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 유니버스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 18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는 시기에 <푸른 불꽃/창해>라는 책을 함께 읽었는데, 한 남학생이 자신의 가족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엄마의 전남편을 살해하기 위해 방법을 모색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학생이 찾아낸 정보를 보면 "심장을 형성하는 심근섬유 하나 하나의 움직임은 페이스 메이커라고 하는 동방결절이 주기적인 전기 펄스를 발생시킴으로써 하나의 움직임으로 집약되어서 심장 전체가 통일된 박동을 할 수 있다."라고 나온다. 즉, 인간의 몸에도 미세한 전기가 흐르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만약 데이비드 보더니스가 가정한 것처럼 전기력이라는 것 자체가 사라진다고 가정해 본다면? 우리 실생활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것은 정전이 되었을 때 겪게 되는 불편함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 이외에도 나로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들이 전기(력)에 의해 유지되고 있으며 우리에게 필수적인 것들을 제공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전기에 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한 나로서는 전문적인 용어나 공식이 나열된 어려운 책은 난해하기 짝이 없는 난공불락의 성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읽어도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몰라 헛갈리다가 포기하기 쉽상인데 이 책은 전기와 그와 관련된 과학자들에 대한 에피소드나 숨겨진 이야기, 간략한 설명을 통해 재미와 정보를 고루 느끼게 해주고 있어서 본문은 편하게 읽어내릴 수 있었다. 책에 언급된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새로운 인물도 알게 되었지만 인식을 달리 하게 만든 인물들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모스나 에디슨에 관한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가 교육받던 시절에는 모스는 모스 부호를 발명한 대단한 과학자요, 에디슨은 인류에게 새로운 빛을 선사한 천재적인 발명가였였다. 그러나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알려지면서 모스도, 에디슨도 고결한 과학자로만 인식되지는 않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에디슨이 남의 발명을 훔치는 특허 약탈꾼으로 일한 전력이 있는지도 몰랐다. 윽,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무식하다고 흉 보시면 어쩌나...ㅜ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능력과 그것을 사업화해서 돈을 버는 능력을 겸비한 과학자도 있지만 때로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가지는 것" 같은 경우도 종종 있는 모양이다. 죽을 때까지 명예로운 학자의 길을 걸은 사람도 있고, 자신의 발견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발판을 마련했으나 시대를 잘못 타고나거나 불운한 일로 요절한 과학자들도 있었다. 아주 예전에 '애플'이라는 회사명과 벌레 먹은 사과 모양 로고를 단 맥킨토시 컴퓨터를 처음 보았을 때 왜 그런 모양의 로고를 사용한 걸까, 하고 의아해 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바로 바로 필요한 정보나 지식을 찾아낼 수 있는 세상인지라 궁금한 점이 있으면 금방이라도 검색을 통해 답을 찾아낼 수도 있겠으나 대게의 경우 그런 수고로움을 거쳐 호기심을 해결하기 보다는 다음을 기약할 때가 많다. 그렇게 해서 순간 순간 지녔던 호기심은 기억 속에서 잠재적인 궁금증으로 남아 있을 뿐인데 그것을 일깨우고 답을 얻는 것이 책을 읽음으로서 얻는 장점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하나의 발견이 또다른 발견으로 이어지면서 그것이 수많은 문명의 이기들의 모태가 되어 우리에게 편리한 세상을 열어주기도 했지만 또 한 편으로는 과학적 발견이 엄청난 파괴와 살상에 이용되기도 해왔다. <하늘을 뒤덮은 힘 레이더 전쟁>과 <전자파의 비극 드레스덴 폭격>을 통해 전자파와 레이더의 작동 원리에 대한 것도 알게 되었지만 아서 해리스라는 인물의 만행 앞에서는 할 말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튜링의 생애과 함께 내가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가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해 나갔는지 알아가는 것도 흥미로웠는데, 이처럼 본문의 이야기들 대부분이 재미있었으며, <뒷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마치 영화의 등장인물들이 그 이후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짤막하게 들려주는 형식 같아서 분량이 짧은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이 정도까지가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고(쪼금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중간 중간에 있었다는...^^;;), <더 깊이읽기>와 <더 읽을거리>는 진도가 쉽게 나가지 않아서 어려움을 느꼈는데, 아무래도 이 부분은 책에서 언급한 내용에 좀 더 다가가려는 분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사족이지만 나 역시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전작인 "E=mc2"도 꼭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만두 2005-04-18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작 뭐인지 빠졌어요^^;;;

