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노래"를 읽고 김훈이라는 작가에 대해 알게됐다. 그때 너무나 인간적인(?) 이순신 장군을 만났었다는 기억이 있다. 그후로 많은 책들이 출판되어지고 점점 더 작가에 대해 알게되는 계기가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다지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멀리했었다. 우연한 기회에 소설이 아닌 에세이를 접하게 됐지만 다 읽은 이순간 솔직히 소설보다 더 힘들게 읽은 것 같은 느낌이다. 제목자체에서 오는 기대감과 표지는 나를 설레게 했다. "바다의 기별"이라...... 뭔가 고요하지만 깊음을 담고 있을듯한 제목과 쓸쓸함과 멋드러짐이 함께한듯한 표지는 책을 펼치기 전부터 나를 한껏 들뜨게 했다. 그러나, 정작 책을 펼치고 읽게된 에세이는 한마디로 "잘 모르겠다." 라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나 책 제목과 동일한 "바다의 기별" 짧은 에세이는 읽고 다시 읽어도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깊이는 있는것 같으니 뭔가 와 닿치 않는 느낌이랄까...... 오히려 다른 에세이들이 기억에 남는다. 어릴적 술을 좋아하고, 세상에 비판을 가하던 아버지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글은 나역시도 아버지를 생각나게 해주는 마음 따듯해지는 에세이였다. 많은 것들에 비판을 가하지만 과감하게 모든 선후배들의 술값을 계산해주는 기분파이자 배포좋은 아버지의 모습.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싫치 않았고, 아버지의 나이때가 되어서 그런 아버지를 이해해가는 모습은 따듯한 기운마져 느끼게한다. 그리고, 어리게만 생각했었던 딸이 사회인이 되고 월급을 받아 자신에게 용돈을 주고, 핸드폰을 새로 장만해주는 장면을 흐뭇하게 생각하면서 그런 반복된 되물림이 나쁘지 않다는 작가의 글이 웬지 와닿는듯도 했다. 일상생활이 반복되어지고 우리 다음세대들 역시 우리와 같은 삶을 살아가지만 그들에게 되물림 되는 반복이 크게 나쁘지 않음을 저자때문에 다시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나 할까....... 딱 한편의 소설로 "김훈"이라는 작가를 평가할순 없다. 그래서, 아직 그의 글에 대해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알수도 없다. 단지, 그의 방대한 조사량과 그의 넓은 식견에 감탄을 나타났었지만 웬지 쉽게 다가갈수없다는 느낌도 있었다. 에세이를 읽음으로서 작가의 삶 그자체를 투명하게 엿볼수있다는 기대가 있었고, 소설적 느낌이 아닌 인간 "김훈"으로서의 깊이를 기대했었던 거 같다. 아직은 그의 깊음 속에 스며들기엔 버거움이 드는 책읽기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여전히 나에겐 조금은 힘든 작가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에세이에서는 그 느낌이 좀더 강해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