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의 귀재들, 곤충
토머스 아이스너 지음, 김소정 옮김 / 삼인 / 200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략의 귀재 곤충>은 본문만 해도 500쪽(총 568쪽) 가까이 되는 하드커버의 묵직한 곤충관련 서적으로 동물행동학과 생태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토머스 아이스너가 곤충 연구에 바친 역사와 연구 결과가 결집된 책이라 할 수 있다. 저자가 50년 가까이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채집하고, 관찰하고, 여러 종류의 실험을 하면서 발견한 곤충들의 놀라운 생존 전략들을 소개해 놓고 있다. 이 책은 무엇보다 곤충의 생태나 특성 등을 설명하는 방식의 일반적인 곤충 서적과 달리 파브르 곤충기처럼 저자 자신이 그 동안 곤충에 관해 연구하고 관찰한 바를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조목조목 들려 주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저자가 접한 자연의 경이로운 모습과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의 열정적인 면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곤충의 어떤 점에 궁금증과 의문을 가지고, 어디에서 어떤 곤충을 채집하고,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연구하고 실험했는지를 이야기를 들려주듯 차근차근 적고 있다. 본문을 시작하기에 앞서 실린 프롤로그에는 저자의 연대기(탄생에서 학자의 길로 들어서기까지)가 짧게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1장 <폭격수딱정벌레>에서는 저자에게 화학생태학자의 길을 가게 되는 계기를 제공해 준 곤충-펑펑 소리를 내며 화학물질을 발사하는 폭격수딱정벌레를 연구한 과정이 담겨 있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딱정벌레를 비롯하여 전갈, 애벌레, 나방, 나비, 개미, 노린재, 노래기, 곤충을 잡아먹는 거미 등 여러 종의 생존 전략을 다루고 있다. 특히 4장 <속임수의 대가> 편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양가죽을 뒤집어 쓴 늑대'처럼 진디의 흰 털을 뒤집어쓴 녹색풀잠자리 유충에 관한 부분이다. 단물을 제공하는 진디-사진을 보면 진디들이 정말 하얀 양처럼 생겼다!-들을 보호하기 위해 보초를 서는 개미들의 감시의 눈초리를 피하기 위해 위장전술을 쓰는 이 유충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흥미롭고도 재미나다. 더 놀라운 것은 6장<거미줄 이야기>편을 보면 성충이 된 녹색풀잠자리가 끈적끈적한 거미줄에 걸려도 거미가 공격을 가하지 않을 때는 미끄러지듯~이 빠져 나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곤충들에게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전략은 큰 의미가 있다. 위험을 느꼈을 때 공포탄(대포 소리~)이나 생화학 무기(냄새가 지독한 분비물이나 화학물질)를 사용하는 종류도 있고, 가짜 눈(대표적인 것이 호랑나비 속 나비들의 유충들) 무늬를 지니기도 한다. 그리고 한두 번 맛을 본 천적들이 더 이상 잡아먹지 않게 만드는 효과를 가진 방어물질을 몸에 지닌 곤충들도 있다. 그런데 곤충들이 생존을 위해 나름대로 세운 방어전략을 세워도 다른 곤충들이 이를 제거하는 반대전략을 구사하는 경우도 있으니 자연의 이치는 참으로 신기하고 오묘할 따름이다. 

  이 책은 이처럼 곤충들이 살아남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위장을 하고, 왜 특정 곤충을 잡아 먹거나 잡아먹지 않는지 등에 관한 이유와 그와 관련된 일련의 실험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현장 연구를 좋아하여 야외로 나가는 일이 많다는 저자는 전국 강연회를 다니는 동안에도 가는 중간에 차를 세우고 곤충을 채집하곤 한단다. 반세기 가까이 곤충 연구에 몸바쳐 온 저자는 "자연은 항상 우리에게 풀어야 할 숙제를 내"주므로 호기심과 발견에 대한 열정, 지식을 향한 욕구를 가지고 자연을 탐험하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곤충(벌레)들이 인간의 기준으로 혐오감이 이는 생김새를 지녔거나 식물이나 인간에게 해로움을 끼친다는 그릇된 인식을 가지고 이들을 멀리하거나 죽여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사랑하면 보인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곤충을 사랑하는 일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저자의 믿음은 곤충들이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하찮은 존재가 아님을 일깨워 주고 있다. 신비하고도 경이로운 생존 본능을 지닌 곤충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이 지구상에서 그들과 공존하고 있는 인간들이 지켜야 할 예의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평을 하자면 전문 용어(학명 외에 호르몬이나 화학 물질 등의 영어 명칭)가 많이 나와서 문장을 매끄럽게 읽어나가기가 쉽지는 않지만 내용 자체는 설명을 쉽게 해 놓아 어렵게 여겨지는 부분은 없다. 특히 책에 실린 곤충의 내부 기관을 찍은 현미경 사진, 곤충의 모습이나 곤충이 실험에 반응하여 일어나는 순간적인 장면들을 포착하여 담아낸 생생한 컬러 사진들은 놀라움을 배가시켜 준다. 책을 보다 흥미롭거나 신기하게 여겨지는 부분들이 나올 때면 아이들을 불러 사진을 함께 보며 본문의 내용을 들려주기도 하였는데 생물에 관심이 많은 아이가 좀 더 커서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 책에서 곤충을 비롯한 자연의 커다란 경이로움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6-10-20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6-10-20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 고쳤사옵니다~ ^^*

