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부 장관으로 내정된 도종환 의원의 역사관이 문제다. 


한겨레와의 인터뷰 중 재야사학과의 연계가 문제가 된 것이다. 사람들이 재야사학이라고 하면 진보주의 사학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재야사학에 대해서는 역사교과서 문제에 천착했던 김한종 교수의 책 <역사교육으로 읽는 한국현대사>에 잘 설명이 되어 있다.   (관련기사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797721.html )


전두환 정권의 국풍과 붙어먹은 자들이다. 이들은 민중사학과는 정반대의 위치에 있고, 역사 고증에 열심인 실증사학을 식민사학이라 비판한다. 하나 더 이야기하자만 이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지도 않았고, 찬성한 이들도 상당하다. 자신들의 사이비 역사관, 고대사를 교과서에 반영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야사학자들은 이와는 반대로 극단적 민족주의와 반공사상을 내세우는 보수적 성향의 사람들이다. 이들은 전두환정부가 들어선 1980년대에는 정치권과 연결하여 국사 교과서의 상고사 내용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고자 했다.그러나 한국사학계는 이들의 주장을 무시하고 있다. 이들이 전거로 내세우는 사료들은 역사학의 기본인 사료 비판을 전혀 거치지 않은 후서에 조작된 위서이거나, 그 내용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253쪽)

1982년에 간행된 국사교과서에서는 단군신화가 고조선 건국과정의 역사적 사실과 홍익인간의 건국이념을 밝혀준다는 내용이 들어갔으며, 한군현의 위치를 생략하였다. 단군신화를 '신화'로 취급하는 것은 식민사관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며, 한군현이 한반도에 위치하지 않았다는 이들의 주장이 어느정도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들어 재야사학자들의 주장이 이전보다 훨씬 활발해지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낸 것은, 당시 사회적 상황과 관련이 있다. 1980년 ... 이들은 강한 민족주의적 성향을 띠고 있어서, 역사적 사실의 근거와 상관없이 재야사학자들의 주장에 호기심을 보였다. .. 재야사학자들은 국사 교육이 국민을 무장시키는 정신교육이 되어야 하며, 강력한 민족주의, 심지어 국수주의를 통해서라도 국민을 정신무장시켜야 공산주의와의 대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군이래의 최대 숙정작업이 일어나고 있는 이 때야 말로 국사를 식민사관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말하는 숙정작업이란 전두환 정권이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사회개혁의 명분을 내세워 자행한 정치규제, 언론숙청, 삼청교육 등 일련의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12,12 군사정변과 5,18 광주항쟁의 무력진압으로 정통성에 커다란 약점을 가지고 있던 전두환 정부에 참여한 정치인들에게 관심을 끌만한 것이었다. (257쪽, 역사교육으로 읽는 한국현대사)

 

프레시안에 이를 아프게 꼬집은 기사가 실렸다. 

( 도종환 역사관, 문재인 정부와 안 맞는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60342&ref=daumnews )


'확고한 역사관'이야말로, "애국의 역사를 통치에 이용한 불행한 과거"의 산물이다. 역사관, 즉 역사를 바라보는 눈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걸 확고하게 통일한다는 발상. 누구나 알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사 국정 교과서를 만들었던 의도, 그리고 그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같은 시도를 했던 의도와 정확히 겹친다. '확고한 역사관'은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


...


'유사역사학'의 해로운 건, 그게 엄밀한 실증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로지 사실(史實, 역사적 사실)이 아니란 점만 문제라면, 그저 역사학계가 감당할 몫이다.


하지만 그 폐해는 역사학계 바깥에서 나타난다. 1990년대 한국 노동운동 약화를 거든 게 '다물민족연구소'의 활동이다. 전두환 정부 시절 보안사령부 정보처에서 일했던 강기준 씨가 설립한 이 연구소는 대기업 노동자들을 상대로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 내용 가운데 핵심이 '동이족의 위대한 역사'였다. '동이족 선조들이 이토록 찬란한 역사를 썼는데, 후손인 우리가 서구 유물사관의 영향을 받은 노동조합 활동 따위나 해서 되겠는가'라는 식이다. 이른바 '산업 의병론'을 주장하면서 노사화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노동자와 사용자가 무조건 싸우기만 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노동 현장에 분명히 있는 문제를, '고대사의 영광' 같은 감정적 언어로 덮자고 하는 태도는 잘못이다. 


.....


정말 안타까운 게 바로 이 대목이다. 도 후보자의 역사 인식에 경악하는 이들은 대부분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 역사 교과서 도입에 맞서 싸웠던 이들이다. 역사는 권력의 도구가 아니며, 역사 해석은 다양해야 한다는 신념이 국정 역사 교과서와 양립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사역사학 저술가들이 국정 교과서 문제에 대해 침묵했었다. 국정 역사 교과서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좌파'로 몰려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이들이, '식민사학자' 낙인과 함께 새로운 '블랙리스트'에 기록된다?    


        


도종환 의원은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다. 역사교육, 국정교과서, 문재인 정부가 이야기하는 가야사하고 관련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문화체육부 장관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정부가 운영하는 문화재단, 박물관을 모두 관장한다. 문화행사, 박물관 등이 사이비 역사에 동원될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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