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지즈코 지음, 나일등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별점 두개와 세개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 지나치게 프로이트등의 이론에 기대고 있는 점과 일본인에 의해 씌여져 잘 알지 못하는 일본의 저자와 개념이 등장하고, 또 어렵다. 읽기에도 불편하고(읽기에 불편하다는 점은 다른 한편으로 아직 내 자신이 여성혐오라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남성으로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과 여성이 갖는 차별에 대해 보편적으로는 인정하지만 실제에서는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남성이기 때문에)

 

저자는 차별이라는 정의부터 하고 시작한다.

차별이란 어떤 이를 타자화함으로써 그것을 공유하는 다른 이와 동일화하는 행위이다. (42쪽)

 

그래서 여성혐오는 여성에 대한 타자화와 차별이 근본임을 이야기한다. 페미니스트란 바로 그런 차별과의 갈등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남성의 여성 혐오는 타자에 대한 차별인 동시에 모멸이다. 남성은 여성이 될 걱정이 없기 때문에 안심하고 여성을 타자화하고 차별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여성에게 있어 여성 혐오는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가 된다. 자기 혐오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모든사람에게 있어 고통스러운 것이다. 사회적 약자는 그 종류를 막론하고 모두 비슷한 '범주 폭력'을 받고 있다. 왜냐하면 범주는 지배적인 집단social majority/dominant group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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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여성이 되는 것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이렇게 적었다. 그렇다면 여성은 어떤 식으로 여성이 되는 것일까? 그것은 여성이라는 범주를 받아들이는 것에 의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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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여성이 될 때 '여성'이라는 범주가 짊어진 역사적 여성 혐오의 모든 것을 일단 받아들인다. 그 범주가 부여하는 지정석에 안주하면 '여성'은 탄생한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란 그 ‘지정석'에 위화감을 느끼는 자, 여성 혐오에 적응하지 않은 자들을 가리킨다. 때문에 여성 혐오로부터 출발하지 않는 페미니스트는 없다.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이 여성 혐오와의 갈등을 의미한다. (156-158쪽)

 

이런 여성에 대한 차별의 근본 원인은 지배적 집단이 남성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지적중에 의미있는 것은 남성이건, 여성이건 그 사회적 성을 결정하는 것은 남성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성소수자역시 남성에 속하지 못하고(특히 남자 동성애자들에 대한 침해가 심한 것을 보면) 배제된 자들이다.

 

남자는 여자와의 관계 속에서 남성이 된다고 생각했었다. 착각이었다. 남자는 남자들의 집단에 동일화하는 것을 통해 남성이 된다. 
남자를 '남성'으로 만드는 것은 다른 남자들이며 남자가 남성이 되었음을 승인하는 것도 다른 남자들이다. 여자는 기껏해야 남자가 남성이 되기 위한 수단, 혹은 남성됨의 증명으로 부여되거나 쫓아오는 보수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여자를 '여성'으로 만드는 것은 남자이며 '여성됨을 증명하는것도 남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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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에게 이성애 질서란 무엇인가? 그것은 남성이 성적 주체임 을 증명하기 위한 장치이다. 이성애 장치 아래에서 남자와 여자는 대등한 짝이 될 수 없다 남성은 성적 욕망의 주체, 여성은 성적 욕 망의 객체 위치를 차지하며 이 관계는 남녀 사이에 비대칭적이다. 이성애 질서란 남성은 동성 남자를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되며 남성이 아닌 자(즉 여성만을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하라는 명령을 가리킨다 뒤집어 말하면 남성에 의해 성적 욕망의 대상이 된 자는 남성 아님 여성이 된다 그것이 남성일 때 그자는 여성 화, 즉 '여자 같은 남자가 된다 여기서 '여성이란 그 정의상 남성 의 성적 욕망의 객체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성의 성적 욕 망을 환기시키지 않는 여자는 정의상여자가 아니게 된다. (288-289쪽)

 

읽기에는 힘들지만 여성혐오와 그에 대한 인식의 기반을 가지기에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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