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의나 할까? - 아이디어가 진화하는 회의의 기술
김민철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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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다른 책 <모든 요일의 기록> <모든 요일의 기록 : 여행>을 읽는 김에 같이 읽게 된 책인데, 책을 고르면서 상당히 흥미로웠다. 일단 출판사가 과학책을 전문으로 펴내는 사이언스북스다. 게다가 추천사는 진화학자 장대익 교수가 썼다.

 

장대익 교수는 광고라는 밈Meme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과정을 실험하기 위해 회의에 참관한다. 그가 말하는 TWBA의 회의는 박웅현 팀장이 화두는 던지지만, 그가 회의를 주도한다는 느낌은 없었다고 한다. 회의가 어떻고, 회의시간을 꼭 지켜야 하고, 회의는 1시간 이내로 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로 이 평등함이 아닐까. 일반 기업에서의 회의는 무턱대고 회의만 소집하는 사람, 혼자만 잉기하는 리더 아니면 다른 의견이 나오면 얼굴 붉히는 리더만 있지 않은가.

 

하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우리가 회의에 대해서 명확하게 아는 것은 있다. 회의만큼 기적적인 순간은 없다는 것. 회의실에 들어올 때는 빈손일지라도 나갈 때는 빈손일 수 없다는 것. 집중해서 하는 회의 한 시간은 혼자 아이디어를 내는 스물네 시간보다 가치 있다 는 것. 그만큼 회의 시간에 일어나는 사람들 간의 화학 작용은 중요 하다는 것. 회의만 효율적으로 잘 해도 일은 반 이상으로 줄어든다 는 것. 회의의 위대함에 대해 말을 하자면 끝이 없다. 


물론 모든 회의가 다 성공적일 수는 없다 회의에도 흐름이 있고, 물살이 있다 잘못된 조류에 휩쓸려 낯선 곳을 한참이나 헤매기도 하고, 좌절하고 술이나 마시게 되는 밤이 생기기도 하고, 그러는 와중에 누군가는 오솔길을 발견하기도 하고, 그 길로 모두를 인솔하 기도 하고, 그렇게 겨우 도착한 곳이 원래 서 있던 곳임을 발견하기도 하고, 다 포기하려는 순간에 갑자기 눈앞에 탄탄대로가 보이기도 하고, 그 길로 따라가다 엄청난 대어를 낚기도 하고, 결국 실패하고 각자의 머리를 쥐어박기도 한다. 인생이 원래 다 그런거니까. (18쪽)

 

<우리 회의나 할까?>는 TBWA의 주요한 네개의 광고가 나오는 과정을 그려낸다. 그 바탕에는 저자의 꼼꼼한 회의록이 있다. 회의중 막히는 경우가 있다면 특정한 날 회의록을 토대로 그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기도 한다.

물론 회의과정을 보면 박웅현 팀장의 역할이 상당해 보이지만, 저자와 장대익 교수의 추선사를 보면 방향을 다시 잡아주는 역할에 충실했던 것 같다. 다만, 인상적인 것은 막내라 할지라도 방향에 대해 동의하지 못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 의견을 개진하게 해준다는 것, 한명이라도 동의하지 않는다면 회의를 통해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은 배울 점이다. 

 

(성공한 사례만 다뤄서 그러지 않을까라는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추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회의록 작성이 어려운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볼만하고(일반 회사에서 이렇게 썼다가는 혼날수도 있다. 일반회사 회의록은 또 하나의 보고서이고, 때로는 상관이 자기는 그런말 한적 없다고 하기도 한다.), 광고회사의 회의는 어떻게 되나 알고 싶으면 읽을 만 하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하나 거론되는 사례들이 조금 시간이 지난 광고라 마음에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주목해야 할 것은 TBWA가 독립적인 광고회사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모두 광고회사를 계열사로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독립적인 광고회사가 광고수주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과는 다른 위계질서가 덜 할 수도 있다. 특히 회의에서는. 그러나 독립적이기 때문에 수익에 대한 압박이 더 심할 것이다. 대기업 계열 광고회사야 주기적으로 계열사 광고가 들어올 테지만 TBWA는 광고 수주를 못하면 바로 수입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또 다시) 그럼에도 이 회의가 의미있는 것은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는 회의 궁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참고로 광고회사에 일어나는 일이다.

이쯤에서 광고 만들기에 대해 설명하자면, 광고 만들기는 오케 스트라 연주와 같은 것이다 맨 처음 광고주가 광고 회사AE를 불러 오리엔테이션을 한다. 회사가 직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어떤 방향으 로 나아갔으면 좋겠는지, 어떤 목적의 광고가 필요한지 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 한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AE들은 회사로 돌아와 프로젝트에 필요한 팀을 꾸린다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다. 광고주에 관한 자료를 찾고 분석하여 방향을 잡은 뒤 AE 들은 PT에 참여할 여러 팀을 만나 오리엔테이션을 해준다. 그중 한 팀이 제작팀이다. 제작팀에는 카피라이터와 아트디렉터 그리고 팀장인 CD가 있다. 그들은 AE들의 오리엔테이션 내용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AE들과 점검하고, 필요한 부분에선 카피를 쓰고 이미지를 만든다. 인터렉티브팀은 프로모션 아이디어부터 인터넷 광고까지 외부 환경에서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효과적인 접점에 관한 아이디어를 낸다. 매체팀은 타겟에 맞는 매체를 중심으로 어떤 채널에 언제 광 고를 내보낼지, 얼마의 돈을 분배할 것인지 전략을 짠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AE들이 진두지휘를 하며 하나의 선율로 만들어 낸다. 마침내 광고의 완성이다. (21쪽)


(요즘 읽고 있는 책은 다른 주제인데, 연휴에 임시저장 해 둔 후기들을 꺼내 서둘러 완성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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