아영엄마 2005-04-18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안에 영문이랑 숫자만 쓰니 태그로 인식해서 사라져 버리나봐요.. 고쳤어요. ^^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김산해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알고 있는 신화라고 해봐야 널리 알려져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나 플루타크 영웅전 정도일까, 최초라는 것에 끌려 이 책을 신청하긴 했는데 받는 순간 <고릴라 이스마엘>에 이어 두번째로 후회를 안겨준 책이었다. 내가 어쩌자고 이 두꺼운 책을 보겠노라고 자청을 했던가... ㅜㅜ;;  역사와 신화에 관한 지식이 많은 분이 이 책을 받으셨더라면 좋은 리뷰를 쓰셨을텐데 그 기회를 박탈한 것 같아 죄송스럽기까지 했다. -좋은 책을 보내주셨는지라 나름대로 열심히 읽고 쓰긴 하는데 리뷰의 질이 떨어지더라도 양해바랍니다.(__)-

  이 책에서는 '최초'라는 단어는 자주 만나게 된다. 모든 것의 최초가 되는 수메르, 최초의 성숙한 문명, 최초의 국가, 최초의 신화, 최초의 역사 등등... 그리고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 영우 오디세우스를 2000년 뒤의 까마득한 후배로 전락시킨 인물- 과연 인물이라고 칭해야 할 지 말아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운-이자 최고의 영웅, 길가메쉬!  나는 2/3는 신이고 1/3인 인간이자 수메르의 왕이었던 이 사내에게 주목하며 이 책을 읽었다.  우선 바벨탑의 신화나 노아의 홍수같은 사건들이 수메르로 씌어진 <엔메르카르와 아랏타의 주>에 언급되는 것이 놀라웠다.

 그리고 실존 인물이라고는 하지만 길가메쉬를 묘사한 글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실제한 인물인지 혼란스럽다. 영웅은 실제보다 과장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키가 5m에 가까운 인물이라니! 그런데 주석에 달린 글을 보면 그 이후에도 거인이 목격된 적이 있다고 한다. 길가메쉬로 인해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과연 아이들 동화책에서나 등장하는 거인은 존재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자리잡게 되었다. 그나저나 영웅이라고 칭송되는 길가메쉬가 신들이 준 완벽한 신체와 남성미를 지닌 사내이긴 하나 모든 면에서 완벽한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사람들이 초대한 곳으로 갑니다. 예식을 치르는 집으로요. 그곳으로 그가 끼어듭니다! 혼례의 일상적인 관례는 무시됩니다! 도시는 그가 쌓아놓은 망신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가 강요하는 이상한 풍습으로, 도시 사람들은 저항할 힘을 잃었습니다. 우루크의 왕을 위해 바뀌지 말아야 할 규율이 바뀌었고, 악용되었고, 관행이 변해버렸습니다. 사람들의 새신부는 누구나 그의 차지입니다....."(p.105)

 나도 감명 깊게 보았던 영화 <브레이브 하트>에서 주인공이 영주와 맞서 싸우게 된 원인인 '초야권'을 행사한 시초가 길가메쉬에게 있었다니, 그리고 그것이 처음부터 신들이 길가메쉬 혼자에게만 정해준 권리였다니... '성욕을 채우기 위해 쉴 새 없이 밤낮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청년'이었던 길가메쉬, 그리고 주위의 충고를 무시하고 무모한 도전에 나선 그에게 엔키두 같은 친구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훔바바를 없애기 위한 원정에 나설 때에 우루쿠의 장로들과 함께 엔키두 또한 길가메쉬를 말리려 했었다. 그런 친구에게 길가메쉬가 던진 말을 보라. "이보게, 친구. 자네도 저들과 똑같은 말을 할 건가? '나는 죽음이 두렵다'라고, 응?" 죽음을 가벼이 여겼던 길가메쉬가 엔키두의 죽음을 통해 비로소 죽음의 공포를 알고 영생을 누리기 위할 방도를 찾아 나서고 애쓴다.

