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지구 - 판구조론, 지질학자들이 밝혀낸 지구의 움직임
최덕근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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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지구 아래에 핵이 있고, 그 위로 맨틀이 있고, 지각이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초기에는 하나의 큰 대륙에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고, 또 오랜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대륙과 해양은 다른 모습일 것이다.

 

대륙이 이동한다는 생각은 100년 쯤 전에 베게너라는 기상학자가 이야기했다. 배게너는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지도가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에서 시작해서 대륙이동설을 이야기했다. 물론 그가 단순히 지도만 맞춰본 것이 아니다. 그는 지도를 맞춰보는데서도 단순히 지도가 아니라 대륙붕 지도로 맞춰보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지질한, 고생물학, 고기후학을 모두 검토했다. 브라질의 편마암지대와 아프리카의 편마암지대가 연결되고, 남아프리카의 케이프산맥과 아르헨티나의 산맥이 연결되었다. 그리고 페름기의 파충류(메소사우루스) 화석은 브라질과 아프리카에서만 발견되었다.

 

그렇지만 그의 생각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단 당시의 생각은 지구는 식어가면서 수축하고 있다고 봤고, 전체를 고체로 보았기 때문에 지각이 움직인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 뿐만 아니라 전공이 아니라는 것이 큰 이유였다.

베게너의 이론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그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베게너는 지질학자도 아니었고, 고생물학자도 아니었으며, 무엇보다 생물학자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대륙이동설은 지질학, 고생물학, 고기후 지구물리학 등 여러 분야에 걸친 내용을 다루었고, 지질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정설로 여겨오던 육교 이론을 뒤집는 파격적인 가설이었다. 지질학 분야에서 보았을 때 베게너는 명백한 이단아였다. (132쪽)

 

대륙이동설이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그로부터 40여년 후 해양에서 기존 생각을 뒤짚는 연구결과가 나온다. 바다에서 큰 해령(산맥)이 발견되는데, 대서양 한가운데 S자 모양의 큰 해령이 남극, 오스트레일리아를 거쳐 지구 전체에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고지도에 나타나는 지구자기장이 얼룩말 모양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자기장극이 백만년마다 바뀌고, 해저가 1년에 3.5cm씩 이동한다면, 딱 들어맞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수심 900미터로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를 연결하니 딱 들어맞았다. (아래 그림 4-9)

 

드디어 1960년대 이르러서 대륙이동이 기정사실화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논문이 거부당하는 일 들이 있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학문을 하는 자세에 있어서 불편한 속성을 엿보게 된다. 일반적으로 과학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문제에 접근할 것이라고 생각 한다. 원론적인 면에서 그것이 분명 올바른 태도이다.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많은 연구자들이 편견을 가지고 연구에 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라몬트 지질연구소의 분위기는 지구의 겉부분이 움직인다는 데 부정적이었던 반면,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교 사람들은 대륙이동이나 해저확장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여기에서 누가 옳고 그름 을 따지기에 앞서 두 진영 모두 나름대로의 편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 했다는 것은 분명했다. 결국 과학도 인간이 하는 일이고, 따라서 개인이 겪는 경험이나 교육적 배경이 한 과학자의 연구 성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다. (195)

 

대륙이 이동한다는 것이 받아들여진데는 지구물리학의 발전도 큰 역할을 했다. 지구의 아래에 지진파의 속도가 달라지는 결과가 나왔고, 지각 아래 높은 온도에 의해 지각이 녹아 있는 연약권이 있다고 받아들여졌다. 즉, 지각이 이동을 할 수 있는 이론적 바탕이 마련이 된 것이다.

 

대부분의 중요한 과학 이론이 그러하듯이 판구조론도 어느 한 사람의 획기적인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1950년대와 1960년대 지구과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찾아낸 과학적 자료들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학자들이 경쟁적으로 노력한 결과로 판구조론이 탄생하였다. (202)

 

판이론에서 보면 지구는 몇 개의 판으로 이루어졌다. (아래 그림 5-1) 인도판이 유라시아판을 밀고 들어가 히말라야 산맥을 만들었고, 지구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는 태평양판과 필리핀판이 충돌하는 곳이다. 

 

판구조론에 의하면 판들은 서로 상대적으로 움직인다. 느린 곳은 1년에 수 밀리미터에서 빠른 곳은 1년에 10센티미터 이상을 이동한다. 암석권의 판들은 축구공의 껍질처럼 빈틈없이 지구의 표면을 감싸고 있다. 따라서 어느 한 판이 움직이면 그 움직임은 반드시 주변에 있는 다른 판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면, 현재 남아메리카판이 아프리카판으로부터 멀어짐에 따라 대서양이 점점 넓어지지만, 반면에 태평양에서는 해령에서 새로운 해양지각이 생성되는 속도보다 해구 아래로 섭입하여 사라지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태평양의 넓이는 줄어든다. 따라서 지구 전체적으로는 균형을 이루고 있다. (211-218쪽)

 

그리고 이 판은 지금도 계속 움직이고 있다. 홍해가 대표적으로 새로 생긴 열곡대로 약 3백만년 전 바닷물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대양처럼 커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서쪽, 소말리아판이 서로 멀어지고 있다. 홍해처럼 곧 바닷물이 들어오게 되고, 소말리아 판은 아프리카에서 떨어져 나갈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샌안드리아스는 5천만년 후면 아메리카에서 떨어져 알라스카와 충돌할 것이다.

 

최근에는 지진파를 이용해 지구내부를 3차원적으로 들여다보는 지진파토모그래피로 지구 내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하부 맨틀에서 상승하는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맨틀이 조금 더 복잡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판 구조론의 발전으로 판 경계에서 지진, 화산이 빈발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지구를 어떻게 움직이는 지는 알지 못한다. 아직도 지구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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