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년 전으로의 시간 여행 - 지질학자, 기록이 없는 시대의 한반도를 찾다
최덕근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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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지구>라는 책에서 지구의 지질을 설명했던 저자는 <10억년 전으로의 시간여행>이라는 책을 통해 한반도가 만들어진 과정을 설명한다.

 

책은 총 네 개의 챕터로 되어 있다. 세번째 챕터까지는 저자의 연구과정이 스토리이다. 그리고 마지막 챕터는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로 한반도의 지질구조를 설명한다.

 

저자는 처음 꽃가루 화석으로 한반도를 연구하려 했지만, 생각보다 연구는 힘들었다. 그 과정에서 삼엽충을 만나고, 삼엽충을 통해 한반도를 연구한다.

 

나는 원래 우리나라에 공룡이 살던 시절의 꽃가루 화석을 연구하여 1억 년 전 우리나라의 모습을 알아내려고 하였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1억 년 전 우리나라의 경상도지방에 흩날렸던 꽃가루는 너무 심하게 파괴되어 그 흔적을 찾기가 어려웠다. 1986년 서울대학교에서 교육과 연구를 시작하면서 이전에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강원도 태백산 분지의 5억 년 전 암석을 연구해야 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나는 삼엽충을 나의 새로운 연구대상으로 선택하였고, 삼엽충은 나를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였다. 1억 년 전으로 가는 타임머신을 기다리고 있던 나는 엉겁결에 5억 년 전 세계로 가는 타임머신을 타게 되었다. (63-64)

 

태백, 영월지역에서 저자와 연구팀은 수많은 삼엽충을 만난다. 어떤 히말라야 지역과 동일한 삼엽충 화석이 발견되기도 하고, 암석의 시기를 알 수 있는 삼엽충을 발견하기도 한다.

 

삼엽충 글립타가스투스는 4억 9700만 년 전 무렵 세계 곳곳의 바다를 떠돌며 살았던 생물이다. 그래서 이 삼엽충은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오스트레일리 아, 시베리아, 유럽, 남북아메리카, 남극대륙 등 거의 모든 대륙에서 발견된다. 게다가 이들은 짧은 기간(수10만 년 정도) 살다가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에 이 화석이 발견되는 지층들은 거의 같은 시대에 쌓였다고 말할 수 있다. 지질학에서는 이처럼 짧은 기간에 넓은 지역에 걸쳐서 살았던 생물을 표준화석이라고 부르며,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어떤 지역을 조사할 때 표준화석을 찾으면 기준이 되는 시각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영월에서 글립타그노스투스를 찾았기 때문에 영월지역의 암석을 연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 하나를 얻은 셈이다. 글립타그노스투스는 4억 9700만년 전에 살았던 생물이므로 영월 일대의 암석이 대부분 5억년 전 무렵에 쌓였음을 알게 되었다. (62)

 

그리고 빙하층을 설명하는 지층을 발견해 7억년 전 한반도를 그려낸다. 한반도는 하나의 땅덩어리가 아니었다. 북중국과 연결된 땅덩어리에 남중국과 연결된 땅덩어리가 밀고 들어와 생긴 것이다.

 

오늘날 지구에는 수많은 생물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적도 부근의 열대우림, 북극과 남극의 얼음 속, 태평양 깊은 바다, 그리고 섭씨 100도를 넘는 뜨거운 온천물 속에도 생물들은 살고 있다. 생물의 종류는 지역에 따라 크게 다르다. 같은 바다에서도 장소와 수심에 따라 사는 종류가 다르다. 옛날에도 지역이나 수심에 따라 사는 생물들의 내용이 달랐을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생물분포의 특성을 잘 이해하면, 수만 년 전 또는 수억 년 전의 지구 모습을 그리는 일이 가능하다. 