 신들이야 영원한 삶을 보장받은 존재들이고, 그들이 창조한 인간에게는 '영생'이라는 것은 주어지지 않은 인센티브였다.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보는 영원한 삶... 그것은 행복할 때, 많은 것을 누리고 있을 때 더 생각이 나고, 죽음을 목격하거나 앞두었을 때 더욱 간절해진다.  부와 권력, 풍족한 삶을 누렸으며 불로초-이 책에 그런 식물이 언급된다!-를 구하기 위해 그토록 애쓴 진시황제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현대의 과학이 인간의 수명을 늘이기 위해 지금도 연구에 매진하고 있으니 어쩌면 보통 인간도 126년간 우루크를 통치한 길가메쉬의 수명만큼은 누릴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태생이 주는 특권을 누리던 방탕한 젊은이, 괴물 후와와를 해치울 때조차 겁에 질려 엔키두에게 의지하고 꾐에 빠트리기 위해 여동생을 팔아먹기까지 한 사내에게선 영웅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과연 엔릴이 길가메쉬가 아닌 엔키두를 죽여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의 타당성에 손을 들어주어야 하는 것일까? 친구가 나쁜 길을 가겠노라고 큰소리를 쳐서 어쩔 수 없이 따라 나섰으되 그가 나쁜 짓을 저지르도록 도와다는 이유로 그만이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온당한 것일까? 아무튼 이 책을 통해 접하는 길가메쉬는 영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영웅도 사람이란 점을 감안해 주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여러 판본(수메르어, 악카드 어 등)을 대조하고 음역하느라 애쓴 필자에게 경의를 표하며, 3부 02 <여자>를 읽어 보면 필자가 여성예찬론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개인적으로 이 점에 동조하는 바이다. 동물들과 생활하던 원시인이었던 엔키두를 개화시킨 이가 누구이던가. 꼭 신화속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주위를 둘러 보면 여자(엄마이든 아내이든)의 말을 들어서 나쁜 일은 없으니, 남자들이여, 여자의 판단력을 믿을지어다~. ^^*  
 
'여자를 정복한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무모한 짓이다. 차라리 그들에게 정복당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도 안전한 길이다. 열등한 존재가 우등한 존재를 넘어서는 일은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여자의 정확한 통찰력은 언제나 남자의 생을 이끈다.'(p. 350)   


댓글(3)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완성 2005-02-14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도 숙제 끝내신 거 축하드립니다-
전혀 질이 떨어지는 리뷰가 아닌 걸요. 오히려 쉽게 읽히는 장점이 돋보이는 리뷰였습니다.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점이나 그냥 지나친 세세한 이야기들을 보니 또 새삼 다양한 시각을 만나는 즐거움에 대해 깨닫게 되네요 :)

아영엄마 2005-02-14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멍든사과님~ 답칭찬(?)은 안해주셔도 되는데..^^;; 그래도 일부러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__)

반딧불,, 2005-02-14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축하드려요.
전 언제 마치려는지..
두 개의 리뷰 땜에 머리가 복잡하옵니다ㅠㅠ

그리고, 음..그 부분을 열심히 읽게 되는 것은 그나마 쫌 편하게 읽힌 곳이라서 인지 아니면 우리가 알고 있던 것들이 실은 아니라는 것 때문인지..에구 ..
그 많은 사진들에도 불구하고 참 힘들군요.
 
기생충 제국 -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생물의 세계를 탐험하다
칼 짐머 지음, 이석인 옮김 / 궁리 / 200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생충 제국... 그들은 이미 하나의 제국을 이룩한 종족일까? 그리고 우리가 그들의 제국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기생충의 역사는 수십억년을 넘으며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들의 역사와 밀접한 연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들은 숙주의 식욕을 억제시키거나 생식능력을 없애 버리는 등 상상도 하지 못하는 능력을 발휘하면서 기나긴 시간을 살아남아 지금도 숙주의 몸 속에서 진화하고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접하게 되는 기생충들의 다양한 적응양식과 그들이 유발하는 병증을 보면 자연계의 범죄자로 불릴만한다. 특히 일련의 실험을 통해 '톡소포자충'이라는 기생충이 뇌에 자리를 잡고 동물들의 행동양식을 조종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과연 인간들은 그러한 기생충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인 것일까?

