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반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이 뭐 길래! 도대체 '사랑'이란 감정의 근원이 무엇이길래 마음이 그토록 설레고, 한없이 기뻐하게 만들었다가도 순식간에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 넣는 힘을 지녔을까 고민을 해 본 적이 있다. 다른 한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고, 사랑을 예감하고, 어느 사이에 그 사람과 사랑에 빠지고, 시간의 흐름 속에 예기치 못한 오해의 여지들이 생기면서 마침내 하나의 죽음처럼 이별을 맞이하는 것으로 끝나는 사랑. 이 책은 '사랑'이 시작되어 끝나기까지의 과정을 현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이며, 철학적으로 논하고 있으며, 사랑이라는 감정 속에 존재하는 동질감과 마찰 속에 숨어있는 심리적인 근원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있다.
 
사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면 어떨 때의 너의 모습을 좋아하고, 어떤 부분을 특히 더 좋아하는지를 종종 말해주긴 하지만 '나는 이런 저런 이유로 너를 사랑한다.'고 조목조목 설명하지는 않는다. 사실 자신이 사랑에 빠진 이유를 상대에게 책의 내용처럼 분석하고 해석하고 한다면 무척이나 따분해하고 짜증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상태에서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어떤 이유로 내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었는지,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사랑이 깊어지고 흩어지는지 분석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TV광고이던가, 드라마인가에서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는 문구/대사를 들은 적이 있다. 과학적인 실험 결과에 의하면 사람이 사랑이라고 느끼는 감정의 유효기간은 1년(혹은 18~30개월)이라고 하던데-호르몬인 도파민의 영향과 작용하는 기간 때문이라던가-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 기간만 누군가를 사랑하고 헤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호르몬에 의한 사랑의 감정은 거기에서 끝날지 모르나 우리가 상대에게 느끼는 인간적인 애정과 관심은 서로의 노력으로 충분히 오래 지속할 수 있다고 본다. 
 
 '알랭 드 보통'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익히 들어오다가 처음으로 그의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바로 이 책이 저자의 첫 작품이라고 하니 첫 단추를 잘 꿴 셈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나로서는 상당히 어렵게 읽은 책으로 저자가 쓴 글의 요지를 이해하고 넘어가려다 보니 글이 쉽게 읽히질 않았다. 그 문장이 전달하고자 하는 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싶으면 두번 세번 다시 읽는 등 나름대로 애를 먹으면서 며칠에 걸쳐 읽었는데 무엇보다 저자가 스물 몇 살에 지은 책이라는 것이 놀랍게 여겨진다. 이 번에 이 한 권의 책을 읽느라 애를 먹어서 당장 그의 다른 책들을 읽을 욕심은 생기지 않지만 관심도서 목록에는 포함시켜 둘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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