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네 집 창비시선 173
김용택 지음 / 창비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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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끝자락에 시인은 시집 <그 여자네 집>이'팍팍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포근하게 쉴 고향의 '집'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2003년 가을 끝자락에 만난 시인의 첫 시 [첫 눈]은 잠시 빠듯한 일상에서 먼 산 바라보며 쉼의 찰나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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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이름 하나가 시린 허공을 건너와 메마를 손등을
적신다
- 첫 눈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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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등에 떨어진 첫 눈에 깜빡잊었던 이름 하나 생각하듯
표면적인 삶에 찌들어 앞만 보고 달려가던 이들에게
소중했던 무언가를 떠오르게 하며
시인의 시집은 그렇게 그렇게 시작한다.

시집속으로 쏘옥 빨려들어가면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자그마한 돌들을 밟고 건너가는 어린애의 모습과
옛날에나 입었던 교복입고 자전거 타고 등교하던
그런 드라마속에 어느덧 들어가게 된다.

실연당하곤,
===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 때문에
그까짓 여자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 선운사 동백꽃 전문
=====
앙증맞게 울질 않나.

눈 오는 날,
=====
아침밥 먹고
또 밥 먹는다
문 열고 마루에 나가
숟가락 들고 서서
눈 위에 눈이 오는 눈을 보다가
방에 들어와

밥 먹는다
- 눈 오는 집의 하루 전문
=====
생뚱거리며 밥을 먹질 않나.

하늘이 파란날
햇살을 얼굴 가득 받고
한적한 풀밭에 눕질 않나.

환하게 꽃피우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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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수 없는 이 화사한 아픔, 잡히지 않는 이 아련한 그리움, 참을 수 없이 떨리는 이 까닭없는 분노 아아, 생살에 떨어지는 이 뜨거운 꽃잎들.
- 이 꽃잎들 부분
=====
황홀해하기도 하고.

인생을 보며
=====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 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 그랬다지요 전문
====
달관한 모습으로 있기도 한다.

시 한편 한편을 대하면서 살포시 웃음짓기도 하고 잠시 먼 곳 쳐다보며 상황 그려보기도 하다가 고마운 시어 하나에 하나에 어느새 마음 따뜻해지고.. 시를 다 보곤 시집에서 나오며 나는 시집의 끄트머리에 다음과 같은 흔적을 남겼다

김용택 시인이
팍팍한 일상에 지친 이를 위해 만는
집에서

잠시,
온갖 것들 다 게워내고
햇살 비치는 맑은 피로
부드럽고 연하게
가만가만 흔들리며

쉬다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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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 밴드 - 6집 YB Stream [재발매]
윤도현 밴드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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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에서 다시 [YB]Stream⑥을 나타난 윤밴... 윤밴6집을 들으면서 느낀것은 10년간의 음악생활에 대한 다시 돌아봄이다. 무명에서 시작해 온나라에 윤밴 목소리 들려줄 정도로 성공까지의 10년간의 생활속에서 윤밴 6집은 현재 윤밴의 모습에 대한 성찰, 과거에 대한 반성, 미래에 대한 도전 모두를 담아 냈다.

과거를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은 한걸음 더 도약하기 위한 준비인것이고, 윤밴의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다. 6집 노래 중에 'YB스토리'는 바로 그 내면적 성찰인 것이다. 앨범에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제 그만큼 윤밴이 자신만의 자리를 잡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걸음 더 성숙하고자 하는 노력인 것이다. '박하사탕2'를 통해서는 유명세속에서도 윤밴의 음악의 이유를 항상 잊지 않으려는 노력마저 볼 수 있다.

6집앨범에서는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잊을께','사랑할꺼야'는 대중적 인기를 얻을 수 있고, 앨범을 통해서는 드렁큰 타이거의 랩이 멋들어지게 어울리는 '박하사탕2'의 재미,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보는 'YB스토리', 'Magical Dragon'에서는 윤밴의 새로운 시도를 읽을 수 있다.'자유','친구','죽든지 말든지'도 한번 들어봄직 하다.

윤밴 6집을 전체적으로 보면 자신들의 색깔을 분명히 하면서도 사운드나 여러면에서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한걸음 한걸음 음악의 지평을 넓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가을의 끄트머리에 윤밴 6집 앨범 한 장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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