 동물의 몸 속에서 기생하는 특성때문에 기생충에 관련된 연구가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으며, 연구 초기의 어떤 학자들은 학계에서 배척을 당하거나 무시를 당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은 기생충의 한살이와 그들의 특징, 행동양식 등을 조사, 연구하기는 무척 어려우리란 생각이 든다.  사실 그들은 기생충의 매력(?)에 매료된 소수를 제외하고는 일반인들로서는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가까이 하고 싶은 존재이지 않을까? ^^; 이 책은 기생충들이 어떤 방식으로 숙주의 몸에서 면역계의 공격을 피하고, 숙주를 옮겨 다니면서 자신의 한살이를 완성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숙주의 몸 속에서 기생하기 위해 퇴화한 것처럼 보이는 이들은 그리 단순한 녀석이 아니다. 그들은 매우 교활하고 영리하며,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존재들인 것이다.

 한 때 인분을 비료로 사용하다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이 몸에 기생충을 지니고 살았다. 그러다 기생충 구체가 국가적인 과제로 인식되어 정기적인 대변검사와 구충제의 복용으로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게 되면서 기생충은 이제 사람들의 뇌리에서 거의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전세계를 통틀어 살펴보면 엄청난 수의 기생충이 사람과 동물, 식물들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 예전에 학부때 기생충에 감염된 사람들의 비참한(?) 몰골들을 슬라이드 사진으로 접해 본 적이 있다. 이 책에도 언급되는, '미세사상충'에 감염되면 나타나는 '상피병'의 경우 특정 부위를 커다랗게 튀어 나오게 만드는데, 정말 사람의 다리를 코끼리 다리만큼 부풀어 오르게 만든다고 한다. 

  인류의 기원을 돌아보는 방법으로 '국립기생충수립소에 가서 알맞은 단지를 찾아 인류 여행의 동반자들을 살펴 볼 수도 있다'는 저자의 말이 이채롭게 다가온다.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관련 사진이 하나도 없어 이상하게 여겼는데 중반쯤에 기생충이나 감염증상을 보여주는 사진들을 모아 놓았다. 이 사진들을 관련된 글 옆에 실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나중에 책소개글을 보니 "사진자료는 흑백으로 16페이지 정도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사진이나 이론이 중요하다기보다는 지은이의 말솜씨를 따라가며 탐험하듯 읽기 좋은 책이다."라고 나와 있다. 기생충학을 잠깐 배운 것을 인연으로 내세워 읽기를 자청한 책인데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뒷부분으로 갈수록 흥미를 가지고 읽어나가게 만드는 맛을 느끼며 조금은 아쉬운 마음으로 책장을 덮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얀마녀 2004-12-29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대한 평이 대체로 좋더군요. 저도 많이 읽고 싶던데... ^^

마냐 2004-12-30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생충학 문외한인 저는 오죽했겠슴까...하지만 어려운 부분은 술렁술렁 넘기면, 정말 흥미로운 대목이 많았던거 같아요. 흐흐. 이제라도 리뷰 올려주신걸 보니, 기쁘네요. ^^

아영엄마 2004-12-30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마녀님/기생충에 관심 있으십니까? ^^

마냐님/책이야 벌써 읽었지만 워낙 이 곳에 뛰어난 리뷰어들이 많아서 부족한 글솜씨로 리뷰 올리기가 민망한지라 미적거리다 늦어졌어요...^^*
 
길들일 수 없는 자유
막달레나 쾨스터 외 엮음, 김경연 옮김 / 여성신문사 / 1999년 6월
평점 :
품절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전에는 여성은 집안에서 살림할 수 있는 것을 가르치는데 중점을 두고 결혼해서 남편 뒷바라지를 하는 것이 필생의 임무인 걸로 가르쳐 왔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여성들은 역사의 전면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여자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성들에게는 교육의 기회마저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았다. 현명한 양육자(부모든 친척이든)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고, 세상으로 나가는 길을 열어 줄 교육자가 없다면 스스로 그 길을 개척하려는 욕망도 있어야 함은 물론 자신의 의지도 중요할 것이다.

