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서 제대로 찾아 보지는 못했지만, 조국 민정수석의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이야기를 들으면서 얼추 넘겨 짚을 수 있었다. 지난 늦여름 혹은 초가을에 읽었던 <권력과 검찰>이라는 책 때문이었다. 


지난 늦여름 초가을에 <적폐>라는 주제로 <삼성독재> <권력과 검찰> <권력과 언론> <국세청은 정의로운가>를 읽었다. 적폐라는 태그로 페이퍼를 올리고 있는데, <삼성독재> 하나만 올렸을 뿐이다. 플란다스의 계도 있고 하니 국세청 이야기도 시간 내서 올려야 겠다. 


 책 내용 중에 몇 가지가 기억났다. 경찰과 중앙정보부의 시녀에 불과했던 검찰이 권력의 핵심으로 등장하게 된 부분과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일어나면 언론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대한 부분이다. 


 몇 해전 우리나라에서 세계 검찰 행사가 있었는데, 다른 나라에서 한국의 검찰을 부러워했다고 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은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검찰이 처음부터 이런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 것은 아니다. 


권력이라는 건 본래 군·경찰·검찰 등의 권력기관을 통해 행사하죠. 식민지였다가 독립한 나라의 경우 대부분 군이 장악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워낙 뭐가 없었잖아요. 정규군 자체가 아예 없었던 상태에서 독립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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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승만정부는 너무나 허약한 정당성과 권위를 지닌 정부였기 때문에 민심 통제를 위한 권력 행사를 경찰에 맡겼는데, 경찰은 이미 일제 36년을 거치면서 1만명 넘는 인력을 보유하고 있었어요. 굉장히 숙달되고 훈련된 조직이었죠. 어느 집에 숟가락 이 몇개 있는 것까지 다 알고, 누가 독립운동을 했는지도 다 알고요. 독립운동이라는 건 그 당시에 사회주의운동과 등치되는 개념이었기 때문에, 충격과 공포로 통치할 수 있다는 것을 체득한 경찰에 모든 걸 맡겨버린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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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 시경의 수사과장이 검찰총장을 암살하려고 했을 정도로 당시 경찰의 위세와 권위가 컸던 거죠. 경찰의 유세에 짓눌려서, 거기에 저항해봤자 몸보신 하기가 힘드니 주어진 권한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경찰의 가랑이 밑으로들어갔어요. 경찰이 저지른 일을 법적으로 뒤처리하는 역할  정당화하는 역할이 이승만 시대의 가장 초라했던 검찰의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21-22쪽)


5·16 후에 정권은 검찰의 권한을 강화해주면서 검찰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유당 시절에는 정권 유지의 핵심기관이 경찰이었죠. 5.16 및 유신 후에는 중앙정보부 였고, 5공화국 때의 보안사, 6공화국 때의 안기부를 거쳐 문민정 부 이후 검찰이 핵심으로등극했지요. 


기본적으로 검찰 권한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정권이 검찰을 이용하려고 했던 거죠. 막강한 권한을 분산시키면 정권 입장에서는 검찰을 이용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축소되니까 이점이 없어지게 되죠. 독재정권이 검찰을 정권유지 수단으 로 활용하기 위 해 권한을 점점 더 많이 부여하고 대신 인사권은 대통령이 쥐고 있었던 겁니다. (171-172쪽)


그러나 검경 수사권 조정의 이야기가 나오면 언론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언론과 검찰의 관계 때문이다. 


검찰에 대해 '권한이 비대하다. 그러면 필연적으로 부패한다'라고 말하면 다들 동의해요. 그런데 그 해결 방안으로 수사권 을 경찰에게 주어야 한다는 걸 제시하면 일단 언론에서 반대해요. 왜냐하면 법에 관계된 기자들이 대개 법조 출입기자라서 검찰과 친하거든요. 경찰과는 안 친해요. 경찰 출입 기자들은 사회부 기자라서 초년생들이고요. 새누리당 출입하는 기자들은 새누리당과 친해요 민주당 출입하는 기자들은 야당 성향이 생겨요. 그런 식으로 검찰측과 친한 사람들이 발언권이 센데, 그 말이 맞다면 우리는 검찰공화국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어요. “수사권을 경찰한 테 준다고 하는데 우리 경찰이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라고 하는 분들에게 저는 거꾸로 묻고 싶어요. 영국·미국·독일·프랑스·일본 등 모든 선진국에서 수사는 경찰이 하는데 대체 왜 대한민국 경찰은 안 된다는 거냐고요. (91쪽)


노무현 전 대통령시절 검사와의 대화가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렇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렇고 두 분다 권력을 독점하지 않으려 했다. 그 사이 검찰은 법이라는 도구위에 자신의 권력을 덮었다. 이제 검찰에게서 수사권을 독립시켜도 될 때가 왔다. 검찰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검찰이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 것은 군사독재를 벗어난 민주화 덕분이다. 법과 절차를 의식하지 않았던 날것의 물리력이 후퇴하고 민주화의 진행으로 법적 절차를 중시하게 되자 법적 권한을 앞세운 검찰의 힘이 안기부와 보안사를 능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시민들의 치열한 항쟁과 희생으로 일구어낸 민주화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진 5공 청산 국면에서 검찰은 마침내 전직 대통령을 구속하기에 이르렀고,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와 재벌의 부패를 감시하고 척결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무소불 위의 권력기관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러한 검찰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는 군사독재 정권의 주문을 처리하던 과거의 수준을 넘어 권력의 입맛에 맞게 정국의 향방을 결정하는 준정치집단의 역할까지 맡아 수행했다. 이명박정권 이후 정치의 긍정적 기능이 퇴화하거나 실종되어 사회적 갈등이 정치적 해결보다는 사법적 판단에 넘겨지는 일이 잦다 보니, 검찰이 이제 각종 사회 이슈에 관한 판정자를 자임하는 상황이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검찰 권한의 오남용이 거듭될수록 사회정의는 후퇴했으며, 법의 권위는 추락했다.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란 불의한 정권이 자행한국가폭력의 정당화를 위해 쓰이는 수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218-2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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