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 사랑
시라이시 가즈후미 지음, 한희선 옮김 / 레드박스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사실 사랑은 나이와 상관이 없다는건 그렇게 긴 세월을 살아오지 않았으면서도 직접적으로 단계를 밟아 체험해 온것같다.  그래서, 굳이 나이를 넣어 제목을 정한것이 처음부터 의아하긴 했지만 그리 먼시간이 아닌 서른다섯이 곧 닥쳐올것이기에 그 나이때쯤의 사랑을 느껴보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물론, 지금의 나는 이제 새로운 사랑을 꿈꾸기보다 피어난 사랑에 더 마음을 쏟아야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사랑이라는 의미조차도 잊고 살수는 없으므로, 그 가슴떨리는 감정을 느껴보고자 했다. 

 

시라이시 가즈후미의 책은 "얼마만큼의 애정"에서도 접했지만 웬지 잔잔한 느낌이 드는 작가다.  남자이면서도 여자의 감성을 꿰뚫어보듯 세세한 부분까지 묘사하는 작가의 필력은 어떨땐 여자인 나보다 여자를 잘 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런 그의 작품을 다시 만난다는것자체에서 부터 이미 설레임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서른다섯의 잘 나가는 푸드스타일리스트 미호,  영화배우 뺨치는 외모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에 함부로 휘둘리지 않는탓에 대학때부터 사랑한 조지와 몇년을 사귀고, 그가 배신하고 떠난 6년 동안을 사랑에 마음열지 못하고 있다가 다시 조지가 돌아왔을때 재결합한다.  그러나, 웬지 그전만큼의 느낌이 아님을 미호 스스로도 알고있다.  그런 그녀에게 우연히 만난 어릴적 동창생 유지는 또다른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동생을 구해주고 "미호를 위해선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야쿠자 출신의 유지.  그 누구보다 미호를 위하는 그의 마음이 전직 야쿠자 였다는 것을 떠나 따스함이 배어나올 정도다.  어릴적 친엄마의 자살과 지금의 부모에게 양녀로 입양되었다는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그녀는 어쩌면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늘 하나로 융화되지 못하고 겉도는 기분이었으나, 유지를 만나면 그런 모든 문제들이 사라지고 오직 편안함이 가득해진다. 

 

사실 어릴적 출생의 비밀과 엄마에 대한 기억으로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미호의 생활은 어쩌면 철저하게 고독으로 둘러쌓인것인지도 몰랐다.  너무 미인인지라 언제어디서든 모든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지만, 오히려 그 시선속에서 미호는 철저하게 고독을 먹고 자란것이다.  자신을 하나의 인격으로 보려는 시선이 아닌, 괜찮고 멋진 물건으로 보는 시선을 견디기 싫어하며, 조지의 부모앞에서 당당히 소리치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통쾌함마져 느꼈으니 말이다.  읽는내내 어떤식으로든 미호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조지에게 뭔가 통쾌한 복수를 해줬으면 했는데, 실제로 이어지진 않아서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든다면 든달까?  엄마의 자살이 얼마만큼 아이에게 강한 충격으로 와 닿는지 이책을 접하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갓 두돌을 넘긴 두살짜리 미호 역시 그 기억으로 서른을 넘긴 시점까지 평생을 그 속에 갇혀지내야했으니 그 정신적 충격이 얼마나 강했을지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제목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지만, 실지 책을 읽다보면 미호의 서른다섯 인생을 그저 시간에 따라 비추고 있을뿐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사랑이 자리하고있지만 한사람의 인생이야기를 잔잔히 읽은 느낌이랄까.  고통이 많은 그녀지만 그래도 잔잔함이 그대로 전해져오는 시라이시 가즈후미의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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