 조금 다른 경우이긴 하나 레이디 메리 몬터규나 이다 파이퍼처럼 자녀를 둔 엄마가 여행을 떠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가정이 있는 경우에 여자는 남자들만큼 쉽게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여행길에 오르기는 힘들다. 그러나 이다 파이퍼의 경우에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 40이라는 늦은 나이에 자신의 꿈을 이루기에 여행길에 올랐으니 어쩌면 나도 아직은 꿈을 가져볼 수 있는 나이일지도 모르겠다. 여행을 떠나자면 아무래도 돈이 소요되기 마련인지라 그 것을 핑계로 여행을 떠나지 못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보니 여행 경비를 조달하는 방식 또한 다양하였는데, 유복한 집안 태생인 경우에는 물려받은 유산으로, 때로는 후원자의 도움으로, 자신이 쓴 글로 받은 인세 등으로, 심지어 자신이 여행을 다니면서 물건을 팔아 직접 조달한 경우도 있었다.

  여행을 떠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열망과 자신의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이 책 속에 언급된 여성들은 어려운 여건과 환경 속에서도 다양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여행을 떠났다. 이사벨라 버드 비숍처럼 문화 탐색보다는 오로지 길을 가는 것, 여행 그 자체에 목적을 둔 경우도 있었다. 반면 평생을 나병환자를 위한 나병 요양소 건설에 몸 바친 케이트 마스던은 처음에는 자신의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간호사가 되고자 했다. 그러나 간호사가 되어 전쟁의 참상을 몸으로 겪고, 나병 환자들의 불행한 삶을 목격하면서 그녀의 평생의 과제는 정해졌다. 그 과제를 이루기 위해 그녀는 세상 곳곳을 여행한 것이다.  비록 소수이긴 하나 그녀들은 젊은 나이에, 혹은 중년에 접어들어서야 여행길에 올라 새로운 세상을 접하고, 육체적인 고통을 떨쳐버릴 수 있었고, 자신이 살던 곳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문명에 매혹되어 버린 후로는 다시 여행길에 오르기를 열망하였다.

 ‘그렇다! 남자는 자유를 뜻한다’라고 적었던 리나 뵈클리처럼 그녀들은 여행을 통해 자신이 태어나 살아 온 곳에서 받았던 여성에 대한 억압과 관습에서 벗어나길 원했다. 그러나 메리 킹슬리가 여성은 치마를 입어야 한다거나 책을 낸 저자인 자신이 여성임을 숨기려 한 행동 등을 보면 여성이라는 성에 뒤따르는 인습을 평생 떨쳐버리지 못했던 것 같다. 시대를 앞서 간 여성들이긴 하지만 모든 것에서 공정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자신들의 윤리관이나 세계관을 바탕으로 타민족의 문화나 풍습을 판단하는 경우나 토착민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글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여행을 떠나려는 이여, ‘여행자는 서툰짓을 가장 능하게 할 수 있는 특권을 지닌다(p90)’다는 말이 가슴에 남는다. 그리고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나이도, 묙표도, 방법도 정해진 것은 없음을 보여준, 여성 앞에 닫혀있던 세상을 향해 나아간 그녀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과 새, 선비의 마음 - 화조화 보림한국미술관 2
고연희 지음 / 보림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그간 세계에 널리 알려진 명화에 눈을 빼앗겨 있었다면, 이 책을 통해 우리 산수화나 화조도의 매력에 한껏 취해 보시면 어떠할까 권해 보고 싶어진다. 바로 우리 땅에서 볼 수 있는 식물과 동물들의 모습을 그림에서 발견할 수 있으며, 우리 민족의 문화와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그림서적이다.  이 책 한 권을 보았다고 한국화에 대한 나의 이해가 깊어졌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덕분에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수묵화를 그릴 때 이용되는 그림 기법과 명칭-'바림법', '구륵법', '몰골법', '부벽준' 등-이 있단다.