똘이맘, 또또맘 2006-10-20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서재에 들어와 찜해둔 곤충서적이 있긴한데, 어려울까봐 미루고 있습니다. 이책은 재미있나봐요. 롤라처럼(?)재미와 쉬운것만을 찾는 똘이맘

2006-10-20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여우 2006-10-20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 놀라워요. 책 정보 보고 기절할 뻔!
그러니까 당신을 존경합니다

아영엄마 2006-10-20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똘이맘님/재미라기보다는 몰랐던 신기한 것들을 많이 알게 되는 점이 장점입니다.
파란여우님/흑.. 영어 단어 나올 때마다 앞 문장 거슬러 올라가서 무슨 곤충인지, 무슨 물질인지 다시 찾아봐야 하는 저를 절대로 존경하지 마세요..ㅡㅜ

비로그인 2006-10-20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내기가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동화창작교실 푸른책들 비평집 5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동화 창작 교실>은 '밤티 마을' 시리즈를 비롯한 많은 작품으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동화작가 이금이씨가 미래의 동화 작가들을 위해 쓴 동화 창작 이론서이다.  20여 년 동안 작품을 쓰면서 쌓아 온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진솔하게 들려주고 있다. 나도 어린 시절 재미와 감동을 주는 책들을 읽으면서 이 다음에 나도 작가가 되야지~ 하는 꿈을 가졌었다. 그러다 어른이 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생활에 매여 살다 보니 어쩔 수없이 그 열망이 조금씩 퇴색해 간다.(어쩌면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대며 살아가다 영원히 퇴색해 버릴지도.. ㅡㅜ;)

  그렇긴 해도 늘 마음 한 켠에는 그 꿈을 간직하고 있어 그림책이나 동화책들을 아이들과 함께 읽다 보면 문득 문득 나도 그렇게 재미있는 글을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하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보면 무엇을 소재로 하여 글을 쓸 것인지 고민하게 되는데 이론적인 바탕이 없다보니 여전히 하나의 꿈으로만 머물러 있을 따름이다. 그림책이나 동화 창작과 관련된 강의를 들어보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이런 저런 사정으로 직접 가서 들어보지는 못하고 있는지라 이 책은 이금이씨의 강의를 직접 듣는 것 같아 참 반갑고 좋았다. 

 1부는 동화 창작 실기에 관한 내용으로 이야기에 무엇을 담을 것인 지에서부터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해 놓았다. 글감은 어디에서 찾고 어떻게 부풀릴 것인지, 하나의 모티브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등장인물의 개성이나 특징, 성격 등을 어떻게 묘사할 것인지도 고려하여야 함을 알려준다. 그리고 작품의 시점은 어떻게 정할 것인지, 사건을 어떤 스타일로 얼마나 생생하게 그려야 할지도 짚어주고 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동화의 대화 일부분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책의 내용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먼저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참고로 이 책은 이금이씨 자신의 경험을 녹인 저서라 저자의 책을 주된 텍스트로 삼아 설명하고 있다. 

 2부에서는 동화의 종류별-의인화, 기획, 역사, 판타지 동화, 청소년 소설-로 동화의 형태, 주의해야 점, 갖추어야 할 점, 독자에 대한 이해와 애정 등에 대해 설명해 놓았다. 3부에서는 공모 제도의 중복 투고 및 요행수를 바라는 재응모에 대한 염려와 함께 응모자들의 작가정신과 양심의 회복을 촉구하고 있다. 응모시 주의 사항도 눈여겨 볼 사항이며, 20여 년간의 세월을 함께 걷고 있는 저자와 현 '푸른책들' 대표이신 신형건씨와의 인연을 예로 들어 등단한 작가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언하고 있다.

