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네 장담그기

가을이네 장 담그기 ㅣ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6
이규희 글, 신민재 그림 / 책읽는곰 / 2008년 12월

 
우리네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쫒아가다보면 늘 놀라게 된다.  특히나, 음식에 관한한 맛은 물론이요, 과학적인데다 건강까지 생각한 깊이로 세계인을 놀라게한다.  김치의 우수성 뿐만아니라, 장에 대한 과학은 지금의 내가 생각해도 입이 벌어지는 일이다.  요즘은 우리네 음식의 우수성을 알고 서구에서 더 칭송하니, 절로 어깨가 으쓱해진다.  그 높은 우수성에 "장"이 있다.

 

된장, 간장, 청국장...... 그집안의 장맛이 음식맛을 좌우한다고 할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했었던 장만들기는 일년에 한번인 만큼 들이는 정성은 엄청났다.

나도 어릴적 엄마가 메주 쑤는걸 옆에서 지켜봐온터라 그 정성을 조금이나마 짐작할수있다.  그러나, 요즘은 가게에서 파는 기계식의 장맛에 길들여진터라 아이들이나, 어른들 조차 장만드는 방법을 모르기가 부지기수고, 장맛 또한 깊이가 없고 천편일률적일수 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 가을이네가 장을 담근다고 한다.

 

할머니, 부모님과 함께 장담그기에 도전한 가을이는 모든것이 생소하기만 하다.  장을 담그는 콩을 거두어 삶아 메주를 쑤고, 말리는 과정에서 나오는 전통적인 고향의 냄새에 기겁을 하는 가을이를 보면서 어릴적 내 경험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온 정성을 기울여 말리고, 씻어내고 날짜를 지켜 장을 담그는 정성이 책을 읽는내내 따듯하게 전해져 왔다.  특히나, 장독에 버선을 부치는 이유나, 숯이랑 고추를 넣는 이유에 대해서도 자세히 나와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울듯했다.  사실 나도 자세히 몰랐던 부분을 알게되기도 했지만 말이다.  간장을 담그고 남은 메주는 된장으로 만들어 내는 우리조상들의 이야기가 자세하고 세세하게 나와 있었다.  게다가 그림은 또 얼마나 귀여운지......  마치, 내가 가을이가 된냥, 가을이 할머니와 함께 장독대를 들여다 보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책을 다 읽고 난후 나도 장을 맛나게 담근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가을이네 장담그는 순서에 따라 실제 나도 장을 담가볼까 싶은 욕심도 난다.  물론, 무리수이니 상상만 할뿐이지만 말이다.

 

어떤 동화보다 나의 경험이 깊이 각인돼 있어선지 공감도 많이 가고, 무엇보다 그림이 맘에 들었다.  귀여운 가을이와 만나 한없이 즐거웠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수요일의전쟁

수요일의 전쟁 ㅣ 생각하는 책이 좋아 5
게리 D. 슈미트 지음, 김영선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8년 11월

성장소설을 읽다보면 어느새 나 자신조차도 어릴적 재미났던 추억들로 되돌아 간거 같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지금은 잃어버린 어린날의 감수성을 곱씹어보며, 내가 지나왔던 얘기들을 추억해 낸다는건 여간 기쁜일이 아니다.  그래서, 성장소설이 나오면 그냥 지나칠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표지는 무척 나를 끌리게 했지만, "수요일의 전쟁"이라는 제목자체는 의아하게 만들었다.  물론, 책을 다 읽은 지금 그 의미를 이미 파악했지만 처음 책을 접할때는 고개를 갸우뚱 거렸었다.

