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중사>의 간행은 1980년대 중반 사회민주화 움직임이 배경이 되었다. 사회민주화 분위기와 함께 학계에서도 진보적 학술운동의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런 움직임은 과연 '학문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 지난날 연구실에서 안주하던 것을 반성하고 학문이 사회민주화를 촉진하고 사회변혁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역사학계도 마찬가지였다. 현실과 유리된 역사 연구를 극복하고 사회 현실의 비판적 인식을 토대로 변혁의 주체인 민중의 입장에 선 역사 연구를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생겨났다. 이른바 '민중사학'의 출현이었다. <한국민중사>의 집필은,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그리고 역사학이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의 문제의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280쪽)

 

문학에서도 노동자나 농민, 도시 빈민 등 민중의 삶을 소재로 하는 작품들이 나왔다. 개발의 열풍 속에서 삶의 막다른 길로 내몰린 철거민 이야기를 다룬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난쏘공'이라는 애칭과 함께 사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고,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진 대학생이라면 당연히 읽어야 하는 필독서가 되었다. 농촌의 현실을 다룬 이문구의 <우리 동네>, 도시의 뒷골목에서 살아가는 윤락녀를 통해 사회구조의 모순을 밝힌 황석영의 <어둠의 자식들>(나중에 원저자가 이동철로 밝혀짐), 도시 빈민촌에서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을 그린 이동철의 <꼬방동네 사람들>이 발표되어 민중에 대한 관심을 높혔다. (282쪽)

         

 

 한국역사연구회는 1989년에 대학 교양과정 강의용 한국사 개설서인 <한국사강의>를 낸 데 이어, 1992년에 본격적인 한국사 통사인 <한국역사>를 펴냈다. <한국역사>는 사회구성체의 발전으로 시대를 구분하고, 각 시대의 사회구조와 변혁 세력의 형성·발전을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했다. 구로역사연구소도 민중 주체의 민족사를 취지로 1990년에 <바로 보는 우리 역사>를 편찬하였다. 이 책의 취지는 집필자들이 스스로 '바보사'라고 부르는 것에서 잘 나타난다. '바로보는 우리 역사'를 약칭한 것이지만, 거기에는 지배층이 어리석고 무식하다고 깔보던 민중의 역사를 서술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2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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