 '먹'에서 나오는 한가지 색을 가지고 -글쓴이의 표현- '몇 번의 붓질'로 모습을 드러낸 새들의 모습을 보면 그 붓질의 오묘함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물과 먹만 사용하는 수묵화 농담(짙고 옅음)으로 표현해 내는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한가지 색으로도 다양한 것을 그려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먹에는 다섯 가지 색이 갖추어져 있다'는 옛말이 인상깊게, 그러나 확연하게 가슴에 남는다.

  책의 특징을 살펴 보면, 특정한 꽃이나 새가 그림의 주제로 선택되거나 부각되어 그려진 사회적인 배경이나 의미 등에 대해 설명해 주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덕분에 그림과 글을 통해 꽃과 새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여유를 가졌던 우리 선조들의 풍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림의 설명에 그치지 않고, 그림에 적혀있는 싯구를 해석해 주기도 하고, 관련 시를 곁들여 그림을 감상하는 독자에게 운치를 더해 주지 뭔가~. 그 중에서 '닭이 변하여 예쁜 꽃이 되었는데... 구더기를 쪼려고 하는구나'라는 시는 닭의 벼슬과 닮은 꼴과 색을 지녀 그림 속에 같이 등장하곤 하는 '맨드라미'에 관한 유머러스한 시(이규보)이다.

 목차에 나오는 '수선, 모란, 패랭이, 금낭화, 달개비, 맨드라미, 원추리, 백합, 연꽃' 이외에도 매화, 양귀비, 해당화, 옥잠화, 규화(추규) 등의 여러 꽃의 다양한 모양새를 볼 수 있다. 또한 시인이나 화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새들- 까치, 매, 닭, 백로, 기러기, 학 등의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근대기부터 식물 중에 우리가 '사군자-매,난,국,죽'을 높이 사는데 비해, 조선 시대 옛문인들은 연꽃이 군자로 일컫는 꽃이었다는 걸 아시는가? 그림 속의, 꽃잎 끝으로 갈수록 분홍색이 점점 짙어지는 연꽃이 참 이뻐 보인다.

 이 책을 보면서 특히 '심사정'이라는 화가의 그림들이 눈에 많이 들어오더니, 결국 그의 그림에 매료되어 버렸다. 앞서 언급한 "꽃과 새"나, "괴석과 풀벌레", "연못의 원앙새", "금계와 매미"등과 같은 그림에서 그의 화풍을 느낄 수 있었다. 
 심사정의 '꽃과 새'라는 작품에서 보여지는 검은 색의 모란을 보면서 검은 먹과 붓놀림 만으로 섬세한 색의 변화를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니...하는 생각과,  이런 그림들이 그려진 당시에는 색의 농담과 색채가 그대로 살아 있었을테니 얼마나 더 멋있는 작품이었을까 상상해 보니 안타까움마저 든다..

세월이 흐르면서 뛰어난 화가들의 그림이 변색(흰색이 푸른 색으로 변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듯..)되거나 손상된 부분이 있다는 점도 안타깝다. 그림 정보에 실려있는, 실물이 소장된 장소들을 살펴보니 박물관들이 많던데 기회가 되면 박물관에 갔을 때 이 책에 실린 그림의 실물을 아이들과 직접 볼 수 있었으면 좋을 듯.... 
 저자는 책에 실린 그림을 '잘 그렸네..'.하는 식의 겉핡기식 감상만 하고 지나쳐 버리지 않도록 감상할 포인트를 조목조목 짚어가면서 그림을 설명해 주고 있다. 덕분에 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더 그림을 들여다 보고 세세히 관찰하는 기회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주제별로 그림이 나뉘어져 화가의 활동시기나 연대가 궁금했는데 뒷부분에 연대별로 화가들의 생애를 간략히 설명해 놓은 부분이 있어서 반가웠다. 더불어 페이지가 수록된 ‘찾아보기’를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가격이 부담스러운 면도 있지만 우리나라 작품들을 책으로 소장하고 싶은 분들께 권할만한 미술서적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린사회의적 2004-11-12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진경산수를 빌려서 읽고 있는데... 이 책도 빌려서 보아야겠습니다. 솔직히 값이 비싸서 살 엄두가... 하지만 책을 빨리 보고픈 마음이^^ 정말 좋은 책을 만났다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