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인 <기계와의 경쟁>은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영어 원제는 Race against the machine이다. <기계와의 경쟁> 보다는 '기계와의 경주'가 더 어울린다. 저자는 결국 기계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기계시대가 급격하게 도래할 수 있다고 본다. 체스판의 후반부를 그 예로 든다.

이 이야기는 체스 발명가와 그 나라 통치자와의 거래에서 시작되었다. 그 나라 황제는 체스 게임을 너무나 좋아서 체스 발명가에게 어떤 보상을 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갖고 싶은 것을 말하라고 물었다. 그러자 체스 발명가는 다음과 같은 규칙에 따라 쌀을 달라고 했다. 체스판의 첫 번째 사각형에 쌀을 한 톨 놓고, 두 번째에는 두 톨, 세번째에는 네 톨 ... 이렇게 정확히 두 배씩 늘어나도록 쌀을 다음 사각형에 쌓아서 달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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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번째 사각형을 지나자, 황제는 발명자에게 40억 톨의 쌀을 줘야 했다. ... 이 상태로 체스판의 후반부로 넘어간다면, 둘 중의 한명은 커다란 곤경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커즈와일은 무엇인가 두 배씩 지속해서 증가하면, 즉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면, 처음에는 그리 눈에 띄지 않지만 뒤로 갈수록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속임수처럼 느껴진다는 것을 지적했다. 기하급수적 증가의 초기 단계에서는 선형적 증가 곡선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그 증가폭은 우리의 직관과 기대를 크게 무너뜨린다. 작은 한 톨의 쌀이 에베레스트 산 크기의 쌀 더미를 만들 듯, 컴퓨터 기술의 기하급수적 발전은 과거엔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여러 가지 일들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52~53쪽, 기계와의 경쟁)

 

문제는 단순히 기술의 발전만이 아니다. 두 책이 모두 이야기하는 것이 1970년대 이후 미국의 전체적인 부는 엄청나게 증가했지만 하위 80%의 소득은 늘어나지 않은 것이다. 자동화와 더불어 이런 추세가 강해지고 있는데, 인공지능의 시대 역시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기계에 밀려야 하는가? 저자들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이 체스에서 인간을 이긴 이후 체스경기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조합일 때 가장 강력함을 보여줬다. 인간과 기계의 공존을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사실 체스판의 후반부는 이미 시작되었을 수 있다.

 

 

그런데 두 책의 내용이 너무 비슷하다. <제2의 기계시대>는 <기계와의 경쟁>의 증보판 정도의 느낌이다. 게다가 저자가 같은데 <기계와의 경쟁>은 앤드루 매카피, <제2의 기계시대>의 앤드루 맥아피로 표시되어 있다. 큰 문제가 없다면 전작의 명명은 따라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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