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의 귀재들, 곤충
토머스 아이스너 지음, 김소정 옮김 / 삼인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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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략의 귀재 곤충>은 본문만 해도 500쪽(총 568쪽) 가까이 되는 하드커버의 묵직한 곤충관련 서적으로 동물행동학과 생태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토머스 아이스너가 곤충 연구에 바친 역사와 연구 결과가 결집된 책이라 할 수 있다. 저자가 50년 가까이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채집하고, 관찰하고, 여러 종류의 실험을 하면서 발견한 곤충들의 놀라운 생존 전략들을 소개해 놓고 있다. 이 책은 무엇보다 곤충의 생태나 특성 등을 설명하는 방식의 일반적인 곤충 서적과 달리 파브르 곤충기처럼 저자 자신이 그 동안 곤충에 관해 연구하고 관찰한 바를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조목조목 들려 주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저자가 접한 자연의 경이로운 모습과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의 열정적인 면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곤충의 어떤 점에 궁금증과 의문을 가지고, 어디에서 어떤 곤충을 채집하고,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연구하고 실험했는지를 이야기를 들려주듯 차근차근 적고 있다. 본문을 시작하기에 앞서 실린 프롤로그에는 저자의 연대기(탄생에서 학자의 길로 들어서기까지)가 짧게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1장 <폭격수딱정벌레>에서는 저자에게 화학생태학자의 길을 가게 되는 계기를 제공해 준 곤충-펑펑 소리를 내며 화학물질을 발사하는 폭격수딱정벌레를 연구한 과정이 담겨 있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딱정벌레를 비롯하여 전갈, 애벌레, 나방, 나비, 개미, 노린재, 노래기, 곤충을 잡아먹는 거미 등 여러 종의 생존 전략을 다루고 있다. 특히 4장 <속임수의 대가> 편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양가죽을 뒤집어 쓴 늑대'처럼 진디의 흰 털을 뒤집어쓴 녹색풀잠자리 유충에 관한 부분이다. 단물을 제공하는 진디-사진을 보면 진디들이 정말 하얀 양처럼 생겼다!-들을 보호하기 위해 보초를 서는 개미들의 감시의 눈초리를 피하기 위해 위장전술을 쓰는 이 유충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흥미롭고도 재미나다. 더 놀라운 것은 6장<거미줄 이야기>편을 보면 성충이 된 녹색풀잠자리가 끈적끈적한 거미줄에 걸려도 거미가 공격을 가하지 않을 때는 미끄러지듯~이 빠져 나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곤충들에게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전략은 큰 의미가 있다. 위험을 느꼈을 때 공포탄(대포 소리~)이나 생화학 무기(냄새가 지독한 분비물이나 화학물질)를 사용하는 종류도 있고, 가짜 눈(대표적인 것이 호랑나비 속 나비들의 유충들) 무늬를 지니기도 한다. 그리고 한두 번 맛을 본 천적들이 더 이상 잡아먹지 않게 만드는 효과를 가진 방어물질을 몸에 지닌 곤충들도 있다. 그런데 곤충들이 생존을 위해 나름대로 세운 방어전략을 세워도 다른 곤충들이 이를 제거하는 반대전략을 구사하는 경우도 있으니 자연의 이치는 참으로 신기하고 오묘할 따름이다. 

  이 책은 이처럼 곤충들이 살아남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위장을 하고, 왜 특정 곤충을 잡아 먹거나 잡아먹지 않는지 등에 관한 이유와 그와 관련된 일련의 실험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현장 연구를 좋아하여 야외로 나가는 일이 많다는 저자는 전국 강연회를 다니는 동안에도 가는 중간에 차를 세우고 곤충을 채집하곤 한단다. 반세기 가까이 곤충 연구에 몸바쳐 온 저자는 "자연은 항상 우리에게 풀어야 할 숙제를 내"주므로 호기심과 발견에 대한 열정, 지식을 향한 욕구를 가지고 자연을 탐험하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곤충(벌레)들이 인간의 기준으로 혐오감이 이는 생김새를 지녔거나 식물이나 인간에게 해로움을 끼친다는 그릇된 인식을 가지고 이들을 멀리하거나 죽여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사랑하면 보인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곤충을 사랑하는 일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저자의 믿음은 곤충들이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하찮은 존재가 아님을 일깨워 주고 있다. 신비하고도 경이로운 생존 본능을 지닌 곤충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이 지구상에서 그들과 공존하고 있는 인간들이 지켜야 할 예의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평을 하자면 전문 용어(학명 외에 호르몬이나 화학 물질 등의 영어 명칭)가 많이 나와서 문장을 매끄럽게 읽어나가기가 쉽지는 않지만 내용 자체는 설명을 쉽게 해 놓아 어렵게 여겨지는 부분은 없다. 특히 책에 실린 곤충의 내부 기관을 찍은 현미경 사진, 곤충의 모습이나 곤충이 실험에 반응하여 일어나는 순간적인 장면들을 포착하여 담아낸 생생한 컬러 사진들은 놀라움을 배가시켜 준다. 책을 보다 흥미롭거나 신기하게 여겨지는 부분들이 나올 때면 아이들을 불러 사진을 함께 보며 본문의 내용을 들려주기도 하였는데 생물에 관심이 많은 아이가 좀 더 커서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 책에서 곤충을 비롯한 자연의 커다란 경이로움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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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0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6-10-20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 고쳤사옵니다~ ^^*

똘이맘, 또또맘 2006-10-20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서재에 들어와 찜해둔 곤충서적이 있긴한데, 어려울까봐 미루고 있습니다. 이책은 재미있나봐요. 롤라처럼(?)재미와 쉬운것만을 찾는 똘이맘

2006-10-20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여우 2006-10-20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 놀라워요. 책 정보 보고 기절할 뻔!
그러니까 당신을 존경합니다

아영엄마 2006-10-20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똘이맘님/재미라기보다는 몰랐던 신기한 것들을 많이 알게 되는 점이 장점입니다.
파란여우님/흑.. 영어 단어 나올 때마다 앞 문장 거슬러 올라가서 무슨 곤충인지, 무슨 물질인지 다시 찾아봐야 하는 저를 절대로 존경하지 마세요..ㅡㅜ

비로그인 2006-10-20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내기가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