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하고(음, 나도 좀 그렇지),
겁 많고(엇, 나도 그런데!),
까탈스러운(나도 만만찮어~)
여자(앗, 나도 여자야~~)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이라... 제목의 구절구절 하나하나에 공감하다 "혼자 떠나는"에서 멈칫하고, 서른 넷에 세계 일주 여행길에 올랐다는 저자 소개 글에 한껏 더 움츠려 들고 말았다. 나이 서른 후반이 되어 가도록 여행이라고 이름 붙일 만큼 여행다운 여행조차 가보지 못한 나로서는 혼자서, 그것도 우리나라가 아니라 외국 각지를 도보로 여행한 저자의 이력 앞에 놀라움을 가지게 될 따름이다. 더구나 여권이란 걸 가져본 적이 없으니 속지에 찍힌 세계 여러 나라의 입국 확인 도장(맞나? ^^;)들은 아이들 그림책에서나 구경해 본 것이 다인지라 그저 이 책이 실린 모든 것들이 신기한 구경거리이고 대단한 여행 체험담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저자인 김남희씨가 스페인 산티아고에서 도보로 걸은 여행길을 기록한 책으로 8백 킬로의 여정을 담은 글을 따라가노라니 그녀의 발에 잡힌 물집이며 배낭을 짊어진 처진 어깨가 안쓰럽게 여겨지기도 하고, 꾀를 부리지 않고 무거운 배낭을 ?어지고 걷는 우직함에 소신있는 그녀의 심성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인상깊게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도보 여행 중에 찍은 선명한 사진들로 안개가 자욱하게 낀 피레네 산군의 모습도, 끝없이 펼쳐진 노란 밀밭에 한참동안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안토니 가우디라는 천재가 남긴 건축물들의 아름다움을 담아 놓은 사진을 보며 대건축가의 이름을 가슴에 새기기도 하였고, 그녀가 길에서 만나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매료되기도 하였다.
첫 장에서 접수증에 길을 걷는 목적을 "영적인 이유"라고 표시한 김남희씨는 길을 걸으며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새벽길을 홀로 걸으며 사색을 하기도 하며 목적지를 향해 때로는 힘겹게, 때로는 기운차게 앞을 향해 나아간다. 매 단락마다 실린 <산티아고로 가는 길>을 보면 매일 걸은 길의 거리, 지출한 돈의 항목별 금액 등을 꼼꼼하게 기록해 놓았고, 글 본문에는 그녀가 묵은 알베르게(순례자들을 위한 숙소로 소액의 숙박료를 지불함)에 대한 평도 남겨 놓고 있다. 저자가 인터넷 이용 때 한글이 되지 않아 아쉬워하기도 하고, 라면 두개에 든든해하기도 했다는 글을 읽고 있자니 외국에 나가보지는 않았지만 만약 나간다면 당장 하루만에 한국사람, 한국말, 한글이 아쉬워지지 싶다.
나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일상의 삶에 매이지 않고 여행이란 것을 다니게 되면 그 길 위에서 나와 가족, 앞으로의 삶과 인생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들 등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녀처럼 당차게 혼자 여행길에 오를 용기는 없지만 언제고 짧은 여행이라도 다녀올 기회가 생긴다면 나도 좀더 열린 마음을 가지고 돌아오도록 노력해 보리라는 다짐을 해 본다. 책의 뒤편에 실린 부록 "카미노 데 산티아고로의 초대"에 실린 <떠나기 전에 알아두기>~<스페인어로 말하기> 등은 스페인 산티아고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들이 담겨 있어 여행을 떠나는 분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