주는 엄마 덕에 어지간한 책은 거의 다 읽었다. 오히려 나보다 독서량은 더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이모와 책 읽기에는 너무 커버린 느낌에 아이가 조금 부끄러워하는 것도 같고, 마음 속 이야기는 진실하게 하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두번째 수업은 자신이 생각지도 못했던 활동들에 즐거워했던 것도 사실이다.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월요일엔 보통 아이들 모두 보내고 대청소를 한다. 하지만 이번 일요일엔 산타행사에 필요한 선물을 사러 토이저러스에 다녀왔다. 두 손 잔뜩 선물 상자 들고 오는데 팔과 다리가 엄청 아팠다. 역시 운동 부족이다. 오전 외출한 일로 월요일 오후엔 종일 휴식이었다.
화요일엔 독서논술 엄마들 만나서 지도안 만들기를 한다. 미리 준비해간 지도안으로 만들기를 하는데 8명이 고정으로 남은 것 같다. 2팀으로 나누어서 지도안을 만드는데, 전번주부터 느낀 것이지만 상대팀의 지도안은 정말이지 그냥 쓸 수가 없어 손을 많이 봐야한다.ㅠㅠ 이런 식이라면 만남의 의미가 있을까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사실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신세대 엄마 둘때문에 하기로 한 것이었는데, 좀 고려를 해봐야겠다.
수요일엔 어느새 매주 도서관을 오고 있다. 빌렸던 책 반납하고 새책을 빌려가는 재미가 솔솔하다.
계속 알라딘 상품 넣기가 안되고 있다.ㅜㅜ
백희나 <달샤베트>가 신간도서로 왔다. 얼른 집어 들었다. 새싹미술관 화가 이야기 (고흐, 고갱, 세잔)의 책 3권을 빌렸다. 그리고 <리틀 변호사가 꼭 알아야 할 법 이야기>는 다음번 수업 교재로 사용할 것이라 빌려주고, 도서관에서 다시 빌린다.
목요일과 금요일엔 아이들 보내놓고 조카들과 공부할 수업 지도안을 정리해 놓아야 하고, 틈틈이 읽고 싶은 책을 읽어야 한다. 이번 주에는 신간평가단 도서가 밀려 있다.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를 먼저 읽고 <진보 집권 플랜>은 야금 야금 읽어야겠다. <해리포터 불사조 기사단>도 2권 이후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또 <평생 독서 계획>이라는 매력적인 책을 전 주에 빌려 두었다. 읽어야할 책이 쌓여가고 있다. 행복하다. 나는 지금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내일이면 17일에 주문했던 책들도 온다 <이별하는 골짜기>를 이제야 보게 된다. 24시간의 시간을 잘 쪼개서 사용해야하는데, 결국 겨울잠에 시달리는 나의 시간은 수면 시간이 가장 길다.ㅜㅜ 그래도 어젠 어쩐 일인지 새벽 시간에 깨어 있었다. 오랜만의 밤마실을 즐기는 것도 좋았다.
토요일엔 아이들이랑 씨름하느라 바쁘다. 시도때도없이 울어대는 현수, 모든게 자기 맘대로 되지 않는다고 울어댄다. 언젠가 세계의 교육 현장이란 프로에서 아이의 분노 조절을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깨달은 바가 많았다. 아이를 다그치지 않고 조금만 기다려 주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일, 막상 시도하기가 쉽지 않았던 이론들을 시도하는 엄마의 모습을 영상으로 직접보니 좀 더 노력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내 일에만 온통 정신이 팔려 있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 책도 다시 예전처럼 많이 읽어주고 노력하는 엄마가 되고 있다. 요즘 우리 현준이는 어설프게 한글을 읽어댄다. 길 가의 글씨들도 책의 글씨들도 이제는 눈에 들어오는지, 가끔 쉬운 책들 꺼내 글자를 읽는다. 그걸 옆에서 지켜봐주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매일 밤 스스로 한권의 책을 읽는 아들을 보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심지어 동생에게 책을 읽어준다. 너무나 사랑스럽다.
가끔 이렇게 바쁘다고 투덜거리면 옆동에 살고 있는 언니는 뽀로통해진다. 커피 한 잔 마실 여유도 없냐고 말이다. 커피 한 잔 마실 여유는 있지만 막상 언니네 집을 가거나 우리 집에 언니가 찾아오면 2~3시간은 그냥 흘러간다. 그 시간이면 가벼운 책 한권은 거뜬히 읽어낼 시간이지 않은가. 물론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일도 소중하다. 삶의 활력소도 되고 일종이 스트레스 해소도 되니 말이다. 아무래도 나의 겨울잠을 좀 줄여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