  부록에는 작품이 탄생한 배경과 저자의 생각 등을 담은 <창작 노트>와 이금이씨의<작품 연보>가 실려 있으며 <추천도서 목록>에 추천 도서를 주제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목록을 살펴보니 내가 읽어보지 못한 책들도 많은지라 표기를 해놓았다가 기회가 닿는 대로 열심히 읽어볼 요량이다. 그리고 2006년 6월을 기준으로 작성한 "건국대학교창작동화상"~"황국펜아동문학상"등의 <공모 제도> 내용은 등단을 목표로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미래의 작가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동화 창작 교실>은 나처럼 동화 작가를 꿈꾸기는 하나 이론적인 바탕이 없는 사람에게 목마른 사람을 위한 시원한 우물 같은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06-08-13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꼼꼼한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이 책 사봐야겠어요. 꾸욱~~

똘이맘, 또또맘 2006-08-14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화작가에 대해 궁금한게 많았더랍니다. 일단은 보관함에 담아두어야 겠네요.

2006-08-19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지누의 집 이야기
이지누 지음, 류충렬 그림 / 삼인 / 200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TV에서 가끔 "손님, 집이 뭐죠?" 하고 묻는 광고를 볼 때면 '집은 어떤 의미를 지녔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어떤 집이 좋은 집일까, 이 다음에 집을 산다면 어떤 집을 살까 등과 같은 생각을 종종 했었다.  <이지누의 집 이야기>는 사람의 집에서 사람을 찾고자 하는 저자가 골목, 대문, 울타리, 변소, 마당, 지붕, 우물, 부엌, 마루, 창문, 구들, 방 등의 순서로 옛 집에 스며들어 있는 옛 사람들의 지혜와 아름다움을 짚어 보며, 집에 깃든 자신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들려주는 책이다.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저자가 들려주는 옛집에 대한 이야기는 특히 큰 집에 관한 기억을 되살려주었는데 마치 기억을 한꺼풀 한꺼풀 벗겨내듯이 그동안 잊고 지냈던 큰 집에 관한 추억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지금은 다른 사람에게 팔려 새 집이 들어선 탓에 다시 가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옛날의 큰 집에는 책에 묘사된 것처럼 양 쪽으로 문이 난 부엌이며 대청마루, 광, 외양간, 우물, 재래식 변소 등이 있었다. 부엌 한 켠에는 불을 땔 장작과 지푸라기가 쌓여 있고 불기운이 오랫동안 미친 탓에 천정이며 벽 쪽이 거뭇거뭇한 것이 청결하다는 느낌은 없었으나 겨울에는 마당에서 놀다가도 추우면 따신 기운을 찾아 방이 아니라 부엌에 뛰어들곤 했다. 불을 때느라 연기와 열기가 확확하게 느껴지던 아궁이에 감자를 넣어 구워 먹는 재미도 참 좋았고.... (한지를 바른 문을 손가락으로 찔러 구멍을 냈다가 혼난 적도 있음..^^;

- 저자는 옛 집의 형태나 구조의 좋은 점을 부각시키고 있는데, 부엌에 이르러서는 그런 성향이 지나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편이 때로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하며 지금의 부엌구조보다 합리적인 동선이라고 한 점은 수긍하기 힘들었다.

저자는 집은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머무는 곳’이며 ‘사람이 존재하는 가장 아름다운 곳’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집이 사람들에게 의미하는 것은 그 크기나 시세가 얼마나 나가는가 등이 중요할 뿐인지라 집만 있지 그 안의 사람은 사라져버린 것 같다.  커가면서 단층집, 이층 양옥, 아파트, 빌라 등의 다양한 건물에서 살아보니 우리 삶에 마당이라는 공간이 사라져가는 것이 가장 아쉽게 여겨진다. 한 켠에는 꽃이나 집에서 먹을 채소를 기르고, 여름에는 수돗가에 커다란 고무 대야를 놔두고 물장난도 실컷 할 수 있었던 마당이 늘 그립다. 양 쪽으로 터놓아 바람이 술술 통하던 서늘한 대청마루가 그리워지는 이 때에 문득 우리 아이들은 지금 자라는 이 집에서 어떤 추억을 키워나갈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 어린 시절 내가 살았던 집들과 골목들, 그리고 명절이나 방학 때면 찾아가던 시골의 큰 집 등에 대한 추억들이 새록 새록 떠올라 그리운 마음으로 책을 읽고 아쉬운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가족들의 이야기에 그네들의 말투를 그대로 옮겨 적은 사투리가 고향에 온 듯한  정겨운 느낌을 주어 더 좋았던 것 같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ephistopheles 2006-06-12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그 D건설사 광고는 참 짜증납니다...^^
집이 뭐죠의 개념으로 이야기하기에 CF속에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은
서민의 삶이 아니라고 보고 싶습니다..^^

