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을 위한 지진 이야기 - 한국인이라면 미리 알아야 할 지진학 열두 강좌
이기화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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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뒷 페이지를 보면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지진규모 6이상의 지진이 역사에 다수 등장한다. 오래되긴 했지만 경주, 울산지역에서의 지진도 빈번했다. 그럼에도 한반도는 지진의 안전지대로 생각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원자력발전소가 건립되었다.

 

그러나 저자는 1980년대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는 것을 밝혀낸다. 양산단층은 부산에서 양산, 경주, 포항으로 이어지는 단층으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활성단층이라는 것이다.

양산 단층은 경상 분지 내 부산에서 양산, 경주, 포항 영해로 이어지는 총 연장 약 170킬로미터의 대규모 단층이다. 경상 분지는 중생대 대보 조산 운동에 이어 백악기에 한반도 남동부에 생성된 육성 퇴적물, 화산 쇄설암과 화산암으로 구성된 퇴적 분지이다. 경상 분지에 다수의 단층 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은 불국사 변동으로 생성되었다고 여겨진다. 이 단층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단층이 양산 단층이며 이 단층에서 약 25킬로미터의 우수 주향 이동이 발생했다. (217쪽)

 

단층은 지각의 약한 부분이므로 지구조력이 지속적으로 작용하면 결국 여기에서 지층이 깨지며 지진이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지진이 발생하는 단층을 활성 단층(active fault)이라 한다. 단층이라고 해서 모두 활성 단층인 것은 아니다. 지표면에 드러나 있는 대부분의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국지적으로 작용하는 응력이 오래전에 사라졌거나 아니면 지하수의 침투로 화학 작용이 일어나 파열면이 아물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층에서는 더 이상 지진들이 발 생하지 않게 되며 이러한 단층을 비활성 단층(inactive fault)이라 한다. (66쪽)

 

 양산 단층이 활성 단층이라는 나의 연구 결과는 이 원자력 발전소들의 지진 안전성 문제와 연관되어 학계 및 산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만약 양산 단층이 활성 단층이라면 이 단층이 비활성 단층이라는 전제하에 설계된 주변 원자력 발전소들의 내진 설계는 원천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따라서 이 문제에 관한 뜨거운 논쟁이 시작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양산 단층이 활성 단층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되었다. (9-10쪽)

 

책은 지진에 대한 종합서이다. 지진발생 매커니즘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지구의 움직임인 판구조론, 한반도 지층구조 그리고 지진의 측정 및 대응방안까지를 모두 다루고 있다.

 

지진은 지구의 운동과 관련된다. 20세기 초 까지도 과학자들은 뜨거운 지구가 식어가면서 표면이 쭈글어드는 것이 산맥 등 지형을 형성한다고 봤다. 하지만 기상학자인 베게너는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대륙이 들어맞고, 서로 다른 대륙에서 같은 화석을 증거로 원래 하나였던 초 대륙이 이동했다는 이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그 이동의 역학을 설명하지 못해 과학자들에게 웃음꺼리가 되었다. 이 후 해양연구 - 퇴적물이 깊게 쌓였을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적은 퇴적물과 열곡을 중심으로 점차 컨베이어 벨트 처럼 이동한 결과-를 통해 해저확장설이 나오는 등 대륙이동에 대한 증거는 계속되었지만 그 움직움의 근원을 설명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진파의 속도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지각 아래 있는 맨틀이 단단한 고체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밝혀낸다. 지각이 맨틀위에서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판구조론으로 설명이 되고, 판과 판이 만나는 지점에서 지진과 화산이 빈발하게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태평양판과 북아메리카 판의 경계인 미국서부 샌안드리어스 단층대, 유파시아판과 작은규모인 북아나톨리아판이 만나는 터키,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히말리야 지역(히말라야 산맥은 매년 0.5cm씩 솟아오른다), 2000년대 초반 대규모 쓰나미를 야기시킨 유라시아판과 오스트레일리아 판의 경계 지역 등은 대표적인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그러면 한반도는 어떻게 봐야 할까.

