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덫에 걸린 유럽 - 유럽연합, 이중의 덫에 빠지다
클라우스 오페 지음, 신해경 옮김 / 아마존의나비 / 2015년 7월
평점 :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EU에 대한 관심이 높다. EU가 지속성 보다는 바보같은 영국의 행동에 더 관심이 가는데, 사실 EU의 문제는 2000년대 후반부터 대두되었다. PIGS로 대별되는 남유럽 국가들의 경제문제와 더불어 그리스의 정권교체와 더불어 그렉시트가 불거졌다. 사실 EU의 역할은 그 때부터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의 문제점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데, 여기에는 일반 시민들이(유럽만이 아닌 전세계) 가지고 있는 EU에 대한 환상과 유럽이기에 민주적일 것이라는 환상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EU는 민주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
사실 EU는 모든 국가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니다.
무역에 방해가 되는 국경과 그 외의 다른 비관세 장애물들을 없애버린 시장통합형 EU의 경제적 매력이 그 영향 아래에 있는 모든 투자자와 국가, 지역, 산업분야, 피고용자들에게 두루두루 공평하게 이익을 주지는 않는다는 점을 주목하자. EU가 벌이는 경제 게임에 참여하는 참여자들의 경제적, 제도적, 인구통계학적, 지리적, 정치적 환경이 저마다 엄청나게 다르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모두에게 적용되는 단일한 규제 체제로는 모두에게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사실이 자명하다. (36쪽)
EU가 각 경제주체들에게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오히려 경제의 기본을 심각하게 왜곡시킨다. 원래 무역흑자가 지속되면 통화가치가 상승하고 이는 수출경쟁력의 저하로 이루어진다. 무역이 환율로 경제적 균형을 찾아가는 것인데, EU체제 내에 들어와서 무역흑자가 지속되는 나라는 이런 경제 원칙에서 벗어나 있다.
그리스의 국제무역 수지가 균형을 이루려면, 그리스의 수출 품목들은 유로 가격으로 적어도 40% 정도 싸져야 한다. 반면에 독일의 수출 흑자를 제로로 줄이려면 독일의 수출품들은 20% 정도 비싸져야 할 것 이다. (덧붙이자면, 2011년 독일의 GDP 대비 수출 흑자규모는 중 국의 두 배에 이른다.) ... 유로라는 통화 덕분에 독일 경제는 쾌락에 후회가 뒤따르지 않는 이상적인 세계, 즉 수출 흑자가 자국 통화의 절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그래서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고 계속해서 수출 흑자를 낼 수 있는 세계에서 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피해를 보는 누군가가 있긴 하지만 국가별, 통화라는 게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수출 흑자는 끝없이 유지된다. 이제 수출 흑자국에게 남은 일은 적자를 메울 자금을 패자에게 융통해주거나, 적자국이 진 부채를 어떤 형태로든 분담하는 데에 반대하는 국내의 정치적 저항 때문에 이 방안을 시행하는 데 실패할 경우에는 유로존의 무역적자국들로 하여금 (임금 및 이전소득 삭감을 통한)내부적 평가절하와 긴축으로 이루어진 개혁 조치들을 채택하도록 강제하는 일 뿐이다(90-91쪽)
EU 체제내에서 독일은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밖에 없다. 반대로 남유럽 국가들은 영원히 무역 손실을 입는 구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체제 내에서의 독일의 영향력은 너무 크다. 남유럽의 손실이 곧 독일의 이익이 되는 구조에서 막대한 영향력까지 가지고 있다. 이런 구조는 EU가 기본적으로 경제적 차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유로체제는 유로-유럽을 나눠 독일, 오스트리아, 핀란드,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같은 '핵심', 또는 '흑자' 국가 국가들을 남쪽과 서쪽(아일랜드) 주변부에 있는 주변, 또는 적자, 회원국들과 싸우게 만들었다. 핵심국가들은 유로체제 덕분에 단일한 외부 환율의 이익을 볼 수 있어 유리한데, 유로가 없어지고 각국이 개별 통화체제로 돌아간다면 지금 유로체제 하에서 얻는 정도의 수출 흑자 목표를 달성하기는 휠씬 어려 질 것 이다. 동시에 유로체제는 주변부 국가들이 (지급 불능을 언하여 목숨을 걸고 있다시피 한 은행들의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 는 선택 외에는)유로존에서 탈출할 수 있는 선택권을 아예 배제해 버린다. 적자 국가들은 실질적으로 단일통화의 덫에 갇혀 있다. (56쪽)
EU 다양한 갈등들로 갈라져 있는, 유로존은 특히 더 심하다. 북 대 남, ‘기존 회원국 대 신규 회원국' '재국가화 대 통합심화', '저항의 정치 대 기술관료적 정책 수립', '초국가주의 대 정부간주의', '핵심 대 주변',' 신자유주의 대 민주자본주의를 재구축하려는 좌파적 전망'이 일관된 양식을 이루지도 못한 채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틈새들을 이리저리 가로지르고 있다. 선명한 지배 이데올로기와 나름의 의제를 갖춘 널리 통용되는 반대 논리가 대립하는 구도로 정립되기보 다는 중첩되고 서로 교차되는 혼란스러운 충돌 양상이 기구를 마비시키고 아무 것도 낳지 못하는 사회적 역학을 만들어낸다. (221쪽)
그리고 EU내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역시 바람직하다고 말하기 힘들다. 경제주권을 갖지 못한 개별국가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고, EU는 복지삭감을 강요하고, 기업들은 임금삭감 혹은 해고의 방향등으로 개혁을 강요한다.
개혁이라는 것이 이 현대화라는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면, 강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국가 그 자체와 규칙을 제정하고 시행하는 국가의 능력이지 고삐 풀린 시장의 힘이 아니다. 보호되어야 할 것은 보호 수단과 특혜를 '살 수 있을'만큼 자원이 풍부한 이들의 신분 이 아니라 가장 혜택 받지 못한 이들의 안전이다. ... 분배 효과의 감소나 충족되지 않는 필요, 그리고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임금, 연금, 공공서비스 생활자들에게 왕왕 부과되곤 하는 노골적인 악몽은 별개로 하더라도, 개혁이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경제에 유익한 영향을 준다는 주장도 전혀 확실 하지 않다. 개혁이 단위 생산량에 소요된 총노동비용으로 산정했을 때의 노동생산성을 증가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일자리 보호 장치가 사라지면 고용주들은 수요 감소로 인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 노동력의 임금을 절약한다. 그들로서는 개혁이 없었을 때보다는 신축적인 시장에 적응하는 비용이 내려가는 셈이다. 그러나 내수 시장에든 해외 시장에든 보다 생산적이 된 노동자들이 만든 더 싼(싸다고 추정되는) 생산물을 사줄 유효수요가 충분하지 않다면, 아주 거친 가정이긴 하지만, 개혁의 최종적인 효과는 더 높아진 경쟁력과 개선된 생산성 그리고 머지않아 이어질 추가적인 고용을 통한 경제회복이라기보다는 줄어든 고용이다. (62-64쪽)
개인적으로 EU의 이런 구조에 대해서 우려가 있다. 처음의 의도와는 달리 EU내에서 독일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일부 비판적인 사람들은 경제식민지(EU내 국가들)를 뒤에 없은 독일제국주의를 염려하기도 한다. 실제로 EU내에서 독일의 영향력안에 있는 이들이 의사결정권자로 속속 들어서고 있다.
과연 EU가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책은 EU내 경제적 불평등 등에 대해 자세히 보여준다. EU내 경제적 운영과 문제점들을 알고 싶다면, 일독해 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