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이 개봉했을 때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 다섯편을 연달아 봤다. <구름의 저편~ >, <초속5센티미터>, <별을 쫓는 아이>, <언어의 정원>. 그리고 <너의 이름은>만을 다룬 맥스무비도 하나 준비해두고. 


그리고 7월에 <너의 이름은> 더빙판이 개봉하면서 그의 작품을 다시 좀 보기도 하고, 소설이 있길래 읽기도 했다. 

(더빙판은 굳이 봐야겠다는 생각은 안들었지만)


소설로만 보자면 45분 정도의 영화였던 <언어의 정원>이 한편의 소설로의 가치가 있다면, <너의 이름은>이나 <초속5센티미터>는 그냥 애니메이션만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팬심이라면 모를까, 굳이 읽을 필요 까지는.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를 봤을 때 그의 작화에 놀랐다.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그의 작화는 뭐랄까 좀 무모하다 싶었다. 실사판 영화를 따라갈 수 없다는 점에서 애니는 생략과 강조라는 장점을 가졌음에도 신카이 마코토는 그 애니의 특성을 무시하고 오히려 실사를 구현하는 애니를 만들었다. 



게다가 그의 애니는 개연성도 떨어지고, 스토리를 끌고가는 힘도 부족하다. 



그럼에도 시간내내 시선을 잡아두는 힘이 있다. 


<언어의 정원>과 <초속5센티미터>를 다시 보며 그의 생각이 어렴풋이 보였다.むすび


“실을 잇는 것도 '무스비'むすび, 사람을 잇는 것도 '무스비',시간이 흐르는 것도 ‘무스비'"


<너의 이름은>이 누군가를 잃은 슬픔에 대한 위로라면, <언어의 정원>과 <초속5센티미터>는 꿈많고, 사랑을 앓던 10대에서 벗어나 저성장사회라는 큰 벽을 마주한 사토리세대에 대한 위로를 담고 있다. 



많은 이들이 신카이 마코토의 영화성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나도 처음에는 그림만 잘 그리는, 소녀의 감정을 잘 그려내는 애니 감독으로만 생각했다. 특히 미소년, 미소녀의 주인공은 정말 마음에 안든다. 그냥 첫사랑과 소녀 감성? 그런데 그의 애니를 다시 보면서 단순히 그를 폄하하는게 맞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사람들중에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비교하며, 자연과 평화를 다루는 그의 세계에 비해 신카이 마코토는 단순히 첫사랑, 인연 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판한다. 전쟁을 기억하고, 성장만 하던 일본을 경험한 미야자키 하야오와 저성장 시대만 경험한 신카이 마코토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다를 수 밖에 없다. 


신카이 마코토는 판타지라는 형식을 빌어 동일본 대지진의 슬픔을 위로하려고 했다. <너의 이름은> 개봉 당시 세월호가 생각나 눈물을 흘렸다는 글을 종종 봤다. 사전 정보 없이 애니를 보던 나도 자연스럽게 동일본 대지진을 생각했고*, 재해로 누군가를 잃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초속~>과 <언어의 정원>은 이전 세대와는 달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청년세대에 대한 위로다. 우리나라의 젊은이에 대한 위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눈이다 

'적어도 한마디라도……'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 한마디만을 절실하게 원했다. 그가 바라는 것은 그 한마디 뿐이건만 어째서 아무도 그 말을 해주지 않는 걸까. 염치없는 바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렇게 바라지 않을 수가 없다. 오랜만에 본 눈이 가슴 속 아주 깊은 곳에 있던 문을 열어버린 것 같다. 그리고 한 번 그것을 깨닫고 나자 자신이 지금껏 줄곧 그 말을 바라왔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오래전 어느 날, 그 애가 해줬던 말 

'타카키, 너는 분명 괜찮을 거야” 라는 그 말을 (초속5센티미터, 200쪽)


“......나 말이야.”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 나왔다. 

소년이 유키노를 올려다보았다.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되었어. 언제부터인가" (언어의 정원, 166쪽)




* 내가 동일본대지진을 떠올린 건 개인적인 경험이다. 지진 얼마전 센다이에 다녀왔고,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곳이어서 지진 발생했을때 안타깝게 뉴스를 챙겨봤다. 쓰나미로 문제가 된 후쿠시마 핵발전소만 알고 있는데, 사실 지진 피해만을 놓고 보면 센다이를 중심으로 한 미야기현이 제일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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