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브>에서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한 이유는 영국내 극우세력의 부상이다. 산업혁명의 종주국으로 산업의 주역이었던 노동계층이 대처의 노동계급 말살 정책으로 광산업, 제조업은 사라졌고, 저임 노동자로 전락했다.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밖에 없던 백인노동계층은 이민자들이 자신의 자리를 빼앗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에 극우세력이 거들었고.

 

이런 이해 없이 너무 단순하게 브렉시트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노동계급으로서의 자부심은 지난 30년간 산산조각 났다. 노동계급이라는 것은 차츰 버려야 할 정체성으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공장과 공영주택을 기반삼아 조직된 커뮤니티의 오랜 유대는 깨져버렸다. 과거 바킹이나 대거넘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노동계급이란 정체성은 삶의 중심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소속감과 자존감 그리고 지역의 다른 주민들과의 연대감을 의미했다. 이 자부심이 사 라지고 생겨난 진공상태의 일부를 영국 민족주의라는 잠에서 깬 야수가 채운 것이다. (345)

무엇보다 위험천만한 것은 요령있는 신진 포퓰리스트 우익의 등장인데, 그들은 계급에 대해 거리낌없이 얘기하며, 노동계급이 지닌 문제들에 대해 반동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그들은 노동계급의 악마화와 그들의 정체성 파괴를 맹렬히 비난한다. 그들은 또한 노동자들의 전통적인 정당인 노동당이 그들로부터 등을 돌렸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노동자들이 갖는 불만의 근본원인이 되는 뿌리깊은 경제 이슈 들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자신들의 포퓰리스트적 공격목표를 이민과 문화적 이슈들로 돌릴 수도 있다. 이민자들은 경제적 고통의 원인으로 지목당하고, 다문화주의는 '백인' 노동계급의 정체성을 훼손한 다는 이유로 맹공격을 받는다.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이유, 그리고 포퓰리스트 우익들이 노동계급 커뮤니티를 잠식해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노동당이 노동계급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 특히 주거, 저임금, 불안정한 일자리 등에 대한 답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동당은 더 이상 노동계급이 정체성의 근거로 삼을 지배적 서사를 제공하지 못한다. 과거 노동당을 자연스럽게 지지했던 너무도 많은 사람들에게, 이 당은 부자들과 대기업의 편에 서 있는 것처럼 비쳐진다. 의심할 바 없이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당은 더 이상 우리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당이 아니라고 결론내렸다. 공정하게 말하면, 이 현상은 영국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전통적 좌파정당들의 드라마틱한 우경화가 서유럽 전체에 걸쳐 극우세력에 기회를 제공했다. 프랑스의 붉은 벨트에서 융성하고 있는 국민전선이나, 이탈리아의 선동적인 북부동맹이 그런 예다.

 

 극우의 부상은 더욱 큰 위기를 예고하는 하나의 징후다 그 위기란 노동계급의 대표성 위기다. 정치의 영역에서 축출되고, 정체성이 파괴되며, 사회 안에서 누려온 권력이 축소되고, 그들의 관심사가 외면 받고 있음을 생각할 때, 국민당 같은 정당에 투표한 노동자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놀라울 수도 있다. 많은 수의 노동자들은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고 투표를 거부하며 사태를 수수방관하고 있다. 또다른 다수의 노동자들은 탐탁하지는 않지만 차악으로서 노동당에 투표하고 있다. 우익 포퓰리즘의 부상과 대중의 정치적 소외, 비관주의와 냉담함은 영국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위기에 처한 것은 노동계급의 미래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미래가 위태롭다. (365)

 

다수의 노동계급 구성원들이 노동당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는 것은 하등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들은 노동당이 더 이상 자기들 편에서 싸우지 않는다고 느낀다. 일부는 무관심에 굴복했지만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다. 자신의 삶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설명할 서사를 빼앗긴 사람들은 다른 논리를 찾고 있다. 무거운 책임을 추궁받는 것은, 대처가 벌인 계급전쟁에서 승리한 부유층들이 아니다. 수백만 노동계급의 좌절과 분노는 그 반격의 칼끝을 이민자들에게로 향하고 있다.(3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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