이책의 주인공 홀링 후드후드는 후드후드 건설사의 1남1녀중 막내였고, 미국의 롱아일랜드 카밀로 중학교 7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이었다.  소설의 배경은 1964년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고, 마틴루터킹 목사와 케네디 대통령, 존슨대통령등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시기이기도 했다.  카밀로 중학교 학생들은 보통 유대교와 성당등으로 수요일 오후엔 예배를 드리러 가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장로교인 홀링은 그럴 필요가 없었고, 덕분에 9월 새 학기가 시작되었을때 담임인 베이커선생님과 수요일 오후를 보내게 되면서 에피소드들은 시작된다.  선생님이 자신을 미워한다라고 생각한 억측부터 시작되는 홀링의 얘기는 읽어갈수록 아이의 감성을 어쩜 이리도 잘 표현했는지 하는 감탄이 일 정도였다.  베이커 선생님과 매주 수요일을 보내면서 처음엔 분필가루를 털어내는 허드렛일을 하고, 선생님의 잔 심부름과 쥐들의 집을 청소해주는 일들을 하게된다.  그러면서 홀링은 베이커선생님이 자신을 미워한다는 사실을 더 깊이 새기게된다.  물론 그건 말도안되는 상상일뿐이지만 말이다.  그러던 어느날 선생님은 수요일 오후를 세익스피어 읽는 시간을 가지자고 하신다.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베니스의 상인"등등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세익스피어의 희곡들과 제목도 생소한 희곡들을 베이커 선생님과 홀링은 읽고 얘기나누는 시간을 가지게된다.  그과정에서 웃지못할 재미있는 얘기들이 있고, 베이커 선생님과의 친분은 더더욱 깊어진다.

 

사실 이책의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끝이없을 정도다.  하지만, 책 속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일일이 요약하자니 내 글솜씨가 따라주지 않는 기분이다.  베이커선생님이 자신을 미워한다는 엉뚱한 상상으로 시작되는 홀링의 얘기는 곳곳에 유머와 위트들이 숨어있다.  자신은 전혀 웃기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실제 책을 읽다보면 홀링의 얘기들이 얼마나 우습고 재밌는지 모른다.  게다가 베이커 선생님의 따듯함과 인자함이 전해져 마음까지 훈훈해진다.  무심한듯하지만 제자들을 아끼는 그옛날 우리 어릴적 선생님과 제자사이를 보는듯한 착각이랄까.   게다가 우리의 주인공 홀링은 난감한 상황에 처해지다가도 어느순간 급반전되어 일이 풀리는 상황도 여러번 생긴다.  8학년인 더그스워텍의 형을 건드려 길가에서 얻어맞기 직전에 차에 치이는 누나를 구해 영웅이 되기도하고 크로스컨트리 대표선수를 뽑을때는 쥐들이 자신에게 달려오는 바람에 1등을 해 대표선수가 되기도한다.  아무튼 곳곳이 재미있는 얘기투성이 들이다.  더구나 아직 이해하기 힘든 세익스피어에 대한 글들이 많이 인용되는 덕분에 어려운 고전에 대한 친밀감마져 든다.  무조건 어렵다고 생각했던 세익스피어의 글이 쉽게 와닿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았고, 홀링의 엉뚱하면서도 귀여움이 내 기분을 충만하게했다.  그리고, 베이커 선생님의 따듯함이 내 어릴적 담임을 생각나게 만드는 책이기도했다. 

옥타비안 낫싱, 검은반역자

[옥타비안 낫싱, 검은 반역자] 서평을 올려주세요

옥타비안 낫싱, 검은 반역자 1 - 천연두파티
M. T. 앤더슨 지음, 이한중 옮김 / 양철북 / 2008년 11월

표지가 강렬하다.  소년인지, 이미 성장한 어른인지 가늠하기 어려울정도의 모습이지만, 연주하며 노려보는 모습이 무섭기까지 하다.  짐작하건데, 책속 주인공 옥타비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강렬하면서도 뭔가 분노에 찬 듯한 모습.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싶은 모습이라고나 할까.

노예소년에 관한 얘기라 처참한 그들의 모습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책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을 얘기해주고 있어서 놀라움이 일었다.  사실을 바탕으로 썼다고 하는데 정말 이런일이 있었나?  라는 의심을 한번쯤 하게 만드는 책이었던거 같다. 

 

