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매뉴얼>은 유럽연합에 역사와 배경 그리고 운영원리 및 현재의 문제를 잘 짚어주는 책이다. 물론 몇년 전에 출간된 책이라 지금의 브렉시트를 이야기하지 않고 있지만, 책을 읽다보면 영국이 EU와는 겉돌았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물론 유럽연합내 모든 나라가 유럽연합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 각 국가의 정부의 성격에 따라 유럽연합과 대치되는 결정들을 내리곤 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은 조약이라는 형태로 만들어지는데 그 때마다 그 조약에 반대하는 국가들이 있었다.

 

 유럽연합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알고 있겠지만, 유럽연합의 모태는 유럽석탄공동체이다. 프랑스와 독일 국경지대, 여기에 몇 나라가 같이 엮여 있다. 석탄을 공동으로 개발하기 위해 연합체를 만든다. 거기에다 2차대전 후 서유럽이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도 크게 있었다.  특히 2차대전 후 유럽의 안정을 위해 프랑스는 독일을 묶어두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전범국이었던 독일 입장에서도 다른 유럽나라들과의 관계개선이 필요했다. 그렇게 유럽연합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영국은 달랐다.

 

전쟁에서 패하지도, 점령당하지도 않았던 영국은 다른 유럽인과 주권을 공유할 의사가 없었으며,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와의 신뢰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15)

 

그럼에도 영국은 1975년에서야 유럽연합에 가입하는데 경제적 이유가 컸다.

모네의 전통을 따르는 연방주의자 답게 그의 최종 목록에는 단일시장, 단일통화, 공동방위정책 제도 개혁 등이 포함됐다. 이것은 연방주의 방향으로 가는 하나의 단계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처 총리는 연방주의에 대해 드골과 비슷한 생각을 했기 때문에 통화, 방위, 제도 관련 프로젝트에 반감을 표시했다.동시에 급진적인 경제자유주의자였던 그녀는 단일시장을 무역 자유화 를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여겼다.(42)

 

 하지만 기존 유럽과 영국의 생각은 달랐다. 특히 노동계층과 노조를 무력화시키고 금융업 및 자유경제를 추진하던 영국의 경제관은 유럽연합과 확연히 달랐다.

영국은 유럽연합에 접근해가는 과정에서 규제철폐(Deregulation)와 유연성을 강조했는데, 그 이면에는 이것들이 유럽 경제를 좀 더 경쟁력 있게 만들고 고용을 증가시키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규제 철폐를 요구하는 노동시장은 경제의 단순한 한 부분이 아니라, 다른 모든 것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이해된다. 이런 영국의 접근 방식은 미국 경제 철학과 유사했기 때문에 앵글로-색슨 방식이라고도 불린다. 반면, 독일의 주요 모델이었던 라인란트(Rhineland), 접근법이라고 알려진 또 다른 접근 방식도 있다. 노동시장에서 강조되는 것은 유연성 보다 연대감과 사회적 보호이다.(144)

 

이런 다른 경제관으로 영국은 유럽연합과 마찰을 일으킨다. 완전자유경쟁시장을 원했던 영국이 유럽과 대립했던 부분은 농업이다.

농민의 소득은 소비자가 지불하는 비싼 가격과 그 가격으로 생긴 잉여생산물에 자금 지원을 해주는 보조금으로 유지됐는데, 이 보조금은 공동체 납세자들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이런 정책은 공동체 초기에는 그럭 저럭 유지됐지만, 영국의 공동체 회원국이 된 이후부터는 새로운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영국식 자유무역 모델은 가격이 대폭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따라서 영국이 공동농업정책의 회원이 된다는 것은 곧 수입 식품에 수입세가 붙어 식량 가격이 높아지는 것, 공동체 예산에 영국이 수준 높은 기여를 한다는 것, 그리고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았기 때문에 공동체 예산에서 받는 수령액이 적다는 것 등 삼중의 타격을 의미했다. 

이런 상황은 대처가 1979년 영국 총리가 된 이후 5년간 다른 많은 공동체의 사업을 볼모로 우리 돈을 돌려줘"라 고 주장하던 전투의 출발점이었다. (120)

 

영국은 유럽연합이라는 공동체에 관심이 없었고, 특히나 정치, 국방 등에 있어서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순전히 경제적인 이유에서만 유럽연합의 일원이 되고자 했다. 경제적 주권에서도 분명히 독자권을 갖고자 했는데, 그래서 파운드를 계속 사용하게 된 것이다.

 

<차브>라는 책을 보면 브렉시트에 앞장섰던 백인노동차계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EU매뉴얼>은 유럽연합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그 중에 영국과 유럽연합에 대한 부분을 읽어볼 수 있다. 영국 내부적으로도 유럽연합과 함께 하기 힘들었지만, 외부적으로도 영국은 유럽연합의 일원이 되지 못하게 계속 외부인으로 남아있었다. 브렉시트를 단순히 결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사실 1980년대 선거에서도 쟁점이 브렉시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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