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끝자락에 시인은 시집 <그 여자네 집>이'팍팍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포근하게 쉴 고향의 '집'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2003년 가을 끝자락에 만난 시인의 첫 시 [첫 눈]은 잠시 빠듯한 일상에서 먼 산 바라보며 쉼의 찰나를 갖게 한다.=====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이름 하나가 시린 허공을 건너와 메마를 손등을 적신다 - 첫 눈 전문=====손등에 떨어진 첫 눈에 깜빡잊었던 이름 하나 생각하듯표면적인 삶에 찌들어 앞만 보고 달려가던 이들에게소중했던 무언가를 떠오르게 하며시인의 시집은 그렇게 그렇게 시작한다.시집속으로 쏘옥 빨려들어가면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자그마한 돌들을 밟고 건너가는 어린애의 모습과옛날에나 입었던 교복입고 자전거 타고 등교하던 그런 드라마속에 어느덧 들어가게 된다.실연당하곤,===여자에게 버림받고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이 악물고그까짓 사랑 때문에그까짓 여자 때문에다시는 울지 말자다시는 울지 말자눈물을 감추다가동백꽃 붉게 터지는선운사 뒤안에 가서엉엉 울었다 - 선운사 동백꽃 전문=====앙증맞게 울질 않나.눈 오는 날,=====아침밥 먹고또 밥 먹는다문 열고 마루에 나가숟가락 들고 서서눈 위에 눈이 오는 눈을 보다가 방에 들어와또밥 먹는다 - 눈 오는 집의 하루 전문=====생뚱거리며 밥을 먹질 않나.하늘이 파란날햇살을 얼굴 가득 받고한적한 풀밭에 눕질 않나.환하게 꽃피우는 날,=====피할수 없는 이 화사한 아픔, 잡히지 않는 이 아련한 그리움, 참을 수 없이 떨리는 이 까닭없는 분노 아아, 생살에 떨어지는 이 뜨거운 꽃잎들. - 이 꽃잎들 부분=====황홀해하기도 하고.인생을 보며=====이게 아닌데이게 아닌데사는 게 이게 아닌데이러는 동안어느 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꽃이 집니다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그랬다지요 - 그랬다지요 전문====달관한 모습으로 있기도 한다.시 한편 한편을 대하면서 살포시 웃음짓기도 하고 잠시 먼 곳 쳐다보며 상황 그려보기도 하다가 고마운 시어 하나에 하나에 어느새 마음 따뜻해지고.. 시를 다 보곤 시집에서 나오며 나는 시집의 끄트머리에 다음과 같은 흔적을 남겼다 김용택 시인이 팍팍한 일상에 지친 이를 위해 만는 집에서 잠시, 온갖 것들 다 게워내고 햇살 비치는 맑은 피로 부드럽고 연하게 가만가만 흔들리며 쉬다 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