 판구조론의 견지에서 보면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하며 태평양판이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 밑으로 북서 방향으로 섭입하는 일본 해구에 가깝다. 깊은 지진과 약간 깊은 지진 이 유라시아판 밑으로 섭입하는 태평양판의 베니오프 지진대를 따라서 동해에서 발생한다 백두산의 화산 활동도 이 베니오프 지진대와 연관되어 있다고 보는 학자도 있다. 동해 동쪽 끝에서 발 동쪽 끝에서 발생하는 지진 들은 유라시아판과 북아메리카판의 경계에서 발생하는것들이다. (190-192쪽)

한반도 내의 대다수 주요 단층들이 중생대 지각 변동을 통해 생성되었기 때문에 이 단층들과 주요 지질 구조의 경계가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활성 단층으로 남아 있는 것이라 여겨진다. 중생대의 격렬한 지각 변동이 한반도의 지각을 심하게 교란해 새로운 단층들을 생성했을 뿐만 아니라 주요 지질 구조의 경계를 깨트렸다고 보인다. 한반도 북동부에서 지진 활동 빈도가 낮은 까닭은 이 지역이 다른 지역 에 비해 지각 변동의 영향을 덜 받은 것에 기인한다고 여겨진다. (198쪽)

한반도는 중생대의 격렬한 지각 변동을 통해 지각이 심하게 교란 되고 깨어져 다수의 단층들이 생성되었고, 또 주요 지질 구조의 경계 도 깨어졌다. 한반도 내에서 발생한 대규모 역사 지진들의 진앙은 중생대에 생성된 대규모 단층들과 깨어진 주요 지질 구조의 경계와 잘 일치한다. 이것은 이 지질 구조들이 활성 단층임을 지시하고 있다. 신생대에 들어서는 백두산과 추가령 지구대 그리고 한반도 남해와 동해에서 화산 활동이 발생하면서 지각이 깨졌다. (216쪽)

 

잘은 모르겠지만,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은 생각할 수 있다. 안전하다는 가정하에 내진설계된 원전의 안전성을 재검토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양산단층의 시작점인 해운대는 초고층 건물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그런데 매립지다. 인공매립지는 지진파가 증폭될 수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보통 건조물은 빌딩 코드의 지침에 따라 구조상의 손상을 최소화하도록 내진 설계한다. 그러나 대규모 댐, 교량 고가 도로 해양 석유 시추 시설, 고층 건물, 원자력 발전소 등은 지진 발생 후에도 그 기능이 유지되도록 더 전문적인 내진 설계가 필요하다. 특히 원자력 발전소를 포함해 발전소는 운전자나 대중에 위해를 주지 않고 지속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병원은 지진 발생 후 부상자들의 치료를 담당할 수 있어야 하고, 학교는 많은 학생 들이 밀집해 있으므로 특별한 고려가 요구된다. 

특정한 부지의 지반 진동에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 부지 효과 (site effect)이다. 부지 효과는 부지의 지질 조건에 따라 지반 진동이 크게 영향을 받는 현상을 말한다. 지반 진동은 최근에 쌓인 퇴적물이나 인공 매립지 같은 연역한 토양층에서, 특히 이 층들이 침수되었다면, 견고한 암반에 비해 몇 배나 더 증폭된다. 빠른 속도 로 기반암을 통과한 지진파가 낮은 속도의 지표 토양층에 도달하면 운동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해서 그 진폭이 증대하게 된다. 그러나 이 효과는 지진파의 에너지가 기반암에 비해 토양층에서 더 많이 흡수되므로 부분적으로 상쇄된다. 또 지진파의 주기가 특수한 값을 가질 때 토양층이 공명해 그 진폭이 증대하는 현상도 발생한다. (261)

 

지진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지진 전조현상이라고 이상한 현상들이 소개되지만, 전조현상이 없는 지진도 있었다.

엄밀한 의미에서 지진 예지는 지진이 발생하기 수일 내지는 수년 전에 그 발생 지점, 시간 및 규모를 어떤 한계 내에서 지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에서 지진을 예지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많은 노력을 했으나 지금까지 그 결과는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비록 몇 번의 지진 예지가 부분적으로 성공한 경우가 있었으나 신뢰할 만한 지진 예지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는 없었다. 

지진 예지가 어려운 이유는 지구 내부에 존재하는 복잡한 활성 단층의 구조와 이에 작용하는 응력의 분포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지하가 아니라 지표에서 지질 조사나 지구 물리 관측을 통해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일기 예보의 경우는 대기 중에 여러 관측 기구를 띄워 기압 온도, 풍향 풍속 습도 등을 직접 측정할 수 있으나 지진 예지의 경우는 지구 내부에 관측 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어렵다. 뿐만 아니라 단층에서 시작한 작은 규모의 파열이 확대되어 지진으로 발달하는 지진 발생 메커니즘에 대한 불충분한 이해도 지진 예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244쪽)

 

물론 자연의 힘은 대한하다. 하지만 인류 역시 지진을 통해 지진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지속적으로 찾아왔다. 이는 지진을 대하는 인류의 합리적인 생각과 행동 때문이었다. 2016년 한반도 남부에서 발생한 지진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무조건 안전하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뇌이는데, 인류는 아직 지진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안정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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