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너때문에 속이 많이 상했지. 정말 펑펑 울게 될줄은 몰랐다. 불과 5분도 안되는 상황이었는데 어떻게 일이 그리 되려고 했는지, 그 시간을 정말 되돌릴 수 있었다면 좋았겠단 생각이 들었어.
>> 접힌 부분 펼치기 >>
아빠가 집으로 온다고 전화를 하고 어디쯤 오니까 언제쯤 도착하겠구나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밥상을 차리기 시작했지 10분정도면 올줄 알았던 아빠가 30분이 넘어도 오질 않았어. 너희가 배가 고파서 칭얼 거렸는데 조금만 기다리자고 했어. 넌 쇼파로 갔고 현수는 식탁에 앉아 있었고 엄마는 여전히 가스렌지 앞에서 이것저것 담아내고 있었어. 그리고 뒤를 돌았는데 벽에 있는 액자를 일부러 기우뚱하게 해놓는 네가 너무 심술맞아 보이고 싫었어. 그래서 냅다 소리를 질렀지. 똑바로 해놓으라고. 넌 내 소리에 놀랐을거야. 주춤하는 걸 보았거든. 속으로 좀 살살 말할걸 했지만 이미 내질렀으니 다시 담을 수가 없더라구. 넌 다시 제자리로 액자를 놓으려고 잡았는데 그게 그만 툭 떨어져서 박살이 났지. 정말 그땐 화가 너무 많이 났어.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줄 모르는 네게. 온다고 전화하고 오지 않는 네 아빠에게. 잘 차려 놓은 밥상을 뒤적여놓고 물을 쏟아 바닥까지 흥건하게 만들어놓은 현수에게. 모든게 실증이 났어. 내가 여기에 없었으면 싶었어. 밖에 나가서 찬 바람을 쐬고 진정하고 싶었는데 아빠가 붙잡았지. 불도 켜지않고 작은 방으로 들어가 엉엉 울었어. 그 모든게 결국 나때문이라 너무도 속이 상했던거지. 너를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는 내 잘못이고, 아빠가 오지도 않았는데 성급하게 상을 차려 놓고 현수가 잘못하게 유도하게 만든 것도 내 잘못이었던거지. 힘들게 일하고 온 사람에게 아이들과 투닥거리는 모습이나 보여주어 저녁식사 기분까지 망쳐 놓았잖니.
내가 생각한대로 모든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늘 욕심을 부리고 있었던거지. 그래서 늘 부족한 것 같고 그래서 늘 불만스러웠던 것 같아.
내가 늘 부족하기에 너희들의 마음을 깊이있게 읽어주고 이해해주지 못하는게 늘 안타까웠어. 늘 조바심내게 만들고 까답롭게 굴고, 어린 너희들을 큰 아이들 대하듯 꼭 잘해내기만을 바랐던거야. 그래서 너무 미안하고 그래서 너무 속상하고 그래서 너무 마음이 아팠어. 그래서 그렇게 눈물이 났던 것 같아.
나중에 너희들 건너와서 잘못했다고 말해주어서 고마웠어. 현수는 엄마 목 끌어안고 그날밤새 "엄마, 괜찮아?"하고 말해주었지. 이제 두돌된 아이가 엄마 마음을 읽어주는게 너무 고마웠어. 그래서 더 미안했어.
아무 일 없었던 듯 지나갈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미안했어.
세상에서 엄마라는 직업이 가장 어렵고 힘든 것 같아. 늘 부족해서 미안해. 우리 서로 노력해보자. 알았지?
사랑해.
|
<< 펼친 부분 접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