옥타비안은 어릴적 숫자로 불리는 학자들과 과거엔 아프리카의 공주였으나 지금은 그저 노예일 뿐인 어머니와 대저택에서 살아간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고 심지어 변의 무게까지도 기록하는 상황임에도 옥타비안은 그런식으로 길러졌기에 그 사실이 하나도 이상스러울게 없었다.  그러나, 또다른 흑인노예 보노로 부터 자신도 노예이며, 다른 이들의 삶은 자신과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옥타비안은 새로운 사실들에 놀라워하며 세상에 눈뜨게된다.  더구나, 자신에게 출입이 금지된 비밀의 방 문을 열고 그속에 자신의 성장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모습을 보고, 그제서야 자신이 백인의 우월함을 충족시키기 위한 실험대상이었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과연, 내가 그런상황에 처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막막함과 끔찍한 상상을 해본다.  흑인으로서, 노예로서, 삶 또한 엄청난 고달픔과 힘듬의 연속이다.  인간이하의 대접을 받고, 주인의 노리개감은 물론, 엄청난 노동을 감수해야하며, 심지어 주인이 노예를 죽인다고 해도 그다지 큰 제약을 받지 않는것이 노예로서의 삶이다.  그런 노예의 고달픔속에서 옥타비안은 선택된 노예인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옥타비안의 삶이 행복하다고 할수있을까?  과연 그것이 인간의 삶이라고 할수있을까?  이건 마치 하나의 실험도구(?)에 지나지 않는 인격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행한 처사인것이다.  더구나, 자신들의 우월성을 보증하기위해 더더욱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나를 더 분노하게 한다.  마치 식민지 시대 우리의 "마루타"의 모습을 보는 느낌이랄까.  머리속 상상에서 나온 얘기가 아닌 실제를 바탕으로 한 팩션이라는 사실이 더 놀라게 할따름이다.  인종적 차별성에 대한 많은 얘기들을 들어왔지만 이런책을 접할때마다 겪어보진 못했으나, 그 처참함이 눈에 아로새겨지는 기분이다.  여전히 존재하는 인종적 차별,  과연 언제까지 우리는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갈지 의문과 씁쓸함 맘이 생긴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인종적 차별로 인해 잘못되어진 인간의 모습을 되돌아 봄으로서 반성할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듯함.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서평 도서와 동일한 분야에서 강력 추천하는 도서 (옵션)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청소년과, 인종적 차별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나는 아주어릴때부터 비밀스럽게 길러졌다.  마치 시간이라는 협곡에서 납치당해, 이다산에서 뿔달린 유모의 도움으로  비밀스럽게 성장한 어린 제우스처럼

바다의기별

[바다의 기별] 서평을 써주세요

바다의 기별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칼의노래"를 읽고 김훈이라는 작가에 대해 알게됐다.  그때 너무나 인간적인(?) 이순신 장군을 만났었다는 기억이 있다.  그후로 많은 책들이 출판되어지고 점점 더 작가에 대해 알게되는 계기가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다지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멀리했었다.  우연한 기회에 소설이 아닌 에세이를 접하게 됐지만 다 읽은 이순간 솔직히 소설보다 더 힘들게 읽은 것 같은 느낌이다. 

 

제목자체에서 오는 기대감과 표지는 나를 설레게 했다.  "바다의 기별"이라...... 뭔가 고요하지만 깊음을 담고 있을듯한 제목과 쓸쓸함과 멋드러짐이 함께한듯한 표지는 책을 펼치기 전부터 나를 한껏 들뜨게 했다.  그러나, 정작 책을 펼치고 읽게된 에세이는 한마디로 "잘 모르겠다." 라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나 책 제목과 동일한 "바다의 기별" 짧은 에세이는 읽고 다시 읽어도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깊이는 있는것 같으니 뭔가 와 닿치 않는 느낌이랄까......  오히려 다른 에세이들이 기억에 남는다.  어릴적 술을 좋아하고, 세상에 비판을 가하던 아버지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글은 나역시도 아버지를 생각나게 해주는 마음 따듯해지는 에세이였다.  많은 것들에 비판을 가하지만 과감하게 모든 선후배들의 술값을 계산해주는 기분파이자 배포좋은 아버지의 모습.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싫치 않았고, 아버지의 나이때가 되어서 그런 아버지를 이해해가는 모습은 따듯한 기운마져 느끼게한다.  그리고, 어리게만 생각했었던 딸이 사회인이 되고 월급을 받아 자신에게 용돈을 주고, 핸드폰을 새로 장만해주는 장면을 흐뭇하게 생각하면서 그런 반복된 되물림이 나쁘지 않다는 작가의 글이 웬지 와닿는듯도 했다.  일상생활이 반복되어지고 우리 다음세대들 역시 우리와 같은 삶을 살아가지만 그들에게 되물림 되는 반복이 크게 나쁘지 않음을 저자때문에 다시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나 할까.......