지금 우리 한반도는 아시아 동쪽 끝자락의 중위도 지방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연구에 의하면, 5억 년 전에는 우리나라 땅덩어리가 적도 부근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연구해 왔던 삼엽충 화석도 이러한 결론을 지지해 준다. 그런데, 당시 우리 땅덩어리는 지금과 같은 반도의 모습이 아니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대부분은 북중국과 연결되어 있었고, 한반도의 중부지역은 남중국과 한 덩어리를 이루고 있었다. (70)

 

지금의 한반도 모양이 형성된 것은 약 2,000만년 전이다.

 

중한랜드와 남중랜드의 충돌로 동아시아 대륙의 땅덩어리는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되었다. 이 충돌과정에서 고생대 이전의 암석들은 복잡한 습곡과 단층에 의한 변형과 변성의 역사(송림조산운동)를 겪었으며, 충돌대 주변을 따라 만들어진 작은 규모의 퇴적분지에 대동누층군이 쌓였다. 대동누층군의 암석은 대부분 충적선상지와 호수에서 쌓인 퇴적암인데, 이들 암석은 쌓이면서 계속 충돌에 의한 압력을 받아 쌓임과 동시에 계속 변형을 받았다. 이 무렵, 새롭게 태어난 동아시아 대륙의 동쪽에서는 고태평양판이 동아시아 대륙 밑으로 밀려들어가면서 활발한 화성 활동을 일으켰다. 이 화성활동 시기에 분출한 화산암의 기록은 잘 남겨져 있지 않지만, 한반도 곳곳에 드러나 있는 쥐라기 화강암들에서 당시 판구조 운동의 위력을 엿볼 수 있다. 중한랜드와 남중랜드가 완전히 합쳐진 것은 쥐라기에 이르러서이며, 그 이후에는 새롭게 만들어진 유라시아판과 고태평양판(Izanagi판으로 불림)의 움직임에 따라 땅덩어리의 모습이 바뀌어갔다. ...

 

신생대에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났던 가장 중요한 사건은 동해의 탄생이다. 3000만 년 전 무렵, 한반도 동쪽에 있던 땅덩어리의 일부가 아시아 대륙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면서 동해가 탄생하였고, 현재의 일본열도도 만들어졌다. 이를 판구조적 관점에서 설명하면, 일본열도는 화산호이며, 동해는 배호분지라고 말할 수 있다. 동해가 점점 확장되면서 동해에 바닷물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약 2300만 년 전의 일이었다. 동해의 확장은 약 2000만 년 동안 지속되다가 지금으로부터 1200만 년 전에 이르렀을 때, 필리핀해판과 태평양판이 북쪽으로 미는 힘에 의하여 확장을 멈추고 지금은 수축의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한반도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때는 불과 2000만 년 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197-198)

 

꽃가루 화석으로 시작해 삼엽충으로 넘어가면서 저자는 10억년 한반도의 역사를 그려낸다. 한반도 곳곳을 찾아다니며 발견한 증거들로 그려낸 한반도 땅의 역사는 그와 함께한 연구진들의 쉼없는 발걸음으로 그려낸 역사다. 그 과정이 이 책 한권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책 곳곳에서 저자의 지질학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데, 그중에 핵심은 지질학이 다양한 생각에 대한 열린 학문이기 때문이다.

 

지질학의 매력은 다양한 생각을 허용하는 점이다. 지질학은 관찰한 사실을 바탕으로 과학적 논리를 전개해 나가는 독특한 학문이다. 그러므로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다. 수학이나 물리학처럼 답이 하나인 경우는 드물다. 사실 답(또는 참)은 하나이겠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의 한계 때 문에 다양한 답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과학은 참을 알아내어야 하는 속성이 있지만, 현재 우리가 행하는 과학적 활동의 대부분은 참에 접근해 가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참에 도달하고도 자신이 참에 도달했는지 모를 때도 있을 것이다. 먼 훗날 우리의 후손들이 우리들의 연구결과에 대해서 이러한 점에서 옳고 저러한 점에서 틀렸다고 평가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선배 학자들의 연구내용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처럼......(7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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