아영엄마 2006-06-12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광고 문구만 기억나고 무슨 회사인지는 기억이 안나네요. 아무튼 CF에 나오는 광고치고 서민의 삶을 반영한 것이 얼마나 되겄습니까. 다 뭔 성 같은 곳에 살잖아요. @@;

또또유스또 2006-06-12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저요 -,.-
쳇 입니다..힝..
여름날에 놓아 둔 고무 다라이는 빨강이어야 한다는... 그죠?
한낮의 열기로 오후 서너시쯤되면 따땃하게 물이 데워졌던 그 대야..
그립습니다.. 건강하시죠...?

아영엄마 2006-06-12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라문요~ 고무 다라이에 일찌감치 물 받아 놓으면 미지근해져서 들어가기 딱 좋았죠~ 여기저기 물 튕겨도 상관없었구요... 지금은 베란다조차 없이 사는터라 애들이 물놀이할 곳이라고 해봐야 좁은 목욕탕 안 뿐이네요.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2 - 스페인 산티아고 편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2
김남희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소심하고(음, 나도 좀 그렇지),
겁 많고(엇, 나도 그런데!),
까탈스러운(나도 만만찮어~)
여자(앗, 나도 여자야~~)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이라... 제목의 구절구절 하나하나에 공감하다 "혼자 떠나는"에서 멈칫하고, 서른 넷에 세계 일주 여행길에 올랐다는 저자 소개 글에 한껏 더 움츠려 들고 말았다. 나이 서른 후반이 되어 가도록 여행이라고 이름 붙일 만큼 여행다운 여행조차 가보지 못한 나로서는 혼자서, 그것도 우리나라가 아니라 외국 각지를 도보로 여행한 저자의 이력 앞에 놀라움을 가지게 될 따름이다. 더구나 여권이란 걸 가져본 적이 없으니 속지에 찍힌 세계 여러 나라의 입국 확인 도장(맞나? ^^;)들은 아이들 그림책에서나 구경해 본 것이 다인지라 그저 이 책이 실린 모든 것들이 신기한 구경거리이고 대단한 여행 체험담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저자인 김남희씨가 스페인 산티아고에서 도보로 걸은 여행길을 기록한 책으로 8백 킬로의 여정을 담은 글을 따라가노라니 그녀의 발에 잡힌 물집이며 배낭을 짊어진 처진 어깨가 안쓰럽게 여겨지기도 하고, 꾀를 부리지 않고 무거운 배낭을 ?어지고 걷는 우직함에 소신있는 그녀의 심성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인상깊게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도보 여행 중에 찍은 선명한 사진들로 안개가 자욱하게 낀 피레네 산군의 모습도, 끝없이 펼쳐진 노란 밀밭에 한참동안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안토니 가우디라는 천재가 남긴 건축물들의 아름다움을 담아 놓은 사진을 보며 대건축가의 이름을 가슴에 새기기도 하였고, 그녀가 길에서 만나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매료되기도 하였다.

 첫 장에서 접수증에 길을 걷는 목적을 "영적인 이유"라고 표시한 김남희씨는 길을 걸으며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새벽길을 홀로 걸으며 사색을 하기도 하며 목적지를 향해 때로는 힘겹게, 때로는 기운차게 앞을 향해 나아간다.  매 단락마다 실린 <산티아고로 가는 길>을 보면 매일 걸은 길의 거리, 지출한 돈의 항목별 금액 등을 꼼꼼하게 기록해 놓았고, 글 본문에는 그녀가 묵은 알베르게(순례자들을 위한 숙소로 소액의 숙박료를 지불함)에 대한 평도 남겨 놓고 있다. 저자가 인터넷 이용 때 한글이 되지 않아 아쉬워하기도 하고,  라면 두개에 든든해하기도 했다는 글을 읽고 있자니 외국에 나가보지는 않았지만 만약 나간다면 당장 하루만에 한국사람, 한국말, 한글이 아쉬워지지 싶다.