 

딱 한편의 소설로 "김훈"이라는 작가를 평가할순 없다.  그래서, 아직 그의 글에 대해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알수도 없다.  단지, 그의 방대한 조사량과 그의 넓은 식견에 감탄을 나타났었지만 웬지 쉽게 다가갈수없다는 느낌도 있었다.  에세이를 읽음으로서 작가의 삶 그자체를 투명하게 엿볼수있다는 기대가 있었고, 소설적 느낌이 아닌 인간 "김훈"으로서의 깊이를 기대했었던 거 같다.  아직은 그의 깊음 속에 스며들기엔 버거움이 드는 책읽기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여전히 나에겐 조금은 힘든 작가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에세이에서는 그 느낌이 좀더 강해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서른다섯,사랑

서른다섯, 사랑
시라이시 가즈후미 지음, 한희선 옮김 / 레드박스 / 2008년 11월

 
사실 사랑은 나이와 상관이 없다는건 그렇게 긴 세월을 살아오지 않았으면서도 직접적으로 단계를 밟아 체험해 온것같다.  그래서, 굳이 나이를 넣어 제목을 정한것이 처음부터 의아하긴 했지만 그리 먼시간이 아닌 서른다섯이 곧 닥쳐올것이기에 그 나이때쯤의 사랑을 느껴보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물론, 지금의 나는 이제 새로운 사랑을 꿈꾸기보다 피어난 사랑에 더 마음을 쏟아야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사랑이라는 의미조차도 잊고 살수는 없으므로, 그 가슴떨리는 감정을 느껴보고자 했다. 

 

시라이시 가즈후미의 책은 "얼마만큼의 애정"에서도 접했지만 웬지 잔잔한 느낌이 드는 작가다.  남자이면서도 여자의 감성을 꿰뚫어보듯 세세한 부분까지 묘사하는 작가의 필력은 어떨땐 여자인 나보다 여자를 잘 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런 그의 작품을 다시 만난다는것자체에서 부터 이미 설레임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서른다섯의 잘 나가는 푸드스타일리스트 미호,  영화배우 뺨치는 외모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에 함부로 휘둘리지 않는탓에 대학때부터 사랑한 조지와 몇년을 사귀고, 그가 배신하고 떠난 6년 동안을 사랑에 마음열지 못하고 있다가 다시 조지가 돌아왔을때 재결합한다.  그러나, 웬지 그전만큼의 느낌이 아님을 미호 스스로도 알고있다.  그런 그녀에게 우연히 만난 어릴적 동창생 유지는 또다른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동생을 구해주고 "미호를 위해선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야쿠자 출신의 유지.  그 누구보다 미호를 위하는 그의 마음이 전직 야쿠자 였다는 것을 떠나 따스함이 배어나올 정도다.  어릴적 친엄마의 자살과 지금의 부모에게 양녀로 입양되었다는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그녀는 어쩌면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늘 하나로 융화되지 못하고 겉도는 기분이었으나, 유지를 만나면 그런 모든 문제들이 사라지고 오직 편안함이 가득해진다. 

 

사실 어릴적 출생의 비밀과 엄마에 대한 기억으로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미호의 생활은 어쩌면 철저하게 고독으로 둘러쌓인것인지도 몰랐다.  너무 미인인지라 언제어디서든 모든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지만, 오히려 그 시선속에서 미호는 철저하게 고독을 먹고 자란것이다.  자신을 하나의 인격으로 보려는 시선이 아닌, 괜찮고 멋진 물건으로 보는 시선을 견디기 싫어하며, 조지의 부모앞에서 당당히 소리치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통쾌함마져 느꼈으니 말이다.  읽는내내 어떤식으로든 미호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조지에게 뭔가 통쾌한 복수를 해줬으면 했는데, 실제로 이어지진 않아서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든다면 든달까?  엄마의 자살이 얼마만큼 아이에게 강한 충격으로 와 닿는지 이책을 접하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갓 두돌을 넘긴 두살짜리 미호 역시 그 기억으로 서른을 넘긴 시점까지 평생을 그 속에 갇혀지내야했으니 그 정신적 충격이 얼마나 강했을지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제목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지만, 실지 책을 읽다보면 미호의 서른다섯 인생을 그저 시간에 따라 비추고 있을뿐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사랑이 자리하고있지만 한사람의 인생이야기를 잔잔히 읽은 느낌이랄까.  고통이 많은 그녀지만 그래도 잔잔함이 그대로 전해져오는 시라이시 가즈후미의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