 나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일상의 삶에 매이지 않고 여행이란 것을 다니게 되면 그 길 위에서 나와 가족, 앞으로의 삶과 인생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들 등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녀처럼 당차게 혼자 여행길에 오를 용기는 없지만 언제고 짧은 여행이라도 다녀올 기회가 생긴다면 나도 좀더 열린 마음을 가지고 돌아오도록 노력해 보리라는 다짐을 해 본다. 책의 뒤편에 실린 부록 "카미노 데 산티아고로의 초대"에 실린 <떠나기 전에 알아두기>~<스페인어로 말하기> 등은 스페인 산티아고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들이 담겨 있어 여행을 떠나는 분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듯하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프리컨 2006-05-17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읽으셨구나! 저도 책 제목에 끌려서 보관함에 넣어 두었었는데... 이거-사진도 들어 있으면-칼라판인가봐용?

2006-05-19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6-05-19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프리컨님/ 네, 컬러판입니다. ^^(혹 님은 가끔 여행 다니셔요?)
속삭이신ㅋ님~~/아, 저는 1권은 못 보고 2권만 봤어요. 저자처럼 저렇게 여행을 다닐 자유가 있다는 것이 참 매력적으로 느껴지네요. 젊을 때 한 번이라도 혼자서 여행이라는 걸 다녀와봤더라면 싶어지더이다. 핑계같지만 지금은 건사해야 할 가족들이 있어 떠나기도 어렵네요.

레프리컨 2006-05-23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마음 뿐이랍죠~! ^^ 근데, 두 권 짜리였군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반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이 뭐 길래! 도대체 '사랑'이란 감정의 근원이 무엇이길래 마음이 그토록 설레고, 한없이 기뻐하게 만들었다가도 순식간에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 넣는 힘을 지녔을까 고민을 해 본 적이 있다. 다른 한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고, 사랑을 예감하고, 어느 사이에 그 사람과 사랑에 빠지고, 시간의 흐름 속에 예기치 못한 오해의 여지들이 생기면서 마침내 하나의 죽음처럼 이별을 맞이하는 것으로 끝나는 사랑. 이 책은 '사랑'이 시작되어 끝나기까지의 과정을 현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이며, 철학적으로 논하고 있으며, 사랑이라는 감정 속에 존재하는 동질감과 마찰 속에 숨어있는 심리적인 근원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있다.
 
사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면 어떨 때의 너의 모습을 좋아하고, 어떤 부분을 특히 더 좋아하는지를 종종 말해주긴 하지만 '나는 이런 저런 이유로 너를 사랑한다.'고 조목조목 설명하지는 않는다. 사실 자신이 사랑에 빠진 이유를 상대에게 책의 내용처럼 분석하고 해석하고 한다면 무척이나 따분해하고 짜증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상태에서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어떤 이유로 내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었는지,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사랑이 깊어지고 흩어지는지 분석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TV광고이던가, 드라마인가에서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는 문구/대사를 들은 적이 있다. 과학적인 실험 결과에 의하면 사람이 사랑이라고 느끼는 감정의 유효기간은 1년(혹은 18~30개월)이라고 하던데-호르몬인 도파민의 영향과 작용하는 기간 때문이라던가-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 기간만 누군가를 사랑하고 헤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호르몬에 의한 사랑의 감정은 거기에서 끝날지 모르나 우리가 상대에게 느끼는 인간적인 애정과 관심은 서로의 노력으로 충분히 오래 지속할 수 있다고 본다. 
 
 '알랭 드 보통'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익히 들어오다가 처음으로 그의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바로 이 책이 저자의 첫 작품이라고 하니 첫 단추를 잘 꿴 셈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나로서는 상당히 어렵게 읽은 책으로 저자가 쓴 글의 요지를 이해하고 넘어가려다 보니 글이 쉽게 읽히질 않았다. 그 문장이 전달하고자 하는 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싶으면 두번 세번 다시 읽는 등 나름대로 애를 먹으면서 며칠에 걸쳐 읽었는데 무엇보다 저자가 스물 몇 살에 지은 책이라는 것이 놀랍게 여겨진다. 이 번에 이 한 권의 책을 읽느라 애를 먹어서 당장 그의 다른 책들을 읽을 욕심은 생기지 않지만 관심도서 목록에는 포